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맥주 여행 - 맥주에 취한 세계사
백경학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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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주는 빨리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저급 술이다. 반면 와인은 향을 음미할 수 있는 최고급 술이다." 와인을 마시며 친구가 내뱉었던 말이다.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값싼 서민주 소주는 이슬람의 '증류기술'이 발달하며서 만들어진 매우 과학적인 술이다. '소주'를 비하하는 친구에게 한마디 반박을 해주고 싶었지만, 술에 대한 나의 철학이 일천해서 제대로 반박하지 못했다. 우리에게 서민주 '소주'가 있다면, 서양의 서민주는 '맥주'가 있다.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더운 날, 운동을 하고 마시는 맥주의 상쾌함을 웃음 가득한 얼굴로 표현한다. '맥주'와 '소주'가 '최고급 술 와인'과 다른 그 만의 독특한 역사를 알고 싶었다. 이번 가족여행을 무더운 '괌'으로 간다. 무더운 괌에서 한잔의 맥주를 음미해보자. 그리고 '유럽 맥주 여행'을 읽으며 서민을 위한 술의 가치를 생각해보자.

 

 

1. 좋은 술이란 무엇일까?

  맥주와 포도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이 책에는 맥주가 서민주가 된 이유를 제조하기 쉬우면서 값싼 술이라고 말한다. 반면에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포도를 생산하기 위해서 수많은 손길이 이뤄져야하며, 포도주 제조 또한 어렵다한다. 그러기에 귀족의 술이 될 수 밖에 없다. 귀족들의 사치와 함께 이루어진 포조주의 역사보다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한 맥주의 역사 중에서 어느 역사가 더 우리에게 가치있을까? 두개의 역사 모두가 우리에게는 소중하겠지만, 나의 가슴에는 다르게 다가온다.

  괌에 도착해서 PIC 호텔 뷔페에서 식사를 했다. 포도주와 맥주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고, 아내에게 포도주를 마시겠냐고 물었다. 달콤한 포도주를 마시겠다기에 아내와 포도주잔을 부딪치며 잔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내 아내의 품평은 포도주가 맛없다는 악평이었다. 나의 입에도 포도주는 씁쓸음했다. 포도주스의 달콤함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포도주는 쓰디쓴 술중에 하나일 뿐이다. 평생을 서민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귀족의 술이었던 포도주가 맞지 않았다.

  다음날 뷔페에서 전날의 경험을 교훈삼아 맥주를 기울였다. 행복한 여행을 기원하며 세아이들은 음료수를 들었고, 나와 아내는 맥주잔을 높이 들었다. 괌은 건기라서 생각보다 덥지 않았다.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 처럼 좋았다. 무덥지 않은 날씨인데도 맥주는 우리가족 여행에 잘 어울렸다. 괌 여행 마지막날 밤에도 맥주를 기울였다. 서민들과 애환을 같이한 술이기에 우리부부에게는 포도주보다 맥주가 더 시원하게 다가왔다. 좋은 술이란 얼마나 비싼 술인가가 아니다. 좋은 술이란 보다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들이 마신 술이어야할 필요가 없다. 여행의 피로를 풀고,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윤활류 역활을 해주는 술이 진정 좋은 술이다.

 

2. 맥주가 모유의 대체품이었을까?

  저자 박경학의 맥주에 대한 사랑은 유별나다. 저자가 뮌헨에 있을 때, 뮌헨의 추위를 이기려 온가족이 맥주를 마셨다고 한다. 나는 어린 딸아이도 맥주를 시음했다는 말에 아연질색을 했다. 어린아이에게 술을 마시게하다니 이게 말이되는가? 맥주의 역사를 알면 더욱 이해되지 안는 유럽의 문화에 직면하게 된다. 독일에서는 근대 초기 모유 대체품으로 맥주를 먹였으며, 이탈리아에서는 저녁 식사때 아이들에게 와인 반잔을 먹인다고 한다. 술에 대해서 이렇게 관대(?)할 수가 있을까?  특히, 알콜은 아이의 뇌발달에게 악영향을 준다. 임산부의 흡연과 음주는 태아에게 심각한 악영향을 주기에 술 반잔도 마셔서는 안된다. 또한 어린 아이들도 알콜을 가까이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나의 편견일까? 아니면 우리나라 처럼 좋은 물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가 드물다는 점을 고려해야할까? 유럽의 물에는 석회질이 많이 섞여있기에 물보다는 도수가 낮은 맥주를 마시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석회질이 많은 물을 마시다보면, 석회질이 다리에 쌓여 나이가 들면 코끼리 다리가 된다고 한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 젊어서부터 열심히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괌도 역시 물에 석회질이 많다. 가이드는 양치질을 할때도 물을 사서 한다고 한다. 석회질이 몸에 침전되면 나이들어 고생할 수도 있기에 되도록 석회질의 물을 마시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었다. 이런점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하다. 마음껏 물을 마시고, 석회질이 몸에 쌓이는 것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말이다. 물론, 좋은 물이 흔하다보니 물을 너무 헤프게 쓰는 것도 우리의 현실이다.

  술문화도 그 나라의 자연환경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맥주한잔을 이울였다.

 

3. 의도의 순수성이 결과의 순수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의도는 순수했으나 결과가 좋지않아 난감한 살례가 있다. 반면에 의도는 불순했으나, 결과는 좋은 경우가 종종있다. 맥주의 역사에도 그러한 사례가 있다.

  중세 독일에서는 맥주를 마시고 맥주제조업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맥주 순수령'을 발표한다. 맥주에 불순물을 넣지 못하도록하는 좋은 법이다. 이를 통해서 인명피해를 예방하고 안전한 먹거리로서의 맥주를 만들겠다는 의도에서 제정되었다. 그러나 맥주 순수령은 다양한 맥주의 등장을 막았으며, 단일한 맥주가 등장하는 폐단을 만든다. 한제도가 순수한 의도에서 제정되었으나 결과는 불행했다.

  반면에, 독일제국의 팽창주의의 결과가 900만 칭다오 시민들의 자랑꺼리인 칭다오 맥주를 탄생시켰다. 1898년 3월 중국과 '자오저우만 조차 조약'을 맺어 독일은 칭다오를 식민지배한다. 독일 사람이 영국 상인과 합작해서 1903년 '로망맥주칭다오주식회사'를 세우고 독일의 생산 설비와 원재료를 들여와서 칭다오 맥주를 만들었다. 지금도 칭다오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칭다오 맥주가 독일의 중국침략의 산물이라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의도는 매우 불순했으나 결과 중에는 좋은 것도 있다. 그렇다면 좋은 결과가 불순한 의도를 합리화해줄 수 있을까?

