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질량
설재인 지음 / 시공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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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사후세계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이지만 간결하게 말하는 듯 이어지는 맛깔나는 문장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는 평생 타인이 살아야 했던 그 삶의 질량을 몰라. 저 행성에 갈 수 없으니."

서진, 건웅, 서진, 건웅 이렇게 서진이의 시점과 건웅의 시점이 번갈아 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곳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의 세계다. 사는 게 버거워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들만이 이 세계에 떨어져 또 꾸역꾸역 살아가야 한다.생을 마감한 사람들이 사후세계에 모였다.

- 서진, 8쪽

인간이 싫어서 죽었는데 인간관계를 잘 맺어야 이 세계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사실에 서진은 괴로워한다. 사는 것이 무엇일까? 힘들어서 살고 싶지 않다고 내려놓으면 삶을 그만할 수 있는 것일까, 사후 세계가 있을까 이런 생각은 누구나 한번쯤은 해본다. 고민 고민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삶을 그만 두었는데 다시 잘 살아내어 자기 목에 얽혀 있는 실타래를 풀어야 진짜 죽을 수 있다니. 그런데 여기서 서진은 옛 연인인 건웅을 만난다. 분명 자신의 장례식까지 왔던 건웅이인데 여기서 만날줄이야. 건웅과 서진은 동갑내기로 재수생과 질문을 받는 조교로 만났다. 그래서 서진과 건웅은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현재의 이야기와 함께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가 중간중간 나온다. 서진은 건웅을 만났을 시기에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 삶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한다.'라는 서진의 말에 서진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된다. 서울대 옆에 살기 위해 형편이 좋지 않지만 아이들을 끌고 서울로 이사를 온 탓에 열악한 환경에서 살았고 서진은 정서적으로도 편안하지 않았다. 건웅은 돌이켜보며 왜 서진과 서로 헤어졌을까 생각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목덜미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려 나가고, 빠르게 주변 사람들이 사라지고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 중1인 선형이가 사후세계에 온다. 그 어린 아이가 무슨 사연으로 스스로 삶을 버렸을까 모두 궁금해한다.

서진은 남편이었던, 자신의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던 남편 장준성을 여기서 다시 만난다. 남편에게 맞아서, 남편과 그 가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서진은 자신의 고통을 이해해주지 못한 가족에게도 서운함을 느꼈다. 장준성을 만나지 않기 위해서 피한다.

무게와 질량. 무게는 중력가속도의 영향을 받고 그래서 중력 가속도가 클수록 무거워지지만 질량은 모든 행성에서 동일한 값을 가진댔지. 각자에겐 서로 다른 세기의 중력을 가진, 각자의 마음이 머무는 행성이 있어. 아무도 서로의 행성에 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타인의 중력을 알지 못해.

- 323쪽

우리는 쉽게 타인의 삶에 대해서 말한다. 하지만 책에서 말한 것처럼 타인의 중력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남의 삶에 대해 평할 수 없다. 내 입장에서는 나의 짐이 가장 무거운 것 같다. 그래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힘든 것 같다. 이야기가 끝나갈 무렵까지 건웅은 죽은 이유을 알려주지 않는다. 건웅 혼자만의 이야기 속에서 그 이유는 알 수 있다. 실타래는 타인과의 스킨십이 있어야만 풀린다. 힘든 고통을 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선택했던 사람들은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자신을 극복하고 자신을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이겨낸다. 우리의 질량은 나만 알 수 있고, 남의 것과 비교할 수 없는 것이기에 무겁다, 가볍다 나 스스로도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내 스스로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서로를 생각해주는 사람과 함께라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의 견해를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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