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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조국 지음 / 한길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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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는 금기가 있다. 예전에는 색깔론에 대해서 맞서는 것 자체가 금기였다. 색깔론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시대가 되자,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시각이 금기가 되었다.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박원순 시장을 옹호하는 발언 자체자 금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금기가 생겨났다. 조국을 옹호하는 발언 자체가 금기가 되었다. 조국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나도 숨죽였다. 이 사회의 금기를 깰 용기가 없었다. 단지 조국 교숙가 쓴 '조국의 시간'을 구입하며 '나는 조국을 지지한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조국 가족을 멸문지화의 위기로 몰아 넣은자가 야권의 강력한 대권후보가 되었다. 그의 민낯을 드러내는 연속된 실언과 망언이 계속되면서 다시 조국을 떠올렸다. 이제 '조국의 시간'을 읽을 용기가 생겨났다. 조국이 하고 싶었던 말! 내가 그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 우리 모두가 가슴속에 새겨 들어야하는 말들을 이제 읽어보자.


검찰개혁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었다. 정치 보복의 칼날 앞에서 쓰러져야만 했던 바보 노무현을 떠나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중에 나도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그의 운구행렬을 바라보며, 투표로 복수하자고 외쳤다. 그러나 박근혜가 정권을 재창출하면서 투표로 복수하자는 외침은 이뤄지지 않았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면서 비로서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 박영수 특권은 칼날을 휘둘렀다. 정의가 바로 선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박영수 특검에서 활약하던 윤석렬이 검찰총장이 되면서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가시밭길의 시작이었다. 그 가시밭길을 조국일가는 온 몸으로 걸어야했다.

국감장에서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라는 질문에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혹시 사람에게 충성하는거 아니에요'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여기서 조직이 검찰이라는 사실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보수 정치인에 대해서는 사정의 칼날을 감추고, 조국을 비롯한 진보진영에게는 '인디언 기우제'식의 수사가 이뤄졌다. 그 가시밭길 속에서 수구 언론이 나팔수 역할을 했다. 언론의 무차별적 조국 비난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S대를 비롯한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조국을 비난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그들의 논리는 '공정'이었다. 진보지식인이 사회적 특권을 이용해서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켰고, 이것이 공정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그래, 명문대를 진학하지 못한 이땅의 흑수저들은 그러한 비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명문대생은 조국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진학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분들의 말에 의하면, 그 시절에는 부모를 통한 체험학습과 봉사활동이 대부분 이뤄졌다한다. 조국만이 아니고, 강남만의 일도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학습과 봉사활동의 폐해로 인해서 체험학습이 생기부에서 삭제되고, 해외봉사활동이 입력불가가되었다.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서도 부모의 인간관계를 이용한 체험학습과 봉사활동이 조국가족 이외에는 없었을까? 입시현실에 무지한 기자, 혹은 한쪽눈만 뜬 기레기들이 조국을 천하의 범죄자로 만들었다. 진보인사에게만 가혹한 도덕의 칼날에 무슨말을 할 수 있을까?

부유한 집안의 서울대학교 교수인 조국! 그가 시류에 영합하여 편히 살려했다면 그의 가족은 영화를 누리며 달콤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왜? 검찰 개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을까?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랜 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265쪽

  "상설조직과 자체수사 인력을 갖춘 공수처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MB는 대선전, 적어도 취임전 기소되었을 것이다."-117쪽


조국은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검찰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조국은 가족을 희생양으로 내 놓아야했다.

언론 검찰, 보수시민들의 조리돌림 속에서도 그는 죽지않았다. 살아서 우리에게 왔다. 사실 조국 사태 속에서 조국이 제2의 노무현이나, 제2의 노회찬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 제발 그가 살아서 우리에게 돌아오기를 고대했다. 만주의 항일무장투쟁을 공부하면서, '생존이 최고의 투쟁인 시기'라는 표현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랬다. 조국에게 이 시간은 생존이 가장 큰 투쟁의 성과였다. 그가 살아서 '조국의 시간'을 썼다. 그의 고민을 시민과 공유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되새긴다. 조국! 살아 돌아와서 고마워요!

조국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조형근 선생의 말을 해주고 싶다. 