  의도의 순수성과 결과의 불순함, 의도의 불순함과 결과의 행복함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할까? 의도의 순수성을 안다면, 결과의 불순함을 다소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좋은 결과라해서 순수한 의도를 합리화할 수는 없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일제 식민지배가 축복'이었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결과만 좋으면 의도의 불순함은 고려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이 깔려있다. 일제 식민지배로 우리가 근대화되었다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식민지배가 노예 근성을 주입시킨 결과가 '식민지 근대화론자'들의 '식민 지배가 축복'이었다는 주장으로 나오지 않았는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괌의 원주민들은 어떠한 삶을 살고 있을까? 스페인의 식민지배를 거쳐, 지금은 미국의 일부가 되어버린 '괌'!! 그 땀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은 행복한 삶을 살고 있을까? 의도의 불순함이 결과의 행복함을 가져왔을까?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괌의 원주민들에게는 많은 연금이 나온다한다. 아이를 낳을 때마다 많은 돈이 더 나오기에 원주민들은 기본이 4명의 자녀를 두고, 많이 낳으면 10명을 낳는다고 한다. 그 자녀들이 열심히 공부한다면 괌의 명문 초등학교에 다닐 수 있고 더 열심히 공부한다면 카톨릭 계통의 명문 사립 중고등학교에 진학 할 수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러한 예는 찾아볼 수 없다고 단언한다. 평생을 놀고 먹을 수 있는 연금이 주어지기에 원주민들은 열심히 공부하려하지 않는다. 또한 열심히 일하려하지 않는다. 열심히 땀을 흘려서 돈을 버는 사실이 발각되면 평생 연금이 나오지 않는다. 그 결과 원주민들은 게흘러지고, 당료병을 비롯한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 가이드는 이것이 '민족 말살정책'이라 단언했다. 이들은 연금이 끊긴다면 단숨에 사회의 부랑아로 전락해서 미국사회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 의도가 순수하지만, 결과가 불행한지, 의도도 불순해고 결과도 불행한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괌 원주민의 미래는 밝아보이지 않는다.

 

4. 맥주! 독일의 역사를 관통하다.

  '맥주'라고 하면, 독일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물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신다는 독일인의 맥주사랑은 대단한다. 독일의 역사를 관통하는 독일 맥주사를 살펴보자.

  독일에도 지역감정이 있다는 사실을아는가?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는 지역감정이 없을 것이라는 선입관을 갖기 쉽다. 지역감정은 후진국에서는 볼 수 있는 퇴물이라는 나의 선입관은 독일의 지역감정을 살펴보면서 무참히도 깨졌다. 베를린과 하너버를 중심으로한 지역과 뮌헨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의 지역감정은 대단하다. 베를린과 하너버는 프로이센 제국의 중심지였으며, 뮌헨은 바이에른 제국의 중심지였다. 재미 있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이 맥주에도 아로새겨져있다는 사실이다. 맥주 종가를 자처하는 북독일과 맥주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남독일의 자존심싸움이 있으며, 이러한 지역감정은 축구응원에서도 엿보인다. 서로를 '프로이센 돼지'와 '바이에른 촌뜨기'라고 놀리는 모습은 애교스럽기까지하다. 독일에 가서는 축구이야기 뿐만 아니라, 맥주를 마실때에도 조심해야한다. 독일에 가서는 그 고장의 맥주를 마셔야 그 고장의 역사와 문화를 마실 수 있다. 신선한 맥주를 마시기 위해서는 맥주공장의 그림자가 비치는 곳에서 마셔야한다는 독일의 격언을 다시한번 떠올린다.

  루터가 양조사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아는가? 42세의 루터가 전직 수녀인 카타리나 폰 보라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잘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녀는 수녀원에서 맥주를 빚는 일을 담당했다. 그녀는 루터와 결혼해서 6명의 자녀와 여러 명의 조카, 심지어 루터 친구의 자녀까지 돌보았으며, 손님의 식사와 빨래, 돼지치기, 곡식 경작 등의 다양한 일들을 해야했다. 그러면서 루터의 현실적 지지자 역할을 했다. 루터는 일명 '등처가'였다. 그래서 루터는 결혼을 예찬했다.

 

  "거룩한 결혼 생활은 하는님의 말씀 다음으로 귀한 보물이다. 경건하고 쾌활하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가정을 잘 관리하는 아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런 아내와 함게라면 평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며 그런 아내에게는 당신의 재산과 몸과 삶을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등처가 루터에게 카타리나 폰 보라가 없었다면 그의 삶은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리고 인생에서 그토론 행복한 시간을 갖지 못했을 것이다. 카타리나의 희생이 루터를 살렸으며, 독일을 살렸다. 만약 당신이라면, 카타리나 폰 보라와 같은 삶을 살 수 있겠는가?

  히틀러가 선동적인 연설을 했던 곳이 맥줏집 '호프브로이하우스'라는 사실을 아는가? 1923년 맥줏집에서 폭동을 일으키다 실패한 사실을 책에서 읽었을 때는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러나 맥주를 좋아하지 않는 히틀러가 맥줏집에서 연설을 하고 폭동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맥주가 독일인들의 삶과는 떼 놓을 수 없는 국민 음료였기 때문이다. 맥줏집에서 사람들과 만나서 토론하고, 일상의 스트래스를 푼다. 이러한 맥줏집을 히틀러는 잘 이해하고 있었고 자신의 야심의 발판으로 맥줏집을 이용했다. 맥주에는 독일인의 자존심과 역사와 문화가 녹아 있었다.

 

5. 맥주의 아들 셰익스피어의 삶

  셰익스피어의 아버지 직업이 무엇인지 아는가? 셰익스피어의 아버지는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가죽제품 제조업자에서 맥주 시음관을 거쳐서 시장이 되었다. 자수성가한 사람이다. 시장이 되어서는 맥주를 관리하고 유랑극단 공연을 유치하는 일에 힘을 기울였다. 셰익스피어의 삶과 맥주를 떼어 놓을 수 없는 셈이다. 셰익스피어의 아버지 존 셰익스피어의 삶을 보면,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극작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눈에 들어온다. 존 셰익스피어가 시장이 되어서 유랑극단 공연을 유치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러한 과정에서 셰익스피어는 연극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가 이루어졌을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가방끈이 짧은 셰익스피어가 위대한 작품을 썼다는 사실을 믿지 못하는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명문 귀족 중에서 누군가가 대신 섰을 것이라 음모론을 주장한다. 가방끈이 길어야 위대해질 수 있다는 소위 '엘리트주의'가 만들어낸 허상이다. 학교나 책에서 배우는 죽은 지식이 아닌, 현장에서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한 사람이 보다 위대해 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모르고 있다.

  셰익스피어가 원조 기러기 아빠라는 사실을 아는가? 셰익스피어는 여덜살 연상의 아내와 세자녀를 위해서 런던 조지인에서 열심히 연극대본을 쓰고 또 썼다. 자녀의 성공을 위해서 자녀와 아내를 타국에 유학보내는 지금과 달리, 셰익스피어는 자녀와 아내를 고향에 남겨두고, 런던에 와서 돈을 벌었다는 점이 차이가 있다. 그때나 요즘이나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무척 외로움에 맥주한잔을 기울이지 않았을까?

