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마치 비트코인
염기원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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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마치 비트코인』이라는 제목을 보고 무엇을 말하려는 작품인지 궁금했다. <구디 얀다르크>로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수상한 염기원님이 쓴 책이다. 남자 작가의 글이라서? 방어적인 태도를 지닌 남자가 화자인 책이라서? 무엇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건조하게 사실과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문장이 매력적이었다. 에둘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담담하게 보여지는대로 솔직하게 말해주는 글이 주인공을 더 이해하고 싶고, 주인공의 생각을 궁금해지게 만들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상황에 있는 주인공의 하루는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삶이다. 낯선 서울에서 혼자 한 동의 오피스텔을 관리하며 언젠가 자신도 돈을 모아 오피스텔의 주인이 되어있을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는 청년이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사는지를 읽으며 서울이라는 도시의 삭막함을 느낀다.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 곳곳에서 분주히 살아가는 현대인의 고단함을 느꼈다.

꿈을 좇아 서울을 찾아간 많은 청년들은 그곳에서 희망과 성공만 맛보는 것이 아니었다. 어느 누군가는 경제적 어려움에 힘들어하고, 누군가는 꿈을 이룰 수 없어 좌절한다. 서울의 수많은 집 중에 그들이 살고 있는 방 한 칸. 그 오피스텔을 관리하는 주인공은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관찰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혀 몰랐다. 그 오피스텔에서 종종 자살하거나 다른 이유로 죽음을 홀로 맞이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다. 월세 50만원에 관리비 12만원, 62만원으로 이렇게 풀옵션인 방을 구하는 것은 행운이라는 문장을 보며 서울에서 젊은이들의 삶이 참 팍팍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 주변에서 냄새가 나고, 구더기가 보이기 시작하면 누군가 죽지 않았을까 하는 주인공의 걱정과 함께 그 방에서 일어난 일을 목격하고, 담담히 치울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가슴이 아프다. 게을러 보이게 생겼다는 메모 외에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403호 여자의 죽음. 그녀의 방에서 발견된 아이의 새 신발과 일기장, 가계부. 주인공은 그 일기장을 읽으며 외롭게 죽을 수 밖에 없었던 한 여자의 삶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그는 비로소 엄마의 일방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다시금 느낀다. 책을 보면 온통 노력해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아무리 노력해도 살고 싶은대로 살아지는 삶은 없다. 그래도 지금의 나를 있게 한 부모님과 가족이 곁에 있기에 모두 힘을 내었으면...

 

나는 그녀가 비겁하게 스스로 목숨을 끊고 도망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안다. 한 줄기 빛도 없이 어둡고 깜깜한 터널을 혼자 걷다가 앞에 비친 희미한 불빛을 본 사람은, 그리고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그 불빛이 출구를 알리는 희망의 빛이 아니라 절망을 가득 싣고 나를 향해 달려오는 급행열차라는 걸 알게 된 사람은, 살기 위해 되돌아 뛰는게 아니라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만다는 것을.

 

 

* 몽실북클럽에서 책을 제공받아 개인의 견해를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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