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의 니쿠코짱!
니시 가나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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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한 폐를 끼친다고 주눅 들면 안 돼."
....
"살아 있는 한 쪽팔리는 결 두려워할 것 읎어. 애답지 않다는 소리는 안 할 기야. 애 답다느니 뭐니는 어른이 만든 환상이니까. 모두 각자 알아서 있으면 되는 기야. 다만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어른이고 뭐고 읎다. 그러니 니가 아무리 노력해서 좋은'어른이 되려 해도 괴롭고 쪽팔리는 일을 반드시, 틀림없이 겪게 될 기야. 그건 피할 수 읎지. 그러니까. 그때를 위해 비축해 두라. 어릴 때 잔뜩 쪽팔리고 페를 끼치고 혼나고 일일이 상처받으면서 그렇게 또 살아가는 기야."p260-261

바보같으리만큼 정이 많고 착해 남성들에게 늘 속아 재산까지 탕진하고 빚까지 갚아주는 뚱뚱한 엄마 니쿠코와 엄마의 외모와는 정 반대인데다 늘 나쁜 남성들에게 속는 엄마를 부끄러워하는 딸 기쿠코는 그런 남성들 때문에, 일자리 때문에 여러 지역들을 전전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떠돌이 생활을 하다 북쪽의 작은 항구 마을에 오게 되고(이 또한 니쿠코를 속인 남성을 찾기 위해;), 그곳에서 따뜻한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정착하게 된다.
학교에서 인기 많은 딸 기쿠코는 항구마을을 점점 좋아하게 되지만, 엄마에게 새롭게 찾아온 사랑에 또 다시 떠나게 될까봐 불안해 한다.

사춘기가 갓 시작된 기쿠코는 정착하지 못했던 삶과 답답할만큼 착한 엄마를 애증하는 감정으로 바라보며, 불안하고 외로움 속에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이 안타깝고 염려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니쿠코의 인품과 삶을 이해해가며 곁에서 자신을 지켜주는 니쿠코에게 고마워하며 다행으로 여긴다.
항상 누군가에게 속지만,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생각하며 상대방을 미워하거나 복수하지 않고, 끌어 안고 앞으로 나아가는 니쿠코가 나로서는 답답하고 안쓰럽고 가엽기도 하지만, 그녀는 언제나 그 자리에 머물지 않고 앞을 향해 따복따복 걸어 나간다.
괜찮다고 스스로를 그리고 모두를 위로하고 토닥일 뿐 아니라 , 오늘에 감사하고, 주변 모든 것을 사랑하고 보듬고 나아간다.

사랑도, 재산도 모두 잃고도 누군가를 의심하지도, 미워하지도, 원망하지도 않고 오롯이 자신의 주어진 삶에 충실한 니쿠코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보통이 아무렴 제일이지!' 라며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감사해하고 행복해하는 사랑스러운 니쿠코짱의 매력에 풍덩!
마음을 충만하게 하는 예쁜 이야기였다!

호평에 애니메이션 영화로까지 만들어져 다양한 작품상을 받았다고 하니 애니메이션도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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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괜찮은 태도 -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박지현 지음 / 메이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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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일로 만난 사이라 할지라도 일을 잘하고 싶다는 욕심에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면 안 된다. 일도 결국 사람이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보다 사람을 앞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p20

남한테 손 안 벌리고 아쉬운 소리 안 하고 내가 먹고살 수 있을 정도만 벌 수 있으면 더 바랄 게 없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겐 쓸모없어 버린 쓰레기가 이들에겐 귀하게 보이는 것처럼 고물을 줍는 일도 누군가의 생을 가능하게 하는 빛나는 일이라고. 그러고 보면 세상에 하찮은 일은 없다.p135

다시 힘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한 사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믿는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거냐고 때론 현명하게 포기할 줄도 알아야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만날 수 있지만 오랜 세월 곁에서 격려를 넘어서 무조건적으로 신뢰해 주는 사람을 만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만약 지금 당신에게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신뢰의 힘을 믿기 바란다. 그 힘이 분명 당신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밀어 주고 있을 것이다.p202