 

  3박4일의 괌여행이 끝날 즈음, '유럽 맥주 여행'을 다읽었다. 책을 덮으며 다시한번 '맥주' 혹은 '소주'와 같은 서민들의 술과, '와인' 같은 귀족들의 술에 대해서 생각했다. 어느 술이 가장 위대한 술일까? 이들 술 모두에는 각각의 역사와 문화가 아로 새겨져있다. 술에 새겨져 있는 역사와 문화가 그 술의 가치를 결정하지 않을까? '맥주'와 '소주'가 서민들의 애환을 담고 그들과 함께 희노애락을 같이 느끼며 살아왔다면, '맥주'와 '소주'가 '와인'보다 더 가치있는 술일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와인'도 대중화하고 있다. '귀족의 술'에서 '일반 대중'의 술로 변화하고 있다. 귀족의 술에서 대중의 술로 와인이 변화한다면, 일반 대중의 삶의 애환을 담는다면 '와인'도 보다 가치있는 술로 상승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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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힘 - 지리는 어떻게 개인의 운명을, 세계사를, 세계 경제를 좌우하는가 지리의 힘 1
팀 마샬 지음, 김미선 옮김 / 사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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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는 변하지 않는다. '지리의 감옥'에 갖힌다면, 인간은 탈출할 수 없다.' 무시무시한 말이 아닌가? 지리의 힘을 강조하는 '지리의 감옥'이라는 표현은 나의 눈에 거슬렸다. 일제 식민사학자가 말한 '반도성론'이 떠올랐다. 한반도라는 특성 때문에 대륙의 힘이 강하면 대륙의 영향을 받고, 해약세력이 강하면 해양의 침략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숙명'을 한반도는 지니고 있다는 주장을 나는 철저히 부정했다. 로마 제국의 예를 봐라! 지리를 어떻게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즉 인간의 능력에 따라서 '지리의 감옥'을 탈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재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총, 균, 쇠'를 읽으면서 지리가 인간에 미치는 부정할 수 없는 영향력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인간은 '지리의 감옥'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할까? 이 책에서 해답을 찾아보자.

 

1. 무서운 강대국들! 지리적 요충지를 확보하라!

  초강대국들은 자신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정확하게 말하면 안전한 지리적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주요한 지리적 요충지를 점령해간다. 가상적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지리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 중국은 2천여년 동안 부단한 투쟁을 해야했다. 소련이 해체된 이후 잃어버린 유리한 지리적 요충지를 확보하기 위해서 러시아는 분투하고 있다. 이들 두 국가들이 자국의 지리적 요충지를 지키기 위해서, 혹은 새롭게 확보하기 위해서 놀라운 무기를 사용한다. 그것이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것은 '인구'라는 무기이다.

  중국의 경우, 티베트, 신장 위그루자치지구 문제를 인구로 해결하려한다. 즉 티베트와 신장 위그루자치지구에 끊임없이 한족을 이주시킴으로써, 한족이 티베트와 신장 위그루 자치주의 다수가 되도록한다. 이를 통해서 자연스럽게 이들지역의 토박이 민족들이 소수민족으로 전락하게 한다. 또한 압도적으로 많은 인구뿐만 아니라, 돈을 이용해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중국의 소수민족 문제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다. 강대국으로 굴기하려는 중국의 소프트 파워전략에 우리는 어떠한 현명한 대응을 해야할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이러한 모습이 러시아에서도 보인다. 옛 소련영토에 흩어져 사는 러시아인들을 이용해서, 러시아는 자국의 이익을 확보한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러시아인들을 지렛대로 이용해서 러시아의 이익을 확보한다. 크림반도를 러시아가 장악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들지역에 절대다수의 러시아인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구가 무기가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서 자국내의 인구를 이동시키거나, 해당지역의 자국민을 이용해서 이익을 추구하는 전략은 가히 충격적이다. 한반도의 한민족은 1억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는 분단되어 있다. 남한은 급속도로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인구를 이용한 공격적 전략은 꿈도 꿀 수 없으며, 오히려 인구를 이용한 공격을 대비해야하는 실정이다. 제주도에 중국인들의 부동산 구입이 엄청나다는 말을 들었다. 혹시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중국인을 이용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든다. '지리의 감옥'을 탈출 해서, 유리한 위치를 점령할 수 있는 방법이 '인구'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우리에게는 독이될 수 있다.

 

2. 팀 마샬! 동의할 수 없소이다.

  팀 마샬이 지리에 관한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 그러나 그의 모든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다. 영국인이라는 한계와 소외된 지역에 대한 무지가 느껴지는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한국인으로서 한국에 대한 지리적 분석이 가장 관심이 컸다. 팀 마샬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라는 냉소적인 견해를 제시한다. 압록강이라는 큰 강이 있으나, 팀 마샬은 이 강의 역할에 대해서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런 배경에서 몽골이 한반도에 들어왔다 나갔고 이어 명나라, 만주족의 청나라 그리고 일본도 수차례나 침입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강대국들의 경유지이기에 스스로 '은자의 왕국'을 선택했다는 팀 마샬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을까? 우선, 명나라가 조선을 쳐들어 왔다는 주장은 팀 마샬이 얼마나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서 무지한지를 알 수 있다. 한반도에 있었던 나라들의 역사가 보통은 5백년을 넘는다. 고려 약 5백년, 조선 5백년, 고구려 백제 7백년, 신라 천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렇게 한왕조가 5백년 이상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외세의 침략에 잘 대응했다는 증거이다. 강대국들의 경유지이기 보다는 강대국들과 무력으로 싸우고, 때로는 외교적 대응을 통해서 전쟁을 미연에 막기도 했다. 조선왕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커다란 전쟁을 전후해서 커다란 전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한반도는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아니다. 팀 마샬은 우리를 '은둔의 나라'로 묘사하기 위해서 논리적 비약과 사실의 왜곡을 서슴치 않고 있다.

  인도가 인도와 파키스탄으로 분리독립한 것은 누구의 책임이 가장 클까? 그것은 200년간 식민지배를 한 영국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런데, 팀 마샬은 '외세가 인도 아대륙을 침공하면서 이슬람을 들여왔다말한다. 그럼에도 인더스 강 동쪽 계곡 지역에 자리 잡은 압도적 다수인 힌두교도들은 교류를 거부했고 이는 궁극적으로 인도를 분리시킨 불씨'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이슬람 세력이 인도에 와서 사원의 보석을 약탈하고 사원을 파괴하는 모습을 보면서 교류할 수 있었을까? 자신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인도인들은 도망칠 수 밖에 없다. 이를 마치 힌두교도들이 교류를 거부한 것으로 묘사하는 것은 대단한 무리수이다. 이러한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인도 분리 독립의 책임을 '영국'에서 '인도'로 떠넘기기 위한 술책이다. 영국은 뱅골 분할령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인도를 '분할하여 통치'하려했다. 일제의 식민지배의 모순이 분단과 6.25 전쟁이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듯이, 인도 식민지배는 '분리독립'으로 이어졌다. 영국인 팀 마샬은 영국의 인도 분리 독립 책임을 회피하려해서는 안될 것이다.

