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내 친구가 아니라 내 하인이야!‘ 나는 불쑥 이렇게 말할 뻔했다. 정말로 내가 그렇게 생각했던가. 물론 그렇지 않았다. 그런 적이 없었다. 나는 하산에게 정말 친구처럼 대했다. 때로는 형제처럼 대했다. 하지만 어째서 나는 바바의 친구들이 아이들을 데리고 왔을 때, 하산을 놀이에 끼워주지도 않았을까? 어째서 나는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만 하산과 놀았을까? - P64
총성과 폭발음은 한 시간도 이어지지 않았지만 우리는 몹시 겁을 먹었다. 우리 중 아무도 거리에서 총 쏘는 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 소리는 당시, 우리에게는 낯선 소리였다. 귀에 들리는 것이라고는 폭탄 소리와 총성 외에는 없는 아프가니스탄 아이들의 세대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시절이었다. 식당에 웅크리고 앉아 해가 뜨기를 기다리던 우리는 삶의 한 방식이 종말을 고했다는 생각을 아직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의 삶의 방식 말이다. 종말이 아니라면 적어도 그것은 종말의 시작이었다. ‘공식적인‘ 종말은 1978년 4월, 공산주의자들이 일으킨 쿠데타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리고 1979년 12월, 러시아 탱크들이 하산과 내가 놀던 거리로 진군해 들어와 내가 알던 아프가니스탄을 죽이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유혈극의 서막을 열었다. - P56
하산에게 책을 읽어줄 때 내가 좋아했던 부분은 그가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였다. 그러면 나는 무식하다며 그를 놀렸다.언젠가 나즈루딘 율법사 이야기를 읽어주고 있을 때였다. 그가 갑자기 말했다."그 말이 무슨 뜻이죠?""어떤 말?""저능아라는 말."나는 싱글거리며 말했다."그걸 모른단 말이야?""몰라요.""하지만 그건 너무 흔한 말이잖아!""그래도 나는 몰라요."그는 내 말에 독살스러운 데가 있다는 걸 알았을지 몰라도,그걸 밖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 P45
하산과 나는 같은 젖을 먹고 자랐다. 우리는 똑같은 뜰에 있는 똑같은 잔디에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같은 지붕 밑에서 첫말을 했다.내게는 ‘바바‘가 첫말이었다.그에게는 ‘아미르‘가 첫말이었다. 그건 내 이름이었다.지금 돌아보니, 1975년에 일어났던 일과 이후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에 대한 토대가 그 첫말에 이미 있었던 것 같다. - P21
참혹한 전선 속 의용군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읽었는데 초반에는 총 하나 제대로 맞추는 이 없는 허당스러운 모습들이 묘사되어 조금은 긴장감을 낮추고 읽었다. (덤덤하게 내뱉는 유머 섞인 말들 덕분인 것 같다. 조지 오웰의 블랙유머!!) 그런데 그렇게 준비되지 못한 뜨거운 가슴만으로 참전했던 그리고 의용군 임금을 받기위해 부모 손에 이끌려 나온 어린아이들로 구성된 ‘오합지졸’들의 모습을 떠올리니 현실이 정말 ‘희가곡’이 맞구나를 느낀다. 서너달을 전선에서 보낸 이들이 받은 것들은 악의를 가진 의도적인 편견과 어두운 감옥에서의 죽음이었다. 역사를 제대로 잘 알아야하고 관심을 끊임없이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더 깊게 들어가고는 있는데 현재 처해진 상황들과 맞닿는 부분들에서는 가슴이 턱 하고 막힌다. 그렇기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아야겠다. 적어도 집 밖에 일어나는 상황들에 눈치채지 못 하거나 아니면 그런척을 하듯 관심없이 이 사회가 ‘정상적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