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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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의 그림이 표지를 장식하고 있다. 몽환적 그림을 보며 과학 서적에 왜? 인어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제목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의문 투성이의 책에 쏟아진 찬사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되지 않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에게는 친근하지 않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낯선 과학자에 대한 소개와 룰루 밀러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지루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장벽을 넘어 책의 후반부에 접어들자 충격이 밀려왔다.

 

별에 관심이 많았던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별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출세를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존재였다. 그가 가장 많이 사용한 스트리크닌을 사용해서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려 계획한 사람을 제거했다는 암시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민낯을 보여준다. 그리고 룰루 밀러는 자신이 롤 모델로 삼으려했던 과학자의 민낯을 보고서 어떤 충격을 받았을까?

우리도 그러한 경험을 했다. 우리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인으로 황우석 박사를 많은 한국인이 사랑했다. 그러나 TV 고발프로그램에 의해서 폭로된 그의 연구는 대국민 사기극이었다. 많은 대한 민국 사람이 허탈함을 느꼈다.

또한, 우리는 마하트마 간디를 성웅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간디는 성도착증이 있었다. 간디의 독립 투쟁방식은 영국이 상대하기 편한 비폭력 투쟁이었다. 수많은 인도 독립 투쟁가들 중에서 영국이 대하기 편한 상대이기에 그는 성웅으로 추앙받았고, 성웅이 되었다. 간디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에게 간디는 이 책에 나오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황우석과 간디, 그리고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무엇일까? 개인을 신격화하지 말자! 그도 성웅이기 이전에 나약한 인간이다. 우리가 영웅으로 만들어 놓은 인물들을 신의 반열에 올려 놓고 숭배하는 순간, 그들의 추락은 시작된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과 같은 존재가 어디 인간에게만 해당될까? 어린 시절, 미국은 자유와 평화의 사도였다. 미국은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세계적 모범국가였다. 이상화된 세계 초강대국에게도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충격적인 신념을 당당히 표명한다. , '전 세계에서 인류의 '쇠퇴'를 예방할 유일한 방법은 이 '백치들'을 몰살하는 것'(181)이라고 강연을 했다.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접촉하여 자신의 생각을 현실로 실현하도록 만들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우생학을 신봉했다.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열등한 존재로 찍힌자들은 수용소에 수용되어 강제 불임 수술을 당해야했다.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인류의 쇠퇴를 예방'하기 위해서 '백치들을 몰살'해야한다고 했던 주장을 실행하는 장소에 방문했다. 린치버그(센트럴 버지니아 훈련세터)에서 룰루 밀러는 말한다.

 

"이 황량하고 외딴 언덕이 우생학적 몰살의 진원이라 생각하니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가 이 나라의 정체성을 정의할 때 우리가 반대하는 것이라 간주하는 그 사고방식, 우리가 초등학생에게 나치, 다른 사람들, 나쁜 놈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가르치는 바로 그 악행, 그것을 세계 최초로 국가 정책으로 삼은 나라가 바로 우리였다."-213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아니, 우리가 진실을 발견하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 될 수밖에 없다. 나치와 히틀러를 악마화해서 자신들이 저지른 악행에 면죄부를 얻으려는 존재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독일에도 있으며 미국에도 있다. 우생학은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광범위하게 유행했다. 골턴이 쓴 '캔트세이워어 우생학 칼리지'라는 SF 소설 속 사회를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만들고 만들고 싶어했다. 한예로 미국에서는 흑인에게 매독을 간염시키고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았다. 미국 앨리배마 주 터스키기(Tuskegee)에서 흑인에게 치료를 해준다고 속여 매독에 감염된 사람이 어떻게 죽어가는지 연구했다. 정부주도의 생체실험을 미국 정부가 인정하여 빌 클린턴이 사과하기도 했다. 악마는 우리 안에 있을 수 있다.

룰루 밀러가 만난 에나라는 여성은 인형을 가지고 다닌다. 인형에게 우유를 주고 살아있는 아이를 대하듯이 인형을 대한다. 버스 안에서 주변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인형아기를 살아있는 자녀로 대한다.

