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기엔 좀 애매한 사계절 만화가 열전 1
최규석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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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석 작품으로 처음 읽게 된 수채만화책 <울기엔 좀 애매한>이다.

 

작가는 20~30대 미술학원 입시 강의를 하면서 만났던 아이들의 삶을 어른으로서 지나칠 수 없어 붓을 잡았다고. 그가 든 삽으로 산이 얼마나 옮겨졌을까마는, 나 역시 삽한자루 든다는 생각으로 핸펀 리뷰 중.

 

만화가를 꿈꾸는 가난한 10대 아이들이 대입을 앞두고 겪어야 했던 힘겨운 순간들의 이야기다.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 아르바이트를 등쳐먹는 고용주가 있고 겨울에 학원비 더 받고자 수시전형 못 쓰게 하는 학원선생도 있고 재능이 있어도 등록금 없어 재수하는 아이들 있고...표현력은 되는데 주제나 특징을 못잡은 아이는 집안에 돈이 많아 남의 그림 훔쳐 대학가고... 그 아이도 따지고 보면 형제들의 격에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에 원하지 않은 선택을 한 피해자.. 게다가 돈을 들여도 가난한 아이들의 천부작 재능은 쫓아가질 못하는 비애가 있다.

 

그들에게도 좋은 일 하나쯤은 있어야 하는데.. 끝내 좋은 일 하나 안 일어난다.

 

꿈이 없어 다행이라는 가난한 아이들

아이의 알바비를 빼 쓸수밖에 없는 엄마

돈버느라 사랑하기도 피곤한 아이

어떻게든 되겠지 자조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똑똑한 사람도 대학말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는..

대학가면 뭘하는지도 몰랐지만 대학 안 가면 어떻게 되는 지 가르쳐 주기보단 겁만 준 세상..

 

만화가를 꿈꾸는 거난한 아이들이 왜 가야하는지도 모르는 대입을 앞두고 치러야 하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상황.. 가난이 아이들을 점점 세상밖으로 몰아내는 것은 아닌가

 

돈없다고 대학 못갔다고 울 수야 없지 않은가......결국은 눈물이 나겠지만....울면 무너질 것 같은 이 세상에서 대체 누구를 원망해야 한단 말인가...

 

돈도 재능이 되는 세상에 가난한 아이들의 삶이 <울기엔 좀 애매한> 것이다.

 

처음보는 수채만화가 주는 디케일한 현장감과 살아있는 10대 말투, 가난함 속에서도 재기발랄함 아이들. 미처 생각지 못한 그림그리는 10대들의 삶을 생각하게 한 만화다.

 

후반에 덧붙인 작업노트에는 만화탄생과정과 작가의 고된 작업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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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일기
지허 지음, 견동한 그림 / 불광출판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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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방일기] 1970년대 스님들 안거 엿보기

 

모든 스님이 선방을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선방만 다니는 스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그 살림살이가 자못 궁금했던 참에 마침 적당한 책을 발견했다.

금산사에서 템플스테이하며 긴 밤 읽어 내려갔다.

구도의 비장함과 의연함보다 식욕을 둘러싼 투쟁과 뒷방 권력 등의 선방생태 야사에 혹했고 이편저편 들 수 없는 선객의 끝장 논쟁에 끼여 머리도 좀 아팠고 조실스님의 서슬 퍼런 말들에 정신이 오롯해지기도 했다. 펄떡이는 진리에는 군말이 필요 없는 법이지만, 인간사에는 사는 맛이란 게 있고 일어나는 일이 있고 그건 선방도 마찬가지였다.

선객들은 나이, 학력, 출신 극과 극의 사람들이 모였다. 홍안에서 노안까지 팔도출신에다가 학력은 전무하거나 고학력이거나. 거기에도 유유상종이 있고 모순의 극한에서 조화를 엿보는 맛이랄까.

 

흔적 없는 필자가 남긴 40년 전 선방풍경의 부활

<선방일기>1973<신동아>에 연재된 글로 지허스님이 1970년대 상원사에서 동안거하며 적은 선방생활기록이다. 23개 에피소드를 고증한 삽화가 선방풍경을 더욱 정겹게 한다. 73년 이후 두 번이나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후학들과 일반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으나, 정작 필자인 지허스님의 흔적과 행적은 묘연하다고.

