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의 단편 어느하나 지워지지 않을 듯 한 느낌. 이 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것은 <몫>과 <답신> 이었다.


<몫>에서는 정윤과 희영의 심리를 알것 같으면서도 모르겠고 모를것 같으면서도 알것 같은 느낌.

˝글쓰는 일이 쉬웠다면, 타고난 재주가 있어 공들이지 않고도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면 당신은 쉽게 흥미를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어렵고, 괴롭고, 지치고, 부끄러워 때때로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밖에 느낄 수 없는 일, 그러나 그것을 극복하게 하는 것 또한 글쓰기라는 사실에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다. 글쓰리고 자기 한계를 인지하면서도 다시 글을 써 그 한계를 조금이나마 넘을 수 있다는 행복, 당신은 그것을 알기 전의 사람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희영의 바람대로 당신은 희영의 장례를 치르고 사람들에게 메일을 썼다. 그 사람들 중에는 정윤도 있었다. ‘정윤 언니에게 전해줘.‘ 희영은 당신에게 보내는 메일에 그렇게 썼다.
‘언니, 내가 언니에게 관대하지 못했던 것을 용서해요. 그렇게 사랑하고 싶었으면서 사랑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 , 편지들에 답하지 않았던 거 미안해. 아주 오래 보고 싶었어요. 잘지내요.‘˝




<답신>에서는 조카에게 쓴 편지이지만 보낼 수 없는 편지이다. 언니에 대한 미안함과 증오가 함께 있는 복잡한 마음.
나 역시 다른 사람에게 ‘판관‘으로 살아왔던 부분이 있다. 내 판단으로 정죄하고 내 잣대로 사람을 재단하고. 나이가 들어 좀더 둥글둥글 해지고 ‘그려려니‘하고 사는 부분이 많다. ‘그래도‘가 들어가면 아직까지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이 있는것이니..


˝언니가 선물해준 오리털 파카를 정리하면서 나는 내가 춥지 않기를 바랐던, 얼마 되지 않는 시급을 모아 최대한 따뜻한 옷을 고르려고 했던 언니의 마음이 사라지지 않고 내 안에 남아있는 걸 발견했어. 내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종일 불편한 구두를 신고 서서 일하던 언니의 마음을 어림해 봤어. 그게 사랑이 아니었다고, 나는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받지 못했다고 생각할 자격이 내겐 없더라. 그런 나는 언니에게 어떤 사랑을 줬나. 나는 내게 물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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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인 고원택, 허필진, 오선혁이 수련회에 온 타 학교 동급생을 살인하고 시신을 묻었다. 그 학생은 실종으로 처리가 된다. 그 후로 9년이 흘러 사건의 삼인방중 하나가 살해가 되고 차례차례 살해 당한다. 왕따를 시킨 사람도 살해를 당한다.

9년전에 한명이 죽었지만, 그로 인해 죽은 사람은 살해당한 가족 2명과, 가해자 4명이 죽었고 잠재적 자살자 1명까지 총 7명이 더 죽게 된다.
살인, 사고는 해당자만이 죽는게 아닌 그 가족까지 영향을 미치기에 한명으로 그치지 않는것이다.

마지막장에 ˝대체 우린 누굴 죽인 걸까?˝ 라고 했는데, 그건 바로 본인 자신과 살해당한 사람과 그 가족들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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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고 모르고 있는 더티워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된 책. 여기서의 더티는 물리적 오염이 아닌 도덕 또는 윤리의 위반을 뜻하고 있다.

이 책에도 나와있지만 힘이 있는 자는 더티워크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이 높지만, 힘없는(주로 경제력) 사람은 더러운 일에서 좀처럼 빠져나오기가 어렵다.

경제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근무 하고 있는 교도관, 도살장의 노동자 그리고 최첨단 살인 작전에 투입되는 드론 조종사, 그리고 시추선 노동자들. 여기서 의외의 노동자로 드론 조종사를 알게 되었다. 화면으로 살인을 하는 직업이라고는 생각을 못했었다.

경제력 뿐만 아니라 정신적, 감정적으로 힘든 더티워커들. 거기에 더해 더티워커가 지는 부담에는 낙인, 죄의식, 존엄성 상실, 자존감 저하 등이 있다.

나를 포함한 ‘선량한 사람들‘은 더티워크가 암묵적 동의에 기초한 노동이라 생각해 왔고, 그 결과물을 당연하듯 혜택을 누리며 살아왔다.

일단 내가 실천할 수 있는 고기먹는거 부터 줄이자………….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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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티워크는 그 일을 하는 개인만을 더럽히지 않는다. 그 사람이 속한 가족과 지역사회 전체를 더럽히고, 그가 만나고 교유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과 기억에 오래도록 흔적을 남긴다. 과밀하고 폭력적인 교도소에 사람을 가두는 더러운 노동은 교도관만이 아니라 그들의 배우자와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헬파이어 미사일이 사람을 조각내는 장면을 지켜보는 불결한 일은 가까운 가족이 죽었다는 소식에도 둔감한 사람을 만들어낸다. (P.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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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과 동성애와 유대인의 차별과 폭력에 관한것을 말하고 있다.
극심한 폭력이나 공격, 마찰의 상황은 거의 없지만 고상한 척 하면서, 아닌척 하면서 남의 사생활을 뒤에서 씹어대며 극한으로 몰고가는 사람들.

파디가티 의사가 델릴리에르스와 언제 관계가 시작됐는지 모르지만, 이등칸을 계속 탔으면 저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베네치아에서 페라라로 이주 해온것은 단지 가족의 비극때문에 온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지만 책을 덮고나서 생각을 해보니 베네치아에서 페라라와 같은 상황을 겪었다면 조심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런 이유가 아니었기에 페라라에서 비극을 맞이 하지 않았을까.

계급과 신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갖고 있는것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내가 속해 있는 곳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여러가지로 씁쓸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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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산문, 그림, 음악을 주제로 이야기 하는 형식인데 맨 마지막은 독자들에게 러브레터를 보내는 그런 느낌.
플러팅 하는 작가 ㅋㅋ

아밀 작가는 그냥 응원하게 되는 작가.
지난번에 <너라는 이름의 숲>은 좀 실망 스러웠지만 이번 책은 좋았다.

이번에 새로운 정보를 얻게 되었는데, 나만 모를수도 있는것이겠지만.

엘스시네마 elsecinema.com , 에리카 러스트 감독에 대해 알게되었다. 페미니스트 포르노 라니.

언젠가, 정~~~~말 시간이 많이 남고 할일이 없으면 가입해서 한번 볼 수는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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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었어. 네게 말할 게 생겨서 기뻐. 창문을 열어봐, 지금 우리가 같은 풍경을 보고 있네. 네 어깨에 꽃잎이 내려 앉는다면, 그게 나의 마음이야...(p.75)

지금 당신은 내가 어둠 속에서도 방향을 가늠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는 달빛같은 존재이지만, 당신이 내 곁에서 사라진다면 나는 당신의 흔적들 사이에서 방황하다 영영 길을 잃을지도 몰라요. 그러니까 내 곁을 떠나지 말아요.(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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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2024-07-17 1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걸 읽으면 아밀작가의 전작을 용서하게될까...?

placebo 2024-07-17 13:24   좋아요 1 | URL
용서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