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박물관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가 기대했던 책이 아닙니다. 책을 바꾸는 것은 어떨까요?" 날벼락 같은 메시지가 왔다. 독서 모임에서 책을 추천한 분이 김동식 소설 인생 박물관첫편을 읽고 실망스럽다며 보낸 메시지이다. 벌써 책을 구입했는데, 책을 바꿀 수는 없었다. 답글을 보내지 않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읽고 나서 선생님의 메시지에 답하리라....

김동식 작가는 전문 창작 교육을 받지 않고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이다. 인터넷 사진 속의 얼굴도 노동자의 모습이 물씬 풍겼다. 글을 읽으면서 날것의 느낌을 많이 느꼈다. 김동식 작가는 무서운 이야기만 썼으나, 이번 단편소설집은 따뜻한 이야기들을 골라 묶었다. 김동식 작품의 따스함에 녹아 있는 날것의 모습을 살펴보자.

 

'인생 박물관'에 실려있는 소설의 특징은 소재면에서 SF나 판타지에 가까운 소설들이 많다는 점이다. '찰나를 사는 남자', '커튼 너머의 세상', '가족과 꿈의 경계에서' 등등 상당수의 작품이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곳에서 소재를 찾기보다는 평행 우주론, 저승사자, 천사, 다중인격 등등의 판타지나 전설의 고향에서 볼 법한 소재들이었다. 날것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물론, 그 날것의 냄새가 싫지는 않았다. 지친 일상을 잠시나마 탈출하고 싶은 욕망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 속 여기저기에서 헐리우드의 SF 영화의 냄새도 풍겼다. 헐리우드는 우리 영화처럼 현실을 그리지 못한다. 해피엔딩으로 끝나야 흥행이 된다는 상업적 공식과 초거대 자본의 힘으로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히어로물을 많이 찍어낸다. 그렇게 생산된 헐리우드 영화는 거대 자본이 지배하는 미국 사회의 어두운면을 직면하지 못한다. 설령 어두운 면이 있다할지라도 히어로가 나타나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망상을 심어준다. 자본주의의 극단을 달리는 헐리우드 영화의 씁쓸한 냄새가 김동식의 소설에서도 풍겼다.

물론, 김동식의 '인생 박물관'만으로 그의 소설을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책에는 현실의 괴로움도 반드시 해피엔딩으로 끝나야한다는 집착이 묻어났다. 작품에 등장하는 저승사자, 악마, 천사, 초현실적 설정이 불행한 현실을 해피엔딩으로 이끌었다. 그 속에서 씁쓸함도 밀려왔다. 그러한 '인생 박물관' 식의 고통해결이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들다는 사실 때문이리라...... 메시아는 기다릴때만 힘을 발휘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동식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나레이터가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사내', '남자', '중년의 남성', '죄인 아무개 지구인' 등등의 호칭으로 인물들을 부른다. 또한 배경 묘사가 거의 없다. 철저히 인물의 대화로 소설을 이끌어간다. 그래서 상황 파악이 힘겹다. 작품 중에서 '작은 눈사람'이라는 소설을 읽으며 실망감이 컸던 것도 이 때문이다. 소설 속 인물들이 원전의 어느 곳에서 어떤 문제로 투입되어 목숨을 걸고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설명을 했어야했다. 그러나 작가는 그러지 않았다. 소설에는 긴박감이 전혀 묻어나지 않았다. 너무도 거친 소설이다.

박완서 작가에게 어느 소설가가 평을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런데 박완서 작가는 소설을 읽다가 원고를 집어던졌다고 한다. '이름 없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었다.'라는 부분에서 박완서 작가는 분노했다. 어디 이름 없는 꽃이 있을 수 있느냐는 말이다. 식물도감을 찾아보고 꽃의 이름을 찾아내어 소설에 적었어야했다는 날카로운 지적을 박완서 작가는 했다. 김동식 작가에게도 같은 말을 해주고 싶다. '작은 눈사람'이라는 소설을 쓰려면 핵발전소에 대해서, 핵사고에 대해서 공부를 했어야했다. 철저한 자료조사 없이 글재주로 소설을 쓰면 그 허술함이 금방 드러난다. 이름 없는 꽃이 없듯이, 이름 없는 사람은 없다. 적어도 작가라면 소설의 주인공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따스함을 보여야했다. 김동식은 날것의 냄새를 거칠음이 아니라, 신선함으로 느끼도록 세심한 노력을 해야한다.

