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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사람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윤성원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10월
평점 :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추리작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1998년 발표한 단편 모음집 <수상한 사람들>이 새로운 옷(무려 양장본😍)을 입고 다시 돌아왔다.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인간의 다양한 심리를 비틀어 보여줌으로써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모든 단편이 저자 특유의 색이 짙게 깔려 있어 재미있게 읽어나갔다. 장편 특유의 휘몰아치는 서사는 기대할 순 없겠지만, 단편임에도 뭔가 끊겨버린 서사의 찜찜함이 전혀 없고 이야기 전개가 아주 깔끔하다. 적당한 긴장감이 고조되어 갈 무렵 어김없이 등장하는 특유의 반전은 재미를 배가시킨다.
7개의 단편 중 <달콤해야 하는데>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그건 아마 개인적으로 저자의 작풍 중 가장 애정하는 <용의자 X의 헌신>에서 표현한 사랑의 방식이 이 작품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간단하게 소개를 해보면...
3년 전 아내를 사고로 잃고 딸마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얼마 전에 잃은 노부히코. 그는 무엇보다 달콤해야 할 신혼여행에서 자신의 아내 나오미를 목졸라 죽이려 한다.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으로 나오미를 의심하며 살해하려 하는데... 그녀가 정말 자신의 딸을 죽인 범인이었던걸까?
P.153 상대방을 생각해서 한 행동을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해 톱니바퀴가 거꾸로 돌고 마는 거지요. 그 톱니바퀴를 제자리로 돌리기란 어려워요. 왜냐하면 그러려면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 외에 열등감에 시달리던 한 친구의 섬뜩한 복수를 그린 <등대에서>도 어쩌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흥미로웠다. 친구를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친구라면 하루빨리 손절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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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과는 또 다른 매력의 단편들은 짧지만 탄탄한 스토리 구성과 소소한 반전으로 7편 모두 저마다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낸다. 특히나 탐욕, 증오, 의심, 열등감 등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악한 감정들을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흡입력있는 전개로 들춰내 독자들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 책장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짙다.
평범한 타인을 '수상한 사람들'로 몰아가는 우리 자신이야말로 진짜 수상한 사람들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