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가 끝나고 나면 내 삶은 조금 길수도
짧을 수도 있는 마지막 페이지로 넘어간다.
그 페이지마저 넘어가면 내 정신은 사라지고
생명활동이 멈춘 육체만 남을것이다.
그것도 잘 떠나게 해야 한다.
오래 썼지만 혹시라도 다른 누군가에게
쓸모가 있는 것이 있다면 주도록 하자.
예컨데 각막 같은 것이다.
그것으로 누군가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가.
줄 수 있는것이 하나도 남지 않은 몸은 의과대학 해부학 실습용으로 쓰게 하면 좋겠다.
내가 아플 때 병을 고쳐준 의사 선생님들은 공부를 할 때 누군가의 시신으로 실습을 했을 것이다.
만약 무연고 행려 사망자의 시신이나 뭐 그런 것으로만 했다면 공평하지 않은 일이다.
내가 다 쓰고 떠난 육신이 사람을 살리는 일에
쓰인 다면 좋지 아니한가.
이렇게 쓰고 보니 꼭 유언장을 공개하는 것 같아서 묘한 기분이 든다.마지막은 화장이다.
문명이 생기기 전처럼 시신을 들판에 버린다면
새가 쪼아 먹고 들짐승이 뜯어 먹을 것이다.
보기에 좋을 리 없고 또 요즘은 버릴 땅도 없으니
그보다는 묻는 게 낫겠다.
하지만 수의로 감싸고 관에 넣어 묻어도 보이지만
않은 뿐 흙 속의 벌레와 미생물이 뜯어먹기는 한가지일 것이다.
그 벌레와 미생물도 결국 죽어 흙이 될 것이니
결과적으로는 마찬가지라 할 수 았다.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곧바로 육신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게 화장이다.
-프롤로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