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시험 이야기 반짝 5
이묘신 지음, 강은옥 그림 / 해와나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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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을 진다는 것

강아지 시험/이묘신/해와나무/2019

 

 

반려견에 대한 뉴스가 심심찮게 나온다. 키우다 여건이 안 되면 버리기도 하고 산책시키다가 아무 데나 똥오줌을 싸도 모른 척 그냥 가는 견주도 있고, 입마개를 안 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는 사람도 있다.

서너 달 전엔가 동네 야산에 산책로를 따라 산책하는데 한 견주가 늑대만큼 큰 개를 입마개도 없이 데리고 나왔다. 좁은 산책로여서 한쪽으로 비켜서 지나가는데 본인도 개가 위압감을 준다는 건 아는지 같이 온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저 사람처럼 조용히 좀 지나가 주면 얼마나 좋아.”

별말 없이 지나오긴 했지만 본인이 입마개 하지 않고 나온 건 안중에도 없어서 참 대책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개를 키우고 싶은 사람이나 지금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도 미나에게 강아지 시험을 먼저 치르고 개를 키우게 했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뉴스에게 견주와 키우는 개에 대한 뉴스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선후는 강아지를 무척이나 키우고 싶은 아이다. 다만 엄마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강아지 키우는 걸 반대해서 지금까지 마음만 있을 뿐 키워 본 적이 없다. 그런데 드디어 미나네 집에서 개가 새끼를 낳았다. 미나 할아버지가 선후에게 강아지 한 마리 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되면서 선후는 강아지 키울 생각에 마음이 들뜬다. 그러나 강아지의 주인 미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강아지를 넘겨줄 생각이 없다. 키울 수 있는 조건을 갖췄는지 강아지에 대한 기초 지식은 있는지 시험을 보겠다고 한다.

레벨1부터 레벨5까지 무사히 통과한 선후.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몰랐던 것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강아지가 먹으면 안 되는 게 포도와 초콜릿이고 강아지 코를 보고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거 하며 강아지가 새집에 적응하게 하려면 탁상시계를 가져다 놓으면 도움이 된다는 것, .

개를 키워 본 적는 나로서는 유익한 책이었다. 무엇보다 반려견이든 반려묘든 같이 살아가기로 하고 들인 이상 책임을 가져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죽을 때까지 같이 하는 것. 선후가 쓴 약속 중 하나다. 이 약속을 못 지키는 사람도 많다는 생각을 하면 생명을 기르기에 앞서 자격이 되는지 검증 거치는 과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미래의 견주들이 많이 봤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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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랑이 굽이굽이 맺혔어라 - 사랑의 고시조 원문으로 읽기
임형선 지음 / 채륜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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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랑이 굽이굽이 맺혔어라

 

따뜻한 거실에서 LED 등 아래서 이 책을 읽지만 한적한 시골에서 바람소리, 새소리, 문풍지 우는 소리 들으며 호롱불 아래서 읽으면 더 운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고시조집을 만났다. 바로 아름다운 사랑이 굽이굽이 맺혔어라라는 제목의 고시집으로 10월 말에 출간된 책이다. 책이 나오게 되기까지를 간단하게 적은 책을 써내며를 보고 깜짝 놀랐다. 30년을 기다려 빛을 보게 된 원고인데 원고지에 한 글자 한 글자 눌러 쓴 글자하며 꼼꼼하게 실로 묶어서 보관하게 온 정성이 참으로 대단하다. 200자 원고지 1,500여 장은 여간 해서는 쓰기도 힘들지만 이 원고를 쓰기 위해 기울인 정성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겠다. 자료를 찾고 비교하고 해석해낸 일 만도 엄청난 일이다. 독자를 배려해 사랑을 노래한 고시조를 선택해 엮은 덕분에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펴낸 임형선 작가는 1987현대시조로 등단해 월간문학<부산 MBC>에서 주최한 문학상에 당선되었다. 지은 책으로 소설 소설 황진이, 동화 컴퓨터 귀신, 컴퓨터 유령(3),이 있고 시조의 이해, 이야기로 읽는 고시조동시집 햇살 줍기이외에도 50여 권을 출간했고 함께 지은 시집도 분이네 살구나무를 비롯해 여러 권이 있다.

