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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바꾸는 방법 - 금지된 약물이 우울증, 중독을 치료할 수 있을까
마이클 폴란 지음, 김지원 옮김, 강석기 감수 / 소우주 / 2021년 5월
평점 :
‘우리가 죽는 방식을 다시 조정할 수 있다면, 이런 건 탐구해 봐야 하지 않겠어요?’
실로시빈을 투약한 말기 암 환자 중 다수가 육체에 대한 일차적 인지를 초월해서 자아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를 경험하며, 새로운 관점과 넓은 마음을 갖기에 죽음의 공포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했다.
『마음을 바꾸는 방법』을 읽고 난 후 모연예인이 약물법 위반을 해서 죄질이 나쁘다기보다, 사이키델릭을 맛본 이기주의자라는 생각을 했다.
『마음을 바꾸는 방법』은 심리학, 철학, 과학, 의학 등 다양성을 갖춘 책이며, 저자의 신성한 표현에 매료되는 부분이 많았다. 사이키델릭, 자아, 식물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으며, 특히 사이키델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지배적이다.
1950년대 초부터 사이키델릭은 온갖 증상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었다가 1960년대 중반이 되자 난무한 배드 트립과 젊은 층의 반문화적 시위로 인해 문화권과 정신의학계가 등을 돌림과 동시에 엄격한 규제를 강행했다. 1990년대 들어와 부활에 시동을 걸었으며,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약물로 정착하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다. 『마음을 바꾸는 방법』에서는 LSD와 실로시빈, 사이키델릭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저자의 경험과 시험자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LSD는 어린아이들이 세상을 인지하는 방식에 관한 통찰 즉, 순수하게 현재 사실만을 본다. 성인의 정신은 과거의 경험을 통한 추측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가 절약되는 셈이다. 이런 관습화된 인지의 단축 모드를 불가능하게 하고,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성과 즉각성 그리고 경이감까지 되찾아준다고 한다.
실로시빈 체험자 중에는 첫아이의 탄생이나 부모님의 죽음과 비견할 정도로 여기기도 했으며, 개인적 안녕과 삶에 대한 만족감, 긍정적인 행동 변화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사이키델릭의 여행자는 무신론자임에도 불구하고 ‘신의 사랑에 푹 잠긴’ 느낌이었다고 묘사하며, 형언할 수 없이 강렬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개인이나 세속적 목적에 연결되어 있지 않은 순수하게 ‘무상’ 그야말로 은총이었다고 한다.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갖은 긍정적인 행동의 변화와 사랑에 푹 잠긴 삶을 산다는데 무엇 때문에 멀리 돌아서 가는 삶을 사는지. 고통 속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한다는 철학적 고고함 때문에 쉽게 가는 길을 포기하는지도 모른다. 더 현실적으로 따지자면, 제약사들은 대체로 만성 질환자가 매일 먹는 약에 투자하며, 즉각적인 효과와 단기간 투약 약물에는 투자를 안 한다는 게 문제다.
LSD를 최초로 섭취한 호프만은 사이키델릭 체험에서 돌아오며, 자신이 LSD를 발견한 것이 아니라 약이 자신을 찾아낸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아가 붕괴되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한 체험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의 자아는 누구의 자아인가. 무리생활하는 인간이 이탈하지 않기 위해 생존을 위한 자아만을 지니고 사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진정한 자아는 사이키델릭에 빠져야만 찾을 수 있는 걸까.
「지성을 현실이 생명체에게 던지는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한다면, 식물은 분명히 그걸 갖고 있다. 또한 주위 환경을 자각하는 힘과, 일종의 주체성, 다시 말해 그들이 추구하는 관심사와 나름의 관점을 갖고 있다」
식물의 위대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사이키델릭이 주는 선물 중 하나는 우리 현대인들이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주체성에 대한 인간의 독점을 깨뜨리는 과정에서 세상을 되살린다는 점이다. (…) 우리는 인간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식을 가진 주체로, 다른 창조물들은 객체로 간주했다. (…) 사이키델릭 의식은 이런 관점을 뒤집고, 우리에게 모든 것, 동물과 식물, 심지어 광물에 이르기까지, 이제 우리의 시선을 마주 보는 모든 것들에 대한 주체다움(영혼!)을 볼 수 있는 더 넓고 더 관대한 렌즈를 선사한다」
사람의 우울증과 중독은 물론이며, 더 나아가 바이러스, 자연재해, 기후변화, 전쟁. 이 모든 걸 바꾸는 건 식물(LSD와 실로시빈)과 그로 인한 사이키델릭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