에나라는 여성을 보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생각났다. '나는 위안부가 아니다.'라는 책에 실려 있는 어느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는 인형을 자신의 아이로 생각하며 생활한다. 아이에게 우유를 주고 재워주고 함께 잠이 든다.

아이를 갖길 원하는 여인의 꿈이 국가 폭력에 의해서 산산히 짖밟혔다. 애나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그 고통속에서 누가 해방시켜줄 수 있는가? 최신 과학이라는 포장에 많은 정치인들이 동의했다. 그리고 수많은 희생자를 낳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열등한' 존재는 바로 유색인종, 사회적 약자, 사회적 주류 세력의 상식에서 벗어난 존재들이었다. 그들이 없어진다면 사회는 인류의 쇠퇴를 막고 번영을 누릴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다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골턴은 다윈의 '진화론'에서 우생학의 영감을 얻었다. 그런데, 정작 다윈은 우생학에 동의하지 않았다. '나투라 논 파싯 살툼(Natura non facit saltum)' ,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다윈은 말했다. 존재하는 생물의 그 어마어마한 범위 그 자체가 이 세상에서 존재하고 번성하는데 무한한 방식이 존재한다는 증거라고 룰루 밀러는 말한다. '계층의 사다리는 없다.' 자연에도 인간 세상에도 그러한 사다리는 없다!!

그런데, ? 책의 제목이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일까? 룰루 밀러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을 조사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는다. 그것이 바로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 연어, 폐어 중에서 나머지 둘과 다른 하나는 소가 아니라 연어이다. 폐어와 소는 둘 다 후두개가 있으며 폐어의 심장은 연어의 심장보다 소의 심장과 구조가 더 비슷하다. 물고기의 비늘을 한꺼풀 벗겨내면 물고기를 같은 어류로 분류할 수 없다는 진실을 마주한다. 그렇다. 어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다. 인간은 '언어적 거세'를 행한다. 인간이 정상의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 단어를 발명한다. 그리고 동물들의 중요성을 박탈한다. 인간이 발명한 언어는 인간 세상을 새롭게 범주화하고 편을 가른다. 흑인, 백인, 황인종으로 인간을 구분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종을 나누고 우월한 인종과 열등한 인종으로 편을 가른다. 그리고 거세된 언어를 통해서 인간의 가져야할 인간성을 거세한다.

그래서였을까? 선불교에서는 불립문자(不立文字)라했다. 말이 가지고 있는 형식과 틀에 얽매여 진실을 보지 못하는 우매한 중생을 위해서 '불립문자'를 외쳤다. 하이데거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그 언어가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유를 지배하고 삶을 지배한다. 세상을 자연 그대로 보지 못하고 언어의 틀에 얽매여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왜곡한다. 결국은 언어가 존재를 위협한다. 룰루 밀러는 우리의 삶을 옥좨는 언어로부터 해방되어 선불교의 불립문자(不立文字)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책장을 덮었다. 사랑스런 딸에게 다가가 물었다. , 연어, 폐어 중에서 나머지 둘과 다른 하나가 무엇인지 아니? 그러자 딸은 용감하게 '연어!'라고 외쳤다. 놀란 나는 다시 물었다. '물고기는 존재하니?' 딸은 미소를 지으며 외쳤다. '없어!' ! 뿔싸!! 딸은 지난 겨울에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읽었다. 딸이 대견해보였다. 그리고 책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언어라는 격자를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세계를 바로 보기 위해서 이제는 언어로부터 해방되어야한다는 말을 딸에게 해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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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3-06-18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콜드케이스라는 미드에서 처음으로 미국의 저런 정책을 다룬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지능이 낮은 여자들에게 강제 불임을 시켰던 에피소드인데.. 그때 그 거 보고 너무 충격 먹어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고 이 책 읽으면서 그 콜드케이스의 그 장면들과 오버랩 되면서 이 책 마지막 읽으면서 울게 만들더라고요. 미국의 비인권적이고 차별적인 그리고권위적인 행정부나 사회 전반의 승자독식의 역사를 찾아낸 작가의 글이 인상적이었어요

강나루 2023-06-18 13:21   좋아요 0 | URL
아우슈비츠와 731부대에서 생체 실험이 있었죠. 우생학의 어둠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어요.
 