이 책의 구성은 1, 평시조에서 유명씨와 무명씨로 나뉘고 2부 사설시조 엇시조에서 다시 유명씨와 무명씨에서 나뉜다. 마지막 부록 작가 소개와 작품 번호, 참고 자료 등을 실었다. 279수의 고시조는 고시조 원문만 소개했다면 읽기도 뜻을 헤아리기도 힘들었을 텐데 친절하게도 각 작품마다 원문, 해설, 어구풀이, 작품이 쓰인 배경까지도 소개하고 있어서 읽기에 무리가 없다.

앞에 소개한 유명씨의 몇몇 작품에는 기녀들이 등장하는데 옛날 기녀들은 , , , , 악기에까지 모두 능하다 보니 만능인이다. 요즘처럼 드러내놓는 표현보다 살짝 감추듯이 돌려 표현하는 재미있는 작품도 있지만 요즘처럼 적극적인 표현을 한 시조도 있어서 사랑은 시대를 초월해 상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또는 자신의 현재 감정상태를 표현하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건가 보다.

 

희기 눈갓트니 西施後身인가

곱기 곳갓트니 太眞의 넉시런가

至今雪膚花容은 너를 본가 ᄒᆞ노라

<안민영> 금옥총부 53

 

희고 흰 살결은 눈과 같으니 서시의 후신인가

곱고 곱기는 꽃 같으니 양귀비의 넋이런가

지금의 그 눈처럼 흰 살결과 꽃처럼 고운 얼굴은, 마치 서시와 양귀비를 본 듯 하여라

 

미의 기준이 이 시조가 나온 시대와 다르겠지만 얼마나 미인이었는지 궁금하게 하는 시조다. 이 시조를 읊은 대상인 옥수선에 대한 시조만도 9수나 된다니 보통의 사이에서는 힘든 일이 아닌가 싶다.

 

思朗辭說과 둘이 밤새도록 힉구든이

思朗이 힘이 물러 辭說의게 지닷말가

思朗辭說들여 닐으기를 나죵 보자

<무명씨> 일석본 해동가요 275

 

사랑과 사설과 둘이서 밤새도록 서로 힐난하며 싸우더니

사랑이 힘이 없어 사설에게 졌단 말인가

사랑이 사설에게 이르기를 나 좀 보자

 

사랑싸움인가? 사랑과 잔소리는 세트는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심한 잔소리는 서로에게 독이 되기도 한다. 적당한 잔소리는 관심이기도 하니 귀담아 듣는 것이 서로의 관계를 더 발전시키는 지름길이다. 마지막 종장은 현대시에 적용해도 참 재밌겠다는 생각이다.

 

ᄇᆞ람도 부나마나 눈비도 오나개나

님 아니와 계시면 엇지려뇨 ᄒᆞ련마ᄂᆞᆫ

우리님 오오신 니 부나 오나 내 알랴

<무명씨> 고금가곡 192

 

바람도 불든지 말든지, 눈비도 오든지 개든지 나와는 상관이 없어라

임께서 아니 와 계시면 어찌할 것인가 걱정하겠지마는

우리 임께서 이미 오신 후이니, 바람이 불든지 눈비가 오든지 내 알바 아니다

 

재밌는 것은 유명씨의 작품은 대상이나 의미를 드러내는 부분도 있지만 간접적이고 소극적인 표현이 많은 반면에 무명씨의 작품은 솔직하고 직접적이고 대범한 표현이 많다. 시조가 나온 지 오래되어 작자 미상인 경우도 있겠지만 일부러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읊은 시조도 꽤 있을 것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복면가면>이 있는데 이름이나 얼굴을 가리면 사람들은 훨씬 대담해진다는 게 진리인 듯하다.

