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오스틴, 윤지관, 전승희 옮김, 오만과 편견, 민음사, 2003




제인 오스틴은 근대에 벌어지는 인간의 내면과 행동 변화를 결혼과 연애라는 한정된 주제 속에서 날카롭게 포착하고 표현해낸 작가이다.

 

<오만과 편견>에서는 엘리자베스 베넷과 다아시와 더불어 여러 커플이 나오는데, 자연스럽게 이 커플들은 서로 대비된다. 그중에서 엘리자베스의 친구 샬럿의 결혼 동기는 엘리자베스와 가장 크게 차이가 난다.

 

샬럿은 상대방에 대해 아무런 애정이나 호감도 없지만, 상대의 경제적 배경과 자신의 사회적 위치 등을 고려하여 콜린스와 정략결혼을 한다. 당대의 통념상 결혼은 신분 상승의 수단으로 쓰였고, 여성에게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였다. 여기에 사랑과 같은 개인적인 요소는 개입되기 어려웠다.

 

하지만 엘리자베스는 상대방의 외모나 경제력, 집안과 같은 외적인 요소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한마디로, 엘리자베스는 정략결혼을 반대한다. 그녀는 자신이나 자기 집안의 경제적 여건을 향상시킨다고 가치관도 맞지 않고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었다. 콜린스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했을 때 이유와 그녀의 거절 이유를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재산 대신 엘리자베스가 요구하는 것은 서로의 애정과 상호존중, 동등한 위치가 바탕이 된 관계였다. 그렇다고 작가 제인 오스틴이 무조건 낭만적 사랑을 옹호하지는 않았다. 엘리자베스의 여동생 리디아가 위컴과 벌인 돌발적인 사랑의 도피행각을 부정적으로 본 것이 대표적이다. 재산과 낭만적 사랑, 그 사이 어딘가에서 결혼은 균형을 맞춰야 한다.

 

엘리자베스와 다아시는 서로에게 좋지 않은 첫인상을 가졌다. 다아시는 그녀의 가족이 천박해서 싫었고, 엘리자베스는 그런 다아시의 오만무례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기다 엘리자베스는 다아시에 대한 위컴의 근거 없는 비난과 루머를 아무 의심 없이 사실로 받아들였으므로, 그녀의 편견은 더 강해졌다. ‘오만은 다아시를, ‘편견은 엘리자베스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아시가 자신의 오만함을 내려놓고 그녀를 진실하게 대했을 때, 그에 대한 엘리자베스의 편견과 오해가 풀렸을 때, 그리하여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관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이 둘은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스토리를 통해 제인 오스틴은 결혼의 중요 조건으로서 애정과 상호존중이라는 매우 현대적인 요소를 부각한다.

 

별 기대 없이 읽었다가 그만 푹 빠져서 읽었다. 1995년 BBC 드라마와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까지 다 보고 말았다. 제인 오스틴의 <이성과 감성> <설득> 등도 읽어봐야겠다. 내친김에 <제인 에어>, <폭풍의 언덕> 다른 여성 작가의 작품도 읽어보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