살아가다가 이게 맞나 싶고, 그럼 뭘 해야 좀 나아질지 답을 찾으려 방황할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자꾸 흔들릴까' 자책을 했었다. 그럴 때 위안이 된 말이 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괴테의 말이었다. 방황한다는 것이 약해서가 아니고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증거라고 지친 나에게 그가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방황을 하고 있을 때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도 내가 안주하지 않고 어떻게든 나아지려고 노력하고 있구나'라고.
p229-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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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3일 과 #유퀴즈 온더 블럭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해 온 저자가 수 년간 만나온 사람들을 담은 책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희망과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들, 죽음의 문턱 앞에서 초연한 태도의 사람들, 소수자로 차별받고 소외받는 사람들, 노숙자 부터 대통령까지 다양한 이들을 만나 삶에 대한 겸허함과 따뜻한 위로, 고마운 마음, 삶을 대하는 태도와 지혜가 진솔하게 담겨 있다.

다큐3일은 종영됐지만, 자주 챙겨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보며 울고 웃게 하는 그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이 소소한 행복과 따뜻한 위로를 건넸었는데, 이 책 역시 그녀가 만든 프로처럼 따뜻하고 다정하다.

영하 20도의 매서운 추위를 버티고, 뙤약볕이 내리쬐는 한 여름을 견디며, 함께 노숙하고, 누군가의 삶을 한 순간도 놓지지 않으려 바라보며 고생했기에 우리에게 감동을 선사할 수 있었겠지.
읽으면서 울컥해 눈물이 나기도 하고,시청했던 다큐3일과 유퀴즈도 생각나 내내 따뜻한 마음이었다.

누군가에게서 따뜻함을 발견하는 것은 그녀 역시 따뜻한 마음을 소유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오랜만에 마음이 충만해지는 느낌이었다.

요즘은 그런생각이 든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누군가가 가진 따뜻한 마음이 초능력이고, 재능인것만 같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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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의사의 코로나
임야비 지음 / 고유명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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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보이지 않는 곳을 애써 보려 하지 않았을까? 재앙을 맞닥뜨린 공공의 조치는 합당했나?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보살핌을 받아야 타인을 보살필 수 있나? 무엇보다 우리는 이전보다 나아진 것일까?p7

자신이 죽을 뻔했던 위기도, 또 누구 때문에 살아났는지도 응당 모를 것이다. 상관없다. 우리는 어떤 고마움과 보상을 바라고 이 일을 하는 게 아니다. 당신이 살아서 내 눈을 보고 내 손가락을 잡을 수 있으면, 그거면 된 거다.p78

자신의 목숨 앞에서 타인의 목숨은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 하지만 의학 통계는 수많은 타인의 평균치다. 기적과 예외를 멸할 수 있는 통계는 존재할 수 없다.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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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의사를 그만둔 후 1년정도 후에 코로나를 맞이하게 된다.
코로나 시기 부모님을 3달정도의 간격으로 잇달아 여의고, 견딜 수 없는 상실감과 슬픔에 빠져 지내다, 코로나 의료봉사에 뛰어든다.
누구도 원치 않는 가장 힘들다는 공공 정신병원에서 그는 물 밀듯 밀려오는 환자들이 버거워 하루하루 고통과 고생의 날들을 보내지만,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자 하는 헌신하는 이들의 모습들을 보며 그는 조금씩 변화해 간다.

이 책은 코로나 팬데믹의 한 가운데에서 의료봉사를 하던 저자의 경험과 시선을 담은 증언문학이기도 하지만, 수 많은 이들을 잃게 하고, 좌절하며 암담한 시간을 보낸 우리 모두를 위로하는 책이기도 하다.

