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에릭 와이너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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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찾아보기도 귀찮다. 읽은지가 좀 되었기 때문이다. 제목이 주는 흥미에 비해 완독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내용 자체가 철학을 다루고 있다보니 쉽지만은 않다. 그것도 저자의 철도 여행에 맞춰 여러명의 철학자를 언급하고 있으니 늘어지는 부분도 딱히 없다. 굳이 있다면 중반 이후부터 저자의 이야기 그러니까 해당 챕터 주인공인 철학자를 다루기전 여행기 부분이었다. 컨셉은 괜찮아 보이는데 주제와 매끄럽게 연결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교양철학서이긴 한데 이렇게 인기있을만한 책이었나 싶은 의문이 들었을 정도. 차라리 제목이 방콕하며 영화나 OTT를 보며 쓴 소크라테스 OTT였다면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 반쯤은 농담이다.


어째 처음부터 말이 꼬이긴 했는데 그렇다고 가치없는 책은 아니다. 강의 형태가 아니라 박식한 동료마냥 자연스럽게 철학자들의 생각을 이야기해주는걸 읽다보면 교양 팟캐스트를 듣는 느낌이랑 비슷하기도 했다. 때로는 듣기 싫어도 듣고 있다가 문득 귀를 사로잡는 문장이 나오면 집중력이 확 살아났던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꽤나 표시해둔 부분이 많았다. 가장 앞부분에 실린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임을 아는 것이다. 지혜는 과일 샐러드에 토마토를 넣지 않는 것이다. 영국음악가 마일스 킹턴이 말했다는 지식은 안다. 지혜는 이해한다라는 부분부터(그러고보니 토마토는 채소아니었나? 찾아보니 과일도 맞고 채소도 맞아서 과채류라는 말이 생겼다고!) 몽테뉴가 말했다는 '문이 닫혔는지 알아보려면 먼저 문을 밀어봐야 한다'같은 당연해보이는 소리까지.


근래 소크라테스에 대한 글을 읽은적이 있어서인지 소크라테스의 습성에 대한 부분을 보면서는 은근히 다시 반갑기도 했고, 걷기의 중요성을 다룬 부분을 보면서는 건강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사유를 위해서라도 더 많이 걸어야겠구나 다시 다짐했으며 (이번 주말에는 2시간 이상 걷기에 도전해보리라!) 소로의 이야기를 보면서는 이분 이상하게 많이 접하는데 제대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또 반쯤은 공허한 자신과의 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가 말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때 조차 보는 것은 언제나 선택의 행위라며 제대로 보려면 별도의 목적을 가지고, 각도를 의식하며 보라는 메시지 또한 인상적. 쇼펜하우어 이야기 또한 직전에 관련 책을 읽었던 관계로 친숙했다.


마지막으로 학창시절 쾌락주의자로 배웠던 에피쿠로스 학파에 대한 오해를 뒤늦게 깨달았다는 부분을 언급안할수가 없는데 알고보니 에피쿠로스는 향락주의자가 아니라 고통의 부재를 추구한 평정주의자였다는 사실이었다. 오히려 부처의 가르침과 유사했다고. 요즘에는 어떻게 배우는지 모르겠는데 주입식 겉핧기 교육의 산물이었음을 알고 뒤늦은 반성. 진정성authenticity라는 단어는 독립적으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이우텐티스authentes에서 나왔다고 한다. 사르트르 말마따나 타인의 시선대로 스스로를 바라보지 않고 사회적 역할과 자신이 본질을 혼동하지 않는 진정성 있는 삶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 책이었다.


ps. 사티아satya는 산스크리트어로 '진실'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미드에서 등장인물 이름으로 종종 접했었는데 또 나오면 떠올려봐야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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