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여형사 봉생
이수광 지음 / 네오픽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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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작가 이수광 선생님의 신작이 발표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조선왕조실록에서 남편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14년 동안 범인을 추적한 여인의 일화에서 착안하여 만들어진 이야기입니다.

 

 포청에서 근무하는 다모 봉생은 어렸을 적 계모와 배다른 형제들에게 구박을 받다가 어느 날 부잣집과의 억지 결혼을 강요받고 집을 뛰쳐나오게 됩니다. 그러다 만난 이는 포교인 김애격입니다. 그는 조선 최고의 천재 역관 중 한 명이었지만 워낙 곧은 성정을 가지고 있어 융통성 없이 굴다가 거의 좌천되듯 포교로 발령받았습니다. 좌우간 인연이 닿아 결혼한 봉생과 애격은 그리 넉넉하지는 않은 형편이었지만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의 시체가 발견되고 그 시체 임자의 시아버지를 자칭하는 이가 나타나 애격과 그 동서인 이지휼을 매수하여 시체 신원을 알 수 없게 해 달라고 부탁합니다. 애격은 거절하지만 지휼은 돈에 눈이 멀어 그 제의를 수락합니다.

그 와중에 이지휼이 갑자기 시체로 발견되고 애격은 범인으로 몰려 혹독한 고문을 받다가 결국 죽게 됩니다. 봉생은 남편의 억울함을 밝히기 위하여 모든 것을 버리고 범인 추적에 나섭니다.

 한편, 다른 사람을 죽인 뒤 자신의 옷을 입혀 자신이 살해당한 것처럼 위장하였던 지휼은 자신이 받았던 어음이 가짜임을 알고 다른 곳으로 도망칩니다. 봉생은 지휼(가짜)의 유골을 보고는 그가 지휼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하고 추적에 나서죠, 그런데 그 사건 뒤에는 사실 효종 임금의 기밀문서를 쫓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나왔던 봉생의 이야기를 소설로, 그것도 단순한 살인 사건과 중요한 국가 기밀문서를 둘러싼 추적 이야기로 만들다니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작품입니다. 특히 현종 임금의 등장이 이야기를 더욱 극적으로 만듭니다. 세자 시절 미행을 나왔다가 자객에게 위협받던 현종을 봉생이 우연히 구해 주면서 현종은 계속 그녀를 흠모하게 되지만 그녀는 이미 혼인을 한 몸이라 후궁이 되거나 할 수는 없어도, 현종은 몇 년 동안 그녀에게 호위 무사를 보내 그녀가 범인 추적하는 동안 해꼬지를 당하지 않도록 돕습니다.

 특히 삼전도의 치욕 후 북벌론자와 반대파의 치열한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간결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록은 물론 야사 등에도 이러한 팩션과 관련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으니 더 많은 이야기가 소개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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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용골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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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작가 중 한 명인 요네자와 호노부의 신작입니다. 그 동안 일상 미스터리 혹은 본격 미스터리를 주로 선보인 그로서는 조금 이색적인 작품이죠.

 

 배경은 1190년 영국령 섬인 솔론 제도입니다. 솔론 제도는 교역의 중심지인 큰 솔론 섬과, 영주의 성이 있는 작은 솔론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에윌린 가가 5대째 이 제도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이 섬의 영주 로렌트는 많은 수의 용병을 고용합니다. 데인 인(덴마크계 바이킹)이 섬을 침략할 징조를 느꼈기 때문이죠, 데인 인들은 끈질기게 솔론 제도를 침략하려다 저주를 받고 봉인되었는데 최근 봉인이 풀리자 다시 침략하려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불사의 저주 때문에 머리를 잘리지 않는 한은 절대 죽지 않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저주받은 데인 인들보다 더 위험한 적이 솔론 제도에 왔다는 점입니다. 로렌트를 찾아온 불청객은 동방에서 온 기사 팔츠와 그의 종사(조수)인 니콜라였습니다. 그들은 며칠 전에 로렌트의 저택 경비병이 살해된 사실을 알고, 중동에서 조직된 비밀 결사단인 암살기사단이 로렌트를 노리고 있으므로 경고를 하기 위하여 섬을 방문한 것입니다.

 암살기사단은 마법을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죽이게 할 수 있고 그 조종당한 사람(‘미니온’이라 불립니다)은 그 기억을 잊게 되기 때문에 과연 누가 어떤 방법으로 솔론 제도에 위협을 가하게 될지 모릅니다.