  표현의 자유는 무한정 보장되어야할까? 만약 당신 부모를 누군가가 욕하면서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한다면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아래, 타 종교를 비하하는 만평을 그린다면 이것은 정당화될 수 있을까? 나는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다. 2015년에 프랑스 풍자 잡지 <샤를리 엡도>의 만평가들을 살해한 사건이 있다. 팀 마샬은 이를 예로 들면서 자유주의자들이 "풍자가 조금은 많이 나간 것 같다"라는 비판을 '예전에는 단호하게 볼테르 편에 섰을 자유주의자들에게도 이제는 상대주의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고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과연 이것을 부정적으로 볼 수 있을까? 오히려 팀 마샬이 믿고 있는 종교를 풍자적으로 그린 그림을 보고 당신은 분노하지 않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당신이 분노한다면 칸트의 정언명령에 위배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3. 팀 마샬! 오류입니다.

  팀 마샬은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다. 더욱이 그는 동양의 역사에 대해서는 무지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그 몇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1949년 미군은 한반도에 들어왔을까? 아니면 철수했을까? 1945년 한반도에 들어온 미국은 1949년 6.25가 일어나기 전에 철수했다. 그런데 이 책에는 '1949년 이번에는 미국이 남쪽으로 들어왔다.'로  잘못 서술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서술상의 오류는 애교다. 중국의 경우 그 무지가 여실히 드러난다. 중국사에 대한 오류 2가지를 살펴보자. 우선, 대운하는 '노예'가 건설했을까? '평민'이 건설했을까? 한국사를 제대로 공부한 사람들이라면 쉽게 대답할 수 있다. 중국과 한국은 '부역'이라는 명목으로 노동력을 강제 징발하여 성을 쌓거나 각종 토목공사에 농민을 동원할 수 있다. 그런데 팀 마샬은 '7백만명의 노예들이 5년에 걸친 공사'라고 대운하를 소개하고 있다. 헤로도투스가 피라미드를 노예가 건설했다고 주장한 것과 유사한 오류이다.

  둘째, 정화가 대선단을 이끌고 아프리카까지 항해를 했던 것은 무슨 목적에서였을까? 팀 마샬의 주장데로 '정화 제독이 이끈는 원정대는 (중략) 목적은 돈벌이였지 세력 투사는 아니었'을까? 정답은 정화의 항해는 돈벌이가 아니라, 조공질서 확대라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 것이었다. 만약 콜롬버스처럼 경제적 목적에서 정화가 항해를 했다면 정화의 항해는 계속 이어져서 중국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다.

  전문 역사가가 아닌만큼, 100% 정확도를 요구할 수 없다. 그러나, 한국사를 비롯한 동양사에 무지한 팀 마샬에게 서운한 감정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4. 새로운 희망과 새로운 불안

  아프리카에 대한 당신의 이미지는 어떠한가? HIV의 만연, 각종 전염병과 굶주림이 있는 곳으로 기억하지 않는가? 그런데, 팀 마샬은 아프리카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있다. 그는  "아프리카가 역사와 자연이 점지한 힘과의 싸움에서 마침내 우세를 점하기 직전까지 도달했다."고 서술하고 있다. 젊은 인력이 많고, 수 많은 천연자원이 있는 검은 대륙 아프리카! 우울한 아프리카에 희망 섞인 전망은 나를 안심시킨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천연 자원에 눈독들이며 진출하고 있는 중국을 마냥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는 걱정이 샘솟는 것은 어쩔 수없다. 아프리카에 투자하지만, 그 투자가 아프리카의 국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아프리카의 미래를 밝게만 볼 수는 없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지구 온난화라는 재앙을 재앙으로 보지않고 새로운 희망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북극 주변의 나라들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서 북극항로가 열린다. 이로인해서 북극의 가치는 높아만 간다. 더욱이 북극에는 천연자원도 많이 묻혀있다. 각국이 북극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러시아는 발빠르게 군대를 배치한다. 이러한 각국의 이익추구가 충돌한다면 대규모의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 한예로 러시아는 2014년 북극에서 외국군대를 격퇴하는 군사훈련을 했다. 놀라운 것은 외국군 이름이 '미주리'이다. 즉, 미국을 가상적국으로 가정하고 군사훈련을 한 것이다. 북극의 가치가 올라갈수록, 북극을 차지하려는 각국의 경쟁도 치열해진다. 북극이 새로운 분쟁지역이 될 가능성은 올라만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대응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정부의 책임있는 관계자는 마련해 두어야할 것이다.

 

 

  지리가 인간, 혹은 국가에 미치는 힘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팀 마샬은 '지리의 법칙'과 '인간의 노력'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지리는 인류가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지 않는 한 그 법칙들이 우리를 이길 거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인류가 <지리의 법칙>에서 벗어나려려 노력하지 않는다면, <지리의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한다면 인간은 <지리의 법칙>을 이길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다만, 지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기 위해서 인간은 부단히 노력해야한다. 주어진 황무지를 탓하기 보다는 황무지를 옥토로 만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한다면, 인간은 <지리의 법칙>과 '지리의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다. 숙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운명을 극복하기 위한 인간의 부단한 노력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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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역사 - History of Writing History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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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그를 처음 만난 것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통해서 였다. 중학교 1학년 겨울방학에 친구가 두권의 책을 빌려주었다. 하나같이 재미있고 많은 진실을 알려준 책이었다. 그 중한권이 유시민의 '거꾸로 읽는 세계사'였다. 역사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을 유시민은 재미있게 풀어 놓았다. 그 책을 유시민이 지명수배를 피해 도망다니면서 쓴 책이란 사실을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리고 그의 책을 '국가란 무엇인가'를 거쳐, '역사의 역사'를 통해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나도 성장했지만, 유시민의 글쓰기도 많이 변화했다. 그의 역사 글쓰기는 어떻게 변했을까?

 

 

1. 유시민님, 맞는 표현인가요?

  전문역사가가 아닌, 유시민의 책을 역사를 전공하고 역사를 가르치는 일을 하는 나로서는 쉽게 읽을 수 만은 없다. 하나하나 과연 유시민의 말이 옳은지를 눈독들이며 읽었다. 직업병이었다. 나를 불편하게 만든 몇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만리장성 바로 너머 요동지역'이라는 표현이 과연 옳을까? 문제의 문장을 살펴보자.

 

  "신채호는 한걸음 더 나아가 고대 우리민족의 생활 터전이 압록강이나 대동강 이남이 아니라 만리장성 바로 너머 요동 지역이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유시민은 주어를 '우리민족의 생활 터전이'로 본다면, '만리장성 바로 너머'는 요동 지역이 아니라, 북경이어야한다.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만이, '만리장성 바로 너머'는 '요동지역', 혹은 요서지역이 될 수 있다. 유시민의 실수었을까? 아니면, 공간개념이 확실하지 않아서 생긴 오류일까?

