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분명 비를 맞은 것 같은데 아무도 호응해주지 않았다.
비인 것 같은데 우기지는 않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밖은 온통 비다.
'봐 비 맞잖아.'
어제 바람도 그랬고 달무리도 그랬고
피부에 닿은 선명한 그 감촉이
비라고 말해줬는데...
오늘은 비가 정말 장마같이 오는구나.
장마라지만 그동안 장마 같은 장맛비가 내리지 않아서 말야.
기후변화로 장마도 예전같지 않아서 말야.
나 요즘 혼란스럽다.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모든 것이 거짓인 것 같고
아무 것도 아무말도 하기 싫어.
누가 그렇다고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내가 그렇게 느껴져.
그래서 가만히 두고보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은 아닌가봐. 시간이 더 필요한 걸까.
난 내가 자유분방하다고 생각했어.
틀을 싫어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아닌가봐. 오히려 다른 사람들보다 단단한 틀을 가지고
싫은 것은, 마음에 조금이라도 들지 않는 것은 사정없이 내치고
생각하는 것도 딱딱하고 고루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두눈
남의 말을 듣지 않는 두귀
좀체 열리지 않는 입.
사춘기도 아닌데..정체성 유실상태인 거야?
혼란스러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