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해지는 기분이 들어 - 영화와 요리가 만드는 연결의 순간들
이은선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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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영화 속 요리를 소재로 삶의 태도를 이야기해보는 에세이. 영화 전문 기자인 이은선 작가의 취향이 듬뿍 들어가 있어 귀엽고 포근하고 따듯하다. 원래도 에세이 중에선 저자의 직업 혹은 정말 사랑하는 분야에 대한 큰 주제가 있는 에세이를 좋아한다. 이 책엔 직업, 사랑하는 것, 작가의 친절한 문체, 사랑스러운 일러스트까지 있으므로 좋지 않을리 없다. 띠지 속 한예리 배우의 추천사에 깊은 공감을 표한다. 다른 게 아니라 이런 것들이 힐링이지!



영화를 좋아한다면 반가운 얼굴들을 종종 만나볼 수 있다. 내가 본 영화의 감독, 배우와 저자의 친목과 일화가 나올 때면 괜히 허리를 더 꼿꼿이 세우고 좀 더 집중하는 자세로 읽게 된다. 나의 경우에는 딱 보통사람들만큼 영화를 좋아하는 일반인이기에 저자를 미리 알고 시작한 독서는 아니지만, 저자의 다른 인터뷰나 글을 찾아보고 싶어질 만큼 매력적이었다.보지 않은 영화도 많이 언급되었지만 낯선 영화가 나와도 읽기 어렵지 않다. 영화를 좋아해 책 속의 영화를 많이 접해본 독자라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도 있을 듯.



책의 만듦새가 참 단정하고 귀엽다. 책장에 꽂기도, 가방에 넣어 들고 다니기에도 딱 좋은 사이즈. 기왕 띠지를 이렇게 귀엽게 디자인 할 거였다면 작가의 원픽 음식이 그려졌어도 좋았겠다. 뒷면 책갈피 쪽을 보니 사랑하는 이경미 감독님의 에세이도 있다. 지난번에 독립서점에 갔다가 한 번 봤는데, 그게 아르테의 에세이 시리즈 중 하나인가 보다. 다음에 꼭 읽어봐야지😙



덕분에 다음부턴 영화 속의 음식을 좀 더 유심히 보게 될 것 같다. 다음엔 책에 언급된 영화를 하나 골라 볼까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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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수집가 활동을 통해 출판사 아르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후문 쪽에 높은 담벼락이 있었고, 쉬는 시간마다 나를 포함한 여자아이들이 교복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입고 달려 나가 담벼락 밑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느라 야단이었다. 그땐 왜 그렇게 달려 다녔을까? 화장실도 달려가고, 계단도 달려 내려가고, 매점도 달려가고, 하여간 체력이 남아도는 시기였다. - P97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목격한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랐고, 거기에서 느껴지던 옅은 위화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대부분의 어린이 캐릭터는 어른의 세계에 어쩔 수 없이 휘말려 초대된 손님이나 어른을 각성시키는 최후의 배경처럼 복무하고 있었다. 아이만의 오롯한 서사와 감정은 거기에 없었다. - P119

이 다음 아델이 엠마의 친구들에게 볼로네제를 만들어 주는 장면에서는 더욱 처참한 마음이 된다. 아델은 엠마와 친구들의 고상한 대화에 끼지 못하고 어색하게 웃으면서 소스나 뒤적거리고 있다. 가난은 세상의 유려한 지식과 아름다운 경험에서 사람을 소외시킨다. 그것이 가난의 가장 공정하지 못한 점이다. - P167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세상 모든 관계처럼 사랑 역시 어느 정도 권력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인 것 같다. 감정을 전제로 하지만 연애에서도 이기는 자와 지는 자는 존재하고, 따라서 우리는 문득 궁금해지곤 한다. 나와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서 관계의 우위는 누가 점하고 있는지, 더 많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매번 내가 지는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사랑은 거래가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나만 밑질 순 없다는 못생긴 생각이 고개를 들이밀곤 한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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