 

바독이 검동이 靑揷沙里中에 죠 노랑 암ᄏᆞ갓치 얄믜우랴

뫼온 님 오면 반겨 ᄂᆞ닫고 고은님 오면 캉캉 지져 못 오게 ᄒᆞᆫ다

밧긔 ᄀᆞ장ᄉᆞ 가거든 찬찬 동혀 주이라

<김수장金壽長> 교주 해동가요 543

 

바둑이, 검둥이, 청삽사리 중에 저 노랑 암캐같이 얄미울까

미운 임 오면 반겨 내닫고, 고운 임 오면 캉캉 짖어 못 오게 한다

문밖에 개장사 가거든 칭칭 동여매어 주리라

 

나도 모르게 깔깔 웃고 만 작품이다. 개도 질투를 하는가? 아니면 짖궂은 개인가? 주인 입장에서 보면 얄미운 만도 하리라. “개 사요~ 개 삽니다!”하는 개장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뭐든 눈치껏 살아야 귀염도 받고 제명대로 사는 법인데 사람도 동물도 더러 눈치 없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오ᄂᆞᆯ도 져무러지게 져믈면은 새리로다

새면 이님 가리로다 가면 못보려니 못보면 그리려니 그리면 들려니 곳 들면 못살리로다

드러 못살줄 알면 자고간들 엇더리

 

오늘도 날이 저물었도다. 저물면 다시 날이 샐 것이로다

날이 새면 이 임 갈 것이로다. 가면 못 볼 것이니, 못 보면 그리워하려니, 그리워하면 병이 들려니, 병이 들면 살지 못하리로다

병이 들어 내가(작자) 못 살 것 같으면 나와 자고가면 어떻겠는가

<무명씨> 진본 청구영언 506

 

그리워하는 마음은 처음엔 작았더라도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커진다. 그렇게 되면 함께 있고 싶어 하는 게 사람 마음이다. 사설시조에는 같은 사랑을 읊더라도 앞부분의 평시조보다 훨씬 자유분방하고 외설적이다. 현대시나 소설에서보다 더 노골적인 표현이 상투 틀고 뒷짐 지고 다니던 사람에게서 나왔다고 하니 놀랍기만 하다.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정민의 한시미학산책과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이장우, 우재호, 장세호가 옮기고 황견이 엮은 고문진보두 권이 한시로 당시의 사고방식과 동양적인 정신을 배울 수 있다면 이 책 아름다운 사랑이 굽이굽이 맺혔어라은 우리 선조들의 일상에 좀 더 깊이 들어가 그들의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어쩌면 그 사랑으로 인해 세상이 돌아가고 있지 않을까. 흔해 빠진 사랑이라 하지만 또 그 사랑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다.

겨울이다 보니 한파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금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또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선조들의 사랑 한 소절 빌려와 들려줘 보자. 참사랑은 거짓말을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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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재니? 스콜라 동시집 2
유미희 지음, 조미자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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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까지 우리 집엔 사과밭이 있었다. 재작년 초에 사과나무를 다 뽑아내고 지금은 다른 동네 사람이 소에게 줄 옥수수를 재배하고 있다. 그래서 사과밭 일은 꽤 익숙하게 할 수 있다. 가끔 다른 집에서 봄에 적과할 때 일손이 모자라 도와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럼 봄에 가서 적과를 해주고 가을에 사과로 품삯을 받을 때가 있다. 이 동시집 뭘 그렇게 재니?의 시인의 말을 읽는데 어릴 때 새가 쪼아 먹는 사과, 익다가 꼭지 부분이 갈라진 사과, 떨어져 흠이 있는 사과를 참 많이 먹을 기억이 떠올라 그 속에 시의 씨앗이 뭐 였더라? 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 동시집은 대학에서 출판 및 홍보를 공부해 기업체에서 오랫동안 사보 편집 일을 한 유미희 작가가 서울문화재단의 지원금을 받아 낸 동시집이다. 2000년 아동문예에 동시 부분으로 등단해 연필시 문학상, 오늘의 동시문학상, 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우시나라 좋은 동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펴낸 동시집으로는 오빤, 닭머리다!, 내 맘도 모르는 게, 고시랑 거리는 개구리, 짝꿍이 다 봤대요. 등이 있고 지금은 도서관과 학교 미술관 등에서 시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동시집 한 권에는 갯벌이 펼쳐지는 바다와 바다를 끼고 자라는 온갖 식물들이 다 등장한다.

