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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서는 물소리 ㅣ 도토리숲 동시조 모음 9
신현배 지음, 최정인 그림 / 도토리숲 / 2020년 11월
평점 :
사계절을 수채화로 만나는 느낌의 동시조집
『일어서는 물소리』/신현배 동시조/ 도토리숲/2020
동시조는 어린이의 생각과 느낌으로 어린의 정서를 읊은 시조이다. 근래에 동시조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 만난 신현배 시인의 『일어서는 물소리』는 사계절을 차분한 수채화로 눈앞에 내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는 동시조집이다. 그래서 시집을 읽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졌다. 동시조로 만나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은 실제 계절의 변화를 마주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시인은 계절의 한 부분, 혹은 사물을 봤을 때의 어떤 느낌을 콕 집어 보여준다. 그 친절한 배려를 따라가면서 읽어보자. 먼저 그 환한 봄부터 만나본다.
이 동시조집을 낸 신현배 시인은 1981년 계간 《시조문학》에 시조, 1982년 월간 《소년》에 동시가 추천 완료되어 문단에 나왔다. 조선일보로 신춘문예에 동시,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조가 당선되었으며, 창주문학상, 우리나라좋은동시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한국동시조문학대상 등을 받았다. 지은 책으로 동시집 『거미줄』, 『신현배 동시 선집』과 동시조집 『매미가 벗어놓은 여름』, 『산을 잡아오너라!』, 『햋빛 잘잘 끓는 날』, 『피아노』 등이 있다.
할머니 손에 이끌려/ 봄나들이 나선 듯// 쭈그렁 열매 곁에/ 갓난쟁이 노란 꽃들.// 빈 가지 열린 길 따라/ 나비 찾아 한들한들.// (13쪽) -「산수유」 전문
그 외에 「흰 목련나무에게」, 「먼산 1」, 「먼산 2」, 「봄, 눈병」에서 봄의 생동감을 읽을 수 있다.
마당에 돗자리 펴면/ 깔리는 하늘 별자리.// 나는 돗자리에/ 직녀는 별자리에// 밤새껏 눈을 맞추려고/ 제자리 찾아 앉는다.// (64쪽) -「여름밤」 전문
여름 분위기는 「여름밤」 외에 「소나기」, 「여름 한낮」, 「느티나무에게」, 「무지개」, 「비무장 지대 1, 2」에서 엿볼 수 있다.
감나무가 차려 준/ 한 덩이 붉은 주먹밥// 까치가 아껴 먹다가/ 잠시 자리 비운 사이// 박새가 훔쳐 먹는다, 부리에 놀을 묻히며. (50쪽) -「까치밥」 전문
가을은 익어가는 계절답게 「늦가을 날에」, 「가을 하늘」, 「황금빛 카펫」 등이며
왕릉 앞을 지키고 선/ 돌양과 돌호랑이들.// 곤히 잠든 임금님/ 깨실 것만 같아서/ 다같이 말을 삼가네,/ 재채기도 참고 있네.// (56쪽) -「왕릉에서」 전문
겨울은 「까치」, 「눈 내리는 날」, 「얌체 직박구리」, 「재롱마저」, 「겨울 한강」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운율을 살려 쉽게 읽히는 점이 어린이 독자에게 환영받지 않을까 싶다. 요즘엔 동시도 한 번 읽어서 이해가 안 가는 동시도 더러 있는데 일어서는 물소리는 모든 시가 명확하게 이미지를 그려내기 때문에 독자에게 거부감 없이 읽힌다. 이런 시들이 앞으로 동시나 동시조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유도하고 동시, 동시조 읽는 독자를 더 많이 유입시키지 않을까 한다. 동시조에 막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일어서는 물소리』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