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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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읽었어요. 한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로 나아가는 삶의 태도가 마냥 무겁지 않고 ‘재밌어요’. 의외로 말랑할 때도 있어서 놀랐어요. 말 그대로 한국과 정치, 현대인의 사유를 한데 묶어 위트있는 문체로 풀어나갑니다. 김영민교수의 책이 처음이라면 더욱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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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고비에 꼭 만나야 할 장자
이길환 지음 / 이든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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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유한성’과 ‘지혜의 무한성’을 깨닫자, 인생의 모든 기준이 ‘남’에게서 ‘나’로 되돌아옵니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도의 마음, 삶은 영원하지 않다는 진리를 깨닫고, 무한의 지혜를 온전한 삶 속에서 찾아야 한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p236

#마흔고비에꼭만나야할장자
#이길환
#이든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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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하게 다가오던 서른과 달리,
마흔은 조용히 숨죽이고 있다가
어느 날 느닷없이 다가와 나를 끌고 갔다.
문득 뒤돌아보면 마흔이고
저 멀리서 이미 쉰이 손짓을 하고 있다(소오름!)

사회에 나와 자리를 잡고 일에 대한 열정도 활활 타오르기 시작한 서른과 달리, 어느 정도 일에 대한 연륜이 쌓이고 중요 직책에 오르기도 하고 자신의 분야에 대한 나름의 삶의 기술이 쌓여가고 있음을 느끼는 나이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만하기도 쉽고 지치기도 쉬운 나이.

조용하지만 사뭇 거대한 이 마흔이라는 나이,
어른이 된 이후에 겪는 사춘기가 있다면 바로 이 나이가 아닐까. 이만큼 살았으면 어떤 삶의 이치나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게 아닐까? 나는 왜 아직도 늘 부족하고 어린아이 같을까. 뭔지도 모르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박감, 그와 반대로 지쳐가는 마음이 공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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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자꾸 흔들릴까? ”
마흔을 위한 따뜻한 쉼표, 장자를 만나다

장자의 철학은 접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이렇게 맞는 말, 바른 말을 ‘착하게‘ 하는 사람이라니.
그 시대에도 인생을 한없이 긍정적으로 살아간 정신 승리의 대가가 장자이다.

✔️ 그의 사상의 핵심은
“ 세상 모든 만물은 상대성에 의해 존재한다. 그러니 이것은 곧 저것이 될 수 있고, 저것은 곧 이것이 될 수 있다. ” 이다.
만물의 상대성, 같은 상황도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그의 철학은 저마다 타고난 본성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기에 ‘옳음’과 ‘그름’의 분별은 사라지고, 다툼의 여지는 줄어든다고 전한다.

정해진 틀 안에 갇힌 생각 속에서는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에, 괴롭겠지만, 불안하겠지만, 그래도! 나도 모르게 그어버린 마음의 모든 선을, 바운더리를 지우고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라고 한다. 그 세상은 익숙한 배경속에서도 새로운 이치로 다가올 것이다.

마음이 힘들고 지칠때, 누군가의 조언이 듣고싶고 어딘가 기대고 싶을 때, 장자의 철학은 조용하고 포근한 품을 내어준다. 책 한 권을 읽고 난 느낌이 ’포근한‘ 철학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장자의 철학을 한 번 더 곱씹어 부드럽게 풀어낸 이길환작가님의 필력이 다 했지만, 좋은 기회에 마음을 단단하게 해줄 철학을 만나서 더 없이 기뻤다.

