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
테사 모리스 스즈키 지음, 서미석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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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선택하는 기준이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면, 인생의 지혜를 얻기 위함이라 말하겠다. 인생의 지혜를 얻기 위해서 역사, 철학, 심리학을 비롯해서, 부족한 나의 지혜를 채워줄 책들을 읽고 있다. 지혜를 채워줄 책들을 고를 때, 팟캐스트나 서평, 책제목을 보고 책을 고른다.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라는 책은 책제목을 보고 선택한 책이다. 북한 역사에 관해서 아는 것이 별로 없는 나에게, 외국인의 시각에서 바라본 북한의 역사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 나름대로 재미있는 북한의 역사를 알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놓치지 않았다. 1장 하얼빈과 후난을 시작해서, 2장 장춘과 선양을 거처 3장 랴오양과 첸산을 지날 때가지도 북한의 역사에 대해서 테사 모리스 스즈키의 탁월한 시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특히, 권근의 시를 인용할 뿐만 아니라,  화엄경의 "바다 한가운데에 금강산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옛날 옛적부터 모든 보살들은 그곳에 멈추어 살게 되었다."라는 구절을 인용할 때는 테사 모리스 스즈키의 한국사 뿐만 아니라, 불교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에 대해서 감탄을 했다. 테사 모리스 스즈키보다 먼저 금강산을 여행한, 캠프의 기행문의 오류를 지적하기도한 그녀이기에 그녀에 대한 믿음은 굳건했다.

  그런데, 4장을 읽어 내려가는데도 저자는 선양과 단둥에 대한 이야기만 줄기차게 서술하고 있었다. '언제 북한에 들어가는 거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북한의 역사를, 하다못해, 북한 주민의 생생한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고대했지만, 북한의 모습을 본격적으로 본 것은 7장 '새로운 예루살렘 : 평양'에서부터였다. 그런데, 8장과 9장10장은 남한에 대한 기행이었다. 북한에 대한 깊이 있는 서술은 5장과 6장 11장 12장을 포함한다해도, 12장 중에서 5장밖에 되지 않는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 근현대사에 대한 깊이있는 성찰과 고민을 살펴보기에는 너무 피상적인 북한에 대한 인상들 뿐이었다.

  이 책에 대한 나의 인생은 "사기를 당했다.!!"라는 절망뿐이었다. 나의 기대와 책의 내용의 불일치 속에서 깊은 배신감이 들었다. 책제목을 '금강산을 가는 길'이라고 정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책의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고, 책을 읽으면서 독자가 기대하는 것과도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난 북한 근현대사'라는 제목 때문에 책의 내용과 제목이 일치하지 않으며, 독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더구나, '북한 근현대사'라는 제목은 대학교 수업에서나 사용하는 개설서의 냄새가 나기에 독자로부터 외면받기 딱좋다.  출판사 편집자들에게 부탁한다. 제목을 믿고 책을 선택했으나, 책의 내용과 제목의 불일치로 배신감을 느끼는 독자가 없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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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5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25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총리의 언어 - 촌철살인 이낙연에게 내공을 묻다
유종민 지음 / 타래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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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대정부질문이 진행되고 나서 이낙연 총리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다. 야당국회의원들의 예의 없으면서도 조롱섞인 질문을 유연한 화술로 빗겨가간다. 심지어는 할말을 잃은 야당 국회의원들이 질문을 하다말고 "총리들어가세요."라고 말하며 항복한다. 이낙연! 그의 화술을 배우고 싶어졌다. 그의 촌철살인 내공을 배우고 싶었다. 나의 눈에 '총리의 언어'가 드러왔다. 이 책을 읽으면 이낙연 총리의 탁월한 화술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과연 이 책은 이낙연 총리의 화술을 온전히 알려줄 수 있을까?

 

1. 중언부언은 이제 그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거슬렸던 것은 '중언부언'이었다. 읽었던 이야기를 또 읽어야한다는 것은 술주정꾼의 말을 듣는 것과 같았다. 술취한 아버지께서 자고 있는 나를 깨워 자신의 이야기를 하셨다. 그때는 그것이 너무도 싫었다. 아버지의 술주정은 언제 끝날지 몰랐다. 어린시절, 술마시는 아버지가 싫었다. 농촌의 어른들은 너무도 술을 좋아했다. 힘든 농삿일을 술로 풀어버리는 모습이 과히 좋아 보이지 않았다. '총리의 언어'에는 어렸을 때, 술주정을 들어야했던 나의 괴로움을 다시 떠올릴 정도로 했던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었다. 그중 몇가지를 소개해보자. 이낙연 총리의 아들은 젊어서 뇌수술을 받아야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천주교 세례를 받는다. 이 이야기는 한번으로 족하다. 그런데 이것이 두번 이상 반복되어 서술되었다. 이낙연의 좌우명인 '근청원경(近聽遠見)'도 책에서 여러번 반복되었다. 열린 우리당 입당을 하지 않고 민주당에 남은 이유도 어머니의 전화 때문이라는 일화도 여러차례 반복되었다. 전남도지사 시절 별명이 '이주사'인 것도 만찬가지이다.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 '농업은 죽지 않는다.'라는 책이 대변인실, 지방의원들에게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는 내용도 중복, 사복되고 있다. 이밖에도 셀수 없이 많은 일화들이 반복된다. 일화가 반복될 수록, 이 책에서 느껴지는 술주정꾼의 느낌도 더해졌다.

