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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ㅣ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평점 :
'키로파에디아' 즉, 키루스의 교육이라는 제목은 참으로 낯설다. 교육관련 서가에 꽃혀있어야할 책이 최고의 리더십 서적으로 소개되는 것도 이색적이었다. 책의 목차를 보고서 이책의 제목이 적절한지에 관한 의문은 더 깊어졌다. 키루스 대왕의 일대기를 서술한 평전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렇다면, 크세노폰은 왜? '키루스 대제의 일대기'라는 제목을 쓰지 않고, '키루스의 교육'이라고 제목을 붙였을까? 아마도, 키루스 대왕의 일대기를 통해서 그의 리더십을 배우라는 의도에서 이러한 제목을 붙이지 않았을까? 그렇다면 키루스 대왕의 리더십은 무엇일까?
1. 베풀어라! 그러면 더 차오를 것이다!
키루스는 12살 까지 페르시아의 강건한 교육 속에서 자랐다. 그는 어머니 만다네를 따라 메디아의 왕 아스티아게스의 궁전에 간다. 탁월한 말솜씨로 키루스는 할아버지 아스티아게스의 마음을 훔친다. 아스티아게스가 키루스를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은 키루스의 행동 때문이다. 할아버지에게 상으로 받은 음식을 키루스는 할아버지를 모시는 시종들에게 골고루 나눠준다. 이를 통해서 할아버지의 마음 뿐만 아니라 메디아의 궁전을 돌보는 시종들의 마음까지 얻는다. 이것은 키루스가 서아시아를 통일하는 기본바탕이 되었다.
많은 수확물을 얻고 싶다면 봄철, 밭에 많은 씨앗을 뿌려야한다. 어린 키루스는 이를 알았다. 그래서 정복전쟁을 수행하면서 얻은 수많은 전리품을 자신을 따르는 병사들에게 나눠주었다. 황금을 창고에 넣고 도둑으로 부터 자신의 보물을 지키려 고뇌하기 보다는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어 그들의 마음을 얻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보물을 그들이 잘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더 현명한 일이었다. 키루스는 이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베풀고 사랑을 나눠주면 상대는 자신의 목숨까지 바쳐며 은혜를 갚기도한다. 그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가 이책에 있다. 아브라다타스와 판테에아의 사랑 이야기이다. 정복지에서 키루스의 군대에 짓밟히지 않으려 노력한 판테이야는 키루스의 배려로 사랑하는 아브라다타스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남편에게 당신이 키루스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보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녀의 남편 아브라다타스는 자신이 키루스의 친구가 될 자격이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전차를 몰고 이집트 병사의 팔랑크스대형에 돌진했다가 장렬히 전사한다. 그리고 그녀도 남편과 한벌의 외투로 덮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결한다. 키루스의 베품에 아브라다타스와 판테이야는 둘의 목숨으로 보답했다.
항우가 유방과의 대결에서 실패한 것도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신을 따르는 이들에게 나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방보다 지략이 더뛰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사람이 없었던 이유도 베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물며 주먹세계를 주름잡았던 김두한도 자신이 가진 것을 자신을 따르는 어깨들에게 아낌 없이 나눠주었다. 어느 세계에서나 리더는 자신이 가진 것을 아낌없이 나눌줄 알아야한다. 그것이 황금일 수도 있고 마음일수도 있다.
2. 타인의 말을 맹신하지 말라! 자신이 직접 진실을 듣고 해석하라!
영화 '파묘'에서 신세대 무녀가 등장한다. 과학문명의 시대에 살면서도 젊은이들 사이에서 무속인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때로는 명문대학을 나온 지식이들이 점술사의 말을 믿고 손에 왕자를 세겨 넣는다던지, 점술사가 하는 말을 그대로 실행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해서 비웃음의 대상이 되곤한다. 우리 사회에 속물들의 행태를 미리 알았는지 키루스의 아머지 캄비세스는 출정하는 키루스에게 당부의 말을 한다.
"반드시 네 자신이 신들이 보여주는 것들을 직접 보고 신들이 들려주는 것을 직접들어서 신들의 뜻을 알아야한다. (중략) 예언자들이 신들의 징조가 보여주는 의미와 다른 것을 말해 너를 속이려할 때는 흔들려서는 안된다." -50쪽
자신의 지혜를 믿고 자신의 눈과 귀로 진실을 보고 들어서 자신의 판단력으로 세상을 헤쳐나가야한다. 신이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던 시대! 신의 뜻을 전달하는 제사장의 권위가 막강했던 그 시대에 이미 캄비세스는 아들에게 타인의 눈으로 진실을 보려하지말고 자신의 지혜와 판단력을 믿고 진실을 직접 보고 들으라 말하고 있다. 이는 무속에 메달리는 일부정치인들과 일부 연예계 인사, 그리고 무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무지 목매한 시민들에게 들려주는 따뜻한 경종이다.
3. 천하를 먼저 근심하고 앞장서라!
북송의 명재상 범중엄은 '천하의 근심을 먼저 근심하고, 천하의 즐거움은 나중에 즐기리라.(先憂後樂)'라고 하였다. 리더는 만민 위에 군림하며 편안함에 취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다. 미리 다가올 미래의 환란에 대비하는 존재이다.
