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위한 여행

기발한 자살 여행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김인순 옮김 / 솔출판사 / 2005년 11월

책 제목에 있는'자살' 이라는 단어때문에

이 책을 들고 다니는 동안 나에게 오해의 눈빛을 보내는 주변사람들을 이해시키느라 다소 힘이 들었다.

살면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안해본 사람이 있을까..

이래서 죽겠고 저래서 죽겠다는 말을 남발하는 사람들이 정작 죽음앞에서는

삶의 끈을 꽉 쥐고 놓지 않는 모습을 웃을 수 밖에 없는 해프닝으로 그려낸 책이다.

 내가 알고 있는 판란드라는 나라는 고작해야 유럽 저 어디쯤

매일밤 자기전에 자일리톨을 씹는 사람들이 있겠거니 생각했던 정도이다.

빛이 들지않고 유난히 알콜중독자가 많은 ..완벽한 사회복지제도에도 불구하고

자살인구가 많다는  핀란드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과장되지 않으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담담한 문체가 맘에 들었다.

그리고 재미있고 유쾌하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이렇게 희망적으로 풀어 낼 수 있다니..

아르토파실리나라가 국민작가라는 명칭이 이해가 갔다.

4번의 사업실패, 가족에게 마저 소외당한 한 중년의 남자가 자살직전

같은 목적을 가진 육군 장교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서로의 자살을 막은  두 사람은 자신들의 죽음을 좀더 정당하고 품위있는 의식으로 완성시키고자

자신들과 같은 생각을 품고 있는 전국에서 자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신문광고를 통해 모은다.

수백만명의 사람들은 수백개의 사연들을 가지고

세상에 둘도 없는 거대하고 찬란한 자살의 방법을 모색한다.

같은 운명을 지닌 그들은 이제

최고급 관광버스를 타고 북유럽 전역을 돌며 그들의 "공동의 시도"

즉 버스를 타고 날아서 절벽아래로 떨어지는것이 잘 이루어 질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며

여행을 한다.

 곧 죽을 그들은 더 이상 가식적이지도 않고 욕심도 없으며 마음껏 이 현실을 즐긴다.

수많은 동지들이 옆에 있으므로 그들에겐 두려울것도 못이길 적들도 없다.

죽음을 전제로한 공동의 목표가 그들을 더욱 더 강한 유대감으로 묶는다.

서로의 아픔을  더 공감할 수 있고 서로를 위로하는 방법 또한 더 잘 알고 있다.

먹고 마시고 유럽의 대자연을 만끽하는 동안

자신도모르게 삶에 대한 욕구가 그들에게 스며든다.

 자살이 나쁘다거나 죄라거나 그런 언급은 없지만

자살을 하기위해 모인 그들은 동료의 죽음에는 가슴아파하고 엄숙해 진다.

급기야는 절벽을 향해 뛰어드는 그 순간, 죽음의 경험이 그들의 삶에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느낀다.

 사람이 자살을 하는 이유는 사업이 망해서,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 사람을 판단하는 가족들의 외면을 못견뎌서라는 말이 생각난다.

힘들어 하는 사람을 따뜻하게 보듬고 사랑해준다면 그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정작 죽고 싶다는 사람은 생각만큼 돈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고 

이 세상엔 나혼자라는 생각때문에 괴롭고  마음의 공허함을 채울 그 무언가가 부족한 것이다.

자신을 일으킬 힘조차도 없는 사람에게 못났다고 손가락질 하지말자

죽음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게 무심한 한마디라도 생각없이 던지지 말자.

과거의 나를 포함한 그들에게 필요한것은 진심어린 애정이 담긴 말 한마디일테니까..

 집단자살소동에 참여했던 그들은 어찌 되었든간에 행운아들이다.

한번 죽을 뻔한 경험이 그들에겐 가장 강력한 삶의 원동력이 되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는 강한 힘을 얻었고

공동의 운명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진짜 친구를 만나게 되었으니

이들보다 행복한 이가 있겠는가..

 그리고 죽겠다는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어두운 그림자가 실제 생활에도 틈을 탈것이다. 또 다른 사람에게도 슬그머니 전달되는 못된 병이다.