  단순히 중복, 삼복, 그 이상의 이야기가 반복된 것은 그나마 양반이다.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라는 속담이 어느나라 것인지 아는가? 79쪽에는 중국 속담으로 서술되어 있다. 그런데, 121쪽에는 일본속담으로 적혀있다. 같은 저자가 쓴 책이 맞는지 의심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는 계속 고사하다 2000년 16WW대 3선땐 3개가 됐고 4선땐 4개가 됐다."라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아는가? 이부분을 읽으면서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인터넷 글쓰기도 아닌데 독자가 알아볼 수 없는 글들을 아무런 설명없이 쓴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부족한 점들이 책속서 반복될까?  이낙연 총리의 화술이 인끼를 얻자, 이를 빨리 책으로 써야한다는 조바심이 만들어낸 촌극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복된 부분을 삭제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정제해서 보다 맛깔나는 책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2. 인간 이낙연을 만나다.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가슴이 미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어머니께서 예순을 넘기시면서부터 음식이 짜졌습니다. 어떤 때는 쓴맛이 나기도 했습니다. 그것을 어머니께서도 곧 아시게 됐습니다. 한번은 저희들 앞에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이었습니다. '내가 만든 음식이 내가 먹어봐도 맛이 이상하다. 너희들도 멋없으면 먹지 마라.' 그 말슴을 하시는 순간의 어머니 얼굴은, 제가 본 어머니 얼굴 가운데서 가자 ㅇ외로운 얼굴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추억>, '큰아들 낙연이의 추억'중에서-

 

  이낙연이 쓴 '어머니의 추억'중 일부분은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나이든 노모를 생각하는 이낙연의 인간적 애틋함이 느껴졌다. 곧이어 나의 어머니를 생각했다. 몇일전 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으며, 김치가 너무 짜다는 사실에 놀랐다. 고혈압이 있으신 어머니인데, 음식이 짜지고 있다. 건강진단에 혈압 조절이 되지 않는다는 의사의 소견이 적혀있었다. 음식이 짜진다는 것은, 혀의 '미뢰'라는 음식맛을 느끼는 세포가 죽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짠맛을 느끼지 못하니, 짠맛을 느끼기 위해서 소금을 더 넣을 수밖에 없다. 공자께서 말씀하지 않았던가! '부모의 나이는 알지 않으면 아니된다. 한편으로는 (오래 살아계신 것을)기뻐하고, 한편으로는 (부모가 나이들었음을) 두려워해야한다 (子曰 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 세월이 덧없이 지나감을 어찌 막을 수 있으랴...

 

3. 이낙연은 승천할 수 있을까?

  TV여론조사에서 이낙연 총리는 여권의 강력한 대선주자로 자리메김을 하고 있다. 이 책에 나와있는 정보를 근거로 추리해보자. 

  이낙연 총리는 '현장형 리더'라고 할 수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리더로서, 전남 도지사시절 그의 별명이 '이주사'였다. 주사는 6급 공무원이다. 그정도로 열심히 도전에 전념하고, 현장을 속속들이 찾아갔다. '내부자'라는 케이블 프로에서는 '밑에있는 사람들은 힘들어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휴일없이 일을 했다. 유능하면서 부지러한 그는 차기 대권 주자로서 매력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프로이센군의 격언이 생각나다. '유능하면서 게으른 사람은 탁월한 지도자 이다. 유능하면서  부지런한사람은 참모로 제격이다. 무능하면서 게으른 사람은 있으나 마나한 사람이다. 무능하면서 부지런한 사람은 조직에 위해를 가하는 사람이다. 반드시 제거해야한다.' 이낙연 총리는 이중에서 탁월한 참모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잘 보좌하면서 국정의 안정감을 더하고 있다. 그의 부지런하면서도 꼼꼼한 문재인 대통령이 놓치기 쉬운 일들을 잘챙기며 국민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유능한 참모일뿐 유능한 '대통령'은 될 수 없을까? 그것은 그의 손이 달렸다. 그가 새로운 대권후보로 진화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부하를 믿고 부하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기다려주는 유능하면서도 게으른 리더의 모습을 갖춘다면 그는 여의주를 얻어 승천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을 고수한다면, 그는 유능한 참모일 뿐이다.