 

책장을 덮었다. 날것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소설을 읽고 허술한 묘사에 실망도했지만,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보다는 따뜻한 연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김동식의 '인생 박물관'이 그 허기를 달래주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고기에게 물에 관해 묻는 일 뒤란에서 소설 읽기 1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지음, 이진경 옮김 / 뒤란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소중한 것을 당연시하는 경우가 많다. 물고기에게 물이 없으면 물고기는 살 수 없고, 우리에게 공기가 없다면 우리는 살 수 없다. 너무도 소중하지만 항시 우리 주위에 있기에 우리는 이를 당연시한다. 그리고 그 소중한 존재를 때로는 잊어버리고 살아간다. 그 소중한 것에는 우리의 특권도 있다. 이책은 특권을 당연시여기며 형성된 사회적 편견에 맞선 따뜻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흑인 청소년 레이먼드와 시각장애인 할머니의 만남에서부터 시작한다. 밀리 할머니는 루이스라는 청년을 찾고 있었다. 레이먼드는 할머니를 도와주던 루이스라는 청년을 찾아 나선다. 할머니가 부탁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친구인 할머니를 돕고 싶어서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 여정은 이혼 가정에서, 흑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서, 성정체성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아가는 위대한 여정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여정에서 밀리 할머니는 인생의 친구이자 선배로서 좋은 조언을 한다.

 

"그들한테 상대의 인종에 따라 다르게 처신하는지 물어봐, 그럼 아니라고 대답해. 많은 경우 그 사람들은 자기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 그것은 마치 물고기한테 물에 관해 묻는 것하고 같은 거야".-140

 

힘이 있는 자는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그가 휘두른 주먹에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는 것을 당연시 여긴다. 특히, 물리적 힘보다는 보이지 않는 힘을 휘두르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친구와 불법 이주자 문제를 이야기했던 적이 있었다. 대화 도중 그 친구는 "불법 이주민들에게 우리는 기득권이야!"라는 말을 했다. 순간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힘든 하루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우리 소시민들이 무슨 '기득권'을 갖고 있겠는가! 그런데, 불법 이주민들에게 대한민국의 소시민들은 대한민국의 '시민권'을 가지고 있는 기득권 세력이었다. 우리가 당연시 여기고 있었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시민권은 대한민국으로 불법 이주를한 자들에게는 커다란 특권이었다. 우리에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시민권은 공기나 물과 같은 존재였다. 없으면 대한민국에서 존재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긴다.

예멘 난민이 제주도에 불법 입국을 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표명했다. 우리의 독립운동가들도 우리의 조선인들도 중국으로, 일본으로, 미주로, 러시아로 불법 입국을 했다. 나라없는 설움을 견뎌가며 삶의 터전을 일구고 독립운동을 했다. 그런데, 이제 기득권자가 되어 난민에게 많은 거부감을 표명한다. 일말의 연민이나 미안함도 없이....

소설은 갑자기 법정 소설로 옮겨간다. 루이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두고 벌어진 재판이다. 재판이 과정에서 죄없는 루이스를 총으로 쏘아 죽인 부인은 유죄 판결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러하지 않았다. 배심원들은 부족주의에 휩싸여 있었다. '부족주의'는 물고기에게 물에 관해서 묻는 것을 다르게 표현한 단어이다. 같은 백인인 그녀가 라틴계 젊은이를 쏜 것은 실수이며, 라틴계 젊은이는 위험한 인물이라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는 편견을 배심원들은 가지고 있었다.

실제로 미국의 배심원제도가 부족주의에 휩싸인 배심원들에 의해서 왜곡된 판결을 내린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O. J. 심슨 사건을 예로 든다. 그는 백인 아내(니콜 심슨)와 아내의 친구(론 골드만)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검찰이 제시한 여러 증거는 그 혐의를 입증해 주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배심원은 무죄를 결정했다. 12명의 배심원중에서 9명이 흑인이었다. 결국, 당시 언론은 배심원제의 문제점을 지적했고, 법정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심슨은 여론에 의해서 죄인 취급을 당했다.

