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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소금 ㅣ 걸음의 동시 3
이묘신 지음, 강나래 그림 / 걸음 / 2021년 5월
평점 :
품절
『눈물 소금』/이묘신 동시/강나래 그림/걸음/2021년
편안한 쉼터 같은 시집
시인의 말에 이 동시집이 마음이 쉬어가는 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램을 비춘 『눈물 소금』은 지금까지 많은 이들이 앉기도 하고, 기대기도 하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한 그런 쉼터였을 것이다. 작가가 내민 그 쉼터에 잠시 쉬어 보기로 한다.
총 5부 엮은 이 동시집은 다양한 계층의 독자를 두루두루 보듬고 있다. 그중에서도 어린이의 마음을 두루 살폈다.
얘들아, 쉬는 시간 끝났다!/ - 아직 1분 남았어요// 아이들은 남은 1분도/ 금쪽같이 쓰고 있다// -야, 축구공 빨리 던져!// - 「남은 1분」 전문 22쪽
가뜩이나 놀 시간이 없는 아이들, 이렇게라도 스트레스 풀면서 놀 수 있으면 다행이다. 1분 남았다고 말하는 저 당당함. 아이들다운 모습에서 웃음이 난다.
「일기」, 「도대체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 「엄마는 소핑 중」, 「숫자」와 같은 시에서는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특히나 「도대체 나더러 어쩌란 말이야」에서는 내 모습인 것 같아 뜨끔했다. 아들한테 종종 듣는 말이기 때문이다.
화단에 골고루 심은/ 꽃씨들// 분꽃 옆에 맨드라미/ 맨드라미 옆에 채송화/ 채송화 옆에 봉숭아/ 봉숭아 옆에 해바라기//땅속에선 서로 모르고 지내다/ 땅 밖에서 이웃 되었다//
- 「이웃사촌」 전문 72쪽
문 닫고 살 때는 누군지 모르는데 문을 활짝 열어놓고 소통하다 보면 서로 이웃사촌이 된다. 꽃씨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땅속에 씨앗으로 심었을 때는 뭐가 뭔지 모르다가 잎이 나고 줄기가 생기고, 꽃피고, 열매 맺고 하면서 꽃들도 서로 어우러지는 걸 보는데 어느 하나 예쁘지 않은 게 없다. 사이좋은 이웃이라 더 예쁜가 보다.
「나눔 냉장고」나 「첫농사」, 「미리 내준 밥값」, 「건강한 빵」과 같은 시에서는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고 느껴지는 시들이다. 어쩌면 맑은 눈을 가진 시인이기에 이런 모습을 보고 듣고 했을 수도 있지만 이런 일들이 주변에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좋은 기운이 더 많이 주변으로 뻗어 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동시집을 낸 이묘신 시인은 2002년 MBC창작동화대상에서 단편동화 「꽃배」가 당선되었고 2005년 「애벌레 흉터」 외 5편으로 푸른문학상 새로운 시인상, 2019년에는 서덕출문학상을 받았으며 지은 『책으로 책벌레 공부벌레 일벌레』, 『너는 1등 하지마』, 『마법 걸린 부엉이』 동화로는 『강이지 시험』, 그림책으로 『쿵쾅! 쿵쾅!』, 『신통방통 동물의 말을 알아듣는 아이』가 있다.
이렇게 맘이 따스해지는 동시집 한 권은 지친 일상에서 충분히 쉼터가 된다. 잠깐 앉아 읽은 동시집이지만 시인이 내준 마음 의자 한 자리에서 푹 쉬었다.
아, 잘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