  이낙연 총리가 유능한 '대통령'으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은 이 책 곳곳에 보인다. 몇가지 예를 살펴보자. 이 책에서 '섞어번개팅'이 여러 차례 소개되어 있다. 부처간 벽을 허물기 위해서 남녀, 부서, 지위고하를 뛰어 넘어 치킨집에서 만나는 그의 모습에서 21세기 4차 산업혁명시대의 리더로서의 자질을 보았다. 학문이 융합되고, 지식이 새롭게 창조되는 시대에 부처간의 칸막이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도전을 감당할 수 없다. 이 벾을 허무는 일들을 그는 몸으로 실천하고 있다.

  전남도지사 마지막날! 그는 팽목항을 방문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나서 자신의 전화번호가 적힌 명함을 주면서 "총리가 돼도 이 전화번호를 바꾸지 않을테니 언제든 전화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참다운 리더는 권력을 누리기 보다는 자신에게 권력을 준, 시민을 섬기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낙연은 그것을 갖췄다. 물론, 이낙연이 총리가 된 후, 유가족들이 이낙연 총리에게 전화를 했는지, 많약 했다면 이낙연 총리가 어떻게 응대했는지가 궁금하다.

 

 

  책을 읽으며, 중언부언하는 내용에 심한 불편함을 느꼈다. 리더로서의 이낙연의 화술의 비법을 얻고자 했던 나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결어'를 읽으면서 저자 유종민에게 깜짝 놀랐다. 저자는 이낙연 총리의 '100원 택시' 정책을 이어받아 '100원 특강'을 하고자 했다. 최소인원 50명 이상일때 언제든지 불러주면 '총리의 언어'를 주제로 강의를 하겠단다. 그것도 1인당 100원이 아니라, 통틀어 100원에 강의를 한다고 한다.!! 이낙연 총리의 인품과 화술에 감화된 저자 유종민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을 한권내서 책의 인쇄보다는 강의료에 더 눈독을 들이는 사람들이 있는 현실에서 유종민 저자의 이러한 포부는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이 책이 중언 부언된 부분을 깔끔히 덜어내고 새롭게 출판된다면, 독서 모임에서 이 책을 주제로 책을 읽고, 저자 유종민의 강의를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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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민주주의를 외치다 정치의 시대
한홍구 지음 / 창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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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홍구 교수 강의를 여러번들었다. 시민들을 위한 강연을 많이하시는 분이기에,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대한민국사'와 '유신', '역사와 책임'이라는 책을 읽으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번에 네번째로 접하는 '광장, 민주주의를 외치다.'라는 책은 한홍구 교수로부터 받은 선물이다. '반헌법행위자열전' 편찬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왔고, 실무자의 실수로 연말정산 서류를 발급할 수 없는 한홍구 교수가 다음해에 올해 못한 연말정산을 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자신의 새책을 선물로 보내왔다. 연말정산을 하는 것이 후원의 목적이 아니기에 흔쾌히 책을 받아들었다. 1여행 1책 독서라는 목표를 가지고 학년 해단식을 떠나면서 이 책을 꺼내들었다. 1박 2일 여행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촛불의 역사! 2002년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계기로 들기 시작한 촛불의 경험이,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사건때 다시 타올랐다. 그리고 2008년 광우병 파동을 거쳐, 2016~2017년 촛불 혁명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 폭력과 채류탄이 난무하는 거친 데모의 모습을 TV로 보면서 어린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한국의 성숙한 시위문화가 경이롭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촛불을 든 주축 세력이 운동권출신의 인텔리가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이라는 사실이다. 내가 촛불에 참여한 것은 2016년 '이게 나라인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시대적 분노가 들끓어 올랐던 그해부터였다. 대전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시작된 촛불 집회에서 대부분의 참가자가 학생들이었다. 교복을 입고, 야간자율학습(보수 교육감이 집권하고 있는 대전은 아직도 야간자율학습이 있다.)을 빠지고, 혹은 학원을 마친 학생들이 촛불을 들며, 행진에 동참했다. 아직도 전체주의의 잔재가 깊게 남아있는 우리 교육현장에서 성숙한 민주시민의 자질을 갖춘 학생들이 탄생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나로서는 놀라웠다.

