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볼루션 익스프레스 - 생명의 진화를 탐사하는 기나긴 항해 ㅣ 익스프레스 시리즈 4
조진호 지음, 장대익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2월
평점 :

많은 사람들이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이 아닌 #다윈 의 #자연선택 을 인류 최고의 아이디어로 꼽는다고 한다.
생물 시간에 단어 몇 개 외우고 당연한 듯 지나쳤으니 그 의미를 제대로 알 수가 있나.
그런데 『에볼루션 익스프레스』를 통해 본 생물 존재 탐구는 너무나 신비롭고 흥미진진했다.
이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이렇게 재미있는 서사로 풀어낼 수 있다니
저자의 탁월한 글 솜씨와 그림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자는 서울대 생물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과학교육과를 전공한, 전직 민족사관학교 과학선생님이었다.
졸업 후 게임 개발이라는 독특한 이력이 #그래픽노블 익스프레스 시리즈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
『에볼루션 익스프레스』는 『그래비티 익스프레스』, 『게놈 익스프레스』, 『아톰 익스프레스』에 이은 4번째 작품.
남편이 『그래비티 익스프레스』를 읽고 강추하더니 역시 과학에 무지한 나에게 재미는 물론 감동까지 안겨준 과학책이다.
고대 자연발생설부터 다윈의 종의 기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현대 분자생물학으로 계속 진행되고 있는 진화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을 다루기에 나오는 과학자들과 이론들을 한 번에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큰 맥락을 따라가며 그 존재감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을 개념들이 일러스트로 명확하게 들어오고
스토리로 과학자 개개인의 고뇌와 감정까지 느껴져지니 더 몰입하게 된다.
생물 진화에 대한 사고는 고대 그리스 자연발생설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생물학자 라마르크는 용불용설과 획득형질을 주장했고
보통은 화석이 생물을 지지한다고 생각했지만
해부학의 대가였던 퀴비에는 전체가 동시에 변하지 않는 한 생물은 절대 변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전에 진화론과 다윈의 진화론의 차이 곧 다윈의 핵심적인 주장은
첫째, 모든 생물은 나무의 가지처럼 뻗어 나오면서 진화했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하나의 #공통조상 을 가진다는 것.
둘째, #자연선택 을 통해 진화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주장은 린네의 분류체계나 발생학 등 증거들이 많이 나와 대부분의 지지를 받았지만 자연선택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남아 있었다.
공통 조상에서 갈라져 나와 다양해졌지만 어떤 원리로 진화하는 것일까?

생물은 번식하며 변이들을 낳고 생존에 유리한 변이가 유전된다. 길고 긴 시간 자연선택에 적응하는 과정을 통해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다윈의 자연선택을 뒷받침해 줄 유전 원리가 입증되지 않아 잊힐 뻔했지만, 이후 멘델의 #유전이론 과 모건의 #염색체발견 으로 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바이스만이 변이가 유전되는 과정을 밝힘으로써 다윈의 자연선택이론을 공고히 할 수 있었다.
이후에도 유전학자들에 의해 다양한 이론이 뒷받침되었다.

생명이 진화한 역사는 일어날 법한 일이었는가?
진화했다는 당연한 사실과 생명은 반드시 진화한다는 서로 다른 뜻.
이어지는 사고의 확장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유전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에 게놈 익스프레스의 일부가 소개된다.
유전학자들은 세포 내에서 지시하는 물질 즉 유전자가 세포 내 염색체를 이루는 DNA라는 것을 밝혀낸다. 문제는 DNA가 단독으로는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화학자 뵐러가 평범한 무기물질을 인공적으로 합성해 유기물질을 만들어냄으로써 생명을 살아 있게 하는 것은 생명체 안의 '살아있는 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DNA를 비롯한 모든 분자들의 복제 과정을 보면 특별한 마법은 없다. 물리, 화학 법칙에 의해 묵묵히 자기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놀라운 것은 그 복제 과정이 아주 정교하면서도 어수룩하다. 실수로 생기는 중복이 백업 역할을 해 문제가 생겼을 때 견딜 수 있게 하고, 의미 없는 서열을 쓸데없이 많이 만든 덕에 돌이변이가 생기더라도 쓸데없는 부분에 생겨 생물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애초부터 계획됨 없이 막? 진화되어 온 것이다.
세균이든 진핵생물이든 완벽한 복제가 지상과제지만 번식 과정에서 #우발적이고 #미세한 #오류 를 피할 수 없고, 동일한 유전자 조합이 나오기 힘든 #유성생식 으로 인해 자기와 똑같은 자손을 만들 수 없게 된다.
복잡한 생물은 왜 유성생식을 하는가. 무성생식을 하는 경우 돌연변이가 쌓이기만 할 뿐 제거할 방법이 없지만 유성생식은 유전자 뒤섞기를 통해 해로운 조합을 제거하고 안전한 조합을 남길 수 있다. 오류에서 살아남기 효과적인 방식인 것이다.
지리적으로 격리되면 생식이 불가능해지면서 종 분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종이 생긴다.
진화의 개연성을 정리해보면, 생물은 선조와 동일한 구조로 복제를 반복하다 중간중간 작은 오류로 변이가 발생하는데 생존에 불리한 변이는 자연선택에 의해 제거되고 유리한 변이가 유전되며 점차 환경에 적응한 결과라는 것이다.

아직까지 생명이 왜 꼭 존재하고 진화해야 하는 이유나 의미는 찾지 못했다.
하지만 40억 년 간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수많은 생명체들과 지금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의미 따위… 주어진 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스스로 만드는 거다.
예전에는 생물의 비중이 가장 작아 보였는데 지금은 과학 안에 국한된 것이 아닌 거대함이 느껴진다.
왜 진화를 인류 최고의 아이디어라고 하는지 어렴풋이 이해할 듯하기도 하고 아닌 듯하기도 하고.
과학적 연구들은 계속 이어지겠지만 지나친 집착보다 현재 존재함의 경이로움을 만끽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결국 철학과 맞닿아있는 건가.
권말에는 등장인물과 함께 다 미처 다루지 못한 과학자들의 소개가 나온다.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는 여기에 짧게 등장. 신선한 관점을 제시한다니 궁금해진다. 책장에서 잠자고 있는 책을 깨울 때가 된 것인가.ㅋ
생명 진화의 놀라움과 소중함을 깨닫기에 좋은 대중과학서로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중등 이상이라면 누구나 읽기 좋을 듯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