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오마이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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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랏일에 관해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그 나라는 끝장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루소 - P22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예가 되어 있으면서도 자기가 그들의 주인이라고 믿는 자들이 있다. 어떻게 해서 이처럼 뒤바뀐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루소 - P24

국가가 튼튼해지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두 극단을 최대한 좁혀라
지위와 재산은 상당히 평등해야 한다. 안그러면 권리와 권위의 평등은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루소 - P43

영국 국민들은 자기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상당히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원들을 선출할 때뿐이다. 의원들이 일단 선출되면 국민들은 노예가 - P49

된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다."-루소 - P50

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그것을 함부로쓰기 마련이다. 이점을 지금까지의 경험이 알려주는 바이다. (…) 사람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에 따라
- P75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몽테스키외 - P76

민주 정체에서 인민은 어떤 면에서는 군주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신민(臣民)이기도 하다. 인민은 자신의 의지의 - P96

표현인 투표에 의해서만 군주가 될 수 있다."-몽테스키외 - P97

압제자가 내 주장을 접한다면 그건 내게 두려워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압제자는 독서의 취향을 갖고 있지않기에 내가 걱정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베카리아 - P164

"페인의 펜이 없었다면, 워싱턴의 검은 헛되이 휘둘러졌을 것이다."-미국2대 대통령 존 애덤스 - P211

국민은 제임스와 윌리엄이라는 두 악마 중에서 덜 나쁘다고 생각하는 쪽을 선택했다. (…) 여기서 권리장전이라는법령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여러 부문이 권력, 이익, 특권을 나누어 갖기 위한 홍정에 불과했다.-페인, 상식 - P214

현행법이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하는 모든 경우에 새로운 법이 자신의 진입을 강행하기 위하여 치러야 할 투쟁이 존재하는데, 이 투쟁은 종종 몇 세기 동안 계속되기도 한다. 이러한 투쟁은 이익들이 기득권의 형태를 취할 때 그 강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 법의 역사가 보여주는 모든 위대한 업적, 즉 노예제나 농노제의 폐지, 토지소유권의 자유나 영업혹은 신앙의 자유와 같은 이러한 모든 것들은 치열하게 그리고 수세기에 걸쳐서 계속된 투쟁을 통해 쟁취되었다.- 루돌프 폰 예링 - P314

인격 그 자체에 도전하는 굴욕적 불법에 대한 저항, 즉권리에 대한 경시와 인격적 모욕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형태로서의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다. 이것은 권리자자신에 대한 의무다―이것은 도덕적인 자기 보존의 명령이며 또한 공동체에 대한 의무다-왜냐하면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불법에 대한 저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생존의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권리 주장이다.-루돌프 폰 예링 - P321

우리는 먼저 사람이 되고 그다음에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히려 착했던 사람들도 법을 존중하기 때문에 나날이 불의의 하수인들로 변해가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불복종 - P403

여기 불의의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고치려고 노력하면서, 그것이 성공할 때까지 준수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당장 그 법을 어겨버릴 것인가?"-소로 - P404

사람은 누구나 혁명의 권리를 인정한다. 그것은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극에 달해 견딜 수 없을 때 거기에 충성하길거부하고 저항하는 권리다.-소로 - P416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의무다.
국가가 무법적이거나 부패해졌을 때 시민불복종은 신성한 의무가 된다.-간디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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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5: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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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커버 에디션)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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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죽은 생물의 사체나 썩은 나뭇잎과 수초 등을 먹으며 물속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그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한 소녀가 살았다. 카야라 불리는 소녀는 가재와 같은 삶을 살아야했다.

 

그녀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오빠와 누나도 있었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 상의군인인 아버지는 술에 취해서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 폭력을 이기지 못해서 카야의 오빠와 누나가 떠났고 마침내는 사랑하는 엄마도 그녀의 곁을 떠났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버지는 잠시 그녀에게 상냥한 모습을 보였으나 집나간 아내의 편지를 받고서는 다시 술에 빠져 행방불명되었다. 카야의 곁에 있어야할 가족은 그녀 곁에 있지 않았다.

가족이 떠나자 그녀를 보살피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를 마쉬걸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학교 아이들도 그녀를 반겨주지 않았다. 그녀는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자신을 보호해야했다. 카야는 두꺼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싶었다. 그래서 조디 오빠의 친구인 테이트에게 마음을 주었다. 그러나, 테이트는 대학에 진학하자 그녀를 떠났다. 그 빈자리를 체이스에게 내어주었지만, 현실이 싫어 도망친 곳은 천국이 아니었다. 체이스는 그녀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었다. 힘으로 여성을 정복하고,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카야에게 결혼하자고 거짓말을 했다. 지역신문을 통해서 체이스가 결혼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서야 카야는 자신이 갑옷을 벗어던진 댓가가 어떠한 것인지를 알았다. 가재는 값옷을 벗어던지는 순간 생명을 내놓아야했다.