우울하거나 슬플때 아니 즐거워도 상관없다.

노르카프 절벽을 향한 여행에 동참해보자

가슴이 뜨거워 지는 것을 느낄것이다.

음흠흠하하하

다 빈치 코드 1
댄 브라운 지음, 양선아 옮김, 이창식 번역 감수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4년 7월

빨간 책표지에 모나리자의 유혹에 넘어가 이책을 사고 말았다.

도데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최고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바티칸의

금서가 되었을까 나름대로 기대가 많았다.

재미있으면 지인들에게 선물도 할까 했었다.

다 읽었다

참으로 건방진 책이 아닐 수 없었다.

무슨 추리도 아니고 이렇게 어설플 수가 있단 말인가

기독교관의 상식을 뒤없는 그런 내용은 관두더라도

매력적이고 박식한 두 남녀가 풀어가는 미스테리는 호기심을 갖게하다가

눈에 뻔히 보이는 전개로 맥이 풀린다.

황당한 결말,,

친절한 등장인물의 해설..잡다한 지식을 긁어모으는데

많은 노력을 들였겠지만

무지하게 무식한 내용들이 정말 나를 씁쓸하게 만든다.

 내가 기독교인이라서 그런것은 아니다.

다만 작가의 능력이라면 베일에 가려진 신비적인 그 무언가의

감추어진 음모를 파내려는 인간 본연의 호기심을 자극한것은 분명하다.

수천수백명의  선지자들이 몇천년에 걸쳐 기록한

단 한사람을 기록한 역사가

이 두권짜리 다빈치코드가 뒤엎을 수 있다는 발상도 그렇고

그것에 열광하는 독자(?)들도 나를 흥분하게 만든다 ㅋㅋ

 성경외의 예수의 인간적인 모습을 다루면서

막달라마리아가 예수의 부인이었다는것..

그의 후손이 존재한다는것,,

마지막 후손이 이 소설의 여주인공이라는것

오르가즘을 통해 신을 만난다는 시온수도회의 비밀..

이 조직의 명단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포함한 뉴턴 등

우리가 아는 인물이 등장하는것..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요한으로 나오는 이가

사실은 막달라 마리아였다는 것,

그 그림들 속에는 그들이 말하는 성배를 지키려는 다빈치의 사상이 혼합되어있다는것,

이런 사실의 폭로를 막으려는 바티칸 교회의  만행들이

마치 진실인것처럼 그려지는게 흥미를 느끼는것을 넘어 불쾌하기 까지 했다. 

역시 베스트 셀러란 말에만 휘둘리면 후회한다

머리로 말고 가슴으로 사랑하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반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2년 7월

제목을 보면서 이책은 뭔가가 틀릴거라는 기대를 했었다.

알랭 드 보통이 펴낸 여러 책들마다의 찬사가 그렇고

그의 재치와 아이러니에 감동을 받았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에서이다.

나 또한 책을 구입할때마다 항상 목록에 포함시켰다가 몇 개월만에  산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의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왜 그 사람을 사랑하는가에 대한 답은 모른다 이다.

아니 사람마다 다르다.. 아니, 이론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분석하려는 행동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한 남자가 한여자에게 꽂혀서 사랑을 하고 헤어지고..그러는 과정을

심리학적으로 또 철학적으로 세밀하고 알랭 드 보통 특유의 문체로 분석한다.

남녀의 운명적인 만남, 그것을 의미있는 존재로 승화하기 위해서

삶속에 억지스러울 정도의 인간관계를 부여하는 주인공,,

그 남자는 여자의 두 앞니 사이의 간격속에 빠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녀의 녹색눈,,말투에서 나오는 악센트, 하품할 때 그녀의 목 기울기..같은

시시콜콜함을 통해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서로 깊은 사이가 되고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를 소유하려는 단계,

사랑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미움.. 그녀의 생활속에서  자신을 확인하는 단계를 거치면서

마르크스주의, 자유주의를 곁들여 이 사랑의 감정의 현상을 설명하려 한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그녀의 배신앞에 자살을 시도하는 남자..