83과 4분의 1세 헨드릭 흐룬의 비밀일기
헨드릭 흐룬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수첩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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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종류의 책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별다른 이야기 없이 일상의 일을 잔잔하게 서술했기에 책을 읽는 동안 집중해서 읽을 수가 없었다. 특별한 정보를 제공하기에도 정보가 적었으며, 재미를 느끼기에는 문화적 거리감이 켰다. 그럼에도 이책을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그러면서 모래사장에서 옥구슬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이 책은 우울할 수 있는 요양원생활을 특유의 과정법과 풍자로 웃음을 선사하려 노력했다. 한예로 시설원장 스텔바바헌 부인은 온도 조절장치를 27도에 놓고 열대식물을 키운다. 그러나 노인은 23도로 온도조절 장치를 고정시켜 놓고 추위를 타는 사람은 옷을 입도록 한다. 또한 주인공은 먹기 싫은 케익을 물고기에게 주었다가 물고기가 죽는 사태가 벌어졌고, 요양원측은 경찰을 불러 이를 해결하려 했다. 이렇게 유치하고 별다른 사건이라고 보기에 부족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리에게 당혹감을 주는 유머도 있다. 당뇨병이 있는 에베르트는 잘려진 자신의 발가락을 유리병에 담아가겠다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간호사가 이미 처분했다고 말하자, 에베르트는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웃으며 농담이라고 말했다. 섬뜻한 농담이다.

다소 황당하기까지한 과장된 표현과 농담들을 읽으며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헨드릭 흐룬은 왜? 이러한 당혹스러운 농담을 하는 것일까? 사실 지옥에서도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유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빅터 프랭크는 그곳에서도 웃음이 있다고 적고 있다. 지옥과 같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그들은 유머를 잃지 않았다. 그것이 그들을 버티게 했다. 삶의 의미만으로는 그 기나긴 죽음의 터널을 벗어나기 힘들다. 유머가 있기에 그들은 순간이지만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헨드릭 흐룬이 사는 곳은 지옥에 가깝다. 매일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리고 살아있더라도 제정신을 잃고 치매 병동으로 사람들이 옮겨간다. 몸은 늙고 병들었다. 요실금으로 기저기를 착용해야하는 삶이다. 이곳을 벗어나는 길은 죽음 뿐이다. 헨드릭 흐룬은 이책 곳곳에 안락사를 되뇌인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출발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요양원에 있는 사람은 그 종착역에 보다 가까이간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그 종착역에 더 빨리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 깊고도 어두운 길을 헨드릭 흐룬은 좌절보다는 유쾌하게 가려한다. 그리고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보려 노력한다. 때로는 과정되게 때로는 유머로 웃음으로 건너가려한다. 그래서 헨드릭 흐룬의 유머는 호쾌하게 웃을 수 없다. 그들이 가는 길이 밝지 않기 때문에....

헨드릭 흐룬이 이책에서 2번씩이나 강조해서 제시한 문장이 있다. "한나라의 문명 수준은 노인과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로 측정할 수 있다."(307) 노인인 그에게 주된 관심사는 노인 정책과 요양원에서의 삶이다. 그의 말이 맞다면, 노인을 공경할 것을 강조하는 유교는 지상 최고의 사상일 것이다.