그녀가 사는 습지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다. 그곳에 가재는 썩은 나뭇잎이나 죽은 생물의 사체를 먹으며 물속을 청소한다. 가재는 물을 살리는 신성한 일을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가재의 존재는 다른 물고기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한다. 그녀가 사는 습지도 다양한 생명이 살 수 있는 보금자리이자 물을 정화하여 생명을 살리는 곳이다. 그곳에 사는 그녀도 자연을 관찰하며 자연의 친구가 된다. 자신이 사는 습지가 할아버지 소유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밀린 세금을 내고 자신의 소유로 만든다. 그 누도 함부로 습지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훼손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녀가 습지의 파수꾼이 된 것이다.

카야는 단순히 습지를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나태주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습지에 살면서 나비, 조개, 갈매기들과 교감하며 습지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습지 생명을 사랑했다. 습지에 대한 사랑의 결과를 기록해서 책으로 출판했다. 습지에 대한 사랑은 그녀를 자연생태 학자이자 훌륭한 작가로 성장시켰다.

그렇다면, 카야는 가재처럼 두꺼운 갑옷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야할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갑옷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카야는 더 큰 사랑을 누릴 수 없다.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 생명 탄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듯이 갑옷을 벗어 던지면 받게 되는 상처를 이겨내야 더 큰 사랑을 누릴 수 있다.

카야는 체이스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카야의 삶에 불어닥친 최대 위기였다. 나는 체이스 살해 범인을 테이트로 보았다. 체이스가 카야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진정으로 카야를 사랑한 사람이 테이트이니 당연히 체이스를 죽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더욱이 암컷 반딧불이 수컷을 유인해서 잡아 먹는다는 설명을 읽는 순간, 이는 테이트라는 수컷 반딧불이 카야라는 암컷 반딧불의 유혹에 빠져서 체이스를 죽이고 교수형을 당한다는 암시로 읽혔다. 습지소녀의 성장소설이자, 생태소설인 '자재가 노래하는 곳'은 갑자기 법정 스릴러로 변했다. 나의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그리고 그 빗나간 예상이 소설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가재는 갑옷속에 자신을 숨겨야하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자신을 공격하는 자에게는 강력한 집게로 공격하여 자신의 먹이로 삼는다.

 

책장을 덮었다. 표지 사진을 다시 보았다. 아름다운 코와 매력적인 입술을 가진 카야의 모습이 영롱하게 다가왔다. 사회적 약자에게 덧씌운 편견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 그녀가 매혹적이다. 주어진 삶을 원망하며 사회적 쓰레기 삶을 살기보다는, 자신을 당당한 인격체로 인식하고 자신이 태어난 습지를 사랑하며 당당한 생태학자이자 작가로 성장한 그녀가 아름다웠다. 임제 스님이 말씀하신 '서있는 곳에 주인이 된다면 네가 서있는 바로 그곳이 진리의 세계이다.(隨處作主 立處皆眞)'라는 법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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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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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들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84쪽

  

  누군가는 그들의 편에 서 있어야한다. 따뜻한 마음과 예리한 논리를 가진 학자와 변호사가 약자의 편에서서 그들을 변호해야한다. 따뜻한 감성만으로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냉철한 이성을 가진 그들이 필요하다. 냉혹한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약자의 편에 서 있어야한다. 그 한사람이 바로 김승섭니다. 

  따뜻한 온기를 가진 학자 김승섭은 의학공부만으로 시간이 부족한 의과대학 본과 3학년이던 2003년, 시험을 앞둔 친구들에게 함께 반전 집회에 나가자는 말을 하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라크는 미국의 침공을 받아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짜자고 햇살은 저렇게나 맑고 하늘은 끝없이 푸른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인가! 눈앞에 있는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생명에 더 가슴 아파하는 그의 인류애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김승섭은 보통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보적 인사들과는 다른 따뜻한 온기를 가지고 있다. 산업재해로 자살한 노동자 추모집회에서 노동자와 대치하고 있는 전경의 입장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기회만가 주어진다면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만큼이나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 명령에 따라 그들을 진압해야 했던 젊은이들이 겪었을 상처에 대해서도 꼭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좌와 우라는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래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고통에만 공감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강제로 군대에 끌려와서 악역을 수행해야만하는 20대 젊은이의 고통에도 그는 관심을 갖는다. 고통받는 자라면 그가 어느 진영에 가까운지를 따지기 보다는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의 고통을 학문적으로 밝혀내어 제도적으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노력하는 학자가 김승섭이다.