  둘째, 백남운은 '민족주의 사학자'일까? 사회경제사학자일까? 유시민은 '제6장 민족주의 역사학의 고단한 역정, 박은식, 신채호, 백남운'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백남운은 사회경제사학자이다.  이들 사회경제사학자들은 민족주의 사학자들을 실증성이 약하다며 비판한 자들이다. 그런데 유시민은 이들을 한데 묶었다. 그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 백남운이 사회경제사학자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사회경제사학자 백남운을 민족주의 사학자로 묶은 이유를 서술했어야했다. 그것이 독자들에 대한 배려가 아닐까? 특히, 이 책을 읽을 중고등학생은 유시민의 책을 그대로 믿고 시험에 오답을 고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셋째, '선사시대'를 '선사시대'로 부르는 것은 합당한 표현일까? 유시민의 주장을 살펴보자.

 

  "인지혁명으로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볼 경우 선사시대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다. 농업혁명 전에도 역사가 있었다. 유적과 문헌 사료가 없고 그 때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과학적 방법을 몰라서 파악하지 못했을 뿐이다."

 

  이 문장을 읽으면, 유시민은 '선사시대'를 역사가 없는 시대로 이해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선사시대'란 역사 이전의 시대란 뜻이다. 즉, 역사시대는 문헌기록이 남아있는 시대를 뜻한다. 역사란 기본적으로 문헌기록을 토대로 과거를 연구한다. 고고학적 자료는 부차적인 자료일 뿐이다. 그러하기에 선사시대는 역사 이전의 시대로 이 분야를 연구하는 학문분야는 고고학이다. 따라서 '선사시대'라는 표현은 '역사 없는 시대'라는 뜻이 아니라, 역사적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시대라는 뜻이다. 유시민이 선사시대를 '역사 아닌 시대'로 잘못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를 전공하지 않은 자의 실수일까?

 

2. 유시민님, 동의하지 않습니다.

  유시민의 날카로운 정치 평론과 시사분석에 감탄하며 동의했던 시절이 있다. 그를 지지했고, 그가 정계를 떠난다고 발표했을 때, 그를 알아주지 않는 국민들이 못내 아쉬웠다. 그러나, 그가 쓴 역사책들에 나는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정치와 시사를 바라보는 그의 해안에는 감탄하지만, 역사에 대한 그의 견해는 한숨이 나온다.

  첫째, '무함마드가 문맹이어서 신의 말씀을 적지 못하고 암송했다는 말은 믿기 어렵다.'?? 유시민의 글을 다시 살펴보자.

 

  "요즘 말로 하면 오랫동안 '무역회사'에 근무한 '젊고 똑똑한 사장님의 남편'이 글을 몰랐을 리 있겠는가."

 

  위인 중에서는 문맹인 자들이 꾀 있다. 칭기즈칸도 문맹이었다. 그러나 글을 몰랐음에도 현명한자들의 말에 귀기울이며, 지혜를 얻었다. 이를 통해서 제국을 경영했다. 잉카문명의 경우 귀푸라는 채색 매듭을 사용하여 정보를 기록했지만, 문자는 없었다. 문자가 없이도 제국이 경영된 사례는 역사에서 흔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인도의 경우, 문자 기록이 많지 않다. 인도인들은 암송을 통해서 지혜와 지식을 전수했다. 불교 경전이 정리된 것도 중국과 인도를 오고간 승려들에 의해서 중국땅에서 한자로 번역되었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무하마드가 문맹이었다는 사실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생각한다. 오히려 글을 알아야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는 유시민의 생각이 '암송의 위력'을 이해못한 한계를 노출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우리 할머니들은 글을 알지 못하지만, 집안의 대소사를 기억하고 처리했다.

  둘째, '(14세기 까지) 이슬람 문명과 중국 문명은 만나지 않았다.'? 맞는 말일까? 일찍이 한나라 무제 시기에 장건에 의해서 비단길이 열렸다. 이 때부터 로마와 중국은 교류를했다. 이러한 교류에 사막의 대상들이 활약했다. 동서가 교류하는데 서아시아 지역의 상인들의 역할을 무시해서는 안된다. 622년 이슬람 공동체가 탄생한 이후, 이슬람 세력은 정치적으로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세력을 팽창해나갔다. 618년 건국된 당나라에도 이슬람 상인들이 들어와 활약했다. 몽골제국의 수도 카라코롬에도 이슬람인들이 드나들었다. 14세기 까지 이슬람 문명과 중국문명이 만나지 않았다는 헌팅턴의 주장을 유시민은 어이없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했다. 그리고 그의 주장에 말려들었다. 역사적 사실을 과역 그러한지 비판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이론에 사실을 왜곡해서 끼워 맞추는 비역사 전공자들의 한계를 유시민은 답습했다.

  셋째, 문명은 충돌하는 것인가? 교류하는 것인가? 유시민은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높이 평가한다. 그의 책을 이 책의 여기저기에서 인용하면서 그를 세계적 역사학자의 반열에 올려 놓았다. 역사학자도 아닌자를 세계적 역사학자의 반열에 올려 놓을 정도로 그는 대단한 인물일까? 나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토인비는) 자신이 만든 가설 또는 이론을 어떤 국제정치학자가 냉전 붕괴 이후 세계 질서의 재편 과정을 해석하고 제3차 세계대전을 예방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 쓰게 되리라고 예상했을가?"

 

  문명은 충돌할 것이라는 헌팅턴의 주장을 많은 역사학자들이 비판했다. 정수일 교수는 '실크로드학', '동서문화교류사'를 연구하면서, 문명은 교류하는 것이며,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것이 자신이 역사를 연구하는 소명이라 말했다. 에이미 추아는 '제국의 미래'라는 책을 통해서 제국이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이유는 이질 문화를 배척하기 보다는 나와 다른 문화를 포용했기 때문이라 밝히고 있다. 문명은 교류해야하며, 교류의 역사이다. 충돌은 갈헐적으로 일어났던 사건일 뿐이다. 그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문명이 교류한 역사를 밝히고, 그 문명의 교류를 확대해야한다. 유시민이 이점을 통찰하길 바란다.

 

 

  오랜만에 유시민의 책을 읽었다. 유시민의 책은 쉽게만 읽히는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그가 살아온 삶의 궤적을 알기 때문이다. 젊은 시절을 이땅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바쳤던 그가, 우리에게 많은 책들을 선물하고 있다. 그 선물이 계속되길 바란다. 물론, 역사분야의 책들이 나온다면, 나는 유시민의 책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볼 수 밖에 없다. 이점을 유시민도 이해하리라 믿는다.

