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 문지아이들
유희윤 지음, 김영미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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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

 

문지아이들에서 유희윤 선생님의 동시집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가 나왔다. 이미 맛있는 말, , 엄마도 참, 난 방귀벌레, 난 좀벌레와 같은 좋은 동시집으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계신 선생님의 동시집은 책장을 펼치기 전부터 설레게 했다. 김영미 선생님의 수채화 같은 삽화 또한 차분하게 독자를 불러 동시의 세계로 안내한다. 표지그림에서 민들레 씨앗을 타고 날아가는 아이처럼 어깻죽지에 날개가 돋아나 상상의 나라로 날아갔다 왔을 것이다.

 

표제작인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에서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진다.

 

풀밭 동네 토끼풀 집 아이네.

토끼풀 집 아이들 중에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네.

우리 동네 찬이도 그런데

남다르게 생겼지만 예쁘네.

 

이름도 예쁘다, 네 잎 클로버!

만나서 반갑다, 네 잎 클로버!

 

-p18 잎이 하나 더 있는 아이전문

 

이런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동시를 쓰지 않을까 싶다. 나와 다르다 혹은, 일반적인 모습과 조금 다르다고 무시하거나 따돌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네 잎 클로버에 비유했다. 수많은 세 개짜리 잎 중에서 어쩌다 눈에 띄는 잎 네 개짜리 토끼풀. 네 개짜리 토끼풀을 발견했을 때와 같은 환호성은 아니더라도 나와 다른 생김새를 가진 이웃도 토끼풀처럼 서로 어울리며 당당하게 제자리에서 제몫을 하며 사는 세상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작가는 꽃에도 관심이 참 많은 듯 하다. 아마도 이 동시집 한 권이면 흔히 접하는 과일이나 채소는 두고서라도 여러 식물들 이름이나 특징까지 덤으로 얻는 행운을 가질 것이다. 네 잎 클로버, 민들레, 개불알꽃, 도깨비바늘꽃, 개망초, 도꼬마리 등이다. 그만큼 자세하게 관찰하고 관심가지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고 식물에만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실직 문제도 다루었다.

 

아버지가 직장을 잃었을 때/아버지 구두도 직장을 잃었다./그동안/신발장 안에서 쉬고 있었다.//

오늘은/아버지가 새 직장으로/첫 출근 하는 날./아버지 구두도/신발장에서 나와/출근하는 날이다.//

내가 할 일은/구두를 닦아 드리는 일.//

구두코 호~ 불어/반짝반짝 빛내며/구두에게 내 마음 전했다.//

우리 아버지 잘 모시고 다녀.”//

아버지를 모시는 다니는 구두에게/“잘 모시고 다녀라하기는 좀 무엇하고/한 번 더//

우리 아버지 잘 모시고 다녀.”// -p72~73 한 번 더전문

 

실직한 아버지가 다시 직장을 얻어 첫 출근하는 날의 기쁜 마음이 동시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지금 실직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도 금방 새 직장 얻어 구두코 반짝이게 닦고 출근하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한여름 더위다. 유난히 가뭄이 심했던 여름이기도 하다. 시장이나 마트에 여름 과일들이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는데 여름하면 그래도 수박이다. 작가의 구수한 충청도 고향 사투리로 쓴 고향 수박에서는 이 동시를 읽을 사람들 표정이 상상된다.

그리고 작가는 이 동시집을 읽은 독자들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것 같다.

읽어보니 워때유?”

그래서 짧게 답해 드린다.

신기하네유. 이렇게 맛난 동시도 있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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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르르 봄이 쏟아졌다 콩콩동시 14
신미경 지음, 신용운 외 43명 그림 / 소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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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행간과 자간에 마음이 머물다

 

시와 동시를 쓰고 동인활동, 문단활동을 열심히 하는 저자 신미경이 아이들과 힘을 모아 동시집 봄이 와르르 쏟아졌다를 냈다. 이 동시집을 낸 신미경 작가는 슈퍼우먼이다. 겹쌍둥이 엄마로 동시집 안에서 만난 저자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기에서 자세하게 소개해 놓았다.

 

우리 엄마에게는/남다른 재주가 있다//아침에 일어나면/쌀 씻어 밥 앉히기/식구들 깨우기/나랑 오빠 학교 보내고/아빠 출근하면/동생들 어린이집 보내고/설거지해 놓고/출근하느라//아침마다 달달/번갯불에 콩을 볶는다// -p52

 

남다른 재주라고 시작했지만 사실은 초능력이 아닐까 싶다. 겹쌍둥이 뒷바라지에 집안일, 거기에 따로 일을 하고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동시집에서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시편들이 많았다.