동안거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옛 선방 사료로도 가치 있다는데, 김장울력으로 시작해 산사의 겨울채비, 결제, 소임, 선방 생태, 포살, 선방 풍속, 유물과 유심의 논쟁, 본능과 선객, 올깨끼와 늦깨끼. 병든 스님. 마음의 병이 깊은 스님, 별식의 막간, 스님의 위선, 해제 그리고 회자정리로 이어진다.

김장과 메주 쑤는 울력(단체노동)은 필히 선객이 해야 할 일. 다수결을 원칙으로 하는 회의 공사(公事)’ 를 통해 울력(단체노동)과 초하루에 먹는 별식(간식), 산문출송(쫒아냄)에 이르기까지 결정된다고 한다.

36명의 선객들은 결제기간동안 각각의 소임도 맡는다. 차담당, 타종담당, 채소밭담당, 식수담당, 불담당, 땔감 담당.

일상생활을 떠난, 수행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방생태, 선승들 욕망과의 사투

선방생활은 3가지가 부족하다. 먹을 것, 입을 것, . 한마디로 욕망과의 싸움이다. 1970년대니 그 고초는 더했을 것.

그중에서도 식탐. 자물쇠는 끊어서라도 감자하나 먹겠다고 의기투합한 선승들과 막겠다는 원주스님(살림소임)과의 줄다리기에 웃음이 터진다. 결과는 매끼니 감자메뉴를 내어준 원주스님 ”.

채우면 별개 아닌, 막으면 더 하고 싶은 게 욕망이라는 한 생각 인다.

다사(多事)는 정신을 죽이고 포식은 육체를 죽인다.”

선객의 하루일과는 230분 기침, 3~6시 참선, 6~8시 청소, 아침, 8~11시 참선, 11~1시 점심 1~4시 참선, 4~6시 저녁, 6~9시 참선, 9시 취침. 2~3시간 단위로 참선, 하루에 11시간 참선한다. 좌복(방석)으로 발만 덮고 자면서도 수마와 사투를 벌인다.

 

선객의 싸움

걸레처리에서 비롯된 일찍 출가한 올깨끼와 늦게 출가한 늦깨끼 어린 스님들 사이의 싸움이 정겹다. 서로 원수처럼 싸우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어울린다. 어려도 선객은 선객인가. ‘속없네라는 생각보다는 마음에 쌓고 걸리는 것이 없어 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한가닥들 하시는 선객들의 말싸움은 어떤가. 몸이 먼저인가 정신이 먼저인가. 답을 내릴 수 없지만, 분리할 수 없기에 함께 가야하지 않나 생각해 본다. 어차피 죽을 때까지 끌고 가야할 몸뚱이 아닌가.

 

혜안을 지닌 조실스님 한마디, 평정의 힘

도가 지나치거나 진리에서 벗어날 때마다 혜안을 지닌 조실스님 한마디가 모든 걸 평정한다.

어떠한 상황 하에서도 식물은 아껴야만 하겠지요. 식물로 되기까지 인간이 주어야 했던 시간과 노동을 무시해 버릴 순 없잖아요. 하물며 남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 식물이야 더욱 아껴야 하겠지요.”

진리에는 군말이 필요 없다.

 

바라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할 선객, 그 자체만으로도 벅찬 일. 함께하는 도반의 모습에서 싸워야 할 자신의 모습을 본다.

삭목일날 저자가 남긴 한마디가 가슴에 남는다

삭도가 두개골을 종횡으로 누비는 것을 바라볼 때는 섬뜩하기도 하지만 내 머리카락이 쓸쓸 밀려 내릴 때는 시원하고 상쾌하다. 바라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 때문

바라보는 것과 느끼는 것의 차이. 저자의 시각으로 본 선방의 풍경이 직접 체험하는 것과는 다를 것이다.

그러나 선방일기를 읽기 전에 가졌던 선방에 환상과 무게는 조금 내려놓은 것 같다.

얇은 한 권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군더더기가 많아졌다.

가난해서 아름다웠던 시절, 가난은 그것이 물질이든 정신(지식)이든 우리를 진리에 가깝게 데려놓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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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샤이 - 가슴 뛰는 삶을 위한 단어 수업
케빈 홀 지음, 민주하 옮김 / 연금술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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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겐샤이] 단어에서 배우는 삶의 태도

삶을 이끄는 비밀의 단어

 

내면을 일깨워 삶을 이끄는 단어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사용하는 사람의 삶을 이끈다는 데 동의하는가.