  "위선이 악이 선에 바치는 경배"

  "위선은 역겹지만 위선마져 사라진 세상은 야만이다."-359쪽


조국은 강남의 금수저인 자신이 진보 지식인으로 활약하면서도,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점을 이 책에서 반성한다. 일부 시민들은 기득권을 버리고 도덕군자처럼 조국이 살길 바랬나보다. 이들은 너무도 순진하다. 현실에서는 절대 선의 존재는 있을 수 없다. 속세를 버리고 산사로 들어가 홀로살아간다한들, 어찌 때가 묻지 않겠는가? 고려시대 사찰에서도 국왕을 따르는 승려와 문벌귀족을 따르는 승려 사이의 다툼이 있었다. 

단지 우리는 옷에 구정물이 튀어도 이를 부끄럽게 여기며,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떳떳하게 살아가려 노력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의 유혹에 고뇌하는 나약한 존재가 우리이다. 그러나, 우린 염치가 있고, 부끄러움을 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세력과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의 옷에 구정물이 묻었다고 우리를 버리고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세력을 선택한다면, 결론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조국은 재기할 수 있을까? 15년전, 공개 강좌에서 한 시민이 "'조국이 대통령감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대통령에 도전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라고 질문했다. 그때, 조국 교수는 자신은 그럴 마음이 없다고 겸손해했다. 겸손한 사람,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 약자를 보듬어주려는 사람! 그 사람이 조국이다. 조국에게는 할일이 남아있다. 조국이 가족을 제물삼으며 공수처의 출발을 고대했지만, 공수처에 걸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염치없지만, 조국에게 다시 정치로 뛰어들기를 부탁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국이 복권되어 다시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길 바란다. 박근혜 처럼 대통령의 사면령이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서 깊은 탄식이 터져나온다. 조국! 그는 언제쯤 복권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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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0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나루 2022-01-13 16:16   좋아요 1 | URL
그때를 떠올리며 읽었더니 금새 다읽었습니다.
로스쿨가는 따님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겠네요.

성은이감사 2022-07-19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석열이 조직에 충성한다고는 증언한적은 없지요. 사랑합니까 물으니 예라 답 했을뿐. 본인의 기억왜곡은 좀 빼주세요

강나루 2022-07-20 04:15   좋아요 0 | URL
사람의 기억에 부분적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서 확인하고 급히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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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은 도끼다.'라는 제목이 강렬한데, 여기에 '다시'가 붙었다. 사실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고 싶어서 책을 골랐는데, '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잘못 골랐다. 어쪄랴! 책을 읽어 내려갈 수밖에.... 그런데, 박웅현의 사진을 보면서, 나는 스님을 떠올렸다. 물론, 도올 김용옥 선생도 떠올랐다. 책을 읽는 동안 실제 스님들과도 교류를 하며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그의 사유에 불교적인 사유의 흐름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리를 사로잡은 박웅현의 불교식 독서법을 살펴보자.

 

저자 박웅현은 책의 액기쓰를 짜내며 읽는 독서법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의미를 발견한 문장을 밑줄을 긋고 적어 놓았다가 이를 타이핑해 놓는 독서법이다. 그리고 그러한 문장들을 사무실에 걸어 놓기도하고, 따로 모아서 인문학 강독회를 열고 책으로 출판도한다. 팟캐스트 '인생내공'의 조우성 변호사도 이러한 방식으로 독서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산들은 팟캐스트 제작과 공개강의를 할 때 요긴하게 사용한다. 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체화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강연 및 출판에 이용한다는 점에서 원소스 멀티유즈(One source multi-use, OSMU)의 알뜰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박웅현은 '독서에 관하여'라는 책의 일부분을 인용하며 일상이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강변한다.

 

"왜 꼭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있는 것만 예술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이야깁니다."-35

 

그렇다. 우리는 예술가라는 사람이 평범한 일상을 묘사한 것을 보고 예술이라 감탄한다. 우리의 일상이 예술인데 우리는 너무 멀리서 예술을 찾았다. 박웅현의 글귀를 읽으며 나는 임제스님의 법문이 떠올랐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 머무르는 곳마다 주인이 된다면, 네가 서 있는 바로 그곳이 진리의 세계이다!! 나의 인생에서 주인으로 살면서 나의 주변을 바라보면 그곳이 바로 진리의 세계, 곧 예술의 세계인 것이다. 머무르는 곳마다 진리의 세계가 될 수 있듯이 머루르는 그곳이 예술의 세계일 수 있는 것이다. 박웅현 자신은 모르겠지만, 그는 임제스님의 법문을 예술의 세계에 적용시켰다. 그의 사유에 불교적 사유가 흐르고 있기에 책을 읽으며 불교적 사유를 건져올리고 있다.