가령 p34에서 만난 땅 주인이 그 대표적인 시다.

 

할머니 밭에서/방울토마토를 따는데/지렁이가 기어 나왔다//“으악! 징그러워.”/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저런, 많이 놀랐지?”//나 대신 지렁이를/위로하는 할머니/살살 흙을 파서 다시 묻어 준다.//“땅 속에 땅 주인이 사는 게/놀랄 일은 아니란다.”//

 

지렁이를 땅 주인이라고 소개하는 저자의 마음이 참 따스하다. p24큰일났다에 등장하는 지렁이에게도 저자의 마음 한 자락이 닿아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도 살폈는데 빈말병원에 가신 할머니에서는 할머니의 속마음을 우리 할아버지에서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살핀 것으로 보아 저자의 마음 씀씀이가 어떤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식물도 세심하게 관찰하고 담았는데 아이들의 삽화와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 동시가 더 살아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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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짧은 연애 이야기 크레용하우스 청소년 시집
이묘신 지음 / 크레용하우스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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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짧은 연애 이야기』 , 이묘신, 크레용하우스, 2016 
 
 
‘연애’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말이다. 두근두근 설레임, 달콤달콤 만남, 삐걱삐걱 엇박자, 안녕안녕 이별 후 이렇게 4부로 구성된 『내 짧은 연애 이야기』는 화자와 유경이의  연애 시작부터 이별까지를 한 권에 담은 책이다.  
 
이렇게 청소년기의 연애사를 한 권에 담아낸 이묘신 시인은 MBC창작동화대상에서 단편 「꽃배」로 수상하고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림동화 『후루룩후루룩 콩나물죽으로 십 년 버티기』 와 동시집 『책벌레 공부벌레』, 『너는 1등 하지 마』가 있다.  
 
요즘은 아이들이 조숙해서 초등학교 때 연애 경험을 하기도 한다. 신세대와 쉰세대 구별하는 건 그런 양상을 이해하느냐 못 하느냐로 나눠지기도 한다.  막상 닥치면 마냥 너그럽지만은 않은 게 부모들의 입장이다. 한 편으론 요즘은 연애를 못 해본 사람들을 어딘가 부족한 사람으로 치부하는 세상이니 뭐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연애 이야기 듣는 것만큼 재밌는 게 또 있을까? 시인이 들려주는 연애담은 지금 짝이 없는 아이들에겐 희망을, 짝이 있는 아이들에겐 더 탄탄한 사이가 되는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할 책이다. 
 
야금야금 내 시간을/ 빼앗아 간다./ 유경이란 그 아이가.// 「멍 때리기」 일부 
 
하지만 혼자서 유경이 좋아하는 것/ 그건 정말 하기 싫다.// 「혼자 하기 싫은 것」 일부 
 
사랑은 대부분 이렇게 찾아온다. 어느 날 문득, 자신도 모르게 와서 자신의 시간과 머릿속 생각의 일부분을 차지하기 시작해서 어느새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해 있는 것이다. 또한 모든 일은 마음이 가 있는 그 또는 그녀와 하고 싶어 한다. 
 
영어 단어도 아니면서/ 수학공부도 아니면서/ 자꾸만 연애법을 공부하게 만든다. 「천차만별 언애법」 일부 
 
일단 엄마 생각에서 독립하고/ 유경이에게 충성하기로 했다.// 「다 잘할 수 없지」 일부 
 
연애만큼 남들과 비교가 잘 되는 게 또 있을까? 누구는 이렇게 한다는 또 누구는 어디에 갔다는데, 누구는 뭘 사줬다는데 등등. 서로에게 갖는 기대치는 상대방 입장보다는 앞장서서 달려가곤 한다. 하지만 현재진행형에서는 더 잘 하기 위해 연구하고 또 연구하는 게 연애기도 하다. 거기에 상처받는 사람이 또 한 사람 있는데 바로 엄마다. 다 잘할 수 없을 때는 득실을 따져서 잘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겠다. 
 
유경이와 헤어진 첫날/ 나만 내 자리를 못 찾았다.// 「있어야 할 자리」 일부 
 
 
나는 마지막 힘을 모아 난자를 뚫고
자랑스럽게 이 세상에 태어났다.
위대하게 태어난 나!
그래서 나는
위대하게 잘 살 거다. 
 
- 야! 여자 친구 소개해 줄까?
친구들이 묻는다.
- 자식, 됐어! 집에 가서 텔레비전이나 볼란다. 
 
