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기초 - 좋은 문장 베껴 쓰는 법
조경국 지음 / 유유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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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에는 필사를 해보기로 했다. 정규 학기가 끝난 지 한 달 정도 지났고, 계절학기까지 어제 마무리되었으니 남는 것이 시간이다.

 

전부터 벼르고 벼르던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하비 맨스필드가 번역한 영역본 <군주론>(The Prince)‘Introduction’을 필사할 생각이다.

 

본격적으로 필사하기에 앞서 <필사의 기초>라는 제목의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보았다. 이 책은 필사의 매력과 방법, 그리고 필사를 갓 시작한 나 같은 초보들을 위한 구체적인 조언들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필사의 세계로 독자를 초대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는 2필사를 사랑하는 몇 가지 이유에서 필사의 매력들을 소개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필사는 내 정신을 부산스럽게 하는 잡다한 것으로부터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과 필사를 통해 차분한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필사는 가장 느린 독서이다. 필사를 하면, 단 한 문장도 빠짐없이 꼼꼼히 읽을 수 있고 쓰면서 문장의 의미까지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필사는 책을 가장 차분하게, 그리고 꼼꼼하게 읽는 방법이다. 필사는 많은 책을 너무 빨리 읽는 나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활동이다.

 

3장에서 저자도 이와 같은 점을 덧붙인다. “필사는 가장 순수한 독서라 생각합니다. 책을 이룬 문장의 활자를 그대로 써서 옮기며 곱씹는 행위죠. 더디고 고통이 따르기도 합니다만 어떤 독서법보다 큰 만족감을 줍니다.” (39p)

 

이러한 필사는 단순히 남의 글을 베껴 쓰는 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글을 쓰기 위한 디딤돌이 된다. 좋은 문장을 옮겨 적으며 그 문장을 음미하고, 이를 통해 좋은 문장에 대한 감을 잡는다. 이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이고 모여서 자신의 것이 되고, 자신의 글을 위한 밑바탕이 될 수 있다.

 

저자는 초보 필사자들이 저지르기 쉬운 실수와 이들을 위한 매우 구체적인 조언(필사와 필기구, 필사와 글씨체 등)도 아낌없이 말해주고 있다.

 

저자도 필사가 굳이 만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선 책 읽는 습관이 있어야 하고, 필사 이전에 책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그래서 책을 먼저 한 번 읽고 필사할 만한 곳을 표시해두었다가 일독하고 난 뒤에 필사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큰 공책을 여러 권 살 필요가 없다. 그러면 오히려 공책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필사의 즐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처음에는 휴대하고 다니기 편한 메모 수첩 같은 작은 걸로 시작해 필사의 습관을 기르는 좋다고 한다. 그래서 틈틈이 짬이 날 때, 좋은 문장이나 아이디어를 완성된 문장의 형태로옮겨 적고, 그렇게 한 권의 노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채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옮겨 적는 것이 어느 정도 손에 익으면,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글만 모은 노트를 따로 만드는 것도 좋다.

 

6~8장은 글씨체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글씨가 자유민주주의처럼 생긴 나에게 작은 위로를 준 장이었다. 필사를 할 때, 반드시 아름다운 글씨로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악필이더라도 글씨체는 부가적인 문제일 뿐, 우선 전체를 제대로 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재가 없어도 끈기 있는 편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시간이 지날수록 두터워집니다. 내가 필사하는 문장이 의지하고 양보하며 실수와 결함을 감싸 주며 간신히 이룩한 성취임을 깨닫는 순간, 악필에 대한 고민보다 필사의 즐거움이 더 크게 다가오겠죠.”

 

11장은 저자가 읽은 것 중 필사에 대해 다룬 글을 모아둔 것이다. 12장은 저자가 추천하는 필사할 만한 책과 필사할 때 참고할 만한 책을 나열했다. 13장은 문구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추천하는 문구류로 채워져있다. 여기서 문방구 덕후의 냄새가 많이 났다.

 

저자가 책과 필사를 정말 좋아한다는 게 느껴졌고, 오랜 필사로 단련된 차분함이 글 전체적으로 느껴져서 좋았다. 두께도 얇아서 금방 읽을 수 있다. 필사를 해보고 싶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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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1 17: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1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북사랑 2021-07-21 17: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필사를 하고 싶어도, 제 악필에 제가 놀라서 ㅋ˝필사가 가장 순수한 독서 행위˝ 뜨끔해서 갑니다.

김민우 2021-07-21 20:28   좋아요 2 | URL
저도 참 지독한 악필입니다.. ㅋㅋㅋ

scott 2021-07-21 17: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필사를 하는 순간 만큼은 스맛폰 손에서 내려 놓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데

어째서 저는 필사!를 마음 먹는 순간, 문구류와 필기구에 더 집착하게 되는 것인가 ???ㅎㅎ

서예를 다시 시작 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오늘 중! 복 기여코 37도까지 올라가네요

민우님 건강 잘 챙기세요 ^ㅅ^

김민우 2021-07-21 20:27   좋아요 1 | URL
scott님! 중복날 더위 조심하세요 ㅠㅠ 서예를 하시는 군요! 멋진 취미이십니다 ㅎㅎ

mini74 2021-07-21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자유민주주의 ㅎㅎ 저는 혁명적인 글씨체입니다. ㅎㅎㅎ 저는 20대때 기형도시집을 필사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그저 요약 정도나 ㅠㅠ 필사하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

김민우 2021-07-21 20:26   좋아요 2 | URL
저도 부분부분 외우고 싶어지는 글이 많았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