 

ps. 유시민이 10번 읽었다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쉽게 풀어 쓰는 것도 좋으이라 본다. '원숭이도 이해하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청소년을 위해서 풀어쓰는 것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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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5 06: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15 0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비종 2018-12-15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고등학교 다닐 때, 역사를 가장 못했고 여전히 난해한 분야입니다. 전공하신 분께는 디테일한 오류들이 눈에 띄는가 보네요. 잘 읽었습니다.^^

daram 2018-12-15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유시민은 원래 제목처럼 삐딱한 인간이죠. 세치혀로 세상을 외곡하고 어찌해 보려 하는.. 지식인의 입장에서 보면 유시민은 선동가의 냄새가 짙습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지 가벼워 졌고 사회에 대한 인사이트가 없어져 버린 어찌보면 문맹사회와 다를 바 없습니다

강나루 2018-12-15 10:56   좋아요 3 | URL
제 글을 오독하셨습니다
유시민은 지식소매상으로 지식을 쉽게 일반인에게 전달하려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전공자가 아니다보니 글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을 외곡하고 선동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은 지나친 평가입니다
그의 삶을 토대로 볼때 그는 세상을 바로 잡으려했던 가슴 띄거운 사람이었습니다
 
경제로 읽는 교양 세계사 - 경제를 중심으로 역사, 문학, 시사, 인물을 아우른 통합 교양서
오형규 지음 / 글담출판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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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를 중심으로 역사, 문학, 시사, 인물을 아우른 통합 교양서"라는 표지 글이 인상적이 책이다. 그러나 여러가지를 음식을 한상에 차리려니 음식은 많으나 막상 먹을 것은 별로 없었다. 이 책에 걸었던 나의 기대감은 너무도 무참히 무너져 내렸다. 내가 실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이책에서는 아무것도 건질 것이 없었던 것일까?

 

1. 비역사 전공자의 한계

  경제사를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오형규 작가의 전공인 국문학에 대한 소양을 담기 위해서 세계적 문호들의 소설들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가장 강한 것이 그의 전공인 문학분야와 경제학 분야이다. 그런데, 역사에 대한 저자의 이해는 실망스럽다 못해 절망적이다. 특히 오리엔탈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자의 역사인식은 우려스러울 정도였다. 몇가지 예를 들어보자,

  첫째, 이슬람 인들은 '한손에 칼, 한손에 쿠란'을 들고 지하드에 참여했기에 단기간에 넓은 영토를 넓힐 수 있었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이슬람인들은 '쿠란'에 나와 있듯이 관용을 베풀었다. 만약 서구에서 만들어낸 이미지대로 무자비한 폭력과 살육을 저질렀다면, 강한 반발심을 유발시켰을 것이다. 단기간에 제국을 건설했던 아시리아가 그리도 빨리 멸망했던 이유는 무자비한 폭력적 지배 때문이다. 이슬람이 무자비하게 피지배민족을 압박했다면, 이슬람 제국은 쉽게 무너졌을 것이다. 이슬람인들은 이슬람을 믿지 않는 자들에게 '지즈야'라는 세금을 내도록 했으며, 지즈야의 액수도 낮은 수준이었다.

  둘째, 이슬람제국이 기독교도의 성지 순례를 금지했기에 십자군 전쟁이 발생했을까? 정답은 '아니오'이다. 이슬람인들은 이교도들을 박해하지 않았다. 교화 우르반느 2세가 십자군전쟁에 동참할 것을 독려하면서 만들어낸 가짜뉴스이다. 살라딘이 영국의 사자심왕 리처드와 협의한 내용도 기독교 성지 순례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이슬람은 그 이전부터 성지순례자를 박해하지 않았기에 사실상 살라딘에게 유리한 합의내용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유럽 중심의 역사관이 얼마나 유럽 우월주의에 입각한 가짜뉴스를 남발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중국의 관리들은 '네가 네죄를 알렸다.'식의 원님재판으로 백성을 착취했을까? 원나라의 '무원록'과 명나라의 '대명률'을 떠올린다면, 같은 시기 유럽에 비해서 얼마나 사법체계가 체계적이었는지 알 수 있다. 중국은 중앙집권적 나라를 2천년이 넘도록 유지했다. 중앙의 힘이 지방에 까지 미치기 위해서는 전국을 통일적으로 다시릴 사법체계가 필수적이다. 그래서 춘추전국시대부터 법가 사상이 발전했으며, 한나라 시기에는 율령이 정비된다. 이렇게 발전하는 사법체계를 무시하는 저자의 태도는 분노를 끓어오리게한다.

  넷째, 페스트가 몽골교역망을 따라 퍼져 유럽은 물론, 중국과 중앙아시아, 이슬람권에도 상당한 피해를 주었을까? 타 역사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주장이라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유럽보다는 그 영향력이 낮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중세 유럽인들은 비누를 알지 못했다. 자신의 더러운 냄새를 숨기기 위해서 향수가 발달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쉽게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상하수도도 발달하지 못했고, 거리의 오물을 피하기 위해서 남성도 하이힐을 신었다. 이러한 비위생적인 사회였기에 유럽이 가공할 페스트의 참극을 겪어야했다. 그러나, 여타지역은 유럽보다는 위생적이었기에 피해의 강도가 낮았을 것이다.

  다섯째, 정화의 업적이 계승되었다면 근대 역사는 완전히 바뀌었을까? 이 질문의 저변에는 역사는 서양사와 같이 고대 노예제 사회에서 중세 봉건사회로, 다시 근대 자본주의 사회로 발전한다는 단선적 발전론이 자리잡고 있다. 서양과 동양의 관점이 달랐으며, 세계의 역사는 유럽처럼 발전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발전의 과정을 밟고 있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오히려, 유럽의 사례가 특수한 세례이다. 유럽의 발전 단계를 근거로 타 지역의 역사를 단순히 꿰어 맞추는 역사인식은 매우 위험하다. 정화의 항해도 마찬가지이다. 콜럼버스가 경제적 목적을 위해서 신항로 개척을 했다면, 정화는 조공체제를 확대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항해를 시작했다. 목적부터 달랐기에 결과가 같기는 힘들다. 또한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가치를 창출하고 이익을 창출해야만한다. 정화가 조공체계에 천하를 포함시키기 위해서 항해를 하는한, 정화의 항해는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지못하며, 경제적인 부담속에서 정화가 죽은 이후, 그 항해는 다시 이뤄지지 않았다.

  비전공자가 역사책을 쓰려면, 역사에 대한 해박한 공부가 선행되어야한다. 이미 낡은 이론이 되어버린 사실들을 새로운 그릇에 담으려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된다.

 

2. 경제적 관점으로 본 새로운 사실들

  그렇다면, 이 책은 쓸모없는 쓰레기 더미에 불과할까? 그렇지 않다. 모래속에서 진주를 발견하듯이 이책에서도 나의 눈을 틔워준 보석들이 알알이 박혀있었다.

  첫째, 대륙봉쇄령은 아무런 성과 없이 나폴레옹의 몰락을 가속화시켰을까? 놀랍게도 나의 상식은 무너졌다. '산업혁명이 뒤쳐졌던 유럽대륙에 기대치 않은 이득을 주었다.' 한예로 자국 면직물 산업을 육성해서 영국 면직물에 대항할 수 있는 시간을 얻었다. 단순히 실패한 정책으로 치부했던 정책이 의외의 효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은 신선했다. 일반 역사학의 관점에서 벗어나서 경제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니, '대륙봉쇄령'이 새롭게 보였다.

  둘째, 중상주의 정책은 절대왕정권을 강화시키는 성공한 정책이었다? 중상주의 정책을 교과서에서는 절대왕정을 뒷받침하는 경제정책으로서 성공한 정책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책에는 구성의 오류를 들어 중상주의 정책의 실패를 말하고 있다. 각국이 중상주의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그러면 보호무역으로 인해서 교역을 위축시키고 이것은 경기침체로 이어진다. 프랑스의 경우 농산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농민의 피해는 높아졌다. 중농주의가 이러한 중상주의에 대한 발발로 출발했다니, 정말 신선한 충격이다.