사랑의 대상에게서 더 이상 사랑을 되돌려 받을 수 없게 되는 남자의 자살의 의도는

죽고 싶다는 의미보다 자신의 분노를 그녀에게 전달하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얼마나 화가났는지 보여주려면 그는 죽어야 했고 그 충격으로 그녀가 괴로워하는 것을 지켜볼려면

 살아있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받은 고통을 무슨 순교자의 고통에 견주면서 도덕적 자질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자신을 위로한다. 아무리 박식한 지식으로 사랑을 논하면서도

사랑을 잃은 그 고통에서 헤어나올 방법을 찾을 수 없는 주인공을 볼 때

사랑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이고 각자의 인생에서 경험하고 터득한 고귀한 방식으로만

할 수있고 극복할 수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역시 사랑은 머리로 하는게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그녀에 대해서 그렇게 구구절절히 분석하면 뭘하는가 결국은 떠나버린 사람을 붙잡을수 도 없는데..

아무리 특별한 통찰력의 재주를 가졌더라도 알랭 드 보통 자신도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고 지키는데는

 이러한 이론이 그렇게 도움되지 않을 것 같다.

별 내용도 아닌데 이렇게 눈에 들어오지 않는 책은 진짜 처음이다.

아무리 번역된 글이지만 우리가 읽는데 불편한 현학적인 문체는 단어의 선택, 문장의 구조상에서

 번역가의 배려가 부족했다고 본다.

마지막 한 조각의 존엄성

눈먼 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02년 11월

누군가에게  "사람이 눈이 멀게 되면 어떻게 될까?" 물어보았다.

그는 "먹고 살기 힘들겠지" 라고 말했다.

이 책을 읽고나면 "먹고 싸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될것이다.

퇴근길 횡단보도앞에서 한 남자가 눈이 멀고 만다. 눈앞이 하얗게 보이는 '백색병' 그를 시작으로 하나둘 눈이 멀기 시작한다.  처음 눈이먼 몇사람을 시작으로 격리수용을 위한 정신병원에는 이들 말고도 수십명, 아니 수백명의 사람들이 몰려든다. 국가의 주관하에 목숨부지할만큼의 음식을 공급받고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치부되어 병원밖에 나가게 되면 군인들에 의해 사살되는 것이다. 이들중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은 안과의사의 아내 한 사람 뿐이다. 이 여자는 이 생지옥을 우리로 하여금 잘 관찰하게 도와주는 통로역할을 한다.

앞을 볼 수 없으니 잘 걸어다니지도 못한다. 씻을수도 없으니 당연히 사람들에겐 말할 수 없는 악취가 난다. 화장실도 넘치다못해 의미가 사라져서 몇 발자국 떼다보면 밟히는게 배설물이다. 아무곳에서나 자고 인간다운 자부심같은것은 없으며 원시적인 본능만 남아 눈만 반짝거리는 살아서 꿈틀거리는 벌레가 된다. 아무것도 볼수가 없기 때문에 인간을 버린 인간의 짐승만도 못한 행태가 벌어진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아무나하고 성관계를 맺고 아무데서나 배설을 하고 식량을 도둑질한다. 게다가 그 불쌍한 무리들 중에서도 총을 가졌다는 이유로 군림하려는 깡패두목도 생겨난다. 그 깡패두목에게 붙은자들까지 합세하여 군인들이 배식하는 식량을 모조리 약탈한다. 음식을 조금씩 나눠주는 댓가로 금품을 탈취하고 그도 모자라 여자들을 성적노리개로 만들기까지 한다. 먹을것을 위해 여자들은 몸을 바친다. 남자들은 배고프기때문에 자신의 아내가 성상납한 댓가로 받아온 음식으로 끼니를 연명한다. 깡패두목이 총을 가졌으므로 무기력한 남자들은 불의한 권력에 복종할 수 밖에 없다. (팔 몸도 없는 무능력한 남자들,, 아 정말 증오스럽다.)