그렇다. 박웅현은 책속에서 진리를 건져 올렸다. 책속에는 그리고 세상에는 진리가 널려 있다. 그 진리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89

 

'역사는 기억하는 자의 것이고, 기록하는 자의 것이다.' 라는 말이 있듯이, 진리는 어디에나 있지만, 진리를 보고자하는 마음이 없다면 진리를 볼 수도 찾을 수도 없다. 평범한 돌도 가치를 알아보는 자에게는 보석이 되지만,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다이야몬드도 돌덩이일 뿐이다. 세상은 객관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주관적으로 보여진다. 각자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을 볼 뿐이다.

그런데,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라는 문장 자체는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문장으로 보인다. 달은 하나이지만, 천개의 강에 떠오른다는 문장 자체가 모티브가 되어 '달은 어디에나 있지만 보려는 사람에게만 뜬다.'라는 문장에 영향을 주었다고 추리한다면 나의 억측일까? '월인천강지곡'은 세종대왕이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서 한글로 편찬한 찬불가이다. 부처를 달에 비유하고, 그 달이 하나이지만, 천개의 강에 떠오른다는 표현 자체는 무척이나 문학적이다. 박웅현이 불교적 사유가 내면에 흐르고 있었기에 이 문장이 그의 가슴을 울리지 않았을까?

박웅현이 불교적 사유에 깊이 물들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문장이 있다.

 

"그 오랜 세월의 몸부림과 분투 끝에 셰익스피어는 마침내 모든 희망으로 부터 해방되었다. (중략) 그렇게 그는 자유로워졌다."-211

 

이 글에서 "모든 희망"을 불교식으로 표현하자면 "욕망" 혹은 "집착"이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집착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해탈하고 열반에 들 수 있지 않을까? 불교의 중요한 화두인 집착을 버리라는 말을 카잔차키스는 '희망'이라 표현했다. 박웅현의 내면에 흐르는 불교적 사유는 이를 놓치지 않고 건져올렸다.

스님들은 너의 욕망을 버리고 너의 마음을 곧바로 보라고 말씀하신다. 이것이 바로 '직지인심(直旨人心) '이다. 박웅현도 이와 비슷한 글귀를 놓치지 않았다.

 

"짧은 순간 동안 이 문장은 삶의 산문성을 가리는 커튼을 살짝 걷어 올린다."-220

 

밀란쿤데라의 이 글귀는 돈키호테의 죽음을 설명하면서 우리 인간의 본성을 곧바로 들여다보게한다. 돈키호테 주변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슬퍼만하지 않는다. 유산을 상속받을 수 있는 질녀는 특히 그러하다. 보통의 문학작품들이 필요한 부분만 아름답게 조각하여 보여주지만, 돈키호테라는 작품은 우리의 본성을 가리고 있는 커튼을 찢어버린다. 그리고 그 속성을 곧바로 보여준다. 이는 우리의 현실을 곧바로 보라는 불교의 가르침과 일맥상통한다. 그렇게 박웅현은 불교의 관점에서 책을 읽고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한알의 밀알에서 우주를 발견하고, 우리의 삶이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이 바로 불교의 가르침이다. 박웅현의 인문학 강독회와 이를 묶어서 편찬한 '책은 도끼다.''다시, 책은 도끼다.'라는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이유는 불교 철학의 깊이 있는 사유를 박웅현이 의도하지는 않았으나, 쉽고 재미있게 풀이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참선을 통해서 깨달음의 세계에 진입하는 스님의 모습을 박웅현의 모습에서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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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09 15: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박웅현님 책
도끼! 리커버도 출간 되었네요^^

강나루 2021-12-10 06: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좋은 정보도 감사해요^^

쎄인트saint 2021-12-09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12-10 06:0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

thkang1001 2021-12-09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리뷰에 선정 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축하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하라 2021-12-09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12월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1-12-09 2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강나루 2021-12-10 06:02   좋아요 1 | URL
부지런한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러블리땡 2021-12-10 0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강나루 2021-12-10 06:03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님 감사합니다.

러블리땡님도 행복하게 주말 보내세요.