분홍 큰 귀를 쫑긋 세우고 뭐 하냐고?/촤르르촤르르 밀물이 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있지/낮에 개미가 귓속에 들어가/간질간질 귓잡 청소해 주고 갔거든//” 갯매꽃전문

마음의 고향이 어디인가에 따라 시 속에 담기는 언어가 많이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메꽃을 많이 보는데 내륙에 사는 사람들은 밀물이 오는 발걸음 소리를 듣기 위해 쫑긋 피어있다고는 생각지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시에서 파도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글 한 줄이 가져다주는 시청각 효과가 이런건가 보다.

이것저것/뭘 그렇게 재니?//어제도/오늘도/만나는 것마다///그게 참 문제야//달개비는 달개비로/떡갈나무는 떡갈나무로//그냥 있는 그대로 봐 줄 수 없니?//그러자/자벌레가 내게 물었다///그럴 때/없어?// 자벌레에게 묻다전문

어른들은 꼭 개구리 같다. 올챙이적 생각 못 하는. 자신이 학생이었을 때는 생각 못 하고 아이 보고 공부, 공부 하는 어른. 아이가 공부는 좀 못 하더라도 다른 장점을 있는대로 봐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 시를 읽으면서 하게 된다. “있는 그대로 봐 주기이 시를 조금 더 발전시킨 게 2부의 이 아닐까 싶다.

무조건/비교 먼저 하시는데//그게/바로/아ᄈᆞ의 흠인 거 아실까?// 일부분

꼬집어 이야기하지 않아도 아이들도 안다. 무얼 잘 하고 무얼 못 하는지 다만 그게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을 뿐이지. 때가 되면 그런 것도 다 행동으로 옮겨지지 않을까? 어른들도 말만 하고 실천이 안 되는 게 얼마나 많은지를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가랑가랑 가랑비 왔다 가면서/옆집 할아버지네 개똥참외밭에 불 켜 놓았다//노란 꼬마꽃전구 아래서/방아깨비네 세 식구 오물오물 저녁밥 먹는다// 개똥참외꽃전문

방아깨비네 세 식구 저녁 시간이 비록 만찬은 아니더라도 더없이 따뜻하다. 딴짓 하는 까닭

, 우진네 닭, 절집 식구도 비슷한 분위가가 난다. 평화로우면서도 안정된 분위기가 마치 작가를 대하는 것 같다.

할매,/작년에 깜박하고 못 심은 시금치씨/그렇게 지금 심어도/파릇파릇 싹이 나와요?//그렇당께/니도, 철 놓쳐 맴속에 갖고만 댕기는/묵은 씨 있으면/시방 뿌려도 늦지 않는당께.// 문은 씨전문

씨를 심는 것도, 공부를 하는 것도 다 때가 있다고들 한다. 그러나 요즘 공부를 놓친 할머니들이 한글학교에 다니며 공부를 하고 농산물이 비닐하우스에 사계절 재배되기도 한다. 그래서 굳이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때에 온 정성과 마음을 기울여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이 시집도 작가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쓴 게 보인다. 바다 향기가 그리운 사람, 따스하고 편안한 이웃의 사는 이야기가 그리운 사람은 뭘 그렇게 재니?를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리움을 어느 정도 잠재워 주는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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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잠재우기 섬집문고 40
이서영 지음, 김연주 그림 / 섬아이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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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이란 건 발이 보이지 않아도 날개 단 것처럼 빠르게 움직인다. 그런 소문을 잠재우는 동시 소문 잠재우기는 부산에 있는 이서영 동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고 동화를 읽고 동시를 쓰는 일이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 믿고 있다는 이서영 작가는 년 천강문학상 아동문학부분에서 우수상을 받아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2018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이 책을 냈다.

4,45편의 시가 실린 이 동시집은 아이와 학부모, 어르신까지 읽을 수 있겠다.

