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와 새
스테판 카스타 지음, 마리옹 야클린 그림, 이호은 옮김 / dodo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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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잠에서 깨고, 그 소리를 궁금해 한다. 그 날 밤 소녀는 푸른 고래들과 함께 바닷속을 함께 헤엄치는 꿈을 꾸며, 지금까지 꿨던 꿈 중에 가장 아름다운 꿈이라 생각한다.
다음 날 소녀가 사는 아파트의 5011층까지 자란 나무에 둥지를 튼 새 한마리를 발견해 호두를 잘개 부수어 건넨다.
어떤 날은 거리에 여우가 가득하고, 또 어떤 날은 천사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내내 내리는 비에 소녀는 나무에 우산을 씌워주기도 하는 기이하고 묘한 일들이 벌어지던 어느 날 소녀의 몸에서 깃털이 하나 둘씩 자라기 시작하며 하늘을 난다.
소녀는 모든 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내 그 환상적인 꿈을 즐긴다.

사실 내게는 좀 어려웠던 그림책이기도 했다. 숨겨진 어떤 의미를 찾으려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맥락없이 고래와 춤을 추고 여우와 천사가 나타나고, 하늘을 나는 이야기들이 너무 생뚱맞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미를 되찾기보다 그저 환상적인 모험, 다양한 꿈이라 생각하니 무척이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수채화같은 그림들도 마음에 들고...

영국 dPICTUS '전 세계 뛰어난 그림책 100' 선정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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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는 영원히 위픽
황모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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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아이들이 있는 교실이지만, 화자인 나는 늘 교실을 지루하고 재미없다 느끼며 언제나처럼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잔다. 그러던 어 날, 움직이는 사람이나 물체를 볼 수 없어, 10초 이상 움직이지 않아야만 볼 수 있는 시각장애를 가진 류비라는 아이가 전학 온다.
악성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아이, 남의 말을 듣지 않고 TV만 보는 아저씨, 말이 너무 느린 아이, 말이 속사포처럼 빠른 아이, 허리를 통통 두드리며 세상을 욕하는 아이, 마스크를 두 겹으로 쓰고도 기침을 하는 아이, 심성은 고우나 갑자기 폭력을 휘두르는 아이, 다모증 아이, 책상에 짐만 올려두고 교실에 들어오지 않는 아이, 코스프레 중독인 아이까지.. 너무도 독특한 조합이지만, 이는 모두 세상에서 약해서 소외되고, 무력해서 도태된 아이들에 대한 은유라고 한다.

청소년들의 로맨스를 담아 조금 유치하기도하지만, 류비를 통해 짧은 10초는 아이들를 갇혀 있는 교실에서 각자도생이 아닌, 누군가를 위해 노력하고, 삶을 고민하고, 또 연대를 꿈꾸고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변화시킨다.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 다름, 장애, 차별, 연대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따뜻하게 다가오는 책이다.

요즘처럼 약하고 무력한 자들이 정말로 취약한 상황에 내던져진 채 각자도생이라는 말까지 듣는 일은 가혹할 만큼 징벌적입니다. 이 지벌은 정말 공정하고 공평하느냐고 따져 묻고만 싶습니다. 그래도 조금만 더 믿어보고 싶습니다. 잘몬ㅅ 들어선 길에서.
이미 실패한 어떤 흔적을 보면서 굳이 희망을 떠올려보고 싶습니다.
찰나의 순간붂에 가지지 못한 사람드르이 10초에 불과한 시간이 영원이 되는 기적을..
자신의 귀중한 시간을 아무 이익도 없는 타인에게 기꺼이, 온전히 허락하는 기적 같은 사람을. 바로 당신을요 - 작가의 말 中-
무엇보다 작가의 말이 참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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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렇게 이상해?
알렉스 하우즈 지음, 최영민 옮김 / dodo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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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를 좋아하는 호랑이 토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평범한 호랑이들이 좋아하는 일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토브의 언니들은 호랑이의 습성이나 호랑이가 좋아하는 일들에 관심 없는 토브를 이상하다고 말한다.
언니들의 이상하다는 말에 토브는 정말 자신이 이상한건지에 대해 고민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좋아하는 관심사를, 취향을 찾기 위해 숲 속의 다양한 동물들을 만난다.
긴 코를 사용하는 코끼리도 만나고, 땅 속 작은 구멍에서 생활하는 개미를 만나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토브는 끊임없니 자신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남성스럽게, 여성스럽게, 아이답게, 어른답게를 강요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 역시 지나친 선입견과 편견 속에서 다양성을 존중받지 못하고 자란다.
여아는 핑크색 옷을 입히고, 소꿉놀이에서 늘 엄마를 도맡아야 하고, 남아는 파란색 옷을 입히고, 로봇, 총, 칼 등을 쥐어주며 놀게 한다.
취향과 성향을 존중하지 못한 강요는 어쩌면 폭력일지 모른다.