물감 2021-12-10 07: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당선 축하해요😀
좋은하루 되시길요😉

강나루 2021-12-11 07:12   좋아요 1 | URL
물감님 감사합니다^^
 
달까지 가자
장류진 지음 / 창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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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방, 독서와 수업 사이에서 한 선생님이 '달까지 가자'라는 책을 읽고 가상화폐에 대해서 대화를 하고 싶다하였다. 내키지는 않지만 책을 읽어 내려갔다. 내가 소설책을 잘 읽지 않는 이유는 뻔한 줄거리 때문이다. 몇페이지만 읽어보면 결론이 눈에 들어오는 책들은 읽고 싶은 마음을 멸균시켜버린다. 장류진의 소설 '달까지 가자'를 읽으며,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쪽박차게되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그러나, 장류진의 '달까지 가자'는 나의 예상을 빗나갔다. 그것이 이책을 읽으며 느낀 유일한 호감이다. 돈에 미쳐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상화폐라는 지극히 위험한 곳에 자신의 전재산과 빚을 끌어모아 투자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을 두둔하는 소설로 읽혔다. 장류진은 과연 '달까지 가자'라는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가 말하려는 의도와는 달리, '달까지 가자'는 청년들에게 가상화폐에 투자하도록 독려하는 역할을 하진않을지 걱정이 된다. 가벼운 문체에 가벼운 주제를 담아 가볍게 읽고 책을 던져버릴 수 있도록 책을 썼다. 우리의 삶이 가볍지 않을진데 가벼운 책을 읽은 것이 못내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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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09-02 22: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상화폐에 대해 대화를 하려면 다른 책을 먼저 읽어야 하지 않나요. 소설이 아니라… 가상화폐의 근본적인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쪽박 차는 경우부터 가상화폐에 접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감히 말씀 드립니다만, 가상화폐를 투기의 수단으로 여기는 것은 첫 단추를 잘못 끼는 것과 다름이 없거든요.

강나루 2021-09-03 19:45   좋아요 0 | URL
네 공감합니다.
제가 가상화폐에 관심이 없어 깊이 있는 책부터 읽자는 제안을 안했네요
 
마음의 부력 -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승우 외 지음 / 문학사상사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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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예술이 그들만의 리그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는 예술 분야만의 일은 아니다. 시가 더 이상 대중과 가까이 있지 못하고, 소설도 비평가들이 좋아하는 작품과 대중이 좋아하는 작품이 같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 많은 소설을 읽었던 내가, 대학 진학후 소설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나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설을 만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이상문학상 작품집 '마음의 부력''을 꺼내들었다. 비평가들에게 대중의 눈에 맞추라고 요구할 수 없기에 나의 눈에 맞는 작품을 뽑아 보기로 했다. 2021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에 소개된 작품에서 나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을까?


  제44회 당선작들은 대부분 가족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작품들이다. 대상 수상작도 가족간에 있을 수 있는 어머니와 아들, 형제간의 미묘한 갈등을 소재로한 이승우 작가의 '마음의 부력'이다. 우리 영화에서 흥행 코드는 '어머니'이다. 어머니의 희생을 소재로한 작품은 한국인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치매 초기의 어머니와 먼저 저세상으로 간 형이라는 소재는 흥행에 적격이다. 게다가 미스터리를 풀어가듯 단서들을 찾아서 진실을 밝히는 전개 형식은 독자를 빨려들게 만들었다. 이러한 이승우 작가의 서술방식은 '부재증명'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나의 존재를 스스로 증명하지 못해서 타인에게 이를 부탁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담긴 소설 '부재증명'을 읽으며, 주인공이 혹시 헤리성 성격장애이거나, 아버지의 배다른 동생이 금천에 실존했을 가능성을 상상해 보기도 했다. 

  이승우 작가만의 흡입력은 탁월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개방식과 눈물샘을 자극하는 소재는 영화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사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어머니의 존재는 '신과 함께 1'에서 보았던 내용이고, 단서를 토대로 진실에 다가가는 전개방식은 외국의 많은 영화들에게 흔히 보았던 전개 방식이다. 이승우 작가의 작품은 훌륭하지만, 내가 심사위원이라면 그의 작품을 대상의 반열에 올려 놓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수작 중에서 재미있는 작품이 많았다. SF 소설을 읽는 듯한 박형서 작가의 '97의 세계'는 무한 타임루프 속에서 딸을 구하기 위한 아버지의 부성에가 느껴졌다. 윤성희 작가는 누가나 가진 가해자로서의 양심의 가책을 소재로 잔잔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블랙홀'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장은진 작가의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은 작품을 읽는 동안 아련한 짝사랑의 기억을 소환시키며 옛 추억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천운영 작가의 '아버지가 되어주오'라는 작품은 희생자로만 비춰질 수 있는 어머니의 삶을, 어머니 입장에서 새로운 '사랑의 삶'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 속에서 감동을 불어 넣어 주었다. 

