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은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유명인이 직접 그리는 자신의 삶이라는 이유도 있고, 이를 통해 그 사람의 내면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여기서는 인상적인 자서전들을 추려보려 한다. 


1.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고백록은 '인간의 궁극적 목표인 행복'을 추구하던 한 신학자의 인생여정을 그렸다. 아우구스티누스에게 진리나 하나님이란 행복을 줄 수 있는 분이다. 즉, 하나님에게서 멀어지는 것은 행복에서 멀어짐을, 그 하나님을 찾는 것은 행복을 찾는 과정인 것이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담고 있다. 그가 직접 밝히 고백록의 저술 목적은 자신의 선행을 통해서도 자신의 악행을 통해서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기 위해서이다. 그 신학적 철학적 농도가 매우 높고 자신의 창조론을 전개하는 11~13권 때문에 단순히 자서전이라고만 분류하기에는 어렵지만, 번역은 대체로 위 세 가지가 괜찮다. 그리고 <고백록>을 더 깊게 읽고 싶다면 가토 신조의 <고백록 강의>도 괜찮다. 




2. 프리드리히 니체, 이 사람을 보라 

이 책은 니체가 정신분열증으로 더 이상 일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해지기 직전에 쓴 자서전이다. <차라스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선악의 저편> 등의 자기 저술의 의도와 요지 등을 말하고 있어, 니체 입문서로 좋다. 다만 그럼에도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다.








3. 김산/님 웨일즈, 아리랑

일본 유학, 상하이 임시정부, 황푸군관학교, 고려공산당 활동. 33년의 활동 동안 그는 조선의 독립과 민족해방을 위해 살아왔다. 이 책은 그의 삶의 자취를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님 웨일즈가 김산을 취재하던 당시에 그는 비밀원이었기에, 자신의 모든 정보를 밝힐 수 없었다. 그래서 출신지 등이 틀린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은 <김산 평전>을 통해 보완.

리영희의 추천사도 인상적이다. 





4. 함석헌,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서

독재와 불의에 저항하고 정의와 평화를 부르짖던 한국철학의 거인 함석헌. 사실 그는 사실 실천가라기보다는 산 속에서 칩거하며 명상하는 삶이 더 어울린 분이었다. 그러나 시대의 상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서"라는 고백이 인상적이다. 


<들사람 얼>에는 이 글이 수록되지는 않았지만, 그의 삶을 볼 수 있는 다른 글들이 여럿 실려있다. 




5. 김대중 자서전 1, 2/ 이희호, 동행















신앙인으로서도, 대통령으로서도 존경하는 김대중의 자서전이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그의 삶에 닥치던 숱한 죽음의 위기들과 그 고난 속에서 이를 인내하고 극복하는 그의 삶이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희호 여사의 <동행>도 읽어서, 두 사람의 생애와 기억을 알 수 있다.



6. 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

후쿠자와 유키치는 한 면에서만 평가하기 참으로 어려운 사상가다. 그는 에도막부 말기에 하층 무사 계급의 아들로 태어나, 의지와 능력이 있어도 신분의 제약으로 뜻을 펼치지 못하는 사회에 대해 큰 불만을 가지고 있었고 이 불만은 그의 평생의 사상적 원동력이 된다. 이 책은 그러한 근대 일본의 풍경, 후쿠자와의 미국/유럽 방문기 등 여러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고 간혹 새겨들을 말도 꽤 많다.








7. 정주영, 이 땅에 태어나서

그가 도덕적으로나 인격적으로 깨끗한 사람은 아님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자서전의 내용 중 일부는(사실 다른 모든 자서전도 마찬가지이지만) 비판적으로 교차검증해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만, 소학교 교육도 받지 않은 사람이 한국 굴지의 현대기업을 이루었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여준 경영철학과 도전정신은 본받을만하다. 










8. 헬렌 켈러, 사흘만 볼 수 있다면/자서전














어렸을 적 위인전을 통해서 누구나 다 알만한 헬렌 켈러. 그녀가 20대 시절 자신의 어린 시절을 그린 자서전이 그녀의 에세이 <사흘만 볼 수 있다면>과 함께 묶여서 출판된다.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그녀의 모습과 설리번 선생의 노력. 계속 읽어도 감동적이다. 그리고 문장 하나하나, 그녀가 어지간히도 독서광이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자서전이나 위인전으로는 그녀의 이후의 삶을 알 수 없는데, 도로시 허먼이 쓴 그녀의 전기를 통해서 남은 일생도 알 수 있다. 


9. 김정옥, <나, 살아남은 자의 증언>

2020년 6월 25일에 출간된 한국 연극계의 산 증인 김정옥이 쓴 자전적 소설이다. 등장인물의 이름도 석두라는 다른 이름을 쓰지만, 김정옥의 이야기가 맞다. 전쟁 중, 이념 갈등이 극에 달하던 시대에서 살아남은 그의 증언은, 우리 현대사의 한 모습이다. 











10. 가네코 후미코,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무엇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가>와 <나는 나>는 똑같은 책이다. 제목만 다르게 번역됐을 뿐이다. 박열의 그늘에 가려서 후미코는 박열과 함께 한 동반자, 아내 등으로 기억될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정말 멋지고 존경스러운 인간 후미코를 만날 수 있다.








11. 우치무라 간조, 구안록

이 책도 큰 틀에서 보면, 고백록과 비슷하다. 인생의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자원봉사, 수도원 등 세상을 돌아다니며 참 평안을 구했지만, 간조는 그때마다 번번히 실패했다. 절망에 빠졌을 때 그가 찾았던 곳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였다. 자서전이라기보다는 자전적 신앙 에세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겠다.










12. 마틴 루터 킹 자서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 책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직접 단일한 작품으로 쓴 것은 아니다. 클레이본 카슨이 그가 한 여러 인터뷰들에서 자기 생애에 대해 언급한 부분만을 발췌해 편집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실망할 수 있지만, 그래도 마틴 루터 킹의 숨결을 느끼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13. 이은숙, <서간도 시종기>

무관학교를 세운 이회영의 아내 이은숙이 지은 서간도 종군기. 서간도 지역 독립운동사, 일제강점기의 너무나 소중한 기록이다. 여성의 눈으로 본 역사 기록이라는 면에서도 흥미롭지만, 그것보다도 수려한 문체와 그 안에 담겨있는 그분들의 희생의 삶과 정신에 숙연해지며 경의를 표하게 된다.


서중석, <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과 같이 읽으면 이 시기 서간도 독립운동에 대해 더 풍부히 알 수 있다. 



14. 김시종, 조선과 일본에 살다

재일조선인 시인 김시종의 자서전이다. 그는 남로당 활동과 제주 4.3을 겪으며 일본으로 밀항하여 그곳에서 쭉 살고 있다.  그는 분명히 일본어를 사용하고 있으나 조선인임을 완전히 포기하지도 않았다. 그와 같은 이중언어 작가들을 우리는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남한, 북한, 일본 어디에도 받아주지 않고 경계선에 머무는 자들에 대해 여러 가지 복잡한 질문들이 뒤엉키게 되는 어려운 책이었다. 








15. 미하일 고르바초프, 선택


냉전 완화와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소련 해체의 결정적인 인물. 그가 기억하는 소련의 마지막을 알아보는 것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 마이클 돕스의 <1991>과 비교해보며 읽으면, 얻는 것이 많은 독서가 될 것이다. 









16. 김구, <백범일지>

김구 개인에 대한 평가가 어떻든지, <백범일지>는 한 번쯤은 읽어봐야할 고전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읽어보고 싶은 자서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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