자아가 형성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아이들에게 틀린게 아니라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 다양성과 취향, 성향과 성향을 존중해야 한다는 깊이 있는 메시지를 담은 그림책이다.

정글속에 있는 듯 초록초록한 배경 속에 알록달록 귀엽고 재미있게 그려진 동물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무엇보다 누가 뭐래도, 나 다운게 최고라는 멋진 메시지가 담겨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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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타 이슬라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남진희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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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으면서도 아무것도 모른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둠 속에 머무르긴 정말 쉬워. 어쩌면 우리 인간의 가장 자연스러운 상태가 바로 이것일 거야. 분명히 나만이 아니라, 토마스도 어둠 속에 있을 거야. 나만이 아냐. 그 또한 불안하고 혼탁한 세상에 놓여 있을 거야. 물론 나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일 테고.’p293

이미 잃어버렸거나 과거에 속한 것이 미적지근한 현재나 별로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미래보다 훨씬 더 편하다. 우리에게 야기된 피해는 멀리 떠나가 비현실적이 ㄴ것이 되었다. 따라서 이미 일어난 일은 더는 위협이 되지 않고, 예견된 불안과 절망 속으로 우리를 몰아넣지도 않는다. 우리는 슬픔으로 살았지만 두렵진 않다. 이미 겪은 두려움은 일단 진정이 되면 다시는 두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기에, 그 안에서 도피처를 찾을 수도 있다.p52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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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운명임을 느낀 소녀 베르타와 소년 토마스!
토마스는 영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영국 비밀 정보부 요원인 스파이로 일할 것을 강요받고,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 일을 하며, 존재하는듯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살아간다.
토마스가 유학을 끝내고 마드리드로 돌아왔을때 베르타는 전과는 너무 다른 남편의 모습을 마주하고 혼란스러워한다. 베르타는 숨기고, 숨고, 속이고, 배신하는 어두운 세계에서 살아가는 토마스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노력하면 할 수록 깊은 수렁에 빠지는 듯한 기분이 된다.
국가를 위함이라 합리화 시키며, 어두운 세계로 자신을 더욱 몰아넣는 토마스를 보며 베르타 역시 외로움과 불안, 혼란을 겪으며 무너져간다.

베르타와 토마스가 처한 상황들과 심리 상태들을 섬세하게 그려내 두 사람의 내면을 깊이있게 바라봄으로써 인간의 본실과 존재의 이유를 치밀하고 집요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 그로 인해 발생되는 갈등과 불안, 긴장과 욕망이 교차되며 존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해 철학책 같기도 한 느낌이다.

여담이지만,
요즘 책태기에 인태기인데 서평기한에 맞춰 벽돌책을 읽어 내려가느라 사실 힘들기도 했다. 책 내용 자체가(심지어 무게까지) 묵직하니 나 역시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 힘들었달까.
하지만 관계의 본질과 인간의 심리를 깊이있게 다루어 무게감이 있어 좋았다. 게다가 스페인 비평상 수상작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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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고스트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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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환경에서도 똑바로 살아가는 사람은 대단하다.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그 사람이 대단한 거고, 대단하지 못한 사람이 나태하다는 뜻은 아니다.p75

중학교 국어 교사 단은 타인의 비말 접촉을 통해 그 사람의 미래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작고 작은 사건들을 알게 모르게 돕고 해결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반 학생이 탈 기차가 탈선사고가 나는 장면을 보고, 단은 그 사실을 제자에게 알린다.
단의 학교 학생 후토 마리코는 고양이를 학대한 사람과 그들을 응원하는 모임 고양이를 지옥에 보내는 모임인 '고지모'를 사람들을 찾아 심판하고 응징하는 2인조 러시안블루와 아메쇼 이야기를 소설로 쓴다.

크게 두 가지 이야기로 교차진행되며 흘러가던 이야기는 한 사건을 통해, 갑작스레 소설과 현실이 하나가 되어 어느 것이 소설이고 현실인지 경계가 모호해진다.
중반부가 살짝 늘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복선들이 하나씩 퍼즐 맞춰지든 자리를 찾아가고, 갈래갈래 퍼져있던 이야기들이 하나로 모이면서 의미를 만들어내면서 이번에도 이사카 고타로답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과 특이한 소재들에서 느껴지는 특유 재미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에피소드들이 재미를 선사하는 작품이다.

덧.
pepper's ghost는 연극이나 영상에서 사용되는 기법으로, 조명과 유리를 이용해 다른 곳에 있는 물체를 마치 그 곳에 존재하는 것처럼 관객에게 보여주는 기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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