  그러나, 제44회 이상문학상 우수작들은 모두 훌륭했지만, 나의 마음에 깊숙히 다가왔던 작품은 한지수 작가의 '야심한 연극반'이었다. 어머니로 알았던 존재가 아버지였으며, 우토로라는 공간을 소재로한 소설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작품이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 전개와 한일간의 아픈 역사를 상기시키는 소재, 성 소수자에 대한 성찰 등은 타작품과 분명히 비교되었다. 조그만 일상에 갖혀서 오늘의 삶에만 관심을 갖는 소설과는 달리, 한일관계의 아픈 역사를 생각하고 성소수자에 대한 색다른 관심을 불러 일으키며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소설의 전개는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한동안 책을 내려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끝났지만, 소설 이후의 주인공의 이야기를 상상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우리 소설이 사소설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섞인 말을 자주 듣는다. 2021 제4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으며 이러한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다. 심사위원들이 생각하는 대상 작품에 공감하기 보다는 깊은 성찰을 하도록 나를 끌어 당기는 한지수 작가의 '야심한 연극반'이라는 작품에 대상을 주고 싶다. 심사위원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 소설이 사소설로 빠져들고 있다는 걱정은 당신들의 안목이 대중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은 아닐까? 한지수!! 그녀의 '야심한 연극반'을 내가 뽑은 대상작품으로 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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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21 1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말씀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한지수 작가님의 ‘야심한 연극반‘ 때문이라도 이번 44회 작품집 꼬옥! 읽어봐야 겠네요

강나루 2021-08-21 12:13   좋아요 4 | URL
빗소리를 들으며 읽기 좋은 단편소설입니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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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옥이라는 장소는 억압의 장소이다. 개인의 자유를 통제하여 고통을 주는 장소이다. 그러나, 세상이 나의 자유를 빼앗아 고통을 주려할지라도, 나의 내면의 자유까지 빼앗지는 못한다. 감옥을 '대학'이라고 말한 고 김대중 대통령,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을 통해서 주옥과 같은 글들을 남긴 고 신영복 선생은 감옥에서 영혼의 자유를 지켰다. 감옥이라는 고통의 공간에서 영혼의 자유를 지켜내기 위해서 처절한 노력을 한 빅터 프랭크는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통해서 제3의 심리학을 탄생시켰다. 감옥에서 절망하지 않고 영혼의 자유를 지키려 노력한 소설이 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가 바로 그 책이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어떻게 수용소에서 영혼의 자유를 지켰을까?



  빅터 프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을 읽었을 때, 수용소가 군대와 너무도 유사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그러한 인상은 알렉신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 곳곳에서 먹는 것에 집착하는 모습이 묘사되어있다. 죽한 그릇을 더 먹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 그릇과 숫가락까지 싹삭 핱는 모습에서 수용인들의 배고픔이 읽혔다. 그리고 군복무 시절, 아무리 먹어도 배가 고팟던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초코파이 하나를 먹기 위해서 가지도 안던 교회를 다녔다. 그런데, 휴가를 나오면 그렇게도 맛있어 보였던 초코파이에 눈길이 가지 않는다. 수용소와 군대는 개인의 자유를 억압했고, 그러한 억압속에서 생존이라는 너무도 기본족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본능에 집착했다. 

 이 책의 주인공 이반 데니소비치도 역시 생존이라는 본능에 집착했다. 그러나, 본능에만 집착하는 동물이 되지는 않았다. 소련 공산당이 그를 동물 취급하며 수용소라는 우리안에 갖아두었지만, 이반 데니소비치는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최소한의 규칙을 만들었다. 수용소에서 식사를 하면서 모자를 벗었으며, 뇌물을 주어 좀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었지만, 뇌물을 주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았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뇌물이라는 것을 줘본 적도 없고 받아본 적도 없다. 수용소에 들어와서도 그짓만은 끝내 배우지 못했다." 이것이 이반 데니소비치가 동물취급을 받으면서도 인간성을 지킬 수 있었던 이유이다. 