눈이 보이는 의사아내 그녀는 자신의 남편이 눈이 멀어서 이곳에 수용될 때 남편의 안위를 위해 눈이 먼것처럼 가장하고 따라와서 이 지옥을 지켜보게 된다. 자신도 그 깡패 두목에게 당하게 되고 자신의 남편도 그녀를 의식하지 못하고 다른여자의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것 까지 지켜보면서 차라리 자신도 눈이 멀기를 바라며 흐느낀다.

눈이 먼다는 이 단순한 가정뒤에 이렇게 끔찍한 현실이 뒤따라 올 수 있다니 작가의 상상력과 독창성이 놀라울 뿐이다. 인간이 인간을 버리는 과정을 너무도 치밀하고 설득력있게 묘사하고 있다. 왜 하필 눈인가? 눈이 안보이기 때문에 우리를 더 잘 들여다 보기위함 일 수도 있다.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에서 역겹고 치욕스런 만행들을 저지르는 인간들...그것을 지켜보는 한 여자의 절망과 눈먼이상의 고뇌가 공감을 이끌어낸다.눈이먼다는 것은 여기서 인간다움 즉 인간의 부끄러움을 잃어버리는것을 의미하는것 같다. 사실우리는 눈이 멀었다. 보이는 현실을 외면하고, 권력에 눈이멀고, 명예에 눈이 멀고, 정욕에 눈이 멀고, 이 세상에 내놓을 자랑거리를 위해 사는 사람들이 판치는 이 세상에서 나 조차도 그것을을 피해갔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당연히 아니다.

어쨌든 그 곳에서도 인간다움을 조금이라도 가졌던 사람들이 마지막 한 조각의 존엄성을 무기로 의기투합하여 눈이보이는 의사아내와 함께 깡패두목을 처치하고 병원밖으로 탈출하게 된다. 그러나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어버린 것을 알고 또 다시 절망한다. 거리에는 굶어죽은 시체들, 시체를 먹는 개들, 산 짐승을 날로 잡아먹는 사람, 풀을 뜯어먹는 사람 내집 네집이 없고 아무곳에서든 불청객들 뿐이며 온세상이 썩은냄새로 진동하고 먹을것이라고 는 찾아볼수 없다. 그래도 눈이 보이는 의사아내도움으로 제일처음 병원에 수용되었던 소수멤버들은 의사아내의 집에 기거하며 그녀의 보살핌을 받는다.

그 절망속에서도 이들은 서로 고통을 나누고 서로 의지하며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들은 마음과 마음으로 교제하며 도움으로써 희망을 향해 한 걸음씩 발을 떼게 된다. 이 멤버중의 한사람 집에서 우연히 한 작가를 만나는데 눈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겹겹이 포개어 쓴 글씨로 눈이멀었던 동안의 흔적을 남겼던 작가,,이 사람이 종말에 앞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던진 말이 바로 사라마구가 우리에게 하려했던 말임을 알 수 있었다.

"'자기자신을 잃지마시오, 자기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두지마시오"

인간은 자신의 흰머리 한올도 검게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사람과의 소중한 관계, 인간의 정체성,존엄을 통해 우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눈을 잃음으로써 모든것을 잃었지만 정말 잃버려서는 안되는 것이 무엇이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 심각하게 생각하게 되는 이 작품을 만난건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으며 나와 함께 하는 모든이들에게 감사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주인공 이름도 없고 마침표밖에 없는 책이 불러일으키는 놀라운 집중력, 긴장감.. 강력추천이다.

고독에 대한 몸부림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세트 - 전3권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3권의 책을 이렇게 단숨에 읽어보긴 처음이다.

경악하는 내 자신을 보며 결코 유쾌하지 않지만

눈을 뗄 수 없는, 복잡미묘한 이 작품의 세계를 소개하고 싶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이었는지

그 사실이 거짓이었다는게 천만 다행이면서도그 거짓말이 사실이란것에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진실... 그것이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아픔이 내 가슴을 찌른다.

 각권이 한꺼번에 출판된 것은 아니다.

첫번째 [비밀노트]는 1인칭 복수 즉 우리가 한 일이다.

전쟁때문에 할머니에게 맡겨져 살아가는 쌍둥이 이야기이다

어린나이에 너무도 조숙하고 영리한 그들은 생존을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살인, 동성애, 강간, 수간.. 이런것들에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그들은 서로를 단련시킨다.