  이러한 사실들은 경제사적 관점에서 보았기에 볼 수 있었던 사실들이다. 노란색의 안경으로는 황금을 구분해내기가 어려운 법이다.

 

3. 인공지능의 시대! 새로운 해안을 얻다.

  이책의 명문장은 서문에 있다.

 

  "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서 끝난게 아니고, 마차를 이어 붙인다고 기차가 되는 게 아니며, 기계를 부순다고 일자리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이 문장은 지루했던 이 책을 끝까지 읽도록 힘을 불어 넣어준 문장이다. 새로운 혁신이 새로운 사회를 만든다는 이 문장의 의미는 , 4차 산업혁명의 시대! AI를 두려워하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이다. 시대의 변혁을 거부한다고 그 변화를 막을 수 없다. 새로운 혁신을 거부하기 보다는 그 혁신을 기회삼아 새로운 창조를 해야 우리는 생존할 수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거부의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그것은 적기조례이다. 영국이 증기 자동차를 먼저 만들었으나, 증기 자동차는 도심에서 시속 2마일(3.2km), 교외 4마일(6.4km)이라는 속도 규제를 받았다. 운행시에는 60야드(55m) 앞에서 조수가 깃발을 들고 마부에게 자동차가 온다는 사실을 알려야했다. '적기조례'는 영국의 자동차 산업 발전을 막았다. 그사이 미국과 독일 프랑스는 영국의 자동차 기술을 발전 시켰다. 1896년 우리나라에서 아관파천이 있었던 해에, 적기조례는 폐지되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영국은 자동차 산업에서 미아가 되어버렸다.

  요즘, 카카오 택시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영국의 '적기조례'를 예로들며, 카카오 택시도입을 방해하는 세력을 '시대 착오자'라고 비난해야할까? 카카오 택시가 들어오면 택시기사의 생존권이 위협당하니 이를 규제해야할까? 시대 변혁을 막을 수 없다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여야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희생을 최소화시켜야한다. 그렇지 않고 어정쩡한 태도를 취한다면, 영국의 '적기조례'와 '러다이트운동'의 어리석음을 되풀이할 것이다.

 

  일반이들에게 쉬운 수준의 책이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라기 보다는 중학생과 고등학생들이 읽는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는 책이다. 물론, 서구 중심의 역사관은 반드시 수정되어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미래세대에게 서구에 대한 열등감과 서구 우월주의를 세뇌시키는 결과를 낳을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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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권력 인간 - 인류의 고전과 문제작, 전 세계를 뒤흔든 극적인 사건 속에서 드러나는 역사의 도도한 흐름
정승민 지음 / 눌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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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팟캐스트 '일당백'의 애청자이다. 청소를 하거나 운전을 하면서 팟캐스트를 많이 듣는다. 특히 저자 정승민이 출연한 팟캐스트는 거의 빼놓치 않고 듣고 있다. 특유의 깊이있는 설명에 빠져들 수밖에 없기에 '최영아의 책하고 놀자', '매불쑈' 등도 같이 들었다. 그가 '역사, 권력, 인간'이라는 책을 썼다기에 그의 책을 읽기 시작했다. 대학교수님이 조근조근 강의해주시는 듯한 내용이 맘에 드는 책이다. 책 속의 내용도 대부분 그가 참여했던 팟캐스트에서 언급했던 내용들이 많았다. 그렇다면 정승민은 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1. 영웅에 대한 정승민의 생각?

  "영웅은 결국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문제를 누군가에게 넘기려는 집단 무의식에서 나온 것이아닐까요"-정승민-

  위기의 시대는 영웅을 필요로한다. 일제에 의해서 국권을 강탈당하던 시기, 신채호와 박은식 선생은 영운전기를 썼다. 영웅 전기를 읽은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영웅이 되어서,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원해달라는 염워에서 영웅전을 썼을 것이다. 그러나 한명의 영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개인이 있어야한다. 그 영웅을 뒷받침 해줄수 있는 수많은 민중이 있어야, 한명의 영웅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이순신이라는 영웅이 있기 위해서는 그를 믿고 따랐던 다수의 백성들이 있어야하듯이 말이다. 그러나 가장 건전한 사회는 한명의 영웅에 의지하는 사회가 아닌, 다수의 현명한 개개인이 집단의 일을 현명하게 연대하며 해결할때 만들어 진다. 이명박근혜시기에 영웅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촛불혁명은 한명의 영웅이 만들어낸 작품이 아니다. 다수의 깨어있는 시민들의 합작품이다. 영웅의 출현을 기원하기 보다는 우리 개개인 모두가 사회에 주인의식을 갖는 깨어있는 주인이 되어야할 때이다.

 

2. 정승민님! 동의하지 않습니다!!

  작가 정승민은 권력이라는 프리즘으로 11개의 주제를 살펴보고 있다. 작가가 북콘써트에서 밝혔듯이, 원래 쓰던 책이 잘 쓰여지지 않아, 주제를 바꾸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역사, 권력, 인간'이라는 책의 전채를 관통하는 주제와 작가가 하려는 말이 일맥상통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책들 곳곳에서 열설가의 웅변조의 말들이 많아 정승민의 주장을 한번은 의심하면서 읽게된다. 그중에서 몇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정승민은 워터게이트 사건을 설명하면서 "여론의 지지를 업은 정책은 잘못하더라도 바로 수정" 가능하다며, 여론의 지지를 얻는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김영삼 정권시기의 대북정책이 불현듯 머릿속에 떠오르며, 정승민의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김영삼은 여론의 눈치를 많이 살핀 대통령이다. 특히 대북정책을 펼때는 지나치게 여론의 눈치를 살폈다. 특히 조,중,동이라는 보수신문의 논조에 귀를 기울였다. 대북정책은 여론의 동향에 따라서 갈지자 행보를 했고, 일관성 없는 대북정책은 좌초했다. 여론을 중시한다는 말은 일면 옳은 면도 있으나, 여론을 절대시해서는 안된다는 말은 더 옳다. 여론은 때에 따라서 변한다. 북한에 대한 동포의식과 6.25시기 적으로 싸웠다는 의식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여론이 갈지자 행보를 하는 것은 어쪄면 당연한 일이다. 이때, 대한민국호의 선장은 중심을 잡고, 원대한 마스터플랜을 머릿속에 그리며, 대북정책을 했어야했다. 더욱이, 그 여론이 몇몇 보수 언론이 주장하는 여론이라면 조심했어야했다.

