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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탁 ㅣ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5
니시 카나코 지음, 임희선 옮김 / 북스토리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원탁>의 주인공은 고독하고 싶은 소녀 우즈하라 고토코로, 고토코라는 이름이 발음하기 힘들어 꼬꼬라고 불리운다. 꼬꼬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세쌍둥이 언니들 리코, 마코, 도모미에 꼬꼬 자신까지 여덟식구가 북적이며 한 집에 살고 있다. 단란해 보이는 가족들 속에서 꼬꼬가 바라는 것은 그저 '고독', 작은 집에서 한시도 찾아올 수 없는 그 '고독'을 바라고 있다. 아무에게서도 이해받지 못하고, 남들과 다른 자기를 주체하지 못해 그저 혼자 세상 한 귀퉁이에서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고 싶다는 꼬꼬. 과연 꼬꼬가 '고독'이 주는 무거움과 의미를 알기는 하는 걸까 괜히 웃음이 피식 나기도 하고, 과연 어떤 방식으로든 맛보게 되는 날이 오게될까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꼬꼬, 다양한 사연과 특징을 가진 꼬꼬의 친구들, 세쌍둥이 언니들, 가족등과의 일등 아주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루하루의 이야기들이 쭉쭉 이어진다. 아주 평범한 일상들이지만 그 속에서 꼬꼬의 엉뚱함과 발랄한 매력이 톡톡 튄다. '고독'을 바랄 때부터 범상치 않다 싶었는데 눈 다래끼가 나서 안대를 하고 온 같은 반 친구 고다 메구미를 부러워 하고, 베트남 사람인 친구 고쿤 부모님의 난민사연에 자신이 원하는 '드라마'가 여기 있다고 아찔해 하기도 한다. 어려운 단어들이나 써두고 싶은 문장들을 자신의 소중한 '자포니카 자유공책'에 써 두기도 한다. 그 공책을 살짝 엿봐도 무슨 내용인지도 잘 이해할 수 없어서 웃기기도 했지만, 그건 꼬꼬만이 이해할 수 있는 꼬꼬만의 세계일테니까.
우리도 꼬꼬처럼 아직은 순수한 아이들였을 때 공책에든 마음에든 저마다의 작은 세계들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 이제는 다 잊어버렸지만,아마 훌쩍 커버린 지금에서는 이해할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그런 오묘하고 신비하기도 한 그런 작은 세계들을 조금씩 구축하며 성장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누구보다 특별해 지고 싶고, 어른스러운 누군가를 동경하기도 하고, 가끔은 혼란을 겪기도 하면서 꼬꼬가 친구들과 함께 책 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꼬꼬의 작은 성장기를 통해 그 시절의 나를 생각해 보게 됐다. 과연 그때의 나에게도 꼬꼬처럼 엉뚱 발랄하고 귀여운 매력이 있었나 싶지만~~
제목에서 말하는 꼬꼬네 거실에는 있는 망한 중국집에서 가지고 온 빨간색 원탁. 모두 한데 모여 밥을 먹는 이 원탁은 꼬꼬가 원하는 '고독'을 가장 느낄 수 없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집에서 생생하게 살아있는 곳이자 뜨끈한 밥과 가족들이 함께 하는 가장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처음엔 어땠는지 몰라도 마음이 조금 더 성장한 꼬꼬에게 진한 가족애가 묻어있는 그 원탁의 소중함이 더 크게 와 닿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원탁이 꼬꼬의 성장 지표가 되지 않았나 하는 그런 생각. 그리고 우연히 검색을 통해, <원탁>이 영화화 되어 부천국제 판타스틱영화제에서 <원탁의 가족>이란 이름으로 상영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귀여운 꼬마 아시다 마나 주연이라니, 기회가 된다면 영화도 꼭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