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광시대 - 식민지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
전봉관 지음 / 살림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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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스스로 이 책을 국문학자의 금광 연구라고 규정하는데, 내가 봤을 땐 이 연구는 꽤 성공적인 것 같다. 이 책의 탁월한 점은 식민지 시기 조선의 황금광 열풍이라는 한탕주의의 기원을 일본제국과의 관계, 더 나아가 전 세계적 자본주의 경제 상황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책은 1~3부에서는 여러 일화들을 보여준다. 낮에는 금을 캐다가 밤에는 글을 쓴 김기진과 채만식 같은 문학가들, 금광열풍에 약해진 사회주의 운동, 황금광시대 살아있는 성공 신화 최창학과 방응모, 풍년이 오면 배가 고픈 농민들, 금광 출원증으로 수십, 수백 배의 이득을 챙기는 투기꾼들, 어떻게든 황금 하나라도 빼내려 갖은 수를 동원하는 광부들. 이러한 일화들은 식민지기의 한 단면을 그리지만, 또 동시에 당시의 세계사적 차원에서 기반을 두고 있다.

 

이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였고, 전쟁의 혼란 속에서 연합국들은 탄약 및 기타 물자의 보급을 전쟁의 포화로부터 한 발짝 물러나 있던 일본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전쟁 물자 공급을 통해 일본의 산업은 군수산업, 경공업, 농업 할 것 없이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때는 식민지 조선도 그나마 살 만했다. 하지만 1920년대 세계 경제가 공황에 빠져들고, 일본과 조선의 경제 상황 역시 급격히 악화되었다. 1923년 발발한 관동대지진은 공황의 충격을 극복하기 더 어렵게 만들었다.

 

1929년의 대공황으로 일본의 물가는 추락했다. 일본은 경제 공황 극복을 위해 금본위제를 추진했다. “금본위제하에서 금은 상품이 아니라 돈이었기 때문에 다른 물건값이 떨어져도 금은 일정 가격 이하로 절대 떨어질 수 없었다. 그럼에도 경제 혼란은 계속되었다. 일본의 극우파 군부가 정당 정치를 종식시키고 권력을 장악했다. 그 이후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공황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기적적 기사회생의 모습을 보였다.” 군부가 이전의 무능한 정권들로부터 받은 경제 상황이란, 금 유실로 인한 신용 경색의 위기전 세계적으로 금본위제가 정지되면서 해외에서 금을 수입해올 길까지막힌 상황이었으며, 설상가상으로 군부는 미국과 영국에 대한 일전을 역설했기에 군비와 함께 유일한 국제 통화인 금을 확보해야만 했다. “도대체 어디서 금을 구하냐? 해외에서 사올 수 없었으므로 땅을 파고 찾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정부에서는 연이은 지령이 떨어졌다.···정권을 장악한 군부는 대대적인 산금정책을 세우고 돈을 풀었다. 그것도 화끈하게 풀었다. 금 채굴을 장려하기 위해 금광에 보조금을 지급했고, 생산된 금을 고가에 매수했다.” 그러므로 “1930년대 초 한반도에 불어 닥친 골드러시는 정교하게 기획된 정책의 산물이었다.” “193110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인 후 매년 50% 이상씩 초고속으로 성장한 전도유망한 사업이었던 식민지 조선의 금광업, 황금광 열풍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조선에서도 1929년 크게 증대된 쌀 생산량과 대공황은 쌀값을 폭락시켜 인구의 절대 다수가 농민이었던 조선에 치명적인 경제 위기를 가져다 주었다. 이는 조선의 경제 상황이 자급자족적 경제가 아니라 이미 생산과 소비가 분리된 자본주의로 재편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지표이거니와, 자본주의적 사회구조 속에서 쌀값의 폭락은 기초적인 의식주 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들게 하였고, 대공황의 여파 속에서 다른 산업은 침체된 와중에 유독 금광업의 활황은 훨씬 도드라져 보였다.

 

책을 읽다 보면, 사람들이 투기에 빠지고 일확천금을 노리려는 속물적 심리도 자본주의적 경제의 구조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시대를 겹쳐 볼 수 있는 지점이다.

 

부제 식민지 시대 한반도를 뒤흔든 투기와 욕망의 인간사는 이 책의 핵심 주제와 논지를 담기에는 부족하다. 마치 투기의 원인을 전적으로 인간의 속물적 심성에서만 찾아내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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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1-08-27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세기 한반도의 골드 러시 이야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흥미롭지만 이것 또한 치밀하게 기획된 일이었다니요 ㅜㅜ

김민우 2021-08-28 01:24   좋아요 1 | URL
씁쓸해지는 사실이죠... 한편으로 식민지 시기의 상황은 무엇이든 식민 지배국 일본을 빼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