현실은 소설 처럼 명확하지 않다. 9명의 흑인 배심원들이 부족주의에 빠져 있을 수 있고, 미국의 주류 언론이 부족주의에 빠져 백인 여성을 죽인 흑인 남성을 단죄하지 않았다고 매도했을 수도 있다. 물고기에게 물에 관해서 말하는 것이 힘든 것은, 우리 현실에서 수많은 물고기들이 자신의 물은 보지 못하면서 다른 물고기의 물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소설 속의 밀리 할머니가 레이먼드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그녀도 아픔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서 대서양을 건너온 그녀의 가족은 엘리스 아일랜드에서 이민심사를 받는다. 인간이기 보다는 가축과 같은 취급을 받은 그녀에게 그때의 기억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그녀는 백인으로서의 특권을 누렸지만, 유대인이기에 또 다른 종류의 차별을 격어야 했다. 그래서 그녀가 ''에 관해서 말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을 볼 수 있을까? 물을 보지 못하는 물고기에게 ''에 대해서 대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양서류가 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물을 볼 수 없다. 양서류가 되어 물을 벗어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물을 볼 수 있다. 두세계를 알아야 물 밖과 물 안에 대해서 말할 수 있다. 물 밖을 나온 적이 없는 물고기에게 양서류만이 다가가서 말을 할 수 있다. 그들은 물 속에서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기득권자로 있지만 사회적 약자의 마음을 헤아리려 스스로 낮은 곳으로 가서 그들의 삶을 체험하고 그들과 대화하는 사람! 사회적 약자이지만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사회의 기득권자가 되지만,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잊지 않는 사람! 그들이 바로 우리사회가 필요로하는 양서류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양서류와 같은 존재가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평화 - 평화를 빼앗긴 사람들 세계 시민 수업 8
정주진 지음, 이종미 그림 / 풀빛 / 2019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평화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세계 시민 수업'이라는 단어에 끌려 읽었다. 고등학생 수업준비를 위해서는 별로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에게 알맞은 수준의 책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총기가 많은 나라가 미국이고, 그 다음이 인도와 중국, 파키스탄 순이란 점이다. 군인보다 민간인이 총을 많이 갖고 있으며, 그 비율이 15% 대 85% 정도 된다니, 인도와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조심해야할 것 같다. 그런데, 인도와 중국에서 발생하는 총기 사고가 외신에 등장하지 않는 이유는 그 사회의 폐쇄성 때문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3과 4분의 1세 헨드릭 흐룬의 비밀일기
헨드릭 흐룬 지음, 최민우 옮김 / 문학수첩 / 201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종류의 책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별다른 이야기 없이 일상의 일을 잔잔하게 서술했기에 책을 읽는 동안 집중해서 읽을 수가 없었다. 특별한 정보를 제공하기에도 정보가 적었으며, 재미를 느끼기에는 문화적 거리감이 켰다. 그럼에도 이책을 끝까지 읽어 내려갔다. 그러면서 모래사장에서 옥구슬을 찾아내려 노력했다.

 

이 책은 우울할 수 있는 요양원생활을 특유의 과정법과 풍자로 웃음을 선사하려 노력했다. 한예로 시설원장 스텔바바헌 부인은 온도 조절장치를 27도에 놓고 열대식물을 키운다. 그러나 노인은 23도로 온도조절 장치를 고정시켜 놓고 추위를 타는 사람은 옷을 입도록 한다. 또한 주인공은 먹기 싫은 케익을 물고기에게 주었다가 물고기가 죽는 사태가 벌어졌고, 요양원측은 경찰을 불러 이를 해결하려 했다. 이렇게 유치하고 별다른 사건이라고 보기에 부족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리에게 당혹감을 주는 유머도 있다. 당뇨병이 있는 에베르트는 잘려진 자신의 발가락을 유리병에 담아가겠다고 간호사에게 말했다. 간호사가 이미 처분했다고 말하자, 에베르트는 법적 절차를 밟겠다고 말했다. 그리고는 웃으며 농담이라고 말했다. 섬뜻한 농담이다.