  이러한 촛불은 나름의 성과를 성취했다. 2002년의 촛불은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당선을 가져왔고, 2004년 촛불은 열린우리당의 총선 앞승의 결과를 가져왔다. 2008년 촛불은 이명박 정권에게 깨어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각인시켜주었다. 그러나 그후, 박근혜가 집권하면서 극보수 집단은 촛불의 교훈을 잊어버렸고, 2016~2017년 촛불을 통해서, 박근혜를 탄핵시키고,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촛불의 결실로 탄생한 정권들은 시대적 소명을 제대로 이뤄내지 못했다. 그 결과는 너무도 비참했다. 정권을 극보수 세력에게 넘겨주고, 노무현 대통력이 비극적 최후를 맞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그 교훈을 가슴에 새겼으리라. 다시 실패한다면, 더 큰 반동이 뒤따른다는 역사의 교훈을 촛불의 후예들은 명심해야한다.

  2016~2017년의 촛불이 타오르기 직전, 한국 정치의 미래는 암울해보였다. 4.13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앞승할 것으로 모두가 예상했다. 200석을 얻으리라, 거의 모두가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주져앉았고, 촛불혁명의 영향으로, 선거가 치뤄진지 8개월만에 박근혜는 탄핵되었다. 가장 암울한 시기에 울분을 토로할 방법이 사라졌던 시기에 시민은 투표로 자신의 의사를 표명했고, JTBC의 특종보도가 도화선이 되어 촛불 혁명으로 이어졌다. 한홍구 교수는 이러한 극적인 일들이 우리 역사에 두차례 더 보인다고 말한다. 1978년 10대 총선에서 민주공화당의 앞승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했으나, 결과는 신민당이 1.1%를 앞섰으며, 10개월 후에 박정희는 김재규의 총에 죽게된다. 가장 비참하고, 가장 절망적일 때, 역사는 급회전을 하며 새로운 극면으로 전개되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121석으로 폭망한다. 이전에 국회의 3분의 2를 장악하던 모습과 비교한다면 가히 초토하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밤이 깊을 수록 새벽은 멀지 않았다는 어느 시인의 시귀처럼, 시대의 모순이 가장 강하게 응축될 때, 민중의 분노는 가장 크게 폭발한다. 수구세력이 자유로운 언론까지도 억압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에 여론조사의 질문에는 수구세력을 지지하는 것으로 답하고, 투표장에서는 민주주의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표명한다. 그러다가 폭발할 수 있는 도화선이 주어진다면, 민중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희망을 잃지말라! 촛불은 살아있다.!! 우리 손에 들린 촛불은 바람불어 꺼지겠지만, 우리의 가슴속에 있는 촛불은 비바람이 몰아쳐도 꺼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대손손 더 강렬하게 타오른다.

  이 책의 대부분의 내용들은 한홍구 교수의 시민강의에서 들었던 사실들이다. 별로 새로울 것이 없었다. 그러하기에 여행출발전, 점심 식사를 기다리며, 2일째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었다. 그 결과 2일째 점심시간에 책을 다읽을 수 있었다. 읽는 동안, 한홍구 교수의 목소리가 들리는듯했다. 한홍구 교수의 시민 강의를 듣지 못한 수 많은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크기도 작아서 여행갈때 들고 다니면서 읽기에 안성맞춤이다. 촛불의 힘을 가슴에 담고 우리 모두가 부담없이 읽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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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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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라는 안도현 시인의 시를 기억하는가? '영초언니'라는 책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암흑과 같은 유신시대를 살아간 불꽃 같은 청춘들의 드라마이다. 처음 팟캐스트 '북티셰'에서 낭독해준 '영초 언니'의 서문은 나의 가슴을 아리게했다. 최순실이 '여기는 더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닙니다'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자, 서명숙은 여성학생운동의 신화라 할 수 있는 천영초를 떠올린다. 지금은 교통사고로 지능이 1~3살 정도로 낮아진 자신의 멘토를 떠올리며, 이 책을 집필해야한다는 의무감을 갖았다고 한다. 한동안 '영초언니'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았기에 언젠가는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으나, 읽지 못하고 있었다.  2018년 겨울이 다가온다. 이 겨울이 가기전에 불꽃 같은 삶을 살아온 그들의 기억을 읽기로 결심했다.

 

1. 가장 극단적 좌파는 극단적 우파가 될 수 있다.