서양인들이 동양의 노인 공경문화를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서양의 문화 유입과 자본주의 사회가 자리잡은 동양사회에서 예전만큼의 노인공경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된 이유는 노인에게도 있다.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으며 조용히 젊은이들에게 조언하는 존재에서, 아집에 휩싸여 화를 잘 내는 존재로 노인은 이미지가 변화했다. 노인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광화문의 태극기 집회이다. 시대는 민주주의 시대로 변했지만, 그들의 생각은 독재정권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계속 배우며 지혜를 쌓기 보다는 젊은 시절 배웠고 세뇌당했던 논리를 젊은 세대에 강요하려하고 있다. 시대가 변한다. 그렇다면 노인도 변해야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머니를 떠올렸다. 노쇠하고, 먹어야하는 약이 늘어나고, 거동이 불편한 것은 소설 속 요양원 노인과 비슷했다. '논어'에 부모님의 나이를 알아야한다.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장수하심에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나이듦에 두려워해야한다.(子曰 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라고 했다. 헨드릭 흐룬이 가는 길은 어머니가 가는 길이며 우리가 갈 길이다. 그러하기에 헨드릭 흐룬의 이야기를 마냥 가볍게만 읽을 수 없다.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긴 한숨을 쉬며 읽었다.

헨드릭 흐룬은 독일 자녀들이 부모를 우크라이나 혹은 슬로바키아, 심지어 태국의 싸구려 요양원에 버린다는 보도를 보고는 분개한다. 나는 헨드릭 흐룬에게 묻고 싶다. 좋은 요양원은 어떤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싶다. 초고령화 사회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결혼 했어도 자녀 없는 가정이 많다. 자녀가 있다할지라도 상당수는 말년을 요양원에서 보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저소득 노령 인구의 증가로 요양원에 가지도 못하고 쓸쓸히 고독사하는 사람도 증가할 것이다. 그들에게 좋은 요양원은 무엇인가? 좋은 요양원은 존재하는가?

 

나이듦이 우리의 숙명임을 생각한다면, 부모를 편히 보내드리고 우리도 편히 그 길을 갈 준비를 해야한다. 그리고 헨드릭 흐룬이 고민하듯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존엄사를 고려해야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헨드릭 흐룬의 부인은 정신병원에 있다. 사랑하는 에이피어는 1229일에 저하늘로 갔다. 그리고 그의 친구 에베르트는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를 잘라야했다. 흐리티어는 알츠하이머를 알고 있다. 그녀는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헨드릭 흐룬의 친구가 하나둘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서서히 쓰러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늙었지만 죽지 않아' 모임도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다시 출발한다. 죽음이라는 종착역이 가까워질지라도 우리는 웃음을 잃지 않고 웃으며 그 곳에 갈 수 있음을 헨드릭 흐룬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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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innk 2023-11-03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빅터 프랭클...죄송 합니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오마이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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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랏일에 관해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그 나라는 끝장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루소 - P22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예가 되어 있으면서도 자기가 그들의 주인이라고 믿는 자들이 있다. 어떻게 해서 이처럼 뒤바뀐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루소 - P24

국가가 튼튼해지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두 극단을 최대한 좁혀라
지위와 재산은 상당히 평등해야 한다. 안그러면 권리와 권위의 평등은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루소 - P43

영국 국민들은 자기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상당히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원들을 선출할 때뿐이다. 의원들이 일단 선출되면 국민들은 노예가 - P49

된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다."-루소 - P50

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그것을 함부로쓰기 마련이다. 이점을 지금까지의 경험이 알려주는 바이다. (…) 사람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에 따라
- P75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몽테스키외 - P76

민주 정체에서 인민은 어떤 면에서는 군주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신민(臣民)이기도 하다. 인민은 자신의 의지의 - P96

표현인 투표에 의해서만 군주가 될 수 있다."-몽테스키외 - P97

압제자가 내 주장을 접한다면 그건 내게 두려워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압제자는 독서의 취향을 갖고 있지않기에 내가 걱정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베카리아 - P164

"페인의 펜이 없었다면, 워싱턴의 검은 헛되이 휘둘러졌을 것이다."-미국2대 대통령 존 애덤스 - P211

국민은 제임스와 윌리엄이라는 두 악마 중에서 덜 나쁘다고 생각하는 쪽을 선택했다. (…) 여기서 권리장전이라는법령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여러 부문이 권력, 이익, 특권을 나누어 갖기 위한 홍정에 불과했다.-페인, 상식 - P214