학교 가다 개똥 밟아도/숙제 공책 못 챙겨 왔어도/오늘따라 급식이 맛없어도/혁이가 자꾸 귀찮게 해도//그냥 웃는다.//현지 생일에/초대 받은 날.//” 그냥 웃는다전문

좋아하는 아이에게서 생일잔치에 초대 받는다면 얼마나 기쁠까? 오로지 정신이 생일잔치에 가 있지 사소한 일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큰일은 사소한 일을 덮는 게 세상의 이치니까.

민호가/나쁜 애라는/문자가 나돌아서/진짜 그런 줄 알았다.//배 아파서 웅크리고 있을 때/보건실 데려다 주고/교실 바닥에 흘린 열쇠/민호가 찾아준 날//나는/친구들에게 새로운 문자 날렸다.//-알고 보니/민호 꽤 괜찮은 애더라// 소문 잠재우기전문

소문은 소문일 뿐이다. 소문이란 건 진짜일 경우도 있지만 소문은 처음 사건에서 옮기는 사람이 말을 보태고 보태고 해서 훨씬 큰 사건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가짜 뉴스 때문에 골머리를 상하는 사람이 많다. 가짜 뉴스나 소문을 대할 때 무조건 맹신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에 빗대어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게 그런 뉴스를 대하는 사람의 자세일 것이다.

심부름하기/싫을 때//”엄마!/지금 숙제해야 돼요.“//방청소하기/귀찮을 때//”엄마!/지금 공부해야 돼요.“//엄마에게만/통하는 말// 핑계전문

공부한다는 말 앞에서 어떤 부모도 공부하지 말고 딴 거 하라고 시킬 부모는 없다. 그만큼 아이들에게 공부는 좋은 핑계고 부모에게는 참 대견한 말이다.

오래 전 산에 가서/마 캤다는 할아버지//팔뚝을 내밀며/-이 만큼 큰 거도 많이 캤제.//강원도에서 직장 다닐 때/칡 캤다는 아빠//허벅지 두드리며/-이렇게 굵은 건 못 봐을걸요.//할아버지와 아빠는/서로 자랑거리 캐고//나는 옆에서 감탄사만 연말./-!// 자랑 캐내기전문

가끔 보면 어른들도 경쟁하듯이 자랑을 늘어놓을 때가 있다. 부자지간에 앉아 자랑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웃음이 난다. 다른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순복씨, 잘 자요.//할아버지 나직한 목소리에/할머니 얼굴이 발그레해졌다.//아홉 남매의 맏이로/다섯 남매의 엄마로//누구보다/먼저 일어나고/늦게 잠들어/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병원 침대에 누워서야 듣게 된/참 폭신한 말.// 순복씨 잘 자요전문

예전 어르신들은 표현에 참 인색하다. 특히나 사랑한다는 표현에는 더 없이 인색하다. 그런 어르신이 할머니께 순복씨, 잘 자요.”라고 말한다. 쉴새없이 바쁘게만 살았던 할머니가 병원 침대 누워서야 늦게 된 참 따뜻한 말. 폭신한 말이다. 상대를 위한 배려의 말은 아무리해도 닳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입안에 가둬둔다고 누가 상 주는 것도 아닌데.

다음 페이지에 나온 이 말을 익히느라에서는 할아버지가 한발 더 나갔다. 중환자실에서 나온 할머니의 손잡고 “-순복씨, 사랑허네라고 말했다. 참 오래 걸린 말인데 그만큼 할머니께는 감동의 말이 아니었을까. 마지막 4부에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에 응원을 하게 된다.

가족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함께 있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단어다. 참 폭신한 시집이고 달달한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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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피노키오 콩콩동시 19
김춘남 지음, 박도현 그림 / 소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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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읽은 동화 피노키오가 생각나는 동시집을 만났다. 제목도 아직도 피노키오. 피오키오 이야기는 어린이들에겐 영원한 고전이 아닐까 싶다. 모처럼 피노키오를 불러다 준 동시집은 부산에 사시는 김춘남 작가 쓰고 도서출판 소야에서 출간한 책이다.

