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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무레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카모메식당>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원작소설까지 읽고 났더니, 소박한 음식이나 식당을 소재로 한 소설들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괜히 한번 더 관심이 가고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 져서 책을 뒤적여 보게 된다. 그리고 이런 류의 소설들은 잔잔한 힐링계의 소설들이 많기 때문에
더 반기는 것도 이유중의 하나. 책을 먼저 알기 전에 이미 동명의 일본드라마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원작이 있다는 것에 놀랐는데, 그게
또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카모메 식당>의 작가인 무레 요코의 또 다른 소설이라니 꼭 읽어봐야 겠다고 생각했다.
엄마와 단둘이 살아가던 쉰세살의 아키코는 급작스럽게 엄마의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고 얼마 후, 편집일을 하던 출판사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경리부로 발령이 나면서 고심끝에 아키코는 일을 그만두게 된다. 계속 문을 닫아두기에도 엄마가 그 동안 쭉 해오던 가게를 다시 열기로 결심하고,
조리사 자격증을 따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가게를 꾸며서 다시 가게를 시작하게 된다. 소박한 샌드위치와 스프와 샐러드등의 메뉴로, 일을 도와 줄
시마씨도 뽑게 되고, 가게를 연 후 얼마 되지 않아 빗속에 떨고 있는 고양이 타로를 만나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게 된다.
시마씨와 재료를 다듬고 이야기도 하고, 손님들이 먹을 음식을 정성껏 준비하고, 자신의 소신대로 가게를 꾸려나가고 일을 마치고 나면 가게
위에 있는 집으로 올라가서 고양이 타로와 함께 하는 나나들. 아주 소소하고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들로 제목처럼 빵과 수프와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들을 보내고 있는 아키코. 그녀의 생활처럼 잔잔하고 조용하고 소박하고 편안하게 이야기가 흘러간다. 자극적인 조미료나 소금을 뿌리지 않은
듯한 담백한 느낌의 일본 가정식 같은 느낌으로 말이다. 손님과의 유대나 소통보다는 아키코 자신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중점을 이루기 때문에
아키코의 하루하루를 함께 하고 있는 듯한 즐거움이 있다. 그리고 조금이지만 '상실'에서 오는 아픔이 살짝 묻어있기도 하다.
이런 아키코의 삶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킨 일이 바로, 엄마를 찾아왔던 다나카씨로 부터 아버지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되고 그녀에게
있다는 이복오빠의 소식을 듣게 된 일이다. 자신도 모르게 오빠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는데, 막상 확실하지도 않은 자신의 존재를 밝힐 수가 없어
그저 지나가는 사람인 것처럼 잠깐의 대화만으로 발길을 돌리는 아키코의 모습이 조금은 짠하게도 느껴지기기도 했다. 아키코는 나름대로 자신의 생활을
즐기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그녀에게 '가족'이라고 제대로 부를 수 있는 존재가 고양이 타로 밖에 없었기 때문에 조금은 외롭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인생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문득문득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밀려오기도 하고 고민을 나누고 힘든 몸과 마음을 기댈 누군가가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나 혼자만의 기우. 물론 그녀는 전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책을 읽고 나서 4편으로 이루어진 일본드라마를 우선 1편만 보았는데, 글로만 만나고 상상했던 가게와 아키코와 타로,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인 시마씨를 만나게 돼서 즐거운 마음. 책의 이야기와 같게 또 다르게 어떻게 드라마가 이어질지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 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낸다.
오늘은 우리 가게를 찾아주었지만 날로 바뀌는 유행을 좇아 내일은 그냥 지나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건 또 그때 생각할 문제다. 시마씨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하니 경영에도 신경 써야
할 책임이 있지만, 가게 운영이 힘들어진다 해서 질을 낮추거나 세상의 흐름에 맞춰
메뉴를
바꾸고 싶지는 않았다. -p58
- 아키코는 가게 일을 하지 않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했다.
젊었을 때는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거나 선물을 받는
이벤트가 즐거웠다.
하지만 나이를 이렇게 먹고 보니 일상 속의 소소한 부분에서 행복을
느끼게 됐다.
아키코는 작은 일에 행복을느끼는 자신에게 만족하면서
머리에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꼬박꼬박 졸고 있는 타로를
바라보았다. -p116
- ...그리고는 불쑥, 산더미만 한 파도같은 슬픔이
밀려온다. 보통 때와 다름없이 생활하다가도 어쩌다 틈이 생기면큰 파도가 밀려온다. 그 파도가 덮칠때는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그래도 파도가 지나가고 나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슬프지만, 현실을 받아들이고 열심히 살아가자고 다짐한다.
그러나 큰 파도가 밀려오면, 도무지 버틸 재간이
없다.
눈물에 푹 잠기는 수밖에 없다. -p201
- 둘이서 키득키득 웃었더니,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사소한 일에도 같이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p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