다소 황당하기까지한 과장된 표현과 농담들을 읽으며 처음에는 이해되지 않았다. 헨드릭 흐룬은 왜? 이러한 당혹스러운 농담을 하는 것일까? 사실 지옥에서도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유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죽음의 수용소에서'라는 책에서 빅터 프랭크는 그곳에서도 웃음이 있다고 적고 있다. 지옥과 같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도 그들은 유머를 잃지 않았다. 그것이 그들을 버티게 했다. 삶의 의미만으로는 그 기나긴 죽음의 터널을 벗어나기 힘들다. 유머가 있기에 그들은 순간이지만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헨드릭 흐룬이 사는 곳은 지옥에 가깝다. 매일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리고 살아있더라도 제정신을 잃고 치매 병동으로 사람들이 옮겨간다. 몸은 늙고 병들었다. 요실금으로 기저기를 착용해야하는 삶이다. 이곳을 벗어나는 길은 죽음 뿐이다. 헨드릭 흐룬은 이책 곳곳에 안락사를 되뇌인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출발하는 기차에 올라탔다. 요양원에 있는 사람은 그 종착역에 보다 가까이간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그 종착역에 더 빨리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그 깊고도 어두운 길을 헨드릭 흐룬은 좌절보다는 유쾌하게 가려한다. 그리고 단조롭고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지 않게 보려 노력한다. 때로는 과정되게 때로는 유머로 웃음으로 건너가려한다. 그래서 헨드릭 흐룬의 유머는 호쾌하게 웃을 수 없다. 그들이 가는 길이 밝지 않기 때문에....

헨드릭 흐룬이 이책에서 2번씩이나 강조해서 제시한 문장이 있다. "한나라의 문명 수준은 노인과 약자를 어떻게 대하느냐로 측정할 수 있다."(307) 노인인 그에게 주된 관심사는 노인 정책과 요양원에서의 삶이다. 그의 말이 맞다면, 노인을 공경할 것을 강조하는 유교는 지상 최고의 사상일 것이다.

서양인들이 동양의 노인 공경문화를 동경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서양의 문화 유입과 자본주의 사회가 자리잡은 동양사회에서 예전만큼의 노인공경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리고 그렇게된 이유는 노인에게도 있다. 삶의 지혜를 가지고 있으며 조용히 젊은이들에게 조언하는 존재에서, 아집에 휩싸여 화를 잘 내는 존재로 노인은 이미지가 변화했다. 노인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광화문의 태극기 집회이다. 시대는 민주주의 시대로 변했지만, 그들의 생각은 독재정권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계속 배우며 지혜를 쌓기 보다는 젊은 시절 배웠고 세뇌당했던 논리를 젊은 세대에 강요하려하고 있다. 시대가 변한다. 그렇다면 노인도 변해야한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진리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머니를 떠올렸다. 노쇠하고, 먹어야하는 약이 늘어나고, 거동이 불편한 것은 소설 속 요양원 노인과 비슷했다. '논어'에 부모님의 나이를 알아야한다. 한편으로는 부모님의 장수하심에 기뻐하고 한편으로는 나이듦에 두려워해야한다.(子曰 父母之年 不可不知也 一則以喜 一則以懼.)라고 했다. 헨드릭 흐룬이 가는 길은 어머니가 가는 길이며 우리가 갈 길이다. 그러하기에 헨드릭 흐룬의 이야기를 마냥 가볍게만 읽을 수 없다. 때로는 무겁게, 때로는 긴 한숨을 쉬며 읽었다.

헨드릭 흐룬은 독일 자녀들이 부모를 우크라이나 혹은 슬로바키아, 심지어 태국의 싸구려 요양원에 버린다는 보도를 보고는 분개한다. 나는 헨드릭 흐룬에게 묻고 싶다. 좋은 요양원은 어떤 것인가를 진지하게 묻고 싶다. 초고령화 사회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다.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으며, 결혼 했어도 자녀 없는 가정이 많다. 자녀가 있다할지라도 상당수는 말년을 요양원에서 보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저소득 노령 인구의 증가로 요양원에 가지도 못하고 쓸쓸히 고독사하는 사람도 증가할 것이다. 그들에게 좋은 요양원은 무엇인가? 좋은 요양원은 존재하는가?

 

나이듦이 우리의 숙명임을 생각한다면, 부모를 편히 보내드리고 우리도 편히 그 길을 갈 준비를 해야한다. 그리고 헨드릭 흐룬이 고민하듯이,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서 존엄사를 고려해야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헨드릭 흐룬의 부인은 정신병원에 있다. 사랑하는 에이피어는 1229일에 저하늘로 갔다. 그리고 그의 친구 에베르트는 당뇨 합병증으로 다리를 잘라야했다. 흐리티어는 알츠하이머를 알고 있다. 그녀는 서서히 자신을 잃어가고 있다. 헨드릭 흐룬의 친구가 하나둘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서서히 쓰러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 속에서도 그들은 웃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늙었지만 죽지 않아' 모임도 새로운 계획을 세우며 다시 출발한다. 죽음이라는 종착역이 가까워질지라도 우리는 웃음을 잃지 않고 웃으며 그 곳에 갈 수 있음을 헨드릭 흐룬은 보여주고 있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zinnk 2023-11-03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빅터 프랭클...죄송 합니다.
 
