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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가 없어졌다 ㅣ 작은거인 51
윤미경 지음, 조성흠 그림 / 국민서관 / 2020년 6월
평점 :

우리가 놓치고 있는 건 없을까
『쓸모가 없어졌다』 / 윤미경 글, 조성흠 그림/ 국민서관/ 2020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에 다녀왔는데 아들 한쪽 볼이 퉁퉁 부어있었다. 친구한테 맞았다고 했다. 아들이 덩치가 작아서 걱정이었는데 맞고 오니 많이 속상해서 “왜 맞고 있었냐고 같이 한 대 때리지”, 했더니 아들은 울면서 말했다. “그럼 그 애가 아프잖아!”
『쓸모가 없어졌다』를 읽으니 종종 맞고 다닌 아들 생각이 많이 난다.
초등 중학년이나 고학년용 동화로 나온 이 책은 카멜레온 같은 동시와 동화를 같이 쓰는 작가 윤미경 선생님의 글이다. 재주가 무궁무궁해서 눈여겨보고 있던 작가의 책이라 반갑다.
표지를 보면 한 사람이 있어야 할 자리에 코팅처리한 형체만 있고 뻥 뚫려 있다. 뚫린 자리에는 구름과 나무와 연못, 숲이 있는데 아마도 글 후반에 나오는 사물함 뒤편의 잃어버린 숲인가 보다.
‘쓸모’ 쓸모 있는 사람이 되란 의미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이다. 그러나 사는 일은 맘대로 되지 않았다.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지만 아빠가 돌아가신 뒤 시장에서 생선을 파는 엄마는 쓸모의 도움이 오히려 성가시다며 동생 경모 보는 일을 맡겼다. 그래서 학교에서나마 쓸모 있는 친구가 되고자 했는데 5학년 3반 쓸모반 친구들은 오히려 쓸모를 이용했다.
형편이 좋고 공부를 잘 하는 우빈이는 쓸모에게 수학 숙제를 시켜봤는데 남들 다 다니는 학원은커녕 참고서도 없는 쓸모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를 모른다. 결국 참고서를 주고 숙제를 해올라고 시켰는데도 쓸모에겐 여전히 어려운 일이었다. 다만, 도은이는 동생 소은이를 생각하며 쓸모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도움이 되려고 하고 힘이 되려하는데 쓸모는 도은이를 보면 심장이 뛴다.
쓸모를 때리는 태강이, 우빈이에게 한 주에 1만원씩 받고 숙제는 쓸모에게 시키는 한결이, 나중에 한결이는 자신이 우빈이 돈 5만원을 훔치고도 한결에게 뒤집어 씌운다. 지독한 배신감을 느낀 쓸모는 결국 스스로 5학년 3반 30번 사물함 안으로 들어간다.
이야기는 사물함에서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도은이의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그때 이미 쓸모는 사물함 안에 들어가 잃어버린 숲에서 자신의 억울함을 이야기한다. 쓸모 엄마한테도 쓸모가 없어졌다는 연락이 간 상태고 없어진 쓸모를 사물함에서 되찾기 위해 선생님과 반 아이들을 후회와 반성을 한다. 선생님은 쓸모를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점을 깨닫고 아이들은 쓸모를 생각하며 자신을 반성하고 쓸모 또한 자신이 억울했던 점을 말한다.
잃어버린 숲은 쓸모를 쓸모있게 해주었다. 마녀요리사의 자신감 수프는 자신감을 주었고 겸손아이는 겸손이 어떤 건지를 알려주었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이 중요하다고 꿈아이는 알려주었다. 나팔아이, 초록아이, 시무룩아이 다들 다양한 사연들을 가지고 잃어버린 숲에 왔지만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찾게 되면 언제든지 돌아가도 된다.
쓸모노트에 하나하나 적어 나가는 글들.
나는 평화로운 걸 좋아하는 쓸모다./ 나에겐 건강한 동생이 있다./ 더구나 아무 때나 웃어도 된다. 나도 어디에선가는 주인공이 된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자신감 있는 쓸모다.
잃어버린 숲에서 하나하나 잃은 것을 찾은 쓸모 다시 돌아오기 싫어했지만 친구와 선생님 그리고 쓸모가 없어졌다는 말에 단숨에 달려온 쓸모 엄마 덕에 쓸모가 돌아왔다. “쓸모야, 우리 쓸모가 없으믄 나는 못 산다.” “아이고, 귀한 내 강아지!” 역시 엄마의 힘은 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