여기 본래 순수한 의미의 단어 뜻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단어를 바르게 사용할 때 인간의 내재된 힘이 발휘된다며 단어에 대해 고찰하는 책이 있다.

저자 케빈 홀이 93살의 언어학자 노교수 아서 왓킨스을 만나 고대언어를 비롯한 일상언어의 원뜻을 살폈다. 더불어 단어를 삶의 지침으로 삼아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책제목이기도 한 흰두어 겐샤이를 포함해 11개 단어를 중심적으로 다룬다.

 

당신의 삶을 이끌 단어는

영적인 단어에 맘이 끌린다. 발음도 모양도 뜻도 신비롭다.

일상적 단어는 시대를 거듭하며 원뜻과 멀어진듯하다.

늘 쓰던 말의 어원을 듣고 보니 쉽게 이해되고 가슴에 와 닿는다. 책에 담긴 11개 단어는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11개 단어 중, 어떤 단어가 가슴에 와 닿는가. 어떤 단어가 당신을 삶을 가장 잘 설명하는가.

나는 나마스테, 겐샤이, 겸손이 가슴에 와 닿는다. 골라놓고 보니 누군가를 대할 때의 태도에 관한 단어들이다.

 

모든 사람은 삶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소명과 임무를 가지고 있다. 모든 사람은 반드시 이루어야만 하는 어떤 구체적인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 그 점에서 그 사람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수 없고, 그의 삶이 반복될 수도 없다.” - 빅터 프랭클

 

당신의 고유한 소명과 임무를 이루는 데에 단어수업이 도움되길.

 

11개 비밀의 단어

겐샤이 누군가를 대하는 태도, 나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힌두어다. 누군가를 대할 때, 그가 스스로를 작고 하찮은 존재로 느끼도록 대해선 안된다는 뜻. 여기엔 자기 자신을 포함한다. 나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그대로 반영된다.

길잡이(리더) -길을 발견하는 사람. 신호와 단서를 읽는 사람. 길을 보고 그 길을 보여주는 사람.

나마스테 - 당신 안의 신에게 절합니다. 신이 당신에게 준 재능에 경의를 표합니다. 나 자신을 향한 인사이기도 하다.

열정 - 자신이 가치 있게 여기는 일을 위해 기꺼이 고통 받는다.

열정이 있는 사람은 행동하고 열정 없는 사람은 시도한다.

자비 다른 사람과 함께 기꺼이 고통받는다는 의미

사페레 베데레 - 보는 법을 아는 것이다. 안밖과 앞을 내다보는 것.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자신의 천재성에 대해 질문했을 때 답으로 제시했다는 단어. 안을 들여다볼 뿐 아니라 앞을 내다본다는 의미 포함한다.

지혜는 내가 본 것을 안다. 비전은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안다. 무관심apathy 길이 없는 것.

영혼은 그림 없이는 생각하지 않는다

겸손 - 어원은 흙을 의미하는 라틴어 후무스. 색깔이 짙고 영양분과 유기질이 많은 흙. 후무스가 삶에 있다면 우리는 무성하게 자라고 발전할 수 있다. 겸손은 배울 수 있고 가르침 받을 수 있는 능력. 자신을 다스리는 일과 다른 사람을 이끄는 핵심이다.

영감 숨을 불어넣다. 용기를 주다는 심장에 무엇을 보태다. 내면의 불꽃 다른 인간 존재와 만남에 의해 다시 타오른다.

공감 다른 사람의 길 걸어보기. 다른 사람이 간 길을 걸어 보지 않는다면 그 사람이 경험한 것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다. 산소가 몸으로 전해지는 것처럼 공감은 마음으로 전해진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 자신을 놓을 수 있는 것. 다른 사람이 보고 느끼는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것.

코치 사람들을 데려다 주기

중요한 사람을 목적지로 무사히 데려다 주기. 알지 못하는 것 가르칠 수 없고 가 보지 않은 길 안내할 수 없다.(가이드 좋은 길을 보고 알아내는 능력) 효과적인 코칭은 약점과 부족함이 아닌 장점과 능력에 중점을 두는 것. 코칭 상호적이다.

교사라는 존재는 배움이 전염성을 가지고 널리 퍼지게 해야 하고, 하나의 아이디어가 다른 아이디어의 불을 지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올린 온 심장을 다해 행동하기

올린ollin 고대 멕시코 원주민 아즈텍족에서 온 단어, 대지를 뒤흔드는 지진이나 거대한 폭풍 같은 움직임. 지금 곧 온 심장을 다해 움직이고 행동하라.