  그런데, 김승섭, 그가 보호할 수 없는 고통받는 사람에게 그는 무엇을 할까?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한다."-219쪽


  2017년 5월 24일 육군 보통 군사 법원이 사적 공간에서 동성과 합의된 성관계를 맺은  A 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하자 뭐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 성소수자를 위한 집회에 참석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부당한 처벌을 막을 수 없다면, 성소수자의 편에서서 같이 쏟아지는 비를 함께 맞게다고 그는 외치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 고통에 없애줄 수 없음에 가슴 아파하며 같이 고통을 느끼는 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 김승섭이다.

  저자 김승섭이 타인의 고통에 민감한 것은 그의 따뜻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김승섭이 이 책에서 가장 먼저한 말은 말하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한 상처를 몸은 기억한다는 말한다. 차별을 겪고도 자신은 해당사항없다고 말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차별을 경험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보다 우울증상 위험비가 더 높았다. 학교 폭력을 겪은 후에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이야기했던 다문화 가정 남학생들이 가장 아팠다는 연구 결과를 보며 나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을 당하면서도 학교 폭력 설문조사에서는 '해당사항 없음'을 클릭하는 우리 사회의 숨은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고통을 말하지도 못하는 깊은 상처를 가진 이 사회의 숨은 약자를 우리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김승섭은 또하나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식량상태가 넉넉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과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연구한 결과이다. 이 연구서도 우리몸은 고통을 기억한다는 진실을 보여주었다. 사춘기 시절까지는 두 그룹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나, 40세가 넘으면서 생존율이 1.5배가량 차이가 났다. 우리의 의식은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 몸의 정직성을 알았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김승섭은 '개인에게 짐을 떠넘기지 않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총기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미국 시카고와 총기 소유에 엄격한 규제를 둔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비교연구한 결과를 비교했다. 잉글랜드/웨일스의 인구규모가 시카고보다 20배가량 큰데도 불구하고 시카고는 2016년 한 해 동안 762명이 죽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571명이 죽었다.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개인에게 떠넘긴 미국은 강력한 국가의 개입을 통해서 안전을 통제한 잉글랜드/웨일스 보다 많은 댓가를 개인이 지고 있다. 어디 총기 규제 문제 뿐이랴! 보건, 복지, 교육분야에도 이러한 논리는 적용된다. 한국 사회는 복지와 교육 분야를 개인에게 너무도 많이 떠 넘기고 있다. 불안한 개인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 여러개의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김승섭은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 일갈한다. 


  "노동자들이 해고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와 정책 입안작의 책무이자 역할이다."-102쪽


 우리 사회는 모든 고통을 개인이 감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복지를 늘려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를 보호하려해도 어리석은 국민은 어리석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사회적 안전망은 약화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수탈의 대상으로 보느냐, 주인으로 섬김의 대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개, 돼지 취급을 당할 수도 있고, 개개인을 숭고한 생명으로 존중받을 수도 있다. 

 당신은 거미를 본적이 있나요. 김승섭은 우리에게 물었다.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위험의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서 담배를 핀다. 따라서 산업안전 프로그램과 금연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 사업장에서 금연율이 올라간다. 우리는 거미줄 처럼 여러가지 요인이 연결되어 있다. 단순한 증상만 보려하지 말고 내면을 들여다보아야한다. 잘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듯, 우리는 보이지 않는 원인에 의해서 고통받기도하고 슬퍼하기도한다. 그리고 기뻐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도, 국가도, 지구도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 관계망과 개인의 건강을 연구한 결과에서는 친구, 부모, 형제, 자매 등 사회적 관계망이 개인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나의 건강도 사회적 관계망에 영향을 받고 영향을 준다. 

  196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로세토 마을의 심장병 발생율은 충격적이기까지했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공통체인 로세토는 유달리 심장병 사망자가 적었다. 로세토 사람들은 술과 담배를 즐겼고, 비만인도 많았다. 그런데 심장병 사망자는 오히려 적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문화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로세토 사람들은 끈끈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며 곤경에 처한 이웃을 돕고 살았다. 자신도 곤경에 처하면 이웃이 도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가 나와 가족을 지켜준다는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자를 줄였다. 

  그러나, 로세토 마을의 공동체 문화가 붕괴하면서 심장병 사망율이 1940년에 비해서 1970년에 2배나 증가했다. 공동체 문화의 붕괴는 위기에 처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게한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심장병 사망율 증가로 이어졌다. 