+ 딸에게 전하는 따뜻한 말들로 기억되었던 작가님이
이렇게 장자의 철학으로 멋진 ‘인생 교본’ 선물해 주셨다.
한 사람의 성장과 성취가 바로 내 눈앞에서 펼쳐진다.
그의 책을 읽고 사유하고 내 삶 속으로 투영하며
매 순간 배울 점을 깨닫는 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늘 감사합니다, 건승하세요! @gi_hyun1267

+ 문장들,

스스로 빛나는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를 만들지 않습니다. 오직 주변을 밝혀 빛이 도달하는 곳의 형상을 가늠하고, 그 물체의 그림자, 그리고 망령을 만들 뿐입니다. 그렇게 자신만의 빛을 되찾아 누군가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 157

넘치는 지혜, 고민, 걱정, 불안과 같은 감정들이 마음속에 꽉 들어차 있을 때, 그렇게 빛이 들어서지 못하는 마음에는 사람이 찾아와 머물지 않습니다. 소중한 사람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서 매일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비우기 어렵다면, 마음 한편에 공간을 마련해두고 그곳에 잠시 짐을 옮겨 두십시오.
| 196

마흔은 자주 흔들립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닌, 이리저리 내달리는 마음을 중심으로 불러들이는 힘을 기르는 일 입니다. 중용을 지키는 자세는 치우치지 않는 삶을 이끌고, 어떤 생 각도 받아들일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게 합니다.
| 215,나는

#장자 #철학책 #인문학 #책추천 #독서기록 #책밤
by Hed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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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 무심코 쓰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 이야기
태지원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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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편을 나눌까?
원시시대에는 생존을 위해 아군과 적군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고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차별은 어떻게 보면 게으름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복잡한 판단의 과정을 생략하고 이미 익숙해져 있는 사회적 통념이나 고정관념으로 일단 선을 긋고 검증되지 않은 ‘생각의 틀’을 만든다.

그 안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차별의 씨앗들.
우리는 알게 모르게 그 씨앗들에 양분을 공급하고
때에 맞게 물을 주며 무럭무럭 자라도록 돌보고 있다.

문제는 그 차별의 씨앗들은 너무 평범하고,
너무 일상적이며, 차별을 인지하기도 전에
상대방에게 날아가 비수가 되어 꽂힌다는 점이다.

“그래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야 사람이 철든다.”
“아빠(엄마)가 있어야 애가 제대로 큰다.”

남자와 여자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정상’이라는 생각의 틀 안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거나 아이를 낳지 않으면 비정상으로 간주된다. 표면적으로 드러나게 말하지 않더라도 관념적으로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이렇게 바꾸어 말하면,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모두 불행한 삶을 사는 것 같다.”

이제 정상가족이었던 부류는 모두 불행한 사람이 됐다. 편 가르기와 차별, 혐오는 이렇게나 간단하다.

“ 정상에 속하라는 주문 ”
“ 결혼과 출산이라는 정상의 길을 택하지 않았으니, 불편한 말 몇 마디는 감내해야 하나. ”

“ 인간은 누구나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 성취와 좌절을 겪고, 각자의 사연을 품은 채 살아가는 존재다. 그러나 고정관념의 틀 안에서 개인은 파편화된다. 상대의 서사와 맥락은 제거되고 때로는 인격과 감정도 계량화되고 범주화된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숫자나 도구로 취급받으며 차별과 혐오를 감내해야 했다. 편과 장벽을 가르는 말은 이렇게 생겨났다. ” | 5

✔️ 익숙하지만 사람 사이의 편을 가르는 8가지 단어
— 정상, 등급, 완벽, 가난, 권리, 노력, 자존감, 공감

그 안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행해왔던 틀에 갖힌 생각들을 보여준다. 읽으면서도 미처 인지하지 못한채로 잘못된 말을 서슴치 않았던 일들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곤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하나 의문이 들기도 했다.

인간의 삶이란 그렇게 평균화, 획일화 될 수 없다.
개개인의 삶은 비슷한 점이 있을수는 있지만 어느 누구 하나 똑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없다. 그 차이를 모두 아우르기 위해 평균을 구하고 어떤 구획을 짓는데 그 평균값 위에는 앉혀지는 표본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평균이라는 것 자체가 편의에 의해 상향되거나 의도를 갖고 조정되기도 하여 그것 자체로 판단의 기준이 되기에는 미흡하다. 그럴수록 인간은 하나하나의 텍스트라는 말이 마음에 남았다.