  저자 서명숙은 제주도에서 태어나 제주도에서 자라고 제주도에서 올래길을 만들었다. 그녀가 어린 시절을 추억하면서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이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가 독재정권의 헌신적인 지지자라는 사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제주도는 4.3 사건이 발생한 섬이다. 그런데도 제주도는 선거에서 집권여당이 압승하고, 3선 개헌 유신헌법국민투표에서 100%에 가까운 압도적 찬성을 했다. 서명숙은 이를 무척이나 가슴 아프게 통탄한다. 제주도가 보수적 섬인 이유를 서명숙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변방에 있기 때문이라는 1차적 한계를 지적한다. 그러나 이것은 결정적 요인이 되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4.3사건의 후폭풍 때문이었다. 서명숙이 인정했듯이, 4.3사건으로 제주도의 수많은 사람들이 학상당했다. 제주도에서는 아직도 4.3의 아픔이 제대로 치유되지 않고 있다. 여당을 찍지 않으면 언제 공산당으로 몰려 일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은 제주도를 보수의 섬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사례는 대구, 경북지역에서도 나타난다. 일제강점기 제주도는 '조선의 모스크바'라고 불렸다. 공산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수도없이 배출했다. 박정희의 형 박상희도 공산주의자였고, 박정희도 남로당원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대구폭동 혹은 대구항쟁으로 불리는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면서 대구, 경북지역은 탄압을 받게된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하고 나서, 대구, 경북지역에 수많은 공안사건이 만들어진다. 일가족이 공산주의자로 몰려서 죽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은 보수를 찍어야 산다는 믿음을 갖게된다. 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도 보수의 아성을 스스로 붕괴시키지 않은 그들을 보면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보수가 되어야한다는 처절한 몸부림을 보는듯했다. 이들이 스스로의 알을 깨고 진실의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 나온다면 그 때가 언제인지 .......

 

2. 지옥을 바라보는 다른 시선

  당신이 지옥에 있다면, 천국에 있는 가족에게 지옥의 모습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어떤 사람은 있는 그대로 지옥의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천국에 있는 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기에 지옥도 살만한 곳이라 말할 것이다.

   '영초 언니'를 읽으며, 신영복 선생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강의', '담론'이 떠올랐다. 신영복 선생의 책에서 소개된 감옥소는 인간을 새롭게 태어나게하는 '대학교'였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에서 인간관계와 삶의 진리를 깨달았다. 감옥에도 애잔한 인간미가 있어보였다. 그러나, '영초언니'에서 묘사한 감옥은 모순과 불합리가 쌓인 지옥의 모습이었다. 가장 그녀를 분노케하는 것은 감옥안에서도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돈많은 '범털'들은 간수에게 뒷돈을 주며, 따뜻한 물을 여유롭게 사용하고, 각종 편의를 제공받는다. 그러나 돈없는 '개털'들은 그 안에서도 차별을 받아야했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살이의 고단함은 여름보다 겨울이 낫다했다. 겨울에는 서로의 온기를 느끼려 서로를 끌어당기지만, 여름은 서로의 열기를 피하려 서로를 증오하는 마음을 갖기 때문이란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 생활의 비극을 보면서 인간 관계와 삶의 철학을 깨우쳤다. 그러나 '영초언니'에서는 신영복 선생의 심오한 삶의 통찰이 보이지 않았다. 단지, 사회적 모순의 희장자로 돈없고 빽없어서 감옥에 온 불쌍한 소년들에 대한 애틋한 시선과 그 안에서 알게된 소중한 인연들에 대한 이야기가 서술되어 있다. 같은 생활을 하더라도 그릇에 따라서 바라보고 깨닫는 깊이가 다른다.

 

3. 우리안의 아이히만

  한나 아렌트를 나는 좋아한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탁월한 안목은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그녀의 대표작 '예수살렘의 아이히만'을 감동 깊게 읽은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런데, 서명숙은 한국의 아이히만을 만나게 된다. 영초언니를 만나며 담배만 배운 것이 아니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갖고 용기를 얻었다. 결국 영초언니와 함께 경찰에 잡혀 고문을 받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아이히만의 모습은 너무도 충격적이다. 서명숙을 전기고문한다며 협박했던 형사가 사실은 소문난 효자에 장기간 투병중인 부인을 정성껏 돌보는 아들이자 남편이었다. 아이히만은 독일에만 있지 않았다. 생각하지 않는자! 위에서 선생님이, 자신의 상관이 시키는 일을 열심히만 하는자는 악마가 될 수있는 자질을 갖고 있는자들이다. 우리주변의 모범생들이 사실은 악마가 될수있는 자들임을 서명숙의 책을 통해서 다시한번 확인한다.
  생각하자! 자신의 삶에 주인이 되자! 학교의 교칙에 이의를 제기하고, 사회의 잘못된 일들에 대해서 잘못되었다고 과감하게 'NO'를 외치자! 'NO'를 할 수 없는자들은 불의에 맞서 '안된다'라고 외칠 수 없다.

 

4. 아! 영초언니!!

