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거미여인의 키스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평점 :
거미여인의 키스는 비야 데보토라는 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는 두 죄수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에서 발렌틴은 게릴라 활동을 하다가 검거되어 수감된 정치범이며,
또 다른 한 명은 미성년자 보호법 위반으로 구속된 몰리나라는 동성애자이다.
개인의 안일함을 적대시하는 철저한 이념주의자인 26세청년 발렌틴과
말투만 봐서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분간이 안가는 37세 남자(?) 몰리나의
말도 안되는 사랑이 그 우중충 하고, 습하고, 초라한 감옥안에서 시작 된다.
이미 이 책은 영화로도 뮤지컬로도 제작이 되었다고 한다.
동성애를 좋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고 그들이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이 그사람이 잘못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렇게 태어난걸 어쩌란 말인가
남자가 한 남자에게 관심이 가고 그를 위해 모든걸 주고싶어 한다.
과연 몸의 병인가 정신의 병인가..
자신은 분명 여자라고 생각하는데 몸뚱이는 남자라면,,
자신의 자아가 분명 나는 여성이라고 소리치는데,
저남자가 사랑스러운데,
남들은 자기가 남자라고 한다면..
정말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누구에게도 말못할, 자기의 비정상을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아픔을 가지고 있던 몰리나,,
고통에 잠못드는 발렌틴을 위해 몇편의 영화를 마치 자장가처럼 속삭였던 그는
은빛 거미줄을 내뿜는 거미여인이 된다.
먹이를 노리는 대신 사랑하는 그를 위해 오아시스로 안내하는 사랑스런 거미.
그는 그저 사랑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인정해 주길원했던 몰리나는
결국 발렌틴의 사랑을 얻고 목숨도 내 놓는다.
그렇게 짧은 행복을 위해 모든걸 던진 몰리나가 너무도 불쌍하지만 아름답다
어리석다기보다는 행복해 보인다.
책을 읽는 모든사람이 그의 아니 그녀의 사랑에 감동하는 이유는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없음이 아닌가
사랑을 원하면서도 사랑에게 갈 수 없는 자신을 한탄하며,
아니면 자신을 내어 던질 그런 사랑을 만나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하며
몰리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사람들은 그렇게 슬픈사랑에 열광하면서 ,
그 사랑이 아름답고 고귀하다고 극찬하면서 ,
왜 그런 사랑을 꿈꾸는 사람을 이상주의자라고 치부해 버리는 걸까?
서로의 공통점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두 사람이
나이를 뛰어넘고, 이념을 뛰어넘고 ,성을 뛰어 넘어 둘이 하나처럼 느끼는 순간을 맞이하는데 까지는
몰리나의 많은 노력과 열정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자신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목숨까지 잃게 된 몰리나를 그리워하면서 감옥에 남은 발렌틴은
전기고문후 화상치료를 받으면서 몰핀에 의지해 '짧지만 행복한 꿈'을 꾼다.
그가 자유의 몸이 된 후에도 그에게 몰리나가 살아있을지 의문이 든다.
목안쪽 뼈마디로부터 시작되는 몰리나의 슬픔에 공감하며 꽉 조여드는 나의 목에 가만히 손을 얹어본다.
나는 없고 ... 너혼자만 있는 것 같았어
내가 아닌 것 같았어. 지금 난 네가 된 것 같아
조용히.. 잠시만 조용히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