  개인의 사회적 관계망, 마을 공동체 문화가 개인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국가와 지구로 확대시켜보자. 각자도생의 대한민국 사회보다는 사회적 연대감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이 국민의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약육강식의 국제 사회보다는 약소국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이 더 행복한 지구인을 만들지 않을까? 우리 대한민국은 그러한 사회를 만들고 있을까?

  어느 세월호 생존 학생은 참사 이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유서를 남긴다고 한다. 세월호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저자 김승섭은 세월호 참사가 참사의 연쇄 고리를 끊었던 사건으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이 정권에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면서 비극의 연쇄고리는 아직도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00초등학교에서도 대낮에 음주를 한 운전자가 인도를 걷던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했다. 같은 학교의 피해학생반 학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전 00 초등학교의 한학생은 어느날 갑자기 우리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보수 정권에서 끊이지 않는 참사의 연쇄고리는 우리 사회를 집단 트라우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착잡한 마음을 다잡으며 김승섭의 큰 울림이 담긴 문장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중요한지에 대해서요. 당신에게도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의 공동체는 안녕하신지요?" -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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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열전 2 - 잊힌 인물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2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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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속에서 빛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 독립운동이다. 가느다란 빛줄기를 향해서 오늘의 고통을 인내하며 가시밭길을 맨발로 전진한다. 그러한 존재가 독립운동가이다. 임경석 교수의  '독립운동열전2'를 읽으며 저 멀리 시베리아 벌판에서 만주와 한반도, 그리고 일본 열도를 휘저으면서 조국 독립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청춘을 던졌던 선열들의 뜨거운 열정과 마주했다. 그 과정은 가슴 벅찬 감동이었지만, 가슴시린 아픔이기도했다.

  나의 가슴을 시리게 만든 첫번째 이유는 그들이 일제에게 당한 고문의 고통 때문이다.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의해서 잔혹한 고문을 당했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다. 그러나, 일제가 행한 잔혹한 고문은 독립운동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훈방조치하는 소년도 고문의 대상이었다. 민형사상의 통상적인 범죄 피의자에게도 고문은 일상적으로 행해졌다. 일제 강점기의 한반도는 거대한 감옥이었다. 

  고문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욱 잔혹했다. 김마리아 여사는 애국부인회라는 비밀결사를 만들었다가 일제에 의해 검거되었다. 고문은 야만적이었고, 살인적이었다. 


  "일본 심문관들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그녀를 발가벗긴 채 손과 발을 결박했다. 곁에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화로가 놓여 있었고, 인두와 쇠꼬챙이가 그 속에서 벌겋게 타올랐다. 짐승 같은 자들은 끝내 그 도구를 사용하고 말핬다. 화롯불에 달궈진 쇠꼬챙이로 여성 생식기에 화침질을 놓았다."-261쪽


  일본 경찰에게 끌려간 여성 독립운동가들 중에 상당수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광복후, 한국 경찰에 의해서 자행된 성고문의 뿌리는 일제 강점기 일제 경찰에게서 연원을 찾을 수 있었다. 노덕술과 같은 친일 경찰이 광복 후, 한국의 경찰이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주군에게 배운 야만적 고문기술을 민주화 운동가에게 사용했다. 독립 운동가의 고통은 친일 경찰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졌다. 

  나의 가슴이 시린 두번째 이유는 독립운동가들이 일제의 스파이 혐의로 숙청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은 일제의 포위망을 뚫고 소련으로 갔다. 그리고 그들중에서 상당수는 돌아오지 못했다. 홍도, 김중한, 김단야 등등 이루 말할 수 없이 많은 독립 운동가들이 스탈린의 광기에 희생되었다. 그들에게 덧씌워진 죄명은 반혁명분자, 일제의 스파이였다. 다른 동지들은 일제에게 체포되었는데 어찌하여 너는 체포되지 않았느냐? 조선과 만주를 어떻게 자주 들락거릴 수 있느냐? 등등의 질문을 던지며 그들을 죄인으로 만들었다. 기민하게 움직여 일제의 포위망을 뚫고 독립운동을 전개한 것이 그들에게는 일제의 스파이라는 증거였다. 

