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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몬, 나는 지혜를 사랑했지만 쾌락도 좋아했다 - 삶을 가볍게 하는 3,000년의 지혜
박성만 지음 / 밥북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살아가는 데 필요한 솔로몬의 지혜를 배우는 시간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 말은 워낙 유명하다 보니 다들 들어본 말일 것이다. 삶이 힘겨울 때 다독거리는 말로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삶이 덧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올 때는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시대고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지혜와 리더십, 포용력, 결단력 등을 골고루 갖춘 왕이 필요하다. 당파 싸움으로 늘 흔들어놓기 바쁜 벼슬아치들 가운데서 왕으로서 제 할 일을 하기는 쉽지 않아 보일 것도 같다. 우리나라 역사만 보더라도 왕은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왕권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지금도 지혜의 왕이라 불리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수많은 난제를 앞에 두고 어떻게 헤쳐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것인지 허둥지둥하는 사람이 많다. 부동산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뜨거운 감자고, 일자리 문제도 그렇고, 늘 시끄럽다 보니 대중의 관심이 정치에서 자꾸 멀어지는 모양새다.
이 책을 쓴 저자 박성만은 심리치료사이며, 신학을 공부한 신학도 이기도 하다. 이후 정신분석학과 분석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마음 소리’의 정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됐다. 이 책은 학문적이고 실존적인 탐구와 고뇌, 대학원 강의, 심리치료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쓴 결과물이다. 정신분석학과 신학을 전공해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협성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온석대학교와 대학원 상담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너의 화는 당연하다》와 《수다 떠는 남자》가 있으며, 《엄마라는 아이》, 《관계는 마음이다》, 《아픔 후의 심리학》, 《빨래를 해야겠어요》 외 다수가 있다.
저자도 언급했듯이 솔로몬왕의 이야기는 대부분이 친자소송에 대한 재판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서 솔로몬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라고 들어가는 말을 통해서 이야기한다. 이 글의 특징은 저자가 성서의 부분 부분을 예로 들어가며 마치 솔로몬이 이야기를 풀어가듯이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제목을 제시하고 그에 관한 보충 설명을 성서 한 구절을 예로 들면서 하고 있다.
“나를 위하여 반지를 하나 만들라. 그리고 내가 승리하고 기쁠 때 교만하지 않고, 시련에 빠져 절망할 때에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를 넣어라.” 세공사가 고민하다가 어떤 말을 넣으면 좋을지 물었을 때 솔로몬이 한 대답이 “ 이 또한 지나가리라.”다. 24쪽
이 만큼 자신을 바로 세우는 글귀가 어디에 또 있을까. 솔로몬다운 글귀다.
“나는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살펴보다가 세상에는 권력 쥔 사람 따로 있고, 그들에게 고통받는 사람 따로 있음을 알았다(전도서 89).” -84쪽
전도서에 있는 이 말은 현대를 사는 사람 역시도 자주 하는 말이고, 자주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사람이 지구상에 생겨난 이래로 늘 반복되는 일인가 보다.
“이미 있던 것이 훗날에 다시 있을 것이며, 이미 일어났던 일이 훗날에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 세상에 새것이란 없다(전도서1:9).” -145쪽, 160쪽
세상은 돌고 돈다는 말이 바로 이 말이 아닐까. 그래서 세상은 하나이다. 솔로몬은 이 부분에서 자신과 아버지 다윗을 분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대 전통을 고집하는 아버지와 타 문화권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섭렵한 솔로몬은 지혜를 건져 올려 참 자기로 살았다고 한다.
160쪽에서 위의 전도서 내용에 대해 새것의 의미를 이렇게 해석했다.
“새것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던 것을 새롭게 보는 눈을 가지는 일이다. 새로운 것을 봤다는 것은 없던 것을 본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지금 나의 것으로 깨달았다는 것이다.”
사물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있는 대로 보지 말고 거꾸로도 보고 뒤집어도 보라고. 자주 듣는 말이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은 말이기도 하다.
“젊은이여, 젊을 때, 젊은 날을 즐겨라. 네 마음과 눈이 원하는 길을 따라라. 네 마음의 걱정과 육체의 고통을 없애라. 혈기 왕성한 청춘은 덧없이 지나기가 때문이다(11:8a, 10).”
세상을 어느 정도 살아본 사람은 젊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젊은이는 이 책에서 한 구절 한 구절 제시하는 말이 모두 자신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알겠지만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결론에 “두려워 말라.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에서 모두에게 위안을 준다. 살아가면서 혼자라고 느끼는 순간은 많다. 그런데 그때 우연하게 손 내미는 사람도 많다. 그렇게 또 살아진다.
익숙하게 들어본 말도 많지만, 솔로몬왕의 목소리로 다시 들으니 훨씬 새롭고 감동적이다. 나이에 따라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오는 책이 많다. 이 책도 그렇지 않을까? ‘맞어, 맞어’하고 고개 끄덕이며 읽게 된다. 괜히 지혜의 왕이 아니었다. 이제 친자소송 같은 이야기 말고도 솔로몬에 관한 많고 많은 이야기를 할 게 많다. 지혜의 왕, 솔로몬이여, 이 책을 통해 지혜를 조금이나마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