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주는 몸을 일으키고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할머니의 호가 생각 날 듯 말 듯했다. 할머니는 처음 만나는 사람처럼 고개를 살짝 숙였다.
"빙허각이라고 한다. 기댈 빙에 허공 허, 집각을 쓰지덕주는 할머니의 호를 연거푸 중얼거렸다. 빙허각, 뜻을 풀자면 허공에 기댄다, 혹은 아무 데도 기대지 않는다는 뜻이다. 할머니가 언덕에 홀로 서서 강을 내려다보던 모습이 떠올랐다. 할머니의 호는 그 모습처럼 어찌 보면 무척이나 외롭고달리 생각하면 한없이 자유로운 느낌이다.
"그 이름을 지을 때 말이다. 다들 의아해했다. 고대광실 대갓집에 막내딸로 태어나서 무엇 하나 부족함 없이 자랐는데왜 그리 외로운 호를 짓느냐고 묻더구나. 네가 듣기에도 그렇니?" - P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