현행법이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하는 모든 경우에 새로운 법이 자신의 진입을 강행하기 위하여 치러야 할 투쟁이 존재하는데, 이 투쟁은 종종 몇 세기 동안 계속되기도 한다. 이러한 투쟁은 이익들이 기득권의 형태를 취할 때 그 강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 법의 역사가 보여주는 모든 위대한 업적, 즉 노예제나 농노제의 폐지, 토지소유권의 자유나 영업혹은 신앙의 자유와 같은 이러한 모든 것들은 치열하게 그리고 수세기에 걸쳐서 계속된 투쟁을 통해 쟁취되었다.- 루돌프 폰 예링 - P314

인격 그 자체에 도전하는 굴욕적 불법에 대한 저항, 즉권리에 대한 경시와 인격적 모욕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형태로서의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다. 이것은 권리자자신에 대한 의무다―이것은 도덕적인 자기 보존의 명령이며 또한 공동체에 대한 의무다-왜냐하면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불법에 대한 저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생존의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권리 주장이다.-루돌프 폰 예링 - P321

우리는 먼저 사람이 되고 그다음에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히려 착했던 사람들도 법을 존중하기 때문에 나날이 불의의 하수인들로 변해가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불복종 - P403

여기 불의의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고치려고 노력하면서, 그것이 성공할 때까지 준수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당장 그 법을 어겨버릴 것인가?"-소로 - P404

사람은 누구나 혁명의 권리를 인정한다. 그것은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극에 달해 견딜 수 없을 때 거기에 충성하길거부하고 저항하는 권리다.-소로 - P416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의무다.
국가가 무법적이거나 부패해졌을 때 시민불복종은 신성한 의무가 된다.-간디 -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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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5-21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리커버 에디션)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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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는 죽은 생물의 사체나 썩은 나뭇잎과 수초 등을 먹으며 물속의 청소부 역할을 한다. 그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 한 소녀가 살았다. 카야라 불리는 소녀는 가재와 같은 삶을 살아야했다.

 

그녀에게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오빠와 누나도 있었다. 그러나, 2차 세계 대전 상의군인인 아버지는 술에 취해서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 폭력을 이기지 못해서 카야의 오빠와 누나가 떠났고 마침내는 사랑하는 엄마도 그녀의 곁을 떠났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아버지는 잠시 그녀에게 상냥한 모습을 보였으나 집나간 아내의 편지를 받고서는 다시 술에 빠져 행방불명되었다. 카야의 곁에 있어야할 가족은 그녀 곁에 있지 않았다.

가족이 떠나자 그녀를 보살피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를 마쉬걸이라며 마을 사람들은 색안경을 끼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학교 아이들도 그녀를 반겨주지 않았다. 그녀는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자신을 보호해야했다. 카야는 두꺼운 갑옷을 벗어 던지고 싶었다. 그래서 조디 오빠의 친구인 테이트에게 마음을 주었다. 그러나, 테이트는 대학에 진학하자 그녀를 떠났다. 그 빈자리를 체이스에게 내어주었지만, 현실이 싫어 도망친 곳은 천국이 아니었다. 체이스는 그녀의 아버지와 같은 사람이었다. 힘으로 여성을 정복하고,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 카야에게 결혼하자고 거짓말을 했다. 지역신문을 통해서 체이스가 결혼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나서야 카야는 자신이 갑옷을 벗어던진 댓가가 어떠한 것인지를 알았다. 가재는 값옷을 벗어던지는 순간 생명을 내놓아야했다.

그녀가 사는 습지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다. 그곳에 가재는 썩은 나뭇잎이나 죽은 생물의 사체를 먹으며 물속을 청소한다. 가재는 물을 살리는 신성한 일을 하는 존재이다. 그러나 가재의 존재는 다른 물고기처럼 화려한 조명을 받지는 못한다. 그녀가 사는 습지도 다양한 생명이 살 수 있는 보금자리이자 물을 정화하여 생명을 살리는 곳이다. 그곳에 사는 그녀도 자연을 관찰하며 자연의 친구가 된다. 자신이 사는 습지가 할아버지 소유였다는 사실을 알고는 밀린 세금을 내고 자신의 소유로 만든다. 그 누도 함부로 습지를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훼손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녀가 습지의 파수꾼이 된 것이다.