서로를 향해 욕을 하고 채찍으로 때리고, 단식을하고 부동자세의 훈련뿐아니라 지식을 쌓는등

무엇이든 극복하는것을 배운다

사랑, 감정? 이런것들은 존재하지도 않고 자신들의 아버지의 시체마저 밟기에 이른다.

이 아이들을 이렇게 만든것이 전쟁때문이라면 이 인생들에 대한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는가

인간의 잔인함이란 어디까지이며 그 출처는 어디란 말인가

이 아이들에게 동정을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도무지 그런 마음이 생기지 않는거다

 2권[타인의 증거]는 쌍둥이 형제 클라우스를 떠나보낸 루카스의 이야기가 주된내용이다.

혼자가 된 루카스는 차라리 더 인간적이다.

근친상간으로 아버지의 아이를 낳게 된 한 여인을 거두고

그 여자의 아이 마티아스에게 자식처럼 애정을 쏟는다.

기형아로 태어난 마티아스는 어린쌍둥이 형제처럼 특이하고 자아가 강한 천재이다.

그 아이 역시 엄마에게 버림받고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고 자살하고만다.

혼자가 된 루카스와 함께 어린시절을 보냈던 또 다른 쌍둥이 클라우스의 존재는

루카스가 채워나가던 비밀노트 상에서만 존재한다.

그나마 자식처럼 곁에 있던 마티아스의 죽음,

그리고 사랑이었을지도 모르는 연상의 여인 클라라도 떠나고

루카스는 실종된다. 아니 종적을 감춘다.

2권 마지막에 클라우스의 등장으로 끝을 맺는다.

 3권[50년의 고독]에서는 대혼란이 시작된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려면 눈이 튀어나오는것을 감안해야한다.

3권에서 진실이 밝혀진다.

또한 50년만의 쌍둥이의 재회..

클라우스 이름을 쓰는 루카스와 루카스의 이름으로 시를 쓴 클라우스가 만나고

꿈과 현실이 뒤죽박죽되어 초라하고 황량한 그들의 말로를 접하게 된다.

루카스가 실제로 존재한건 맞지만 클라우스의 외면으로 루카스의존재는 죽음으로 사라진다.

 왜 클라우스는 그를 형제로 인정하지 않았을까

루카스를 떠나보내고 차라리 얼어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으면서

50년동안 항상 그리워하며 만날날만을 손꼽았던 클라우스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이유는 무얼까

병약한 어머니때문이라면 좀 이해가 안된다.

이렇게 불친절한 반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쌍둥이가 50년동안 그리워 했던 그 여운이 지금도 나를 흔든다

황당한 반전이 주는 충격을 가라앉히고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이 쌍둥이를 통해 말하려 한것은무엇이었을까 생각해본다.

몇몇의 이기주의로 인한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는 힘없는 사람들 뿐이다.

왜 전쟁이 신이 내린 최고의 재앙이라는 말을 하는지 이제야 알것 같다.

 정말 짐승만도 못한 인간의 추악함, 잔인함 뒤에는

사랑받고 싶어하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이면적 본질이 있는것 같다.

쌍둥이들도 서로 함께 하고 싶어했고

이 모든 사건의 시작인 쌍둥이의 부모의 불행도 결국 사랑의 배신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그것이 이 형제를 헤어지게 했고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삶에 대한 의미를 찾지못하고 우울한 병에 시달리게 된다.

어린나이에 감히 자살을 감행한 마티아스도 사실은 사랑의 결핍이 이유인것 같았고

마녀라고 불리웠던 그 무서운 쌍둥이 할머니가  술을먹고 울음을 터트리곤 했던것도

나약한 인간의 고독에 대항하는 몸부림이었으리라

 인간은 신이 사랑하기위한 사랑의 대상으로 창조된 것이기 때문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것의 부재는 무의미한 삶이며 고통스럽다.

살면서 이런 책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것 같다.

피상적인 감상에서 벗어나 세로운 세상에 몰두하고 싶다면 이 쌍둥이를 만나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솔직히 책표지는 좀 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