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박사하기 - 젊은 연구자 8인이 말하는 대학원의 현실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84
강수영 외 지음 / 스리체어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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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제 대학원생이라고 하면 '미생' 이미지에 교수의 전횡에 휘둘리는 불쌍한 이미지쪽으로 기울어지는 것 같다.  저자들이 묘사하는 대학원생은 그림자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이면서, 공부의 방향성과 효율적인 연구에 대해 고민하는 연구자이다. 현재 전체 대학원생이 30만정도 된다고 하는데, 이들이 고민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학내와 학계의 주체적인 구성원이 될 것인가? 혹은 특히 인문계의 경우는, 대학원 졸업 후의  진로 문제로 압축될 것 같다. 재밌는 것은 이제 신진 연구자들은 이제 본인이 교수가 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별로 없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원은 시스템이라기보다 교수 중심의 도제식으로 운영되고 있고, 자원과 권력이 사기업 못지 않게 경쟁과 위계로 배분되고 있다. 이들이 생각하는 것은 구성원들 간의 연대와 소통, 학계 밖으로의 외연 확대 등이다.  대학원 교육도 이제는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읽다보면 인문학 지원자들은 한숨이 나올 수도 있겠다. 불안정한 미래와 감이 잡히지 않은 공부 등을 감수하면서도 인문학을 택하는 이들, 마치 스스로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는 셈 아닌가. 정말, 요즘은 공부를 하려면 거의 수도승의 마음가짐이 필요한 것 같다. 거의 반쯤 미친 상태로 자폭하는 기분으로 말이다.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는 이들은 자신의 존재이유를 시민사회에 설명해야 하는 부담을 진다. bts니 케이팝이니 하는데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이들은 홀대받는다. 7,80년대의 존경받던 지식인의 아우라는 사라졌다. 먹고살기 좋아졌다는 말이 이런 거 보면 허구 아닐까.  <일하지 않고 배불리 먹고 싶다>(구리하라 야스시, 서유재)...  추상적인 단어가 많아 가독성은 약간 떨어지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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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 투쟁기 - 캄보디아 이주노동자들과 함께한 1500일
우춘희 지음 / 교양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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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람들은 이주노동자의 값싼 노동력에 기대어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난 뒤 알게 된 것: 이주노동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이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그들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관점이 '급할 때 쓰고 버리는 사람들'이라는 식이고 그런 관점위에 구축된 제도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토양을 바탕으로 해서 착취와 억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니 오히려 불법체류자가 자신의 인권을 지키기가 더 수월해지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미 농촌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아예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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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력 설계자들 - 몰입의 고수들이 전하는 방해받지 않는 마음, 흔들리지 않는 태도
제이미 크라이너 지음, 박미경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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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요즘 나오는 집중력 높이기와 관련한 자기계발서 같은데, 실상은 집중력이라는 키워드로 본 중세 수도원의 역사와 수도자들의 삶 정도 된다. 우리 식으로 표현한다면 '스님들은 참선과 해탈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가' 정도의 책이 나올 것 같다. <장미의 이름> 같은 분위기의 책을 좋아한다면 재미있는 역사교양 정도로 읽을 수 있다. 물론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키워드들로부터 현대의 집중력 높이기와 관련한 영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문장은 쉽고 내용은 난해하지 않다. 하지만, 감독이 투톱을 세울 것인지, 원톱을 세울 것인지 전술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다고나 할까, 읽다보면 분명 이해는 되는데 그래서 결론이 뭘까 하는 막연함이 느껴진다. 학교에 한 두 명씩 있는 합리적이고 , 박식하며 강의도 잘 하지만,  살짝 지루한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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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의 바다 - 보이지 않는 디스토피아로 떠나는 여행
