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세계사 - 서양이 은폐한 '세계상품' 인삼을 찾아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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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는 인삼으로 어떤 글을 쓸까? 역사 연구는 무엇보다 사료에서 출발한다. 사료란 과거의 흔적을 유추할 수 있는, 기록으로 남은 모든 것을 말한다. 역사학자가 인삼을 주제로 연구를 했다면, 그것은 인삼을 통해 과거 역사의 한 단면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방대한 사료 중에서도 어떤 사료를 취사선택할 것인지는 연구자의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설혜심은 들어가는 글에서 인삼 연구의 필요성을 이렇게 역설한다.

 

이 책은 인삼을 세계사에서 되살려내려는 실험적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특히 서양 문헌을 중심으로 인삼에 관한 기록을 찾아내어 서양 역사학이 은폐했던 인삼의 존재와 국제적 교역로를 복원하는 한편, 세계상품이었던 인삼이 역사학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원인을 규명하려는 것이다. 이 작업은 일방적 확산론에 근거한 유럽중심주의적 세계관을 교정하는 작업이자 근대 초 다수의 세계체제들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보려는 시도이기도 하다.” (18p)

 

저자는 인삼이 세계상품이었다고 주장한다. 17세기 동인도회사와 예수회 선교사에 의해 인삼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래, 의학과 약학 분야에서 인삼은 해독제와 정력제, 기타 약재 등으로 매우 각광 받았으며 경제적으로도 유럽의 주요 교역품이었다. 18세기 이후 미국에서도 인삼은 주요 수출품이었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았던 인삼은 서양의 문화에서 배척되었다. 저자는 제4부에서 이 배척의 과정을 살펴보며, 인삼의 역사는 서구 오리엔탈리즘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결론짓는다.

 

서구의 담론은 인삼을 중국의 전유물, 전제성과 사치, 방탕과 비합리성을 담지한 불가해한 물건으로 규정하며 자신들의 주류 문화에서 소외했다. 그 차별적인 시선은 단순히 인삼이라는 상품에 그치지 않고 그 상품을 사용하는 사람과 공간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식의 지형에서 를 구별하기에 이른다. 이제 인삼의 주 소비층인 동양인들은 인삼에 투영된 모든 부정적인 특성들의 행위 주체가 되었다.” (427p)

 

1~3부는 서양에서 인삼이 차지했던 위상, 인삼 교역사, 인삼을 중심으로 보는 서양 의학사 등을 다루는데, 새로운 지식을 얻는 즐거움이 있다. 인삼을 주제로 다양한 역사적 사실과 맥락을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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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9-15 2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설혜심 작가님이 쓰신 애거사 크리스티책 읽고, 이 책 찾아봤었어요. 읽어볼만 하시다니 믿음이 *^^* 리뷰 잘 읽었습니다 ~

김민우 2021-09-16 12:04   좋아요 1 | URL
아 저는 그 책은 안 읽어보았는데 좋은가 보군요 ㅎㅎ 감사합니다

얄라알라북사랑 2021-09-16 10: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이 분야 학식이 깊으신 김민우 님께서 리뷰 올려주시니 화악 들어옵니다. 저는 설혜심 교수님, 글을 넘 잘 쓰시고(게다가 엄청난 열정이신지 다 책마다 두꺼운데 책 빨리 내시고) 팬입니다. 인삼의 세계사를 집필하시게 된 계기와 과정이 독특해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427까지 가지 못했는데 완독해야겠네요^^

김민우 2021-09-16 12:04   좋아요 2 | URL
이분은 책의 주제들이 모두 흥미롭더라고요 ㅎㅎ 좋은 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