"통치자는 편안하게 살아간다는 점에서 신민들과 달라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미리 내다보고 힘들고 어려운 일들에 누구보다 앞장선다는 점에서 달라야한다."-32쪽
키루스는 노빌레스 오빌리쥐를 실천하는 자가 통치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요즘 처럼 급변하는 국제사회에서 국민의 안전과 나라 경제의 건전함을 유지하기 위해서 몇수 앞을 내다보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한다.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는 특권의식을 집어 던지고 솔선수범하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수 있어야한다. 이러한 모습은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어 위기를 모두가 함께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 우리에게는 과연 그런 리더가 있는가? 벤츠나 50억 퇴직금, 명품백을 강한자가 받으면 무죄이고, 약한자가 받으면 강력범죄인 세상이 아닌지 묻고 싶다.
4. 현명해져라!
리더는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한다. 최고 의사결정자의 경우, 많은 것을 알고 있어야한다. 특히 훌륭한 참모진이 갖춰지지 않은 경우에는 리더는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현명한 판단을 이뤄야한다. 아시리아 정복 전쟁에 나서면서 키루스는 병사들에게 세세하게 지시한다. 책을 읽는 동안 키루스 대왕이 이 모든 것을 다 섭렵하고 세세하게 지시한 것이 실제로 가능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키루스 대왕은 전쟁에 관해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아케메네스 왕조 페르시아의 통치 제도를 만들어 제국의 기초를 닦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는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탁월한 리더이다.
"통치자가 신민들보다 더 현명해 보이는 것보다 그들을 복종시키는 데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60쪽
그렇다! 현명한 키루스 대왕의 명령에 누가 불복종하겠는가! 백성들이 키루스를 '아버지'라고 불렀으며, 추대를 받아 메디아인의 지도자, 히르카니아인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힘으로 서아시아를 통일했다. 사보이아 공국의 철학자 조제프 드 메스트르는 “모든 국가는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Every nation gets the government it deserves)”라고 말했다. 페르시아인들은 강건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페르시아인은 소변보는 것을 부끄러워해서 남몰래 소변보러 간다. 그것은 운동을 열심히하여 땀으로 수분을 배출해야하기에 소변을 보러 간다는 것은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증거이기에 소변보러 가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이럴정도로 강건한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에 키루스 대왕을 지도자로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키루스와 같은 리더를 가지고 있는가? 대통령이 경제를 잘안다고 해서 경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있다. 유시민 작가는 A급 밑에는 A급 혹은 B이 모이지만, C급 밑에는 절대 A급 인물이 모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탐욕에 눈이 멀어 현명한 리더를 뽑을 눈을 갖지 못한 우리는 현명함을 먼저 갖추려 노력해야한다. 국민이 현명해질때만이 현명한 리더를 볼 수 있고, 리더를 현명하게 만들 수 있다.
5. 나의 사랑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하고 행동라!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 The road to hell is paved with good intentions.)라는 속담이 있다. 선의에서 한 일이 불행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키루스는 메디아아의 왕 키악사레스의 도움요청을 받아들여 페르시아군을 이끌고 아시리아군을 패퇴시켰다. 많은 연합군을 이끌고 수많은 성채를 정복했음에도 불구하고 메디아의 왕 키악사레스는 키루스를 외면하며 눈물을 흘렸다. 당황한 키루스는 야자나무 밑으로 키악사레스와 함께 가서 그의 진심을 들었다.
"누군가가 너의 아내에게 잘해주어서 너의 아내가 너보다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었다면, 너는 그 사람이 네 아내에게 잘해준 것을 기뻐하겠느냐?"-246쪽
메디아의 왕 키악사레스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 아시리아를 격파하고 적의 성채와 보물을 빼앗아 키악사레스에게 주었지만, 이것이 키악사레스에게는 '왕이 될 자격도 없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선조가 이순신 장군을 미워한 것도 이순신 장군이 대승을 거두어 백성들이 이순신 장군을 찬양할 수록, 선조에게는 자신이 왕이 될 자격이 없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행위로 느꼈을 것이다. 선의로한 일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를 현명한 리더라면 예측해야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도 대비해야한다.
키루스와 같은 훌륭한 리더가 세운 페르시아 제국도 초기의 강건함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제국의 풍부한 자원과 안락함에 취해서 사치와 향락, 권력 암투 속에서 서서히 병들고 있었다. 크세노폰이 이 책을 쓰고 있던 시기의 페르시아 제국은 키루스 대제 시기의 페르시아가 아니었다. 결국, 100여년 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공격에 너무도 허무하게 무너졌다. 외부의 충격이 있기 전에 내부가 썩어들어가고 있었으니 페르시아 제국은 알렉산드로스가 몰고온 충격을 버텨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급변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외부의 충격이 언제 불어닥쳐도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 우리의 내부는 키루스 대왕의 페르시아의 상황인가? 아니면, 크세노폰이 본 곪아가고 있는 페르시아인가?
ps. 이 책에는 "제우스신에게 맹세하건데', '헤스티아신에게 맹세하건데' 등의 관용구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제우스나 헤스티아는 그리스의 신이아닌가? 서아시아 지역에서 과연 이러한 표현이 사용되었는지 무척 궁금하다. 크세노폰의 각색일까? 아니면 그리스의 12신이 서아시아에서도 널리 믿어진 것일까? 아시는 분이 조언을 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