조국의 법고전 산책 - 열다섯 권의 고전, 그 사상가들을 만나다
조국 지음 / 오마이북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가 나랏일에 관해 "그게 나랑 뭔 상관이야?"라고 말하는 순간 그 나라는 끝장난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루소 - P22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어디서나 쇠사슬에 묶여 있다. 다른 사람들보다 더 노예가 되어 있으면서도 자기가 그들의 주인이라고 믿는 자들이 있다. 어떻게 해서 이처럼 뒤바뀐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루소 - P24

국가가 튼튼해지기를 바라는가? 그렇다면 두 극단을 최대한 좁혀라
지위와 재산은 상당히 평등해야 한다. 안그러면 권리와 권위의 평등은 오래 지속될 수 없을 것이다.
-루소 - P43

영국 국민들은 자기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하는데, 상당히잘못된 생각이다. 그들이 자유로운 것은 오직 의원들을 선출할 때뿐이다. 의원들이 일단 선출되면 국민들은 노예가 - P49

된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는 것이다."-루소 - P50

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그것을 함부로쓰기 마련이다. 이점을 지금까지의 경험이 알려주는 바이다. (…) 사람이 권력을 남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는 사물의 본질에 따라
- P75

권력이 권력을 저지하도록 해야 한다.-몽테스키외 - P76

민주 정체에서 인민은 어떤 면에서는 군주이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신민(臣民)이기도 하다. 인민은 자신의 의지의 - P96

표현인 투표에 의해서만 군주가 될 수 있다."-몽테스키외 - P97

압제자가 내 주장을 접한다면 그건 내게 두려워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압제자는 독서의 취향을 갖고 있지않기에 내가 걱정할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베카리아 - P164

"페인의 펜이 없었다면, 워싱턴의 검은 헛되이 휘둘러졌을 것이다."-미국2대 대통령 존 애덤스 - P211

국민은 제임스와 윌리엄이라는 두 악마 중에서 덜 나쁘다고 생각하는 쪽을 선택했다. (…) 여기서 권리장전이라는법령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정부의 여러 부문이 권력, 이익, 특권을 나누어 갖기 위한 홍정에 불과했다.-페인, 상식 - P214

현행법이 이해관계를 배경으로 하는 모든 경우에 새로운 법이 자신의 진입을 강행하기 위하여 치러야 할 투쟁이 존재하는데, 이 투쟁은 종종 몇 세기 동안 계속되기도 한다. 이러한 투쟁은 이익들이 기득권의 형태를 취할 때 그 강도가 최고조에 달한다. (…) 법의 역사가 보여주는 모든 위대한 업적, 즉 노예제나 농노제의 폐지, 토지소유권의 자유나 영업혹은 신앙의 자유와 같은 이러한 모든 것들은 치열하게 그리고 수세기에 걸쳐서 계속된 투쟁을 통해 쟁취되었다.- 루돌프 폰 예링 - P314

인격 그 자체에 도전하는 굴욕적 불법에 대한 저항, 즉권리에 대한 경시와 인격적 모욕의 성질을 지니고 있는 형태로서의 권리 침해에 저항하는 것은 의무다. 이것은 권리자자신에 대한 의무다―이것은 도덕적인 자기 보존의 명령이며 또한 공동체에 대한 의무다-왜냐하면 권리의 실현을 위해서는 불법에 대한 저항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덕적 생존의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가 바로 권리 주장이다.-루돌프 폰 예링 - P321

우리는 먼저 사람이 되고 그다음에 국민이 되어야 한다고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함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히려 착했던 사람들도 법을 존중하기 때문에 나날이 불의의 하수인들로 변해가고 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시민불복종 - P403

여기 불의의 법들이 존재한다. 우리는 그 법을 준수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그 법을 고치려고 노력하면서, 그것이 성공할 때까지 준수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당장 그 법을 어겨버릴 것인가?"-소로 - P404

사람은 누구나 혁명의 권리를 인정한다. 그것은 정부의 폭정이나 무능이 극에 달해 견딜 수 없을 때 거기에 충성하길거부하고 저항하는 권리다.-소로 - P416

악에 협조하지 않는 것은, 선에 협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의무다.
국가가 무법적이거나 부패해졌을 때 시민불복종은 신성한 의무가 된다.-간디 - P419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3-05-21 15: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