-「나는 나」 전문 
 
이별 후 한동안 방황을 거쳐서 다시 나는 나로 돌아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성장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어른이 되어 간다. 많은 경험들은 또 다른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연애를 통해서 사람을 보는 안목을 가진다면 그 또한 괜찮은 방법이다. 생각은 그런데 막상 아이들이 연애를 시작했다고 하면 부모들 입장에서 그럴 것이다.
‘공부는 언제 할래? 대학은 어떻게 갈래? 취업은 언제 할래?’ 
 
이 책은 청소년을 위한 짧은 연애시지만 부모들이 먼저 읽어야 할 책이다. 아이들이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서 늘상 연애만 하는 것이다. 때가 되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이 부모의 몫이고 가끔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음을 확인시켜주면 된다. 그리고 길잡이 역할만 잘 하면 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림에는 초조하고 불안하다. 지금 아이들이 연애를 하고 있다면 한 발 물러나 지켜봐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그런면에서 부모를 안심시켜 주는 책이기도 하다. 아이가 지금 연애 중이라면 이 책  먼저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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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거짓말 시인세계 시인선 25
임창아 지음 / 문학세계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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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거짓말』 , 임창아, 시인세계사, 2017 
 
‘거짓말을 어떻게 하기에 즐겁다는 걸까?’ ‘왜 즐겁다고 했지?’ 꽃분홍 표지를 하고 나에게 온 시집 『즐거운 거짓말』과의 첫 대면은 혼자서 상상하기다. 시인세계 당선작인 『어떤 일의 순서』로 시작하는 이 시집은 임창아 시인의 첫 시집이다. 남해에서 태어나 시인세계로 등단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시인은 오래전부터 시를 썼다. 이 시집 자체가 임창아다. 그렇게 말하고 싶다.   
 
1부 밀가루는 밀가루를 털어내기 바빴고, 2부 나를 함부로 탐독하지 마라, 3부 혼자, 라고 말하면, 4부 당신이 좋다면 그것으로 됐어요 총63편으로 구성된 시집이다. 즐거운 거짓말에는 평소 시인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된 듯한 시편이 있는가 하면 꽤나 낯선 시인의 모습을 마주한 듯한 느낌이 드는 시도 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같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해설을 쓴 장석주 시인은 『즐거운 거짓말』의 해설에서 임창아 시인을 과거지향적인 시인이라 언급했다. 미래는 예측불가한 삶이라 우리는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과거의 일부를 꺼내 그때그때 재활용한다. 시인 뿐만 아니라 대분이 그렇지 않을까? 이걸 쓰고 있는 나 역시도 과거를 재활용한다. 어느 날, 시집이 나온다고 얘기를 한 시인이 “내가 과거지향적인 시를 쓴다는 걸 처음 알았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내 주특기는 사람 좋아하는 것이고/정 주는 것은 고질병이다/사랑이 아니길 바랐지만 끝내 사랑이 되어 버린 사람도 있다 -p76 「아주 사소한 병」 일부 
 
눈물이 많고 정이 많은 작가 자신을 한 연으로 표현한 게 아닌가 싶다. 고질병이라고 말 하지만 절대 치료하거나 고칠 생각이 없는 병이다. 본인이 환자도 의사도 되는 병. 그래서 작가가 환하게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하는 것이다. 주특기인 사람 좋아하는 것 때문에. 
 
내것 아닌 것은 항상 그리운 법/한 문장이 그리웠다/몸살나게 지독한 열병이었다 그러다가/
괜찮네, 라는 누군가의 한 마디에/나는 선택된 시가 되었다 -p123 「선택된 시」 일부 
 
제일 마지막 시편이다. 글이라고 쓴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글에서 표현의 한계에 대해서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것은 신인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썼다는 분들도 마찬가지다. 한 편의 글이 쉽게 오지 않듯 한 번 내게로 온 글들은 선택되어 온 문장이다. 그래서 즐거운 거짓말의 시편들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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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꽃 애지시선 32
이종암 지음 / 애지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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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되다
『몸꽃』 , 이종암, 애지, 2010 
 
몸꽃은 청도가 고향인 이종암 작가의 시집 제목이다. 포항문학으로 등단해 고등학교에서 문학과 우리말을 가르치는 작가는 몸꽃 외에도 『 물이 살다 간 자리 』 ,  『 저 쉼표들 』 등의 시집도 낸 바가 있다.  
 