  수용소에서 혹은 군대에서 동물 취급을 받는다. "너희는 전쟁에서 한번 써먹기 위해한 소모품이야"라는 당직사관의 말을 들으면서도 소모품이 되기 싫었다. 사수가 되어 부사수에게 경계근무에 나설 준비를 하라고 했다. 나는 재발리 PX에서 먹을 것을 사가지고 왔다. 부사수에서 지금 당장 먹으라며 먹을 것을 주었다. 경계 근무지에서 경계근무 원칙을 부사수에게 외우도록 했고, 그러지 못하면 무척이나 면박을 주었다. 당직사관이 경계근무에서 복귀하는 우리에게 물어볼 것이 뻔하기에 경계근무 2시간 동안 부사수를 교육시킬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미안해서 부사수에게 물었다. 내가 밉지 않냐고.... 부사수는 의외의 말을 했다. 근무지에 가기전에 맛있는 먹을 것을 주어서 오히려 좋았다며 부사수는 웃었다. 그랬다. 먹을 것에 집착하는 동물적 본능에 우리는 충실했다. 그러면서도 나 혼자만 먹는 동물이 되기 싫어서 부사수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었다. 먹을 것을 나눠먹는 인간적인 모습에 부사수는 나를 미워하지 않았다. 수용소에서도 군대에서도 우리는 인간으로 존재하려 노력했다. 

 수용소와 군대가 괴로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담배한대를 피우며 상념에 잠기며 안정감과 즐거움을 느낀다. 추운 수용소에서 작업을 하기 전에 난로를 쬐며 몸을 녹인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난로가 없어도 이 순간의 자유로움이란 너무도 행복한 것"이라며 이 순간을 즐긴다. 수용소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순간의 행복을 잃지 않는다. 이 모습은 빅터 프랭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볼 수 있었던 수용소에서 수용자가 찾는 조그마한 즐거움과 너무도 일치하는 모습이다. 물론, 교회에 나가서 초코파이 하나를 얻어 먹으며 행복해하던 우리들도 마냥 행복했다. 아무리 극한 상황이라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행복을 느낄 수 있다. 현실이 아무리 좋더라도 희망을 잃는다면 지옥을 맛보는 것과 같다. 

  이반 데니소비치는 하루를 마감하며 "그렇다. 오늘 하루는 왠지 모든 일이 순조로웠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도 들떠서 좀처럼 잠이 올 것 같지가 않다."라며 행복감에 취한다. 누구에게는 수용소 혹은 감옥이 하루도 있기 싫은 지옥일 텐데, 이반 데니소비치는 스탈린 치하의 소련이 벌이는 강압과 통제 속에서 내면의 자유와 행복을 느끼고 있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사형 선고를 받고 나서 감옥에서 독서를 통해서 엄청난 지식을 얻었고, 고 신영복 선생은 사형 선고를 받고 나서 풀려날 수 있다는 기약이 없는 상황 속에서도 고전을 읽으며 마음 수양의 장으로 감옥을 이용했다. 일체유심조라했던가! 나의 심지가 굳을 수록 외부의 강압에 맞서 승리할 수 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자전적 소설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는 얇지만, 절대 얇지 않은 책이다. 스탈린치하의 소련 수용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탁월한 작품이다. 그런데, 이책에 1962년 소련에서 발표되었고, 1964년 레닌 문학상 후보에 추천되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더욱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은 1974년 소련에서 추방되기 전까지 작가로 소련에서 생활을 했다. 우리는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기억하고 있다. 만약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와 같은 소설을 펴낼 수 있었을까? 북한이라는 곳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들이 소련에서는 가능했다. 그것이 그나마 소련과 북한의 차이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 한켠에는 풀리지 않는 의문이 쌓여져갔다. 러시아 출신의 한국인 박노자는 대중강연에서 소련시절 자신의 추억을 솔직하게 말했다. 빵을 구하려면 줄을 서야했지만, 소련시절 문화생활을 영위하며 공동체(미르) 속에서 소속감과 안정감을 느꼈던 아련한 추억은 기존에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소련에 대한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다. 반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에 비친 소련의 그야말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의 제국이다. 박노자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이 기억하는 소련의 모습은 너무도 다르다. 물론, 소련의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났던 박노자와, 조국 전쟁에서 제2급 훈장 및 붉은별 훈장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반소 선동을 했다는 죄목으로 8년 교정 노동형을 선고받은 솔제니친이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을 수는없다. 과연, 누구의 기억이 현실에 존재했던 소련의 실제 이미지에 가까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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