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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이후의 세계
김정희원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장면 1. 내가 살고 있는 동네 5분 거리에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가 2개 더 생겨, 지금 총 세개다. (불안정한 직업)
장면 2. 이 동네에서는 중학교는 안 보낼거야. 다들 공부를 안 한다며 공부 잘하고 시험 잘 보기 위해 이사간 사람 (능력주의)
장면 3. 내가 일할 때 옷차림을 지적하고 담배도 필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선배. (갑질 관련)
이 책을 읽는 동안 생각 났던 경험이다. 이것 말고도 여러 생각이 들었지만 대부분 괴로웠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우리가 겪고 다음 세대가 겪어야 할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서론이 길었다. <공정 이후의 세계>는 애리조나주립대 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인 김정희원 저자가 공정 이후의 미래가 있는가, 미국과 우리나라 현실을 들어 고민한 결과를 담은 책이다. 그는 공정을 그만 이야기 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나라에 공정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 대답에 따라 보수와 진보가 나뉜다는 생각도 든다. 무인 가게 무인 계산대 등 단순 업무는 기계화되고 취업도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특히 2,30대는 일자리에 예민하다. 공정한 방식을 통해 일자리를 배분하기 원한다. 그렇다면, 공정한 선발, 공정한 시험은 가능할까?
저자는 예시와 통계를 들어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 중 뉴욕 필하모닉 단원 선발 이야기도 나온다. 공정하게 한다고 했지만 그곳도 몇십년 동안 여성, 백인이 아닌 인종은 거의 없었다고. 그렇다면 공정 이후, 어떤 세계를 우리는 만들어나가야 할까?
공정에 대한 담론을 이 책으로 시작하길 추천한다. 번역서에 비해 우리나라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그래서 더 몰입하기 쉬우며 용어를 상세히 설명하기 때문에 청소년부터 이해하기 쉽다. 이전에 여러 책을 통해 접한 이야기라 나는 모르는 얘기는 거의 없었으나 용어를 잘 아는 건 아니라서 공정에 대한 생각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책에 나온 대로 우린 기업 논리가 삶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젠 ‘급진적 자기 돌봄’이 필요하다.
간략히 말하면 연대를 전제로 한, 자기돌봄이자 타자 돌봄이다.
책 말미에 ‘시대와 불화하는 삶’을 명제로 삼고 있다는 문장에 놀랐고 공감했다. 최근 나도 여러 일을 겪으며 시대와 불화하며 사는 게 맞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이 책에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기후위기만 봐도 인간은 지구를 빌려 쓰는게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에 무한경쟁은 불가능하다. 코로나19를 봐도 각자도생은 불가능하다. 서로를 위해 마스크를 쓸 때 나도 너도 살 수 있다. 긴축재정과 자유만 부르짖고 기득권만 이익을 가로채는 이 시대에 다들 읽어보고 서로의 손을 붙잡고 함께 시대를 맞서길. 서론에도 나오는 대로 ‘더 나은 미래는 이 모든 사람들이 지금도 살아있는 세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