진실성 온전하고 손상을 입지 않은

무엇보다 너 자신에게 진실하라. 그러면 밤이 낮을 따르듯 어느 누구에게도 거짓됨이 없을 것이다. 진실성은 그 어떤 단어의 신성함도 초월하는 힘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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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보는 눈 - 손철주의 그림 자랑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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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이야기 <사람 보는 눈> VS <명작순례>

비슷한 시기에 옛 그림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룬 두 권의 책이 나왔다.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사람 보는 눈>과 유홍준의 <명작순례>.

 

<사람 보는 눈>은 기자로 활동하던 미술평론가 손철주의 저서다. 얼굴이 트리밍 된 표지디자인과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 영리하게 배치된 제목, <사람 보는 눈>이 시선을 끈다. 몰랐던 사실 하나, 겉표지를 벗기니, 트리밍된 얼굴이 보인다. 재치 있는 표지디자인에 무릎을 칠 노릇이다.

 

두 책은 옛 그림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다뤘지만 구성과 저술목적,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 다르다.

 

<사람 보는 눈>은 옛 그림 속에 등장한 사람을 중심으로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방대한 양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 반면, <명작순례>는 조선시대 명작과 예술적 가치가 있는 그림과 글씨 49편을 다뤘다.

 

구성에 있어 <사람 보는 눈>은 구성은 산수화 속 인물을 다룬, 같아도 삶 달라도 삶, 초상화를 다룬 마음을 빼닮은 얼굴 등으로 특색 있는 범주로 나눠 다뤘고 <명작순례>는 조선 전기, 후기, 말기 그리고 글씨와 서예가, 왕실그림과 글씨로 구성되어 있다.

 

풀어가는 방법을 보면 <사람 보는 눈>은 그림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림 속 상황과 등장인물의 마음, 됨됨이를 짐작하여 주관적으로 재미있게 읽어준다. 손철주의 자세하고도 꼼꼼한 그림 읽는 맛에, 보았으나 보지 못했던 것을 찾아내는 자세히 보게 되는 눈과 나름의 의미를 붙이는 습관이 든다. 더불어 그림에 붙여진 시와 글의 해설까지 더해져 작품의 가치와 흥미를 높인다.

 

"두 손을 가슴에 모은 채 무언가 뚫어져라 쳐다본다.

눈동자는 또렷한데 흰자위가 차갑다. 앞에 상대가 있다면 쌀쌀맞은 눈길에 오금이 저리겠다.

그리 봐서 일까, 콧수염과 턱수염도 단정하기 보다는 뻣뻣한 기운이 드세다."

<김시습 초상> 중

 

<명작순례>는 저자가 서문에도 밝혔듯이 그림에 대한 객관적인, 기본적 정보 사회적 예술적 배경, 화가의 예술적 노력과 특징의 발현 등에 대한 정보를 통해 독자가 예술적 가치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썼다. 유홍준의 말에 따르면 전작 <국보순례>가 문화재 감상법 일반론이라면, 후작 <명작순례>는 각론에 들어간 명화감상법이라고. 학술적으로 접근한 듯하여 다소 딱딱한 감이 있다.

 

초보자가에게는 흥미를 돋울 수 있는 손철주의 <사람 보는 눈>을 추천한다. 내용을 풀어가는 면에 있어서나 종이를 넘기는 손의 감촉까지 부드럽다. 인정된 작품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다면 <명작순례>를 권한다.

 

옛 그림에서 옛 사람의 마음가짐과 세상살이를 본다. 같은 '사람'살이되, 다른 삶이다.

그림을 읽는 법, 감상하는 법을 배우기 전에 옛 그림에 흥미를 가지고 보는 안목을 기를 수 있었다는 점이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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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아프지 말아라 - 행복하냐고 너에게 묻는다
정영 글.사진 / 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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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도 아프지 말아라> 인연, 산문이 열리다

- 30인의 선지식에게 묻는 삶, 수행

 


사형지간의 스님들이, 은사를 중심으로 똑같은 모습으로 같은 옷을 입고, 빛이 일기도 전인 새벽, 나란히 예불 드리는 모습. 난 그것을 보는 것이 너무 좋고 마냥 부럽다. 핏줄이 아닌 은사와 도반이란 이름으로 맺어진 수행자. 게다가 사연이야 어찌되었든 훌훌 속세의 모든 것을 털고 사찰로 들어가 수십 년의 수행을 한다는 사실은 내가 감히 할 수 없는 일이니 호기심을 넘어 내게 환상의 세계이기도 하다.