  둘째, 정승민은 러시아가 중국의 부상으로 영토 양쪽 끝에서 압박을 받는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나의 상식과 상반된다. 트럼프 정권의 성립 이후만 보더라도 미국의 패권에 대해서 러시아와 중국이 가까워지고 있다. 러시아와 유럽, 중국의 대립구도가 아니라, 미국대 중국, 러시아의 대립구도로 보는 것이 지금의 국제정세를 보다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셋째, 정승민은 닉슨을 인간성부터 나쁜 폭군으로 묘사하고 있다. 특히 "베트남전에 원자탄을 쓸려했다."라는 서술은 믿을 수없었다. 닉슨은 "닉슨 독트린"을 통해서 데탕트시대를 열어 졌힌 사람이다. 그는 베트남 전쟁에서도 발을 빼려 노력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떠올린다며, 정승민의 주장은 믿을 수없다. 물론, 닉슨의 부하들의 전횡은 잘못된 것이며, 그것까지 미화시키고 싶지는 않다. 세상은 선과 악의 싸움이 아니다. 어쩌면 절대악과 차악의 싸움일 수도 있다. 닉슨을 낙마시킨 세력에 FBI 2인자인 마크펠트 부국장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FBI를 개혁하려다가 오히려, FBI에 되치기를 당했으며, 그 뒤에는 군산복합체 세력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노암 촘스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절대악과 차악의 싸움에서 차악이 실패한 사건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

  넷째, 트럼프와 레이건은 닮은꼴이다.?? 정승민은 트럼프와 레이건이 공통점이 너무도 많다며 다양한 사례를 든다. 그러나 나의 생각을 다르다. 트럼프는 레이건보다는 닉슨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본다. 트럼프와 닉슨은 군산복합체 세력에 대항해서 미국이 전쟁에 참여하는 전쟁에서 발을 빼고 있다. 닉슨이 닉슨 독트린을 통해서 데탕트 시대를 열과 핑퐁외교를 통해서 중국과 수교하는 엄청난 일을 했다. 그에 반해서 트럼프는 서아시아에서 미군을 빼고 서아시아 자체가 스스로 방위를 하라고 한다. 또한 북한의 핵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해서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노리고 있다. 닉슨과 트럼프의 외교정책에 핵심 브레인은 키신져이다. 트럼프의 외교고문으로 닉슨 대통령 시기 핑퐁외교를 주도했던 그가 다시한번 트럼프의 브레인이 되어 군산복합체 세력의 힘을 약화시키고  있다. 닉슨이 군산복합체 세력에게 정권을 빼앗겼다. 트럼프는 과연 군산복합체 세력의 반격을 이겨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3. 정승민씨, 옥의 티가 보여요.

  팟캐스트에서 정승민의 모습은 만물 박사이다. 특월한 식견과 다방면에 많은 지식을 쏟아내는 그의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러나 이책에는 옥의 티가 많이 보인다. 그중 몇가지를 살펴보자.

  첫번째, "백마를 타고 눈덮인 (알프스)산을 넘는 나폴레옹"은 거짓이다. 정승민은 나폴레옹을 설명하면서 백마를 타고 알프스산을 넘는 다비드의 그림이 사실은 거짓이라는 사실을 지적하지 않았다. 나폴레옹은 가장 앞장서서 알프스산을 넘지 않았다. 병사들이 먼저하고 자신은 나귀를 타고 그 뒤를 따랐다. 혁명화가 다비드는 영웅을 만들어 냈다. 백마를 타고 가장 먼저 알프스산을 넘는 영웅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프랑스인이 원하는 영웅을 만들었다. 정승민이 다비드 그림의 허와 실을 지적했다면 더 좋은 글이 되었을 것이다.

  둘째, 알자스 로렌 지역 사람들은 독일인에 가깝다. 정승민은 알퐁스 도테의 '마지막수업'을 예로 들며,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설명한다. 그런데,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의 민족주의를 고취하기 위해서 씌여진책이며, 알자스-로렌 지역은 사용하는 말은 독일어에 가깝고, 인종도 독일인에 가깝다는 사실을 정승민은 지적하지 않았다. 이 부분까지 지적했다면, 민족주의와 제국주의를 보다 심도있게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든다.

  셋째, "순자는 유가에 뿌리를 두지만 성악설을 주장한 일종의 마이너"가 아닙니다. 정승민은 순자를 유가에서 마이너라고 말한다. 그러나 순자는 제나라의 직하에서 공부한 사람으로, 요즘으로 말하면 하버드대학 총장이다. 유학의 정통성은 맹자가 아니라, 순자에게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리학이 절대화되면서 순자를 마이너 취급하지만, 중국의 경우 양명학을 많이 연구하고 있다. 조선의 교조적 성리학 사상에 근거해서 순자를 '유가의 마이너'라고 말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이러한 옥의 티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가 낮아져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탁월한 강의 실력과 박식함을 알기 때문에....

 

4. 풀리지 않는 의문! JFK를 암살한 세력은 누구인가?

  존 F 케네디! 그의 죽음을 파헤친 영화 <<JFK>>를 고등학생 시기에 보았다. 그때 영화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현대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도 원인이겠지만, 미국은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이며, 민주주의의 모범적인 국가라는 고정관념이 영화의 이해를 어렵게 한점이 가장 큰 이유이다. 시간이 흐르고 세계사에 대한 지식을 쌓고 미국을 움직이는 군산복합체 세력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영화 <<JFK>>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에서 그가 보여준 침착함. 전쟁을 하자는 강경파를 억누르며, 소련과 대화를 통해서 평화를 지키려했던 케네디! 베트남 전쟁에서도 발을 빼려는 모습이 보이자, 군산복합체 세력은 마피아 세력과 손을 잡고 케네디를 암살한다. 와스퍼라는 주류에 들지 못하는 비주류 대통령으로 겪어야하는 고통을 생각하니, 불현듯 고 노무현 대통령이 떠올랐다. 둘다  비주류 대통령으로 남다른 업적을 남겼지만, 비운에 목숨을 잃어야했다.

  권선징악! 선은 반드시 이기고 악은 반드시 징벌을 받는다는 진리는 만화영화에서만 가능한 것일까? 악이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선이 반드시 패배하는 것도 아니다. 노자는 天地不仁(천지불인)이라하지 않았던가! 하늘과 땅은 어질지 못하다. 태풍이 인간의 사정을 봐가면서 진로를 정하지 않는다. 선과 악 중에서 어느 것이라도 승리가 보장되어 있지 않다. 선이 승리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부단한 노력과 희생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라는 값진 결실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촛불을 들었듯이, 선이 이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존 F 케네디의 죽음은 우리에게 선이 이기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그만한 댓가를 치뤄야함을 말하고 있다.

 

 

  많은 팟캐스트에서 작가 정승민의 열혈팬으로 자처했다. 책을 읽으면서, 정약용 선생이 말한 글쓰기 방법이 떠올랏다. 역사나 전기류를 쓸때는 적당한 예화와 인물에 얽힌 이야기를 곁들여 써야만이 이해가 쉽고 재미있다는 다산의 글쓰기 방법을 정승민은 채득하지 못한 것 같다. 열설조, 강의조의 글들과 작가의 원론적인 설명은 이책의 흡입력을 떨어뜨렸다. 첫술에 배부르랴! 정승민이 대중에게 단독으로 내놓은 첫번째 작품이라 부족한 면이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 정승민의 더 숙성된 책들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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