  어찌 스탈리만 그랬는가! 님웨일즈의 '아리랑'의 주인공 김산도 중국 공산당에 의해서 일제의 밀정이라는 누명을 쓰고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독재의 걸림돌을 없애기 위해서, 권력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독립운동의 영웅을 반혁명분자로 몰아갔다. 일제에 맞서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했다면 이렇게 씁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의 가슴이 시린 세번째 이유는 일제의 추적을 피해서 치열하게 투쟁하며 광복을 맞이한 독립운동가들이 해방공간 속에서 벌어진 이념투쟁에서 쓰러져갔기 때문이다. 박종근, 박영발, 방준표 등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광복을 맞이했다. 그러나,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좌우 이념투쟁의 전쟁터였다. 독립만 된다면 행복한 세상이 펼쳐질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새로운 투쟁의 장소가 펼쳐졌다. 일제 강점기에도 살아남았던 그들이 광복후에 빨치산 활동을 하다가 죽어갔다. 이러려고 광복을 했단 말인가? 이념의 노예가 되어 동족을 죽고 죽이는 비극이 너무도 진절머리난다. 


  책장을 덮었다. '독립운동 열전2'는 나의 가슴을 너무도 시리게했다. 헐리우드 영화의 성공 공식이 있다. 반드시 해피엔딩을 해야한다. 우리의 독립운동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그들이 그토록 바라던 독립된 조국은 이념투쟁의 전쟁터가 되었다. 조국은 두동강이났고, 친일파가 권력을 잡았다. 어제의 독립운동가는 친일파에게 제거당하거나, 이념투쟁의 희생자가 되었다. 이제 슬픈 영화는 그만보고 싶다. 친일파는 토착왜구가 되었고, 독립운동가는 깨시민(깨어있는 시민)이 되었다. 깨어있는 시민이 토착왜구를 물리치고 해피엔딩을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나도 그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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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3-05-11 1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제의 만행과 죄는 결코 씻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임계점도 넘어섰습니다.
빌리브란트은 유대인 추모비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왜 무릎을 꿇었는지 언론이 묻자 그는 답했습니다, ˝인간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때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다.˝

일제가 우리에게 저지른 만행은 인간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이 잔인하고 비열하며 참혹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인간은 100년전의 일이라며 그냥 넘어가자네요. 대한민국 국민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발언입니다.

김마리아 여사의 저고리를 그 후손이 어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산타냐는 말했습니다. ‘과거를 잊은 사람은 그 과거를 되풀이 함으로서 형벌을 받게될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잘 알아야하는 이유입니다.
단지 일제가 미워서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산타냐가 말한 형벌을 받지 않기위해서 우리는 역사를 잊으면 안됩니다.

강나루님의 글을 읽고 용기를 냈습니다.
속에서 열 올라옵니다 ㅠ
그리고 잘 읽었습니다 강나루님.





강나루 2023-05-11 20:54   좋아요 0 | URL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뉴스를 보면 탄식이 절로 올라옵니다.
한류를 일으킨 국민이 저런 머저리를 대표로 뽑았으니 말입니다.

기억의집 2023-05-11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동형의 이이제이 독립운동가들 편 들으면서 가슴이 시린 적이 한 두번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니 저는 항일 투쟁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역사를 초중고 시절 깊이 배운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요즘은 독립운동가들의 역사를 찾아 듣고 있어요. 너무나 짜증나는 현실입니다…

강나루 2023-05-12 03:52   좋아요 0 | URL
독립운동 연구를 탄압하던 때도 있었고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을 가르치지 않던 때도 있었어요.
이제 독립운동사를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으니 좋아졌다 말할 수 있을까요?
 
독립운동 열전 2 - 잊힌 인물을 찾아서 독립운동 열전 2
임경석 지음 / 푸른역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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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쿄 조선인 유학생들의 선언문 사본을 입수하여 그것을 일일이손으로 필사해서 많은 복본을 만든 후 그것들을 고등보통학교 학생들에게 나누어주고, 경성에 있는 모든 고등보통학교의 대표들로 구성된지하 학생위원회의 조직자로 활동했다. 이 위원회는 3월 봉기를 준비하는 센터와 연락을 취하면서 시위에 학생 대중을 동원하고 경성에서 독립선언서를 배포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위원회 멤버들은 자기들끼리역할을 분담하여 선언서를 외국 영사관과 선교단에 전달했고, 나도 그것을 영국 영사 및 프랑스 선교사에게 직접 전해주었다. ‘
-김단야 - P62

3월 1일 후에 나는 학교 동무들과 함께 <반도의 목탁>이라는 이름의 지하인쇄물을 만들었다. 3월 중순에 고향 쪽으로 내려가 시위를 두 곳에서 성공적으로 조직했으나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투옥되었다. 그로부터 석 달 후, 징역 3개월 대신에 태형 90대를 선고받았는데, 그 이유가 - P65

판사의 말로는 내가 미성년자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3일에 걸쳐 매 90대를 맞고 난 후 석방되었다. - P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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