  감옥에 갔다와서도 '더욱 가열차게 끝까지 싸우겠다.'던 영초언니는 서서히 무너져 내려간다. 결혼을 했으나, 남편은 가정경제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결국 생활전선에서 그녀는 다단계회사에 발을 담그고, 민주화운동을 했던 친구들 까지 끌어들인다. 공부는 잘하지만,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자녀를 위해서 캐나다행을 선택하고, 남편과 이혼한다. 캐나다에서 행복하게 살던 그녀가 교통사고로 1~3살의 지능을 가진 영초가 되어버렸다.

  서명숙의 멘토는 무너져 버렸다. 그녀와 함께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했던, 이해찬, 유시민 등은 사회의 촉망받는 인사가 되었지만, 천영초 그녀는 세상의 나락으로 떨어져 내려갔다. 독재자의 잔당들이 떵떵 거리며 잘살고 있는 오늘! 왜? 불의에 맞서 자신의 청춘을 불태운 그녀가 이리도 불행한 삶을 살아야할까? 기독교 신자인 천영초 그녀에게 신은 존재할까? 아니, 신을 원망할 수없다. 신은 존재한다고 증명할 수 없기에.... 이땅의 천영초가 흘린 피와 땀의 댓가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이들에게 진빚을 갚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원망해야할 것이다.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자신의 청춘을 불꽃 같이 살다가, 연탄재가 되어 뒹구는 수많은 천영초들이 있다. 그녀들을, 그들을 함부로 비난하지 말자! 너희는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적이 있더냐? 불타는 뜨거운 가슴이 없다면, 이땅의 천영초들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 그녀에게 진 빚을 이책을 주변인들에게 권하면서 갚으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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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의 대화 - 새로 읽는 남북관계사 새로 읽는 관계사 시리즈
김연철 지음 / 창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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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의 이명박근혜시기를 지나서 평화의 새벽이 다가왔다. 벅찬 가슴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판문점 산책로 대화를 지켜보고, 불가능할 것 같았던 김정은과 트럼프의 싱가폴 회담을 바라보았다. 과거에서 머나먼 안드로메다의 이야기로만 들렸던 일들이 지난 일년 사이에 숨가쁘게 진행되었다. 이때 지난 70년이라는 시간 동안 남북이 대립을 넘어서 평화를 만들기 위해서 걸어왔던 머나먼 여정이 궁금해졌다. 김연철 교수는 남북관계의 실무 경험이 있는 몇 안되는 전문가이다. 그의 눈을 빌려 위대한 평화를 찾아나선 남북한의 머나먼 여정을 살펴보자.

 

1. 무능한 대북관계의 시작 박정희 정권

  김연철은 현대외교에서 대통령의 외교 철학과 정책에 대한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대 외교는 정상회담을 중심으로 전개되기에 대통령의 신념과 철학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 밖에 없다. 대학에서 '민중'이 역사의 중심이며, '지배자' 중심의 역사에서 탈피해서 민초의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보아야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역사는 '민중'과 '지배자' 일방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탁월한 지도자라 할지라도 현명한 민중의 지지가 없다면 탁월한 업적을 만들기 힘들며, 현명한 민중이라 할지라도 민중의 힘을 조직화할 수 있는 리더가 없다면 결실을 맺지 못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남북관계에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탁월한 리더가 중요하다. 남한을 18년 동안 통치한 박정희는 남북관계를 통일로 이끌 인물이었을까?

  박정희의 그릇은 '민족의 통일을 위한 초석'을 담기에는 너무도 작았다. 1969년 닉슨 독트린 이후 시작된 데탕트를 박정희는 위기로 인식했다. 아프리카 사람들이 신발을 신지 않는 모습을 보고, 어느 사업가는 그들에게 신발을 팔 수 있다며 희망을 보았지만, 어느 사업가는 그들은 신발을 신지 않는다며 비관했다. 같은 사실이라하더라도 그사람의 그릇에 따라서 현실을 달리 보인다. 데탕트라는 시대의 조류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삼기 보다는, 기존의 반공 논리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혈안이 된 박정희 정권은 위기의식을 가졌다. 불행히도 박정희의 이러한 세계관은 그를 추종하는 수구세력에게 그대로 복제되었다.

  놀라운 사실은 박정희 정권의 탁월한 업적 중에 하나인 '7.4 남북 공동 성명' 발표에 박정희가 회의적이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1972년 5월 31일 박성철이 남북 정상회담을 제안하자, 박정희는 이를 거부했다. 북을 믿지 못하는 그는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렸다. 이어서, 남북관계 진전을 위해서 부단히도 노력했던 이후락을 교체하고 더 이상의 남북관계 진전을 가로막았다. 민족의 통일과 번영보다는 정권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박정희의 모습을 보며 그의 지도자로서의 그릇을 가늠할 수 있다. 우리는 박정희 정도의 그릇을 가졌다. 국민이 새로운 지도자로 대통령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남북관계는 더 이상 진전될 수 없었다. 슬프지만, 모든 국민은 그 국민의 수준에 맞는 그릇을 갖기 마련이다.

