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음악은 철저히 혼자일때만 완전히 즐길 수 있다는 생각이 일리가 있듯이
신이 지상에 건설한 빛나는 세계를 올바로 볼 수 있으려면 절대고독 속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완전히 혼자인채로 몽환에 빠져들게 하는, 비록 몇페이지 이지만 상세한 그림처럼 구석구석 세밀하게 묘사한 랜더의 별장.. 포우의 글을 따라 차례로 상상의 나래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꿈속의 집 한채가 뚝딱 지어진다.  아무도 없는 숲속을 거닐 때면 나 혼자있을때만 나타나는 요정의 존재들.. 잠깐의 몽환속으로 빠져들지 않았던 이가 있었을까?

저 녹색무덤들이 요정의 무덤일까?
사람들이 생을 마치는것처럼 요정들도 그들의 달콤한 생을 접는것일까?
요정들은 죽을 때 마치 저 나무들이 그림자를 차례로 생겨나게 하는 것처럼
슬퍼하며 자기 존재를 조금씩 조금씩 신에게 바치며 생을 낭비하지는 않았을까?...
물이 나무그림자를 빨아들여 더욱 검어지듯 죽음은 요정의 존재를 그렇게 삼켜버리는 것이 아닐까?
 

공포의 검은 고양이로 잘 알려진 포우의 또다른 세계를 53권의 다양한 장르의 단편을 통해 경험하게 된다. 기묘한 집중력, 악마연구에 몰두한 그는 추리 미스테리 공포소설의 대가인 동시에 가장 신비롭고 서정적인 자연에 대한 동경, 판타지를 그려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품에서 느껴지는 기괴한 우울함이나 인간내면을 파고드는 공포감등은 포우의 순탄치 못했던 인생을 반영한 것이라기 보다는 그의 정보수집력, 치밀함, 천재성을 더욱 돋보여 주는 하나의 도구였다. .

이책을 읽다보면  포우는 도서관을 샅샅이 뒤진사람, 누구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 누구보다 식견이 넓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일반인들이 그의 문학세계가 어렵다고 느끼고 이해를 못하고있음을 포우 자신도 아는 것같았다. 그러나 그는 그의 사상에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자신을 닮은 주인공을 통해 자신의 글이 정당한 평가를 받기를 희망한 듯 보인다.

우울한 이 기나긴 여정을 끝내는데 몇 달이 걸렸다. 책이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마치 백과사전을 드는 것 같았다. 또 지루하고 딱딱한 번역 때문에 몇 번이고 책을 놓고 싶었지만 인내심의 한계를 극복하는 내 나름대로의 훈련을 동반했던 이유로 위안을 삼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