 회의가 있던 다음날 아침, 영주 로렌트는 자신의 작전실에서 칼에 찔려 죽은 채 발견되고 팔츠와 니콜라는 살인범을 추적합니다. 하지만 작은 솔론 섬 자체가 하나의 큰 밀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팔츠는 범인이 과연 어떻게 작은 솔론 섬으로 갈 수 있었는지 추리를 하기 시작합니다.

 

 야마구치 마사야의 <살아 있는 시체의 죽음>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비논리적인 상황에서도 그 극중에서만의 논리 성립으로도 훌륭한 본격 추리물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작품입니다. 이 작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마법과 저주, 각종 주술이 횡행하는 가운데서도 본격 추리물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체에 가루를 뿌려 마법으로 의해 살해된 이인지 알아보고, 마법의 가루가 적외선 카메라 대신 침입자의 발자국을 나타나게 해 준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비논리적이지만 극중에서 전혀 어색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빠른 전개와 액션 장면 등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펼쳐지며 각종 마법 또한 여러 모로 재미를 느끼게 해 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범인을 밝히는 대목은 본격 추리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지요.

 아쉬운 점은 마지막 반전이 놀랍기는 해도 오늘날 보기에 그리 신선하지는 않다는 점입니다.

 역시, 요네자와 호노부 최고 걸작이라는 평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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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당들의 섬
브루스 디실바 지음, 김송현정 옮김 / 검은숲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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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당들의 섬>이라, 제목만으로는 데니스 루헤인의 <살인자들의 섬>을 생각나게 하지만 원제 <Rogue Island>는 미국의 가장 작은 주인 로드아일랜드의 기원이 사실은 로그 아일랜드, 즉 악당들의 섬이라는 데서 비롯되었다는(극중에서의 설정이지만) 데서 나온 제목이지요. 해적들이 그곳을 거점으로 밀수를 하였기 때문이니까요.

 

 로드아일랜드 주의 작은 마을인 마운트 호프에서 연이어서 화재 사건이 일어납니다. 커피포트에 휘발유를 가득 채운 뒤 스위치를 올려놓고 달아나는 방법으로 방화를 저지르는 범인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고(실험해 보시지는 마십시오), 희생자는 점점 늘어만 가는 가운데 동네 사람들은 불안해합니다.

 신문기자 멀리건은 이 사건 취재에 나서지만 그에게 여러 장애물이 있습니다. 그의 기사 때문에 사실 손해를 본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거기다 깊숙이 사건을 파고들수록 그와 그의 주변에서도 여러 가지 사건이 일어나고, 그 역시 몇 번이나 습격을 받게 됩니다. 그 와중에도 멀리건의 추적은 계속됩니다.

 

  이 작품이 브루스 다실바의 데뷔작이라고는 하지만 40여 년간 언론계에 몸담아 온 베테랑 기자 출신답게 대단한 필력이 돋보입니다. 특히 인물 묘사가 매우 훌륭합니다. 자기는 늘 욕을 입에 달고 살면서 신문기사에 욕이 들어가면 화를 내는 편집장, 멀리건의 단골 가게 주인 영감, 멀리건과 원수지간인 경찰관, 멀리건의 애인, 멀리건에게 전화를 걸면 욕부터 하는 전처, 신문사주의 아들이지만 멀리건의 파트너가 된 견습기자, 멀리건의 동창이자 정의감에 가득 찬 여성 소방관 등 각자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들의 묘사가 정말 생생합니다.

 물론 가장 빛나는 캐릭터는 멀리건입니다. 대개 이러한 스릴러의 주인공은 삶에 찌든 베테랑 형사가 맡는데, 멀리건 역시 삶에 찌들고 매사 삐딱한 태도를 보이며, 술에 절어 살기는 하지만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는 마운트 호프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중간중간 냉소적인 유머가 아주 돋보입니다.

 브루스 다실바의 차기작에도 멀리건이 등장한다니 정말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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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환의 심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26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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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스릴러 작가로 자리매김을 한 마이클 코넬리의 신작입니다. 코넬리를 대표하는 캐릭터는 해리 보슈, 얼마 전 영화로 개봉했던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주인공인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 이 두 사람이 한 작품에 등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많은 팬들을 설레게 했던 작품입니다.

 

 이 작품은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와 같이 미키 할러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갑니다. 미키 할러의 동료 변호사인 빈센트가 총에 맞아 죽게 되자 할러는 그가 맡았던 사건을 인수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인 월터 엘리엇은 자신의 아내와 정부를 총으로 쏘았다는 혐의를 받고 수감 중입니다. 미키는 그의 변호를 맡게 되지만 엘리엇이 다른 범죄와도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해리 보슈와 만나게 됩니다. 보슈 형사에게서 이유 없는 친밀감을 느끼게 되지만 사사건건 사건에 끼어드는 보슈를 귀찮게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신도 몇 번이나 위험에 빠지게 되자 할러는 진실을 찾아 나섭니다.