이언 어비나 지음, 박희원 옮김 / 아고라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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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면 입이 떡 벌어진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몰아 본 것처럼 온 몸이 긴장과 스릴로 뻐근하다. 마블영화는 어린애들 장난처럼 보인다. 저자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묘사하는 바다는 오로지 반드시 살아남겠다는 날 것의 생존 의지가 굴절된 살인, 폭력, 착취, 비열함,두려움, 공포 등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리고 그 뒤엔 정장을 빼입고 품위를 지키는 수산 자본과 정부 등 권력카르텔이 있다. 그 중에는 한국의 사조오양도 등장한다. 과장없이, 이 책을 읽고 나면 슈퍼마켙에 널린 오양참치 캔이 예전과 다르게 보일 것이다. 한편 한편  에피소드의 밀도가 너무 높아 차고 넘치는 기분이다. 아무리 뉴욕타임스 기자라지만, 저자는 이 모든 취재를 어떻게 해냈을까? 정보원을 섭외하고 소말리아 등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취재를 하는 과정을 보면 첩보영화같다는 느낌이 든다. 차이점은 이 모든 게 실제상황이라는 것.  게다가 나라면 이 책 출간 후 세계수산업  카르텔이  나를 저격하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일본의 오염수 투기가 어떻게 가능했는지도 이 책을 보면 이해할 수 있다. 이미 그 전부터 전세계는 쓰레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바다에 버려왔다! 바다는 넓고 물길은 선을 그어 경계를 가를 수 없으니 알 바 아니라는 사고방식, 저자는 "송출업체에 인신매매되는 선원이나 바다에서 죽임당하는 어민과 달리 파도에 토해진 폐기물은 결국 우리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것이다. 희석은 어느 순간 한계에 이르고, 그러면 더 이상 문제를 녹일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내가 누리는 평범하고 안온한 일상이 실은 버블 아닐까, 하는 확신이 점점 깊어간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저녁식사에 올라오는 생선 5마리 중 1마리가 불법어획물이고 이미 바다는 남획으로 위기라고 한다.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서 물고기를 건져 겨우 며칠만에 2.5달러라는 가격으로 식료품점 선반에 올라가는 참치통조림을 생산하는 일"은 글자 그대로 강제노역을 하며 죽어가는 해상노예 노동자들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내게 당장 <깻잎투쟁기>(우준희,교양인), <아이폰을 위해 죽다>(재니챈, 나름북스) 같이 비슷한 내용의 책 제목이 떠오르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컨대 이런 구조가 참치캔 하나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두꺼운 무게답게 가격도 만만찮지만 어쨌든 필견의 책이다.

Ps 등장하는 여러 지명을 구글지도로 검색해 가며 읽으면 현장감 두배다. 배와 관련한  용어나 기타 용어도  검색해 가며  읽으면 도움이 된다. (가민 인리치가 뭔지 처음 알았다.)  갑자기 <캡틴 필립스>  가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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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의 지우개같은 설정인데, "당신은 예뻐". "당신과 같이 있고 싶어." 같은 대사를 정우성이 손예진에게 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정우성이 잘 생겼다는 생각은 들어도 가슴에 와닿지는 않을 것 같다. 최악의 경우에는 닭살이 돋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곰삭은 대사를 이 영화에서 두 노부부가 할 때 정우성과 손예진은 만들어 낼 수 없는 유대감과 애틋함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졸다가 나중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봤다. 인터넷 서핑을 해 보니 시사인에서 극찬하는 리뷰를 쓴 김세윤 평론가 외에는 의외로 조용한 것 같다. 씨네 21에는 반대로 "당사자도 안 원할, 헛된 영원을 꿈꾸는 어리석음이여" 하고 악평이 있다. 약간 오만하다는 느낌이 든다. 일단 당사자의 마음이 어떤지 모르지 않은가. 굳이 냉소적으로 비꼬지 않아도 동화속 로맨스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적어도 이 영화를  찾아보는 사람은 전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반짝이던 순간이 있었다는 것조차 부인할 필요가 있을까. 등장인물인 아우구스토 공고라가 2023년에 사망한 것 같은데, 그가 조금 더 심한 알츠하이머 증세를 오랫동안 보였다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면 둘의 사랑도 다른 빛깔을 띄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그 둘은 친밀감과 유대감을 느낀 적이 있었고 그걸 그냥 바라보며 경탄해 주면 안되는 걸까? 재밌는 것은 이 둘의 관계가 우리가 흔히 아는 정상가족(?)이 아니라는 거다. 정확히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아우구스토 공고라는 전처와의 사이에서 두 명의 자녀가 있었고, 20년동안 동거한 파울리는 아이를 가지고 싶어하지 않았다. 그들은 아우구스토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리고 난 다음 정식으로 결혼했는데 오랫동안 동거한 커플이 결혼하는 이유는 상속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상한 비유일까? 홍상수, 김민희 커플이 수십년 후 이런 영화를 찍는다면 사람들은 어떤 느낌을 가지고 그 영화를 바라볼까? 애초의 불륜에 꽂힌 사람이라면 거부감을 느낄까? 아니면 그래도 사랑을 축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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