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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징비록 - 역사가 던지는 뼈아픈 경고장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19년 10월
평점 :
[징비懲毖: 과거의 잘못을 경계해 미래를 삼가다]
‘징비懲毖’는 『시경』「소비편小毖篇」의, “내가 징계해서 후환을 경계한다予其懲而毖後患.”는 구절에서 류성룡이 따온 말로, 임진왜란 발발 당시 좌의정으로서 병조판서를 겸하고 있던 류성룡이, 임진왜란(정유재란) 7년간의 기사를 매우 사실적으로 기록하여 남겼는데, 이를 통해 반성과 교훈을 얻고자 하여 자신의 종군 기록을 <징비록>이라는 제목으로 후대를 위해 남겼다.
<대한민국 징비록>에서 저자는 현재로부터 거슬러 올라가 476년 전인 서기 1543년의 유럽과 일본과 우리나라의 어느 한 사건을 시작점으로부터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1910년 8월 29일 경술년에 당한,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한 날인 경술국치庚戌國恥를 이야기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왜 그렇게 되어야 했는지, 그렇게 되지 않았을 여러 번의 기회들은 어떤 이유로 놓쳤는지를 따라 읽어 가다보니 400여 페이지 분량의 책을 읽는 동안, 참으로 다양한 감정이 솟구쳤다.
저자가 징비의 시작점으로 잡은 해, 1543년의 역사가 긴장감을 더했다. 맞물려 이어질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읽어가기 시작할 땐 조금씩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계속 화가 났다. 앵그리버드가 되어 갔다. 그러다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인가? 조금씩 슬퍼졌다. 그러다 계속 슬펐다. 우울해져 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손에서 떼어내기 어려웠다. 왜냐? 저자가 이 글을 쓴 목적이 징비懲毖에 있다고 하니까. 읽다가 개인 감정상으로 덮어버리기엔 저자가 조목조목 근거로 들고 있는 참고 주석들이, 머리를 식혀 이성적 판단을 해보시라~ 자꾸 나를 끌었다.
나는, 조선시대 두 임금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임금은 세종대왕, 그리고 정조대왕. 우리는 두 임금에게 ‘대왕’이라는 칭호를 붙여 얘기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아랫입술을 슬며시 깨물었다, 안타까워서. 특히 학문을 사랑했던 ‘정조’의 이야기 중 ‘이덕무’의 일화는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더욱 가슴을 아리게 했다.
그리고 나는, 이제 우리나라를 빗대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을 것이다. 뭐, 이제껏 자주 올린 것도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집에서 부모님께, 학교에서 선생님께 들었던 우리나라를 빗댄 그 말이 매우 긍정적인 표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런데 본문 글에 쓰인 “호슈는 “예의 없는 나라는 없다. 조선은 시종 군신의 예를 폐하지 않았던 까닭에 중국이 예의 바르다 칭찬할 뿐”이라고 했다(본문 144쪽).”는 글을 읽고 나니 마음이 벌게졌다. 사대事大를 통해 얻은 말이었구나!
처음 조총을 대하던 조선의 속 터질 뻔한 자세도, 서점이 없었다는 이야기도, 고종의 어처구니없어 놀랍기만 한 그 행동들도,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 줄줄이 꿸 수 없을 만큼 화나고 슬픈 상황들이, ‘폐기된 이데올로기, 성리학’에서 찾은 저자의 글을 읽으며 ‘조선의 도덕과 조선의 주의를 위하여 곡하려’ 한다던 신채호와 함께 곡하고 싶었다. 아이고!
이제 앞으로 곡하지 않으려면 정신 똑!띠! 차려야지. 각성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