각자 삶의 맥락과 이야기를 품은 텍스트.
아무리 정독해도 늘 오독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가끔은 마음속 관성에 의해 새로운 텍스트는
읽지 않은 채 밀쳐두고 싶어지는,
인간이라는 텍스트

“ 우리의 자아가 타인과 만남을 갖지 못한 채 고립되어 있다면 조각은 영원히 맞추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관성을 물리치고 새로운 책장을 펼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타인이라는 텍스트를 읽으려는 노력, 그 지점에 서야 비로소 열리는 시선과 세계가 있으니까. ” | 274

갖혀있던 생각을 깨워주는 글은 읽는 것 만으로도 새로운 나를 마주하게 한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나의 삶, 나의 텍스트가 한 순간에 변화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인지할 수 있다. 나의 생각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는 것을. 페이지를 넘기듯 못난 생각과 못난 마음에서 벗어나 나는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읽어나간다.


+ 도서 제공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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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삶을 사랑할 것인가 - 무의미한 삶을 지탱하는 10가지 깨달음
마이클 노턴 지음, 홍한결 옮김 / 부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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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을 사랑하는 가장 특별한 방식, 리추얼 ritual

#어떻게이삶을사랑할것인가
#마이클노턴
#부키 @bookie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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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해진 아침, 간단하게 주변을 정리를 하고 오늘의 원두를 고른다. 원두가 담긴 봉투를 열어 깊게 한 번 원두의 향을 마시고, 20g을 계량하여 분쇄기에 넣어 갈아낸다. 천천히 원을 그리듯 물을 부어주면 또르르 커피가 내려온다. 이제 온 집안에 따뜻한 커피 향기가 가득하고, 다 내려진 커피를 예쁜 잔에 담아 자리에 앉는다. 첫 모금에 온 몸으로 퍼지는 커피의 온기를 느끼며, 수고롭지만 오늘도 직접 내리길 잘했다고 나를 다독인다. 커피의 맛도 물론 중요하지만 온 집앞에 퍼지는 따뜻한 커피의 향을 나는 더 좋아하는 것 같다. 이 순간이 나에겐 ‘리추얼’이다.

☕️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것 자체는 ‘습관’이다.
하지만 원두를 고르고, 커피의 향을 느끼며 정성스럽게 내려서 마시는 커피는 ‘리추얼’이다.

✔️ 습관은 ‘무엇을’ 하는가
✔️ 리추얼은 ‘어떻게’ 하는가
: 그 행동에 부여하는 감정과 의미를 모두 담아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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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습관을 갖는 것은 삶을 자동화하여 번거로운 일도 나의 뇌가 일일이 판단하여 실행하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여 척척 해낼 수 있게 해주고, 대신 그 에너지를 다른 곳으로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게 돕는다.

그리고 여기에 리추얼이라는 ‘감정유발제’를 더해주면,
그 순간의 감정이 함께 기억되어 내가 행복을 느꼈던 순간, 희열을 느꼈던 감정이 나의 반복되는 행동과 함께 각인되어 좀 더 다양하고 깊이있는 방식으로 삶을 이해하게 한다.

’삶을 생동하게 하여 한층 더 풍요롭게 마법처럼 변모시킨다.’
|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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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왜 중요할까?

내가 품고있는 감정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납작한 종이같은 기억이 감정으로 인해 길이, 너비와 깊이를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감정의 다양성으로 삶이 더욱 풍부해지면서 전반적인 행복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행복, 즐거움, 사랑과 같이 긍정적인 감정 보다는
그것이 슬픔이건 분노이건 상관없이
경험하는 감정의 다양성과 풍부함이
삶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게 발전시키는 것이다.