 

2. 역사의 교훈 - 대화를 하지 않으면 남한은 왕따를 당한다!!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민관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행사할 수 있었던 것은 남북관계가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이다.'라는 김연철의 글을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북한과 대화를 하면 남한이 동북아의 외교무대에서 운전석에 앉을 수 있지만, 북과의 대화가 단절되면 '코리아 패싱'이 시작된다. 이러한 현실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 사건이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이다.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이 일어난 직후, 존슨 미국 대통령의 대응은 참으로 현명했다. 사태를 해결할 방법을 몰라서 허둥대지도 않았으며, 침착하게 국가 안전 보장회의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자유 토론을 하도록 했다.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가 발생했을 때 보았던 케네디의 모습과 흡사하다. 아울러, 우리가 그리워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리더십과도 유사하다. '한비자'를 보면, 군주는 자신을 비워야하며, 자신의 마음을 신하에게 보여서는 안된다고 한다. 신하들이 마음껏 자신의 의견을 말하도록 하여 그들의 마음을 알아보고 최종결정을 내려야한다. 이것이 신하들의 머리를 빌릴 수 있는 방법이다. 위기 상황일수록 토론과 대화 및 의견 청취의 위력은 극대화된다.

  북한과 미국의 불꽃튀는 외교전과 협상술이 난무하는 상황 속에서 남한은 왕따를 당했다. 푸에블로호 협상 자체를 북한은 선전에 이용했으며, 남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미국에 제안해서 남한과 미국 관계의 균열을 유도했다.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북한만의 생존술이 발휘되었다. 미국은 돈으로 박정희를 달래며 제발 가만히 있어달라는 제스춰를 보였다. 1.21사태가 일어난 해이며, 북한과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당사국임에도 불구하고 남한은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강경한 보복을 목청껏 말할 수록 한국은 왕따의 수렁속에 빠져들었다.

  우리가 남북관계를 돌파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면 미국도 우리를 존중하고 정보를 공유한다. 김대중정권과 노무현 정권시기에 우리가 약소국으로서 동북아 외교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었던 것도 남북의 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무현은 '중진국 리더'의 모범을 보였다는 외신의 찬사를 얻기까지 했다. 그러나 우리가 북한과 대립만을 하려한다면 미국은 우리를 외면한다. 이는 박정히 정권 시기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불행히도 박정희의 아바타를 자처하는 정권에서 '코리아 패싱'이라는 용어가 탄생하며 박정희의 선례를 답습한다.

 

3. 남름 능력을 발휘한 전두환과 노태우 정권

  전두환은 박정희 키즈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살펴보면 박정희보다 진일보안 모습이 보인다. 그는 86아시안 게임과 88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 북한과 대화를 했다. 단초는 1984년 북한의 수해물자 제공 수락에서 부터 시작된다. Give and take! 라는 말이 있다. 북한이 의례적으로 하는 수해물자 제공을 덥석 받은 전두환 정권은 수해구호물자를 가져온 북측 인사들에게 대형가방 1600개에 카세트 라디오, 전자 팔목시계, 양복지, 내의, 양말을 담아 보냈다. 공짜란 없다. 이시기 받기만 했다면 1985년 이산가족 상복의 결실까지 얻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남북한이 '교류와 협력'에 상당한 의견 일치를 보기까지 했다. 남북 철도 연결, 공동어로 구역 설정, 경협위원회 설치 의견 접근 등등.... 반공을 강조하는 보수정권에서 어떻게 이러한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물론, 전두환 정권 시기에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노태우 정권의 합의에 밑바탕이 되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어느 식물도 뿌리 없이는 홀로 설 수 없기 때문에.....

  전두환 정권을 이은 노태우 정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물론 과거 나도 노태우 정권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러나 공산권이 무너지는 세계정세를 잘 파악하고 북방외교를 한 것이 노태우 정권이다. 공산권과의 수교가 더 늦어졌다면 엄청난 시장인 중국을 놓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노태우는 외교에서 만큼은 과거 냉전 시기의 논리에 얽매이지 않았다. 북방정책의 최종목표에는 '우리의 생활.문화권을 연변 연해주 등에 까지 확대시켜 나간다.'는 원대한 구상이 있었다. 얼마나 노태우의 장쾌한 구상인가! 냉전의 대결에서 벗어나, 새롭게 열린 중국과 러시아와의 교류와 협력을 넓혀 우리의 경제 및 생활 공간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타 보수 정권에서는 하지 못했다. 그것을 노태우는 하고 있었다. 그의 원대한 구상은 1991년 남북 기본합의서를 도출해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는 남북의 평화정착을 바라지 않는 세력이 있다. 노태우 정권 시기에 '훈령조작사건'도 그러한 세력에 의해서 저질러졌다.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산가족 상봉을 이루라는 노태우 대통령의 훈령을 누락시켜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민족의 숙원을 좌절시킨 사건을 읽으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대통령의 말도 듣지 않고 민족의 이익을 외면하는 파렴치한 수구세력의 존재를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한다.