카야는 단순히 습지를 보호하는데 그치지 않았다. 나태주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라고 말했다. 습지에 살면서 나비, 조개, 갈매기들과 교감하며 습지 생명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습지 생명을 사랑했다. 습지에 대한 사랑의 결과를 기록해서 책으로 출판했다. 습지에 대한 사랑은 그녀를 자연생태 학자이자 훌륭한 작가로 성장시켰다.

그렇다면, 카야는 가재처럼 두꺼운 갑옷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야할까?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갑옷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카야는 더 큰 사랑을 누릴 수 없다. 산고의 고통을 겪어야 생명 탄생의 기쁨을 누릴 수 있듯이 갑옷을 벗어 던지면 받게 되는 상처를 이겨내야 더 큰 사랑을 누릴 수 있다.

카야는 체이스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다. 카야의 삶에 불어닥친 최대 위기였다. 나는 체이스 살해 범인을 테이트로 보았다. 체이스가 카야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진정으로 카야를 사랑한 사람이 테이트이니 당연히 체이스를 죽였을 것으로 추측했다. 더욱이 암컷 반딧불이 수컷을 유인해서 잡아 먹는다는 설명을 읽는 순간, 이는 테이트라는 수컷 반딧불이 카야라는 암컷 반딧불의 유혹에 빠져서 체이스를 죽이고 교수형을 당한다는 암시로 읽혔다. 습지소녀의 성장소설이자, 생태소설인 '자재가 노래하는 곳'은 갑자기 법정 스릴러로 변했다. 나의 예상은 정확히 빗나갔다. 그리고 그 빗나간 예상이 소설을 더 아름답게 만들었다. 가재는 갑옷속에 자신을 숨겨야하는 연약한 존재이지만, 자신을 공격하는 자에게는 강력한 집게로 공격하여 자신의 먹이로 삼는다.

 

책장을 덮었다. 표지 사진을 다시 보았다. 아름다운 코와 매력적인 입술을 가진 카야의 모습이 영롱하게 다가왔다. 사회적 약자에게 덧씌운 편견을 이겨내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 그녀가 매혹적이다. 주어진 삶을 원망하며 사회적 쓰레기 삶을 살기보다는, 자신을 당당한 인격체로 인식하고 자신이 태어난 습지를 사랑하며 당당한 생태학자이자 작가로 성장한 그녀가 아름다웠다. 임제 스님이 말씀하신 '서있는 곳에 주인이 된다면 네가 서있는 바로 그곳이 진리의 세계이다.(隨處作主 立處皆眞)'라는 법문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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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 정의로운 건강을 찾아 질병의 사회적 책임을 묻다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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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변호사는

   어떤 학자는

   그들 편에 서 있어야 합니다."-84쪽

  

  누군가는 그들의 편에 서 있어야한다. 따뜻한 마음과 예리한 논리를 가진 학자와 변호사가 약자의 편에서서 그들을 변호해야한다. 따뜻한 감성만으로는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 냉철한 이성을 가진 그들이 필요하다. 냉혹한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따뜻한 온기가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누군가는 약자의 편에 서 있어야한다. 그 한사람이 바로 김승섭니다. 

