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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유년의 기억, 박완서 타계 10주기 헌정 개정판 ㅣ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는 박완서 작가의 자전소설 1부에 해당하는 책이다.
고향 박적골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서울로 이사 가서 현저동에서 살았던 이야기.
학교를 다니며 만났던 친구, 책, 가족이야기 부터 6.25 전쟁 1.4후퇴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20년 만에 다시 읽어도 좋았다.
글맛이 살아있는 이야기, 내가 꼭 알고 있던 사람들처럼 살아움직이는 캐릭터.
박완서 작가의 소설은 이런 경험으로 시작되었구나 알게 되는 기쁨. 등등
좋은 점을 말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다.
이번에 읽으면서 특히 마지막 장면에 마음에 남았다.
마냥 신기했던 서울이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된 서울을 내려다보는 주인공.
그 모습을 보며 언젠가 이걸 글로 쓰리라 예감하고 빈집의 식량을 보며 어떻게 가져올지 생각하는 그 기개에놀라고 뭉클했다.
난 전쟁을 겪은 건 아니지만 고향에 큰 수해가 세 번이나 있었고 마지막 수해는 우리집도 피해가 있었다.
수해가 있던 날 밤, 가족모두 짐 챙겨 바로 윗 집으로 가서 밤새 맘 졸였다. 다행히 지하실에 물이 가득 차고현관에 물이 찰랑 거리는 정도에서 끝이 났다. 다음 날 허리까지 물이 차는 동네를 건너 지대 높은 학교에서마을을 내려다 본적이 있다. 그 풍경이 생각났다. 하루 만에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놀라고 무섭기도 했던기억.
어렸을 때는 여러 일이 힘들어 잊고 싶었고 그래서 잘 생각이 안 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후회가 된다.
내가 꼭 작가가 되지 않아도, 그걸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훌륭한 일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 소설을 이것저것 읽어봤지만 다 읽진 못했다.
천천히 꾸준히 다 읽어봐야지 다짐해본다.
한국 소설의 정수를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박완서 작가의 소설을 꼭 한 번 읽어보길 바란다.
이 소설로 시작해서 짚어나가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