 

4. 무능력한 보수정권과 한반도 운명(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정권)

  리더의 철학과 소신이 남북관계에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김영삼 정권을 보면 알 수 있다. 여론에 휘둘려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을 추진했으며, 남북관계는 더 없이 나빠졌다. 1993년 3월 19일 '서울 불바다론'을 말하는 북한 대표의 영상이 전국을 강타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북한을 비난했다. 그러나 김연철이 이 책에서 남측의 유도된 대결이었음을 밝힌다. 남측(송영대)대표가 "귀측 핵문제가 조속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 예측할 수 없다."라고 말하자. 북측(박영수)은 "우리는 전쟁을 바라지 않지만 결코 그쪽이 전쟁을 강요하는 데 대해서는 피할 생각이 없다. 여기서 서울이 멀지 않다. 전쟁이 일어나면 불바다가 되고 만다."라고 맞받아친다. 북한을 몰아 붙이자, 북한이 격렬하게 대응한 이 비밀 대화를 앞뒤를 잘라서 언론에 공개했다. 남북의 대결을 조장하는 한심한 행동을 김영삼 정권은 주저하지 않고 저질렀다. 그리고 1995년 '뉴욕타임스'와의 회견에서 김영삼은 '더 이상 남북 대화는 없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말만은 일관성 있게 지킨다. 외교에서 철학이 없는 리더의 위험성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 김영삼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불행은 김영삼 정권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대중 정권과 노무현 정권을 거치며 남북관계는 급속도로 발전했다. 특히 노무현 정권 시기 10.4 선언에서는 평화협정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권은 진보정권의 빛나는 업적을 폄훼하며 이를 무시했다. 2007 남북 정상회담에서 '서히 평화 협력 특별지대 구상, 백령도 인근 해역 해양 생태공원조성, 해주특구 개발'이라는 엄청난 합의를 했다. 대립의 어둠에서 벗어나, 상생과 평화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이 합의를 이명박은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북한 붕괴론의 근거한 이명박의 초강경조치는 5.24조치로 이어진다. 그러나 5.24조치의 피해는 남측이 북측에 비해 더 컸다. 남측이 45억 달러의 피해를 본데 비해서 북측은 8억 달러의 손해를 보았으며, 남한의 빈자리는 중국이 들어와 이익을 가져갔다. 얼마나 멍청한 조치인가? 이러한 멍청한 정책이 이명박정권에서 그쳤다면 우리 민족에게는 행운이었을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통일 대박론'을 외치며 이명박 정권의 정책을 계승했다. 박근혜 정권은 '결과로서의 통일'을 외치며 '과정으로서의 통일'을 외면했다. 전형적인 북한 붕괴론에 근거한 통일론이다. 2004년 6월 15일을 기해서 남북은 대결을 접고 평화 통일을 기원하며 더 이상의 비난 방송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근혜정권이 이를 재개했다. 물론 재 설치된 스피커에 방산비리가 저질러져서 북한에 남한의 방송이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는 웃지못할 일도 발생했다. 멍청한 박근혜 정권은 남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대북방송을 재개하면 북한이 엄청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남한이 빠진 경협의 자리는 중국이 치고들어왔다. 민족의 불행만 높이는 멍청한 정책으로 인해서 남한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에 빠져들었다. 촛불혁명에 의해서 새로운 남북관계가 열릴 수 있는 장이 마련된 지금!! 과거의 시대로 되돌아갈 우려는 없는가? 불행히도 박정희와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를 추종하는 세력이 한국사회에는 존재한다.

 

 레이건 대통령은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라고 말했다. 김연철은 '어떤 문명국가에서도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인도적 지원마져도 퍼주기라고 말하며 북한과의 교류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의 삐딱한 생각을 조장하며 정치적 이익을 누리는 정치인들이 있다. '70년의 대화'라는 책을 통해서 어떠한 철학과 신념을 가진 정권 혹은 리더가 집권하는가에 따라서 남북관계는 요동칠 수 있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꼈다. 남북관계의 평화와 번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들이 냉전 수구 논리로 무장한 세력들이 집권하지 못하도록 오늘을 밝혀야한다. 깨어있으라! 깨어있으라! 지난 9년 동안 시민들이 깨어있지 못했기에 남북관계에 불행이 깊어졌다. 다시는 절망의 늪을 헤매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 깨어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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