  따뜻한 온기를 가진 학자 김승섭은 의학공부만으로 시간이 부족한 의과대학 본과 3학년이던 2003년, 시험을 앞둔 친구들에게 함께 반전 집회에 나가자는 말을 하는 것이 너무도 힘들었다고 토로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이라크는 미국의 침공을 받아 사람이 죽어가는데, 어짜자고 햇살은 저렇게나 맑고 하늘은 끝없이 푸른지 모르겠다고 한탄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인가! 얼마나 따뜻한 마음인가! 눈앞에 있는 자신의 이익에 집착하기보다 지구 반대편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생명에 더 가슴 아파하는 그의 인류애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김승섭은 보통의 따뜻한 마음을 가진 진보적 인사들과는 다른 따뜻한 온기를 가지고 있다. 산업재해로 자살한 노동자 추모집회에서 노동자와 대치하고 있는 전경의 입장을 생각해보지 못했다고 아쉬워한다. 기회만가 주어진다면 쌍용 자동차 해고 노동자만큼이나 강제로 군대에 끌려가 명령에 따라 그들을 진압해야 했던 젊은이들이 겪었을 상처에 대해서도 꼭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한다. 좌와 우라는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래로 고통받는 노동자의 고통에만 공감하는 우리들과는 달리, 강제로 군대에 끌려와서 악역을 수행해야만하는 20대 젊은이의 고통에도 그는 관심을 갖는다. 고통받는 자라면 그가 어느 진영에 가까운지를 따지기 보다는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의 고통을 학문적으로 밝혀내어 제도적으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려 노력하는 학자가 김승섭이다.

  그런데, 김승섭, 그가 보호할 수 없는 고통받는 사람에게 그는 무엇을 할까?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한다."-219쪽


  2017년 5월 24일 육군 보통 군사 법원이 사적 공간에서 동성과 합의된 성관계를 맺은  A 대위에게 유죄를 선고하자 뭐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 성소수자를 위한 집회에 참석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부당한 처벌을 막을 수 없다면, 성소수자의 편에서서 같이 쏟아지는 비를 함께 맞게다고 그는 외치고 있다.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 고통에 없애줄 수 없음에 가슴 아파하며 같이 고통을 느끼는 어진 마음을 가진 사람이 김승섭이다.

  저자 김승섭이 타인의 고통에 민감한 것은 그의 따뜻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김승섭이 이 책에서 가장 먼저한 말은 말하지 못하고 의식하지 못한 상처를 몸은 기억한다는 말한다. 차별을 겪고도 자신은 해당사항없다고 말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차별을 경험했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사람보다 우울증상 위험비가 더 높았다. 학교 폭력을 겪은 후에 아무렇지도 않았다고 이야기했던 다문화 가정 남학생들이 가장 아팠다는 연구 결과를 보며 나는 깊은 상념에 잠겼다. 가정 폭력과 학교 폭력을 당하면서도 학교 폭력 설문조사에서는 '해당사항 없음'을 클릭하는 우리 사회의 숨은 피해자들을 생각하며 긴 한숨을 쉬었다. 고통을 말하지도 못하는 깊은 상처를 가진 이 사회의 숨은 약자를 우리는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

 김승섭은 또하나의 연구 결과를 소개한다. 식량상태가 넉넉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과 먹을 것이 부족한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연구한 결과이다. 이 연구서도 우리몸은 고통을 기억한다는 진실을 보여주었다. 사춘기 시절까지는 두 그룹에 별다른 차이가 없었으나, 40세가 넘으면서 생존율이 1.5배가량 차이가 났다. 우리의 의식은 기억하지 못해도 우리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우리에게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우리 몸의 정직성을 알았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할까?

  김승섭은 '개인에게 짐을 떠넘기지 않는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총기를 자유롭게 살 수 있는 미국 시카고와 총기 소유에 엄격한 규제를 둔 잉글랜드와 웨일스를 비교연구한 결과를 비교했다. 잉글랜드/웨일스의 인구규모가 시카고보다 20배가량 큰데도 불구하고 시카고는 2016년 한 해 동안 762명이 죽었고, 잉글랜드와 웨일스는 571명이 죽었다.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개인에게 떠넘긴 미국은 강력한 국가의 개입을 통해서 안전을 통제한 잉글랜드/웨일스 보다 많은 댓가를 개인이 지고 있다. 어디 총기 규제 문제 뿐이랴! 보건, 복지, 교육분야에도 이러한 논리는 적용된다. 한국 사회는 복지와 교육 분야를 개인에게 너무도 많이 떠 넘기고 있다. 불안한 개인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고, 자신의 노후를 위해서 여러개의 연금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의 현실에 대해서 김승섭은 국가의 역할에 대해서 일갈한다. 


