책을 읽고서, 거기에 그치지 않고 하나의 지식체계를 만들고 싶은 사람에게는 늘 따라다니는 고민이 하나 있을 것이다. 한 책을 다 읽으면, 그 다음에 무슨 책을 읽을지다.


만약 어떤 사람이 기독교사 통사 책을 읽었다면, 그 다음에는 그와 관련된 책들을 읽을 것이다.

가령, 영역을 좁혀서 초대교회,중세교회, 종교개혁기, 근현대교회를 세부적으로 다룬 책을 읽는다거나, 마틴 루터나 아우구스티누스처럼 특정 인물의 평전을 읽을 수도 있다. 또는 교회사에서 범위를 넓혀 서양사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읽은 책과 주제적으로 연결된 책을 읽지, 갑자기 기독교사 공부하다가 불교 경전을 읽지 않는다. 그런 경우, 독서는 방만해지되 모아지지 않아 체계적인 지식이 쌓이지 않는다.


한 권의 책에는 여러 주제가 존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책을 읽는 나는, 그중에서 특히 관심이 가는 주제가 있을 것이고, 그런 주제를 가지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나는 왜, 그리고 무엇을 알고자(혹은 무엇을 배우고 얻고자) 책을 읽는가, 내가 관심을 가지는 문제는 무엇인가. 처음부터 분명한 목적하에 책을 읽는 사람도 있을 테고, 그렇지 않고 그저 재미를 위한 쾌락적 독서를 하는 이도 있을 것이며, 처음에는 몰랐다가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가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나처럼). 


두 번째 경우의 사람에게는 이런 질문과 고민의 과정이 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책에서 단순히 재미 그 이상의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중요한 문제일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독서에, 책 그 자체에 재미를 붙이는 것이 필수이겠다. 그러려면 우선 책의 제목을 보고 끌리는 책부터 읽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겠다.



그러면 다시 한 책을 읽고 어떻게 앞으로 읽을 책들을 정할 수 있을까?

예를들자. 가토 요코의 <그럼에도 일본은 전쟁을 선택했다>는 내가 올해 처음으로 완독한 책이다.


이 책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근대 일본이 수행한 5개의 큰 전쟁을 주제로 하여, 왜 일본이 전쟁을 선택했으며, 전쟁을 선택한 일본인의 심성구조 및 국제정치 환경, 그 논리 등을 촘촘하게 엮어서 서술한 책이다.


나는 일본제국의 전쟁을, 단순히 일본인의 침략주의적 본성에서 찾는 역사적 사태의 인과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관념화한 오류를 피하고, 전쟁에 이르기까지 존재했던 다양한 맥락과 조건들을 이해하고자 이 책을 읽었다.


나는 다음의 책들을 앞으로 읽기로 선택했다.

가장 좋은 것은, 동저자의 책을 읽는 것이다. 이 경우 가장 큰 장점은,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진 저자의 책을 읽음으로써 그 논리와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고, 또한 익숙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접하니 주제에 대한 이해도 또한 올라간다. 


<그럼에도...>는 중고등학생을 위한 강의를 책으로 편찬한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5개의 전쟁을 다룬다. 

<만주사변에서 중일전쟁으로>는 이 책 제4장 '만주사변과 중일전쟁'만을 집중적으로 다룬 통사책이다. <그럼에도...>는 강의록이며, 여러 주제별로 일본의 전쟁 상황을 서술해서 통사적 관점은 얻기 힘들다. 그래서 그런 점을 보완하고자 이 책을 읽으려 한다.

<왜 전쟁까지>는 <만주사변에서...>와 같이 읽으려 하는데, 이 책은 만주사변부터 태평양전쟁 직전 일본의 대내외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재구성하며, 왜 전쟁까지 나아가게 되었는지를 보여준다. 비슷한 기조의 책이나 더 범위를 좁힌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책에서 추천한 책들을 읽는 것이다. 한국어로 번역된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읽고, 없다면 본인의 어학 능력껏 읽어보시라. 



















또, 책의 내용 중 본인이 관심 가는 부분을 더 자세히 알고 싶을 수도 있다. 나의 경우는, 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인데, 이 주제에 대해서는 위 가토 요코 선생의 책을 이미 소개했다. 또 소개할 책이 있는데, 바로 요시다 유타카의 <일본의 군대>와 이시와라 간지의 <세계최종전쟁론>이다.


만주사변부터 중일전쟁에 이르는 시기에서 두드러진 특징은, 일본 육군이 사태의 결정적 국면마다 크게 개입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관동군 참모였던 이시와라 간지는, 만주사변 등을 기획하고 만주국 수립에서도 크게 활약했는데, 그런 그의 주장과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책으로 <세계최종전쟁론>을 꼽았다. 

또한, 일본 근대 사회에서 '군대'란 어떤 존재였고, 총력전 시대 그들을 움직인 멘탈리티를 이해할 수 있는 책으로 <일본의 군대>를 정리하고 읽어보려고 한다.




일본 근대사를 전쟁을 중심으로 정리하고 연구한 박영준의 <제국 일본의 전쟁>도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그 외에 청일전쟁, 러일전쟁, 태평양전쟁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을 참조할 수 있겠다




























마지막으로, 책을 자신만의 범주로 분류하여 그 카테고리 안에 다른 책을 읽을 수도 있다. 이 책을 '제국의 전쟁'으로 분류하였는데, 도움이 될만한 저서들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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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1-14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민우님! 어쩌면 저도 글로 남겨본적 없어 인식도 못했지만 매일 해왔던 고민인지 모르겠습니다. 다음에 읽는 책을 고르는 법.

김민우님 서재 기웃 거리면서 어떤 주제에 관심 두시고 공부하시는가 막연하게 상상은 해왔지만, 구체적으로 책 선택 프로세스를 알려주시니 저를 돌아보게 하네요^^ 감사합니다

2022-01-14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5 0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2-01-14 1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튜브 컨텐츠로 청일전쟁부터
시작해서 러일전쟁을 거쳐 다이쇼
데모크라시에 이르는 과정을 시청
했는데...

제국주의 일본의 흥망성쇠를 한눈
에 볼 수 있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국가의 명운을 일개 군인들이 좌지
우지했다는 점이 참...
이시하라 간지는 정말 문제아로
보이네요.

요시다 유타카의 <일본의 군대>
는 궁금하네요.

김민우 2022-01-14 22:34   좋아요 1 | URL
네 이시하라 간지는 확실히 더 살펴볼 인물인 듯합니다.

mini74 2022-01-14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움이 많이 되는 글입니다.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고르고 어떤 순서로 읽어야 하나가 독서의 질도 결정하는 거 같아요 ~

김민우 2022-01-14 22:33   좋아요 1 | URL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렇지만 우선 읽을 게 있어야 하니 마구잡이로 사는 건 어차피 똑같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