내 고향 인접한 곳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작가의 시집에는 익숙한 지명과 낯설지 않은 말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고향을 만난 듯 반갑다. 거기에 다니기 좋아하는 내가 여기저기 다녀봤던 곳들이 많아 머릿속에서 그곳 풍경을 그리며 시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동을 출발해 오어사, 미시령, 감은사지, 선암사, 보경사, 주산지, 기계, 죽장, 상옥, 동피랑, 양동마을, 진평왕릉, 포항 근처 작가가 거주하는 신광까지를 함께 훑어보는 기분이다. 
 
시를 읽다 보면 자간과 행간 사이에 꽃냄새가 난다. 그만큼 꽃이 많이 나온다. 사람꽃, 몸꽃만이 아닌 다른 꽃들도 많이 피고 진다. 매화, 산수유, 벚꽃, 달꽃(p17) 목련(p24), 동백(p29), 과부꽃(p64). 꽃들뿐만 아니라 나무들도 무성한 숲처럼 자라고 있다. 즉, 자연이 함께 하는 시집이라는 말이다.
 
 
아버지는 멋진 책을 잘 만들었다 
 
봄과 여름 사이 오월의 논에 아버지 
 
산골짝 물 들여와 소와 쟁기로 해마다 
 
무논의 책 만든다
 
 
모내기 전의 무논은 밀서密書다 
 
하늘과 땅이 마주보는 밀서 속으로 
 
바람이 오고 구름이 일어나고 
 
꽃향기 새소리도 피어나는 무논의 책 
 
아버지 어머니 책 속으로 걸어가면 
 
연둣빛 어린 모가 따라 들어간다 
 
초록 치마를 펼쳐놓은 책 위로 
 
하늘이 구름 불러 햇볕과 비를 앉히고 
 
한철 또록또록 그 책 다 읽고나면 
 
밥이 나왔다 
 
무논의 책이 나를 키웠다 
 
-p36 「무논의 책」 전문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 역시 부모가 농사지어 나온 돈으로 학교를 다니고 책을 사고 그랬다. 아버지가 만든 무논에서는 쌀과 책, 옷, 돈 등 우리 밑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들이 나왔다. 그러다가 아버지는 무논에서 영영 눌러 앉으셨다. 햇볕과 비를 불러 앉혀놓고 농사지을 때는 시간이 없어 못 듣고 못 느꼈던 햇볕의 따사로움과 빗소리를 듣고 계실지 모르겠다. 밥과 책이 지금도 무논에서 나오는 걸 보면 무논은 정말 힘이 세다. 
 

산악자전거 빌려 타고 
 
동네 뒷산으로 가니 
 
길은 철커덕철커덕 바퀴살 속으로  
 
들어와 측, 측, 죽는다 
 
이렇게 자꾸 베어 먹어도 길은 
 
끝없이 펼쳐진다 
 
포항 지나 기계, 죽장, 상옥의 길들이 
 
자전거 속으로 다 들어오고 서쪽 하늘도 
 
끝까지 버티다 별 수 없이 자전거 
 
속으로 빨려드는데 길은 또 있다 
 
백두대간을 타고 설악과 금강으로 
 
또 바다로 하늘로 길은 끝 없다 
 
그래서 길이다 
 

길은 늘 목마르다 
 
당신은 언제나 길 건너에 서 있다 
 
「길은 목마르다」 전문  -p56~57  
 
 
 
57쪽에 1행만이 뚝 떨어져 있다. “당신은 언제나 길 건너에 서 있다” 이 행을 시각적으로도 부각시키기 위한 편집자의 의도된 생각이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면 의도대로 쓸쓸한 느낌은 있다. 오래전에 기계, 죽장, 상옥까지는 아니지만 기계는 머릿속에  지도처럼 넣고 있었다. 지금은 작은 면소재지도 몇 번의 강산이 변해 새로운 가게들이 들어서고 건물이 생겨나 머릿속의 지도와는 다르다. 산악자전거는 아니지만 자전거로 다닌 경험이 많아 시를 읽으며 머리로 그림을 그려본다. 당신은 언제나 길 건너에 서 있다는 말은 바꿔 말하면 나 또한 당신 옆이 아닌 길 건너에 있다는 말이 아닐까? 
 
흰 바탕의 표지에 「무논의 책」이 세로로 누워 전문을 다 싣고도 1연을 한 번 더 실었다.
크고 작은 시어들을 번갈아 가며 나열했는데 무논의 모 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시각적인 느낌이나 우리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들을 각인시켜 주는 느낌이다. 몸꽃에는 위에 나열하지 않은 작은꽃과 나무들이 자간과 행간 사이에 숨어있다. 독자와 숨바꼭질 하듯이.  『몸꽃』을 만나면 자연의 품안인 듯 편안할 것이다. 그 이유는 책을 들고 밑줄을 그으면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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