-
아무리 복잡하고 수고로운 일일지라도 나만의 리추얼을 통해 주변 환경에 나름의 정성을 들이고, 삶의 경험에 더욱 주의를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리추얼의 형식에 얽매여 복잡한 리추얼 루틴에만 사로잡히는 것은 리추얼의 본질이 아니다.

✔️ 리추얼을 통해 행동하는 것이다.
리추얼을 발판삼아 더욱 나아지는 모습으로
내가 변화하고 성장하는 것.
그리고 내가 성장했음을 스스로 느끼고
그것으로부터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우리가 리추얼을 추구하는 이유이다.

“ 인생의 모든 순간에 가치를 더할 수 있다면
삶은 더 이상 괴롭지 않다. ”

우리는 늘 불안에 시달린다.
소리없이 엄습해오는 어둠을 이겨내는 것은 나를 성장시키는 습관과 무의미한 삶의 연속일지라도 그 안에서 스스로 끊임없이 의미를 만들어낼 줄 아는 지혜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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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
여기 우리가 함께 읽는 것은 단순한 읽기라는 행위를 넘어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더 깊은 지혜를 얻고 미처 알지 못했던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들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다.

우리는 그 과정 위에 서 있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연대하는 것은
개인의 독서라는 습관을 넘어
함께 읽는다는 연대의 힘을 체감하게 한다.
우리는 늘 리추얼의 기적을 경험하고 있다.

+ 문장들,

삶을 사랑하는 것은 단 하나의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루어진다. 이 사랑은 우리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평행선을 걸을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그렇게 사랑은 반복적이고, 때로는 작고 사소한 의식을 통해 깊어진다. 그러한 의식, 즉 리추얼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사랑하는 가장 특별한 방식이다. | 12 프롤로그

리추얼은 실컷 울어도 좋다는 허락일 수도 있고, 분노를 발산할 기회일 수도, 경외감과 신비감을 느끼는 계기일 수도 있다. 나는 리추얼이 인간이 가진 폭넓은 감정 레퍼토리를 소환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도구 중 하나라고 본다. 우리는 리추얼을 통해 즐거움과 신비감과 평온감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개인 위생 관리, 집안일, 매일 하는 운동 같은 평범한 활동을 자동화된 경험에서 생동하는 경험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 48

어떤 리추얼도 우리는 단번에 록 스타나 천재로 만들어줄 수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재능과 능력의 한계, 그리고 연습의 반복이라는 현실과 부딪쳐야 한다. 그러나 리추얼의 힘을 활용해 긴장을 다스리고 그동안 힘들게 쌓은 실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 에롤 모리스의 말처럼, 수행 리추얼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이상의 무엇’을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우리가 무대에 올라 빛을 발할수 있도록. | 100

우리는 살면서 끊임없이 변화한다. 자라고, 배우고, 나이 먹고, 성숙해진다. 또 우리는 의도적으로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런 변화 중에는 쉬운 것도 있다. 하지만 큰 변화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 기존의 모습을 부수고 파편을 모아 새 모습으로 재탄생하는 과정은 아름답다. 그 결과는 노력하고 분투한 만큼 더 의미 있고 참된 모습일 것이다. | 148

리추얼은 그런 어둠의 순간, 또는 어둠의 세월에서 우리를 이끌어내는 빛이 될 수 있다. 통과의례는 우리를 변화시킨다. 다른 누구 또는 다른 무엇이 되고자 하는 우리 내면의 근본적이고 영속적인 욕구가 충족될 수 있게 해준다. 스스로에게 그리고 세상에, 우리가 진정 어떤 사람인지를 각인시킬 수 있게 해준다. | 161

비록 거창한 로맨스의 한 장면처럼 보이지 않을지는 몰라도, 함께 장을 보고 메뉴를 정하는 것 같은 소소한 경험도 리추얼화될 수 있으며, 두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짜임새와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다. 공원을 산책하거나 집 앞 계단에 앉아 와인 한 잔을 즐기는 것처럼 더 없이 평범한 리추얼도 매주 반복되면 마법 같은 순간을 선사할 수 있다. 마법을 만들어내는 비경은 같은 마법책을 함께 보는 것이다. | 186

+ 도서 제공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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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정해연 지음 / &(앤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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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의 가치와 죄의 무게 ”
이제부터 우리는 깊은 생각의 늪에 빠질 것이다.
70대 노인 운전자의 차에 치인 10대 소녀가 사망했다. 사고 현장에서 즉사 했으며 사고를 낸 운전자는 불구속 기소 상태다.