열악할 뿐 아니라,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의료현장 속에서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떠난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상실과 회복을 동시에 경험하게 한다.
절절한 이야기가 뭉클하면서도 연대를 통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 노력하는 과정들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소중한 생명을 위해, 인간의 존엄함을 위해 그 곳에서 고군분투하며 희생하던 수 많은 이들의 노력과 고생들을 우리는 늘 기억하고, 감사해야 할 뿐 아니라, 공동체의 회복을 통해 기대고,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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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은행 라임 어린이 문학 41
온잘리 Q. 라우프 지음, 엘리사 파가넬리 그림, 윤경선 옮김 / 라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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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이혼 후 오빠 넬슨과 여동생 애슐리는 엄마와 한부모 가정으로 살아간다.
엄마 혼자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 언제나 음식이 부족해 아이들은 늘 배가 고프다.
음식이 떨어져 집에 먹을 게 없는 날은 엄마가 개발한 마치 음식이 많은 것처럼 상상하는 상상놀이를 하며 지내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는 늘 허기지고 힘들기만 한 하루다.
취약계층에게 지원되는 학교의 음식을 통해 평일 아침 저녁은 끼니를 해결할 수 있지만, 주말은 끼니때문에 늘 곤란함을 겪는다.
아이들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제도인 푸드뱅크 이용권이 나오는 날을 늘 기다리는데, 푸드뱅크에 도둑이 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넬슨은 도둑을 잡기로 결심하고 친구들에게 사실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요청한다.

결식아동, 취약계층, 소외계층에 대한 이야기들이 묵직하게 담겨 있다.
학교에서 지원하는 급식마저도 아이들에게는 결식아동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자신을 창피해고, 부끄러워할까봐 친구들에게 비밀로 하며 조심스러워 한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조차 자신이 처한 상황을 말할 수 없었던 아이의 마음 역시 무겁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차별을 조장하고, 그 차별을 통해 계급을 양산해 내 사회에서 소외받는 이들의 이야기는 비단 책 속의 등장인물들만의 이야기들이 아니라, 지금의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에, 읽는 동안 씁쓸함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이는 숨고 도망치기 보다는 자신의 처지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함께 연대해 지금의 상황을 헤쳐나가는 모습은 귀엽고, 따뜻하고 뭉클하다.

또한, 이 책의 마지막에는 기업과 개인에게 후원과 기부를 받아 결식아동, 독거노인, 한 부모 가정 등에 도움을 주는 푸드뱅크에 대한 이야기들을 담아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이 책의 인세 수익금은 전부 푸드뱅크를 운영하는 곳에 기부될 예정이라고 하니, 좋은 일 한다는 생각으로 한 권씩 사면 좋을 것 같다.
곳곳에 그림이 있어 아이가 읽기에도,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좋고, 좋은 일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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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가 그랬어! 숨쉬는책공장 너른 아이 11
윤영선 지음, 강창권 그림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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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같은 아파트단지로 이사와 신이 난다.
하지만 무릎이 좋지 않은 할머니는 곧 수술때문에 입원을 하고, 아빠와 엄마는 회사에 출근하고, 어린 손녀는 할아버지와 함께 집에 있는데, 내내 심심하기만 하다.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계란찜이 먹고 싶다, 친구 생일파티에 입고 갈 옷을 빨아 달라, 머리를 묶어달라, 애니메이션은 틀어달라 요구하지만,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하는거다, 엄마가 오면 해달라고 해라, 그런거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못한다 안된다 할줄 모른다는 할아버지는 핸드폰으로 계란찜 만드는 방법을 검색해 만들고, 청소, 빨래, 설거지를 하며 손녀와 조금씩 가까워진다.
드디어 할머니가 퇴원하고,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부축해주고, 곰국을 끓인다.
아이는 할아버지 멋쟁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이야기가 끝난다.

무뚝뚝하고, 가사와 돌봄을 할줄 모른다고 일관하던 할아버지가 손녀의 요구사항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돌봄과 가사노동이 여성의 의무나 책임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할아버지가 자연스럽게 가사와 돌봄노동에 참여하는 과정뿐 아니라, 변화하는 과정들이 잘 담겨있다.
가사와 돌봄에 참여하면서 손녀와도 더 친밀하고 즐겁게 지내는 과정 또한 재미를 더한다.
그림체도 귀엽고, 표정도 다양하고 실감나게 담겨 있어 유쾌함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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