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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델리아 오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9년 6월
평점 :
세상에 태어나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 자라고 성장해서 죽기까지 수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란 쉽지않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지만 함께 생활 한다는것은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세상 모든일이 뜻대로 안되는것은 당연한 이치지만 자신의 주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음을 터 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한 사람만 있어도 삶은 어렵지 않다.
그런 사람 조차 없이 혼자가 되어 세상을 살아가기란 더욱 힘들다.
우리는 대부분 제한된 수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데, 이 관계들이야말로 삶의 의미에서 대다수를 차지한다.
실제로 가장 가깝고도 각별한 이를 잃었을 때에는 우리 삶의 의미가 죄다 사라지는 것만 같다.
소중한 사람들과 내삶의 의미가 얼마나 깊이 결부되어 있는가는 안타깝게도 그들을 잃고 난 후에야 비로소 분명해질 때가 많다.ㅡ외로움의 철학ㅡ라르스 스벤젠p35
외로움, 고독, 쓸쓸함의 모든 총체적 부당함을 함께 짊어지고 여섯살 (카야)는 어린 나이에 혼자가 된다. 아빠의 가정폭력으로 엄마가 처음떠나고 그다음 언니와오빠 마지막에는 아빠 마저 떠나 노스캐롤리아나 습지에 홀로 남겨진 캐서린 대니엘 클라크, (카야)와 소방 망루에서 떨어져 죽은 체이스 앤드루스와의 이야기가 교차 하면서 시작된다.
홀로 남은 카야는 학교도 포기하고 습지의 낡은 판잣집에서 살아가기위해 홍합을 따고 생선을 잡는다.
엄마의 교훈을 되뇌이면서
p122
다들 엄마 말 잘들어 . 이건 진짜 인생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야.그래, 우리 배는 좌초돼서 꼼짝 못했어. 하지만 우리 여자들이 어떻게 했지?
재밋 거리로 만들었잖아.
깔깔 웃으며 좋아했잖아.
자매랑 여자 친구들은 그래서 좋은거야.
아무리 진흙탕 이라도 함께 꼭 붙어있어야 하는 거야, 특히나 진창에서는 같이 구르는거야.
하지만 엄마는 이제 없다.
남은건 습지의 식물,동물들 뿐이었다.
오빠의 친구 테이트와의 만남은 그래서 더욱 소중했다.
글을 가르쳐주고, 사랑을 일깨워주고,시간의 소중함까지 가르쳐주었기 때문에
p232
시간은 행성과 태양을 두고 속도를 내거나 휘어지고, 골짜기와산에서 서로 다르며, 공간과같은 결인데 이 시공간의 결은 바다처럼 휘어지고 부푼다.
행성이나 사과같은 사물이 추락하거나 궤도를 도는건 중력에너지 때문이아니라질량이 높은 사물이 창출하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시공의 주름으로ㅡ 마치 연못에 잘물결을 일으키듯ㅡ 직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중한 테이트도 학업을 위해 카야 곁을 떠난다.
p264
˝인생은 혼자 살아내야 하는 거라지.
하지만 난 알고 있었어. 사람들은 결코 내 곁에 머무르지 않을 거라는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단 말이야.˝라는 말을 하면서 카야의슬픔은 커져만 간다.
그때 나타난 마을의 바람둥이 체이스앤드루스와 또 다시 사랑에 빠진다.
그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 가면서
결국 그에게도 버림받고,
p267
외로움을 아는 이가 있다면 달뿐이었다.
예측 가능한 올챙이들의 순환고리와반딧불이의 춤속으로 돌아온 카야는 언어가 없는 야생의 세계로 더 깊이 파고들었다.
한창 냇물을 건너는데 발밑에서 허망하게 쑥 빠져버리는 징검돌처럼 누구도 못 믿을 세상에서 자연만큼은 한결 같았다.라는 것을 깨닫는다.
체이스 앤드루스의 죽음으로 살인 용의자가 되어 재판을 받게되는 카야 에게 남은 사람은 돌아온 오빠 조디,와테이트, 점핑과그의아내 메이블 이다.
그녀는 과연 어떤 판결을 받을지!
습지에 홀로남은 소녀가 겪는 인생은 비루하고 비참하다. 그와중에 겪는 다양한 폭력들 아빠로 부터, 체이스로 부터 의 육체적 폭력과 마을 주민들의 정신적 따돌림까지 감내하기에는 더없이 큰 고통이다. 하지만 그녀를 살피고 도운것은 자연의 무수한 동식물 들이다.
새들의 깃털과갖가지 표본들이 그녀를 외로움과고독으로 부터 보살펴 주었다.
인간은 자연과함께 할 수 밖에 없다는 교훈과 차별과고통에 대응하는 카야의 인간 승리는 눈 시울을 붉히게 한다.
자연을 연구하고 사랑하는 작가답게 표현하는 습지의 동식물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고령의 나이에 쓴 첫 소설이 이정도인데 다음 작품은 더욱 흥미롭고 기대가 크다.
p66 테이트의 아버지는 진짜 남자란 부끄러움 없이 울고 심장으로 시를 읽고 영혼으로 오페라를 느끼며,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수단과방법을 가리지 않는 법이라고 입버릇 처럼 말했다.
p295 저기 가재들이 노래하는 곳에서는 이렇게 잔인무도해 보이는 행위 덕분에 실제로 어미가 평생키울수 있는 새끼의 수를 늘리고, 힘들때 새끼를 버리는 유전자가 다음 세대로 전해져. 그렇게 계속 끝없이 이어지는거야. 인간도 그래. 지금우리 한테 가혹해 보이는 일 덕분에 늪에 살던 태초의 인간이 생존할 수 있었던 거라고.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여기 없을거야. 아직도 우리는 그런 유전자의 본능을 갖고 있어서 특정한 상황이 닥치면 발현되지.우리의 일부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그모습 그대로일거야. 생존하기 위해 해야만 했던 일들, 까마득 하게 오랜 옛날에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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