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밤과 고양이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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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일종의 동경의 대상이다. 우아한 몸짓과 귀여운 얼굴, 부드러운 털, 새침한 거리까지 매력적이지 않은 구석이 없다. 또한, 어째서인지 고양이는 '밤'과 어울린다.

어쩌면 그 특유의 몸짓과 밤이, 상당히 우아하고 비밀스러워 보인다는 점에서 닮은 구석이 있기 때문은 아닌가 한다.


그래서 이 책에 끌렸다.

'우아함', '밤', '고양이'가 함께 전하는 환상적이고 조용하면서도 완벽한 이미지가 바로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에. 그 이미지가 아주 멋져서, 자연스레 책을 펼친 것 같다.

작가님의 문체는, 딱, 이 책의 제목과도 같았다. 시끄럽거나 많은 기교가 곁들어지진 않았으나, 마치 고양이의 발걸음처럼 조용하고 차분하면서, 우아했다. 그래서 더욱 시선을 끌고, 홀린 듯 끝까지 읽게 되었다. 이 늦은 시간까지 책을 읽다 뒤늦게 리뷰를 쓰는 것만 봐도 내가 얼마나 이 책에 빠져 있었는지는 자명하다.


책에서 첫 문장은 아주 중요하다. 첫 문장은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의 분위기를 전달하면서, 동시에 독자를 계속 붙들어 둘 가장 강력한 매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첫 문장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너무 길지 않아 한 번에 눈에 박히면서도, 앞으로의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화자의 직업은 무엇이길래 손님이 나오는지, 굳이 몇 번 째 손님인지 언급한 이유는 무엇인지, 손님이 무슨 일을 했길래 많은 손님 중 콕 집어 굳이 언급한 것인지 등. 짧은 문장 하나에 많은 정보와, 그보다 더 많은 궁금증들이 줄줄이 엮여 정신 차려 보니 에피소드 하나를 순식간에 다 읽은 채였다.


소설은 잠으로 끝난다. 제목에서부터 '밤'이 들어가니,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을 다 읽은 나도, 몇 번째인가의 소설 속 화자처럼 한 숨 자고 일어나 마주한 내일, 별 탈 없이 지나가리라 믿으며 잠이 들 것이다. 평범했던 매일 중 하루, 특별한 소설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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