/ 김혜정, 사고를 당한 아이의 엄마
여느 때와 같이 아침 도시락을 챙겨 학교에 갔던 아이가 오전 10시경 별안간 서늘한 주검이 되어 나타났다. 내 아이가 죽었다. 찡긋 하는 웃음이 찬란했던 내 아이가 가슴이 짓눌리고 피를 토하며 죽었다. 결코 그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 잠을 자고 싶었다.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꿈일 것만 같았다. 무슨 낮잠을 그렇게 자느냐며 연희가 웃어줄 것 같았다”, p40

/ 노균탁, 가해자
저렇게 예쁘고 찬란한 아이가 죽었다. 그저 나를 덮쳐오는 무언가를 피해 핸들을 꺾었을 뿐인데. 분명 나는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기억이 희미해져도 피를 내뿜던 그 아이의 얼굴만은 생생하다.

하지만 현실은, 사고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은 합의금을 내고 풀려나거나, 징역 1-2년이 고작이다. 내 아이가 더 이상 펼쳐보지도 못한 꿈을 뒤로하고 죽었는데 세상은 이 돈을 받고 다 잊으라고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뚜렷이 들어나는 상황에서
누가 옳고 그른가에 대한 정답이 있을까?
우리는 어떤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정해연 작가는 양쪽 모두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기록하고, 그 덕분에 우리는 그 안에서 더욱 더 흔들린다. 피해자의 엄마 김혜정의 무례함은 자식이 앞서 보낸 사람이기에 늘 이해받아야만 할까, 가해자 노균탁은 운전을 하고싶지 않았다. 자신이 없었지만 해야만 했고 결국 비극이 일어났다.

✔️ 정답은 없다.
하지만 분명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글이다.
다 읽고나면 마치 숙제를 한아름 받은 기분이다.
선과 악, 옳고 그름의 판단 기준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 #홍학의자리 를 워낙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 작품도 눈여겨 보았는데, 짧은 분량이지만
등장인물의 감정을 세심하게 표현하여
양쪽의 입장에 모두 푹 빠져서 읽었다.
어느 한 쪽을 지지할 수가 없다.
등장 인물 저마다의 서사가
우리가 쉽게 일반화 시킬 수 없도록 한다.

/ 어떤 결론을 바란다면 실망할수도 있다.
이 책은 철저히 나의 사유에 기반하니까.
내가 생각하므로 그제서야 결론 내려진다.
그래서 당신의 결론은?


-
당신이 살아갈 세월하고, 우리 연희의 시간하고 같아? 우리 연희가 뭐가 될 줄 알고? 우리 연희는 좋은 애로 컸을 거야. 대학을 가고 자기가 하고 싶 은 일을 찾아갔겠지. 연애도 했을 거야.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아이였다고! | 50, 김혜정

우리는 불행해질 것이다. 아니 이미 불행하다. 혜정은 자신에게 느닷없이 덮친 이 불행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 90, 김혜정

저렇게 예쁜 아이였다. 저렇게 찬란한 아이였다. 자신이 죽인 그 아이의 미래가 다시금 균탁을 짓눌렀다. 균탁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차에 깔려 피를 토하던 그 얼굴이 눈앞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 67, 노균탁

균탁은 좌절 속으로 내던져졌다. 자신이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단단한 생각 하나가 균탁의 가슴에 기둥을 세웠다. 필요했던 계기가 이제야 생겼다. | 88, 노균탁


(도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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