 

 마이클 코넬리는 매년 적어도 한 작품을 내고(그것도 분량이 상당한), 작품 하나하나가 모두 걸작이라 평가받는, 오늘날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입니다. 솔직히 아직 그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정말 필력이 있고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능력이 굉장한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다 2012년 상반기 최대 흥행작인 영화 <어벤저스>처럼, 마이클 코넬리판 <어벤저스>라는 말이 결코 모자라지 않습니다. 까메오(?)급 출연이지만 코넬리의 또다른 대표작 <시인>에 등장했던 잭 맥커보이 기자도 등장하니 말입니다.

 마이클 코넬리의 팬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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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의 문제 진구 시리즈 1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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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변호사’시리즈로 주목받았던, 국내에서는 드문 본격 추리소설 작가 도진기의 신작 두 편이 새 캐릭터와 함께 나왔습니다. 이번의 주인공은 김진구라는 20대 백수 청년으로, 그는 대학도 고등학교도 중퇴했으며 일정한 직업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세월을 보내고 있죠. 그리고 탐정 캐릭터로서는 드물게 도덕에 대한 관념이 없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일한다는 점이 큰 특징입니다.

 

 

 <순서의 문제>는 이 단편집의 표제작이자 첫 번째 단편입니다. 대리운전 기사로 일하는 진구는 묘한 손님을 맞이합니다. 원주에 가서 전화 한통만 해주면 50만 원을 주겠다는 겁니다. 나중에 진구는 그가 살인 사건의 용의자임을 알게 되고 자신이 직접 그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섭니다.

 <대모산이 너무 멀다>는,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 해리 케멜먼의 <9마일은 너무 멀다>의 오마주적인 작품입니다. 진구에게 여자친구인 해미가 찾아와 지하철에서 본 수상한 남자 이야기를 하자, 진구는 그 이야기만 듣고도 그가 누구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냅니다.

 <막간: 마추피추의 꿈>은 추리퀴즈와 같은 형식으로, 제목 그대로 막간의 휴식 같은 작품입니다. 진구는 해미와 페루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진구가 공항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해미만 혼자 가게 되죠, 그런데 해미가 페루에 도착하니 진구가 맞이해 줍니다. 과연 진구는 어떻게 해미보다 먼저 도착했을지 알아맞히는 재미도 있습니다.

 <티켓다방의 비밀>은 중편입니다. 진구는 해미의 먼 친척이 자살했다는 말을 듣고 그 유족이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도와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됩니다. 진구는 법 지식을 총동원하는 동시에 그의 주변에서 있었던 기이한 죽음의 진실을 밝혀 나갑니다. 중간중간의 반전이 돋보입니다.

 <신 노란 방의 비밀>은, 납치되었다가 탈출한 소녀. 하지만 그 소녀는 납치된 장소를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소녀가 기억하고 있는 것은 ‘노란 방’뿐인데요. 과연 그 소녀의 기억 속에 담긴 진실은 무엇일까요?

 <뮤즈의 게시>는 진구와 해미가 법정에 증인으로 서서 피고인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주기로 합니다. 그러나 진구는 그 사건에 이상한 점이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건을 직접 조사하기 시작하죠, 특히 저자의 다른 시리즈 주인공인 ‘어둠의 변호사’ 고진이 특별출연하니 고진 팬들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리바이 트릭과 법정 장면 묘사가 돋보입니다.

 <환기통>은 이 단편집 중 극중 시간으로는 가장 오래된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도서물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환기통에 숨어든 도둑이 경비원과 환기통에서 맞닥뜨리며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 경비원은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지만 도둑은 무죄를 주장하게 되죠. 이 사건과 동시에 진구와 해미의 첫 만남 이야기도 덤으로 그려집니다.

 

 

 

 한국 본격 추리문학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도진기 작가님의 작품인 만큼, 단편집도 장편도 추리소설적 재미가 충분하며 진구라는 캐릭터도 돈만 아는 것 같지만 의외로 매력이 있는 인물입니다. 가끔 보면 해미를 끔찍이 아끼는 듯한 모습도 보여주고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모산은 너무 멀다>는 어림짐작의 도가 조금 지나치며, <뮤즈의 게시> 등도 트릭에서 조금 무리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진구의 활약이 고진 변호사의 활약 못지않게 기대되는군요. 다음번에는 진구의 라이벌 캐릭터, 혹은 진구의 과거 등이 더 자세히 나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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