  "노동자들이 해고로 인한 고통을 온전히 감내하도록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국가와 정책 입안작의 책무이자 역할이다."-102쪽


 우리 사회는 모든 고통을 개인이 감내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복지를 늘려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우리 모두를 보호하려해도 어리석은 국민은 어리석은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사회적 안전망은 약화되고 있다. 정부가 국민을 수탈의 대상으로 보느냐, 주인으로 섬김의 대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개, 돼지 취급을 당할 수도 있고, 개개인을 숭고한 생명으로 존중받을 수도 있다. 

 당신은 거미를 본적이 있나요. 김승섭은 우리에게 물었다. 위험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위험의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서 담배를 핀다. 따라서 산업안전 프로그램과 금연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한 사업장에서 금연율이 올라간다. 우리는 거미줄 처럼 여러가지 요인이 연결되어 있다. 단순한 증상만 보려하지 말고 내면을 들여다보아야한다. 잘보이지 않는 거미줄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듯, 우리는 보이지 않는 원인에 의해서 고통받기도하고 슬퍼하기도한다. 그리고 기뻐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도, 국가도, 지구도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 사회적 관계망과 개인의 건강을 연구한 결과에서는 친구, 부모, 형제, 자매 등 사회적 관계망이 개인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나의 건강도 사회적 관계망에 영향을 받고 영향을 준다. 

  1960년대, 미국 펜실베이니아의 로세토 마을의 심장병 발생율은 충격적이기까지했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공통체인 로세토는 유달리 심장병 사망자가 적었다. 로세토 사람들은 술과 담배를 즐겼고, 비만인도 많았다. 그런데 심장병 사망자는 오히려 적었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서로 돕는 상부상조의 문화가 붕괴되었기 때문이다. 로세토 사람들은 끈끈한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며 곤경에 처한 이웃을 돕고 살았다. 자신도 곤경에 처하면 이웃이 도울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사회가 나와 가족을 지켜준다는 공동체 문화가 심장병 사망자를 줄였다. 

  그러나, 로세토 마을의 공동체 문화가 붕괴하면서 심장병 사망율이 1940년에 비해서 1970년에 2배나 증가했다. 공동체 문화의 붕괴는 위기에 처해도 나를 도와줄 사람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갖게한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심장병 사망율 증가로 이어졌다. 

  개인의 사회적 관계망, 마을 공동체 문화가 개인의 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국가와 지구로 확대시켜보자. 각자도생의 대한민국 사회보다는 사회적 연대감이 살아있는 대한민국이 국민의 건강에 더 좋지 않을까?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약육강식의 국제 사회보다는 약소국을 배려하며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이 더 행복한 지구인을 만들지 않을까? 우리 대한민국은 그러한 사회를 만들고 있을까?

  어느 세월호 생존 학생은 참사 이후 여행을 떠나기 전에 유서를 남긴다고 한다. 세월호의 비극은 끝나지 않았다. 저자 김승섭은 세월호 참사가 참사의 연쇄 고리를 끊었던 사건으로 기억되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이 정권에서 이태원 참사가 일어나면서 비극의 연쇄고리는 아직도 단단히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대전의 00초등학교에서도 대낮에 음주를 한 운전자가 인도를 걷던 초등학생을 치어 숨지게했다. 같은 학교의 피해학생반 학생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대전 00 초등학교의 한학생은 어느날 갑자기 우리도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보수 정권에서 끊이지 않는 참사의 연쇄고리는 우리 사회를 집단 트라우마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착잡한 마음을 다잡으며 김승섭의 큰 울림이 담긴 문장을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어떤 공동체에서 우리가 건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개인이 맞닥뜨린 위기에 함께 대응하는 공동체, 타인의 슬픔에 깊게 공감하고 행동하는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거대하고 또 중요한지에 대해서요. 당신에게도 그리고 저 자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의 공동체는 안녕하신지요?" - 2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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