김춘남 작가는 2001년 대구매일신문 신춘문예 동시 부문에 당선되었고 2004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었다. 2014부산아동문학상을 받았고 지은 책으로 동시집 , , 아직도 피노키오시집 달의 알리바이가 있다.

동시집이든, 시집이든, 수필집이든 한 권을 읽고 나면 작가가 어떤 사람인가가 대충 떠오른다. 그만큼 온 마음을 글을 쓰는데 바쳤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생각, 관심, 주변까지 시집 고스란히 묻어난다.

김춘남 작가의 시에는 봄으로 여는 시집으로 들어가 본다.

노랑나비가 한 마리/날개 접은 채//따스한 봄볕 쬐며/졸고 있네요// 중략 아기 바람이 흔들어도/쿨쿨 자네요.” 봄 들판 나비 한 마리가일부분

봄바람이 얼마 감미로운지, 봄 햇살은 또 얼마나 따스한지 이 시를 읽으면 나비와 같이 꽃잎에 앉아 조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순간,/아이 곁으로/배추흰나비 한 마리가 날아왔다.//찰칵!// , 기념사진일부분

역시 봄에는 나비는 빼놓을 수 없다. 기념사진에 찍힌 흰나비는 아이의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사진이란 게 지난 삶의 한 부분을 정지된 화면으로 담아냈기 때문에 그 사진을 보는 순간 정지된 화면은 다시 필름을 감듯이 과거로 데려다 주기 때문이다.

엄마랑/한국에 간다고/선생님한테 자랑하는//라비드는/다섯 살.//”아빠는 형을 좋아하니/너를 좋아하니?“/선생님이 물었다.//”아빠는요,/엄마를 더 좋아해요!“/귓속말로 전하는 라비드// 방글라데시 아이전문

작가는 외국인 근로자에게도 관심이 많다. 보이는 만큼 알고 보이는 만큼 소재를 찾아서 쓰기 때문에 가능하다. EBS프로그램 중에 글로벌 아빠 찾아 삼만 리라는 프로가 있는데 가끔 채널을 돌리다가 보게 될 때가 있다. 가족과 떨어져 낯선 이국땅에서 일하는 아빠를 찾아오는 프로그램인데 서로가 애타게 그리워하고 만나 며칠간 같이 지내다 공항에서 헤어질 때 장면은 눈물을 글썽거리게도 한다. 바로 다음 시 네팔 아이도 한국에서 일하는 아빠를 둔 아이다.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시에서 느껴진다.

나와/뱀과/매미는//‘허물이 있다!” 닮았다전문

이 시를 읽는 많은 사람 중에 맞네, 맞네! 우리 집에 있네.” 하면서 격하게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나 요즘은 정리정돈 안 되는 아이들이 많다는 소릴 들었는데 가정마다 덩치 큰 뱀과 매미를 쉬쉬하며 기르고 있을 것이다.(소문이 나면 안 되니까)

오줌 누구/바지 올리다가/친구한테 자랑한다.//”내 팬티, 공룡팬티다!“ 다섯 살전문

맞다. 아이면 자랑하고 싶은 마음에 팬티를 드러내고 보여줬을 것이다. 공룡은 모든 아이들에게 관심 받는 동물이니까.

아빠 등산양말 빌려서 놔두면/산타할아버지가/눈치챌 텐데,//, 산타할아버지/제발,/이번 한 번만 봐주세요, ~// 한 번만 봐주세요읿부분

곧 크리스마스다. 산타할아버지가 가져다줄 선물 기다리는 아이들은 지금쯤 한참 들떠 있다. 큰 양말, 작은 양말 따지지 않고 어떤 선물이든 넣으면 그 크기만큼 늘어나는 양말이 있으면 좋겠다. 그럼 크리스마스 시즌에 대발 날 텐데.

김춘남 작가의 이 시집에는 깨끗한 동심과 진정성이 느껴진다. 정말이다. 내 코가 피노키오처럼 길어지지 않았다는 게 사실을 증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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