 

나의 이 깊은 호기심과 막연한 동경은 간간히 산사를 체험하면서 일부분 해소되거나 깨지기도 했으나, 여전히 산사에 홀로 청정하게 수행하는 스님들 앞에선 길을 가다가도 나도 모르게 합장하고 인사를 하게끔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인연, 산문이 열리다.

한 권의 책으로 30분의 스님을 만난다.(다행이 아는 분이 없다) 시인 정영이 중개한다.  <누구도 아프지 말아라> . 내가 아는 한, 한 권에 최다 인터뷰이를 담지 않았나 한다. 덕분에 내 평생 만나보지 못할 여러 스님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얕은 감이 있다. 선정과정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안타깝고 기획하여 취재에 나섰기에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는 없다. 책을 읽다 울림을 주는 스님은 찾아뵈라는 듯 , 인터뷰이 스님의 거처에 대한 정보가 덧붙여졌다. 대부분 어느 사찰 주지거나 회주, 선원장이시다.


질문이 일정치 않고 생각많은 인터뷰이의 소회에 따라 흘러가는 것은 장점이자 단점. 시인 정영의 인터뷰를 통해 수행자의 삶, 그들이 추구하는 수행의 의미를 귀동냥해 본다.

 

깨우침을 주는 선지식의 말씀

시인은 스님들의 출가사연과 수행이유, 방법들을 묻는다. 스님을 만나기 전에 접하는 불교 잠언과 게송은 잠언이 눈길을 끈다. 마음에 남는 몇 분 스님의 말씀을 옮긴다.

 

삶의 문제는 살아있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시대는 열림의 구조이고 가속화되어 있기에 자기 삶의 전무, 자기의 골격을 볼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상실감 크다. 그렇기에 스님은 닫힘의 문화, 침묵의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허운

 

수행자는 만나면 행복과 편안함을 주는 사람, 하지 못할 말도 능히 할 수 있고 마음을 후련하게 해주는 사람 - 성전

 

몸이 변하면 생로병사, 사물이 변하는 것 생주이별, 계절이 변하는 것 춘하추동, 지구가 변하는 것 성주괴공.. 제행무상(우주의 모든 사물은 늘 독고 변하여 한 모양으로 머물러 있지 않음) 힘 안드는 게 어딨나. 먹고 자고 싸는 일에도 힘이 들어가는데.

 

일 가구 일 다기 운동. 도자기 접하면 정서적 불안 해소. 차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 다기에 차 마시다보면 담소 나누게 되고 얘기하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의식을 개혁할 수 있다. - 철산  만나는 사람들에게 다기를 준다고 만나고픈 마음이 생기는. ^^

 

그 밖에 일타스님을 모신 스님이 꽤 기억에 남는다. 30년 모셨고 30년은 그분의 기념사업들을 하면서 생을 보낸다는. 참 행복한 분이겠다는 생각, 그렇게도 살아가는 삶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 울컥했다.

 

나에게 약이 되는 글


남을 바로잡으려가나 다스리려고 하면 안 돼요. 남이 하자는 대로 따라 가면 돼요. 이것이 아집을 꺽는 첫 번째 요소입니다. - 일귀

 

왕래 삼계지빈, 출몰 위타 작칙 가고 오는데 있어 삼계의 손님처럼 살고, 나고 사라짐에 있어 다른 이의 본보기가 되라. 늘 관심 갖고 살지만 자기를 드러내거나 나서지 말아야 한다는 말씀.

 

다문제일 아난존자처럼 좋은 법문을 들으려고, 혹은 선재동자처럼 스승을 찾아다닌다고 변명을 해 보지만, 지금의 인연에도 제대로 못하면서 이절저절 누구 말처럼 수행병이 들어 읽고 돌아다니는 건 아닌가 자괴감이 인다. 


다행히도 한 스님의 말씀이 위안이 된다.


책 속의 글귀는 자라지 않아요그러나 사람 가슴 속에 심으면 경혐과 지식을 통해서 계속 자라지요어려서는 글자로만 보였던 구절들이 어떤 인연을 만나 알게 되고늘 변화무쌍하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용학


글자로 읽었던 구절들이 인연을 만나 싹을 틔우면 나무처럼 자라나길 기대하면서.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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