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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해법 - 문제의 너머를 보다
에이미 E. 허먼 지음, 문희경 옮김 / 청림출판 / 2023년 6월
평점 :
뒤늦게 예썰의 전당이라는 프로그램을 알게되어 두편정도 챙겨보던 와중에 읽어본 책이다. 예술가의 해법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지만 여기서의 예술은 미술작품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책의 색다른 점은 일반적인 미술사, 작가의 인생을 덧붙인 이야기가 아니라 관찰, 관점의 전환과 맞물려 문제해결 능력과 연결되는 저자의 강의를 녹여내고 있다는 것. 처음에 등장한 제리코의 '메두사의 뗏목'이라는 제목의 그림은 뒤에 주기적으로 언급되고 있어 그 중요성을 고려해봤을때 한페이지 전체를 할애해서 가로로 담거나 두페이지에 걸쳐 아주 크게 담아놓았어야 했다.
요즘 DDP에서 전시회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마침 지난회 예썰의 전당에서도 다루어졌던 미국의 화가 데이비트 호퍼도 언급된다. 버지니아 미술관에서는 '서부의 모텔'이라는 그림속의 방을 실제로 구현하여 관람객이 실제로 하룻밤을 머무를 수 있게 했다고. 또 그 프로그램에서는 호퍼의 그림이 실제로 움직이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몇년전 작가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몰랐을때 그림이 주는 분위기와 나이트호크라는 제목이 마음에 들어 오랜기간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해두었을때가 있어 더욱 기억에 남더라는.
모두에게 같은 정보가 주어져도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그림이라도 사람이 지닌 무늬가 다르기 때문에 대부분 무심코 지나치는 그림 앞에서 누군가는 눈물을 흘릴 수도 있는 것. 일정규모 이상의 건물을 지을때 의무적으로 예술작품을 비치해야한다는 법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꼭 이유만이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더 많은 예술작품과의 접점을 만들어 사람들의 생각을, 의식을 고양시켜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다못해 심심치 않게 보이는 정치인들의 현수막을 통한 메시지부터 뭔가 세련되게 전달할 순 없을까. 날이 더워지며 교차로마다 보이기 시작하는 커다란 그늘막 우산도 마찬가지고.
책 중간중간 저자가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수 없는 군기관이나 정보기관, 스포츠협회 등에서의 강연섭외 경험이 살짝 담겨있는데 강연의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해지기도 했던. 그리고 나름 유명한 그림에서부터 조금은 난해해보이던 현대미술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작품의 간접경험도 덤으로 할수 있었던 유익한 책이었다. 동상 깨먹어서 안에 조명넣고 이어 붙여서 뭔가 인간 껍질의 파괴 같은 느낌을 주었던 작품은 미드에서인지 애니메이션에서였는지 오래전 봤던 느낌인데 무엇이 먼저였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아무튼 이런 책을 국내 저자가 썼더라면 강연시장에서 인기가 좋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