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자신의 차 위에 누군가 떨어져서 차 지붕이 찌그러지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적당히 흥미로우면서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볼 만해서 아주 괜찮은 영화다.

서울에서 인테리어 일을 하는데 일은 늘 있는 것은 아니고, 나이가 많고 적고 간에 적당히 반말을 섞어 하고, 사람들 눈치를 보는데 욱하면 눈치 없이 말이 튀어나오고, 상대방은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데 본인은 중요해서 다그치지지만 상대방 반응이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나오면 또 곧바로 받아들이지만 혼자서 욕을 한다.

서울에 살지만 대구 사람이라 사투리를 쓰는데 그 사투리가 교묘하게 듣는 이로 하여금 아슬아슬하다. 여기서 듣는 이는 관객이다. 영화 속 상대방은 그렇지 않다.

호감 있는 여자에게 관심을 보이다가 안 좋은 말 들으면 또 그대로 포기를 한다. 관심을 보이는 방법은 역시 반말을 섞어서 하니까 여자는 그저 기분이 나쁘다.

주인공 주위의 사람들 역시 어딘가 기묘하니 묘한 구석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럴 것 같지 않은데 그렇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주인공과 주위 사람들은 어울려 지낸다. 아 그러고 보니 그게 세상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뒤섞여 살아가고 있는 게 이 세계니까. 영화 속에서도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어울리는 것들이 잔뜩 나온다. 주인공이 사는 집의 부부가 그렇다. 부부는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같이 살고, 주인공과 노랑머리 여자는 가해자와 피해자이지만 같이 어울린다.

바람이 없는 날 반영된 물속의 세상은 물 밖의 세상 같지만 전혀 다른 세계. 이 세계는 뒤틀린 세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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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와인은 잘 모르지만 영화는 꼭 묵직하고 진한, 쌉사름하고 짙은 와인을 마신 기분이다. 인상은 써지는데 끝 맛이 뭔지 모르게 괜찮네, 같은 기분. 영화는 내내 답답하고 우울하지만 잘 만들었다.

이 현실감 쩌는 이야기. 내가 사는 도시의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서민의 이야기. 사람 이야기. 사는 이야기. 그러나 힘든 이야기. 삶을 살아가는 건 살아내야 하는 거야.

울산의 중추적인 별이 대한민국을 지탱하던 때가 있었다. 그 찬란한 울산의 별이 지면서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되었다. 지는 해와 뜨는 해 사이에서 갈등이 일어나고 마찰을 겪고. 그러나 헌 별이 지면 새 별이 떠오른다.

영화 속 영화적 허용을 말하자면 윤화가 새마을금고에서 대출하려고 주소 적을 때 동구 전화동이라고 적는데 전화동은 없고 전하동이 있다. 윤화가 잘못 적었나 싶었는데 영화 속 윤화가 벽보에 쓴 글을 보면 한글을 제대로 배우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주 디테일한 장면이었다.

영화는 방어진 전하동과 조선소가 배경인 것 같은데 전하동은 사실 전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지 오래되어서 영화 속 주인공들이 사는 집과 마을을 어디서 찾아냈는지 잘 도 찾아낸 것 같다.

윤화가 조선소에서 그 난리를 피우고 등대 같은 곳에 앉아서 소주를 마시는데 아마 슬도의 등대 같다. 실제로 조선소 내에서 슬도 등대까지 먼 거리다. 회사에서 걸어 나와 등대에 앉아서 소주를 마시기는 무리다.

딸과 연예인 지망생 친구가 서울로 가기 위해 공업탑에서 버스를 타려는 장면이 나온다. 조선소가 있는 방어진에서 바로 서울로 가는 버스를 타거나, 공업탑과 방어진 사이에 있는 고속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되는데 굳이 끝과 끝의 공업탑까지 간 것을 보면 울산의 상징 같은 공업탑 로터리를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장면에서 대문 옆에 청명길이라고 붙어있는데 전하동에는 청명길은 없다. 영화를 위해 만든 것 같고, 영화 속 조선소와 작업복을 역시 영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 울산의 현대 조선소의 작업복은 전혀 저렇지 않은데 아마 현대 조선소를 직접적으로 영화에 나오게 하는 것이 안 되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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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 외에 초특급 게스트들이 깜짝 나오는 재미도 있다. 땅꾼으로 정우성이 나올 줄이야. 약사 엄혜란이 나올 때도 재미있다. 엄혜란과 유해진의 티키타카의 코믹이 딱 내 스타일이다.

딸, 진주로 나오는 정다은 배우는 진짜 활을 쏘았나? 뭐지 사냥개들에서도 활 들고 쏘잖아. 폼이 활 한 번 당겨 본 솜씨네.

이 영화는 뭐니 뭐니 해도 유해진의 특별한 연기가 빛을 발했다. 치킨집 쿠폰 보여주면서 일영이 한 번 보여 달라고 하니 안 보여주는 그런 묘한 연기.

차인표가 생양아치로 나오는데 나 요 근래에 긴 시간을 들여 ‘그대 그리고 나’를 봤는데 거기서 차인표가 생양아치로 나왔다. 그 드라마를 보니 최불암, 김혜자, 심양홍 같은 배우들은 모르겠는데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가 와. 뭐 그렇더라.

특히 차인표와 송승헌의 연기는 입을 꾹 다물게 만들었다. 차인표의 이번 양아치 연기가 거의 30년 전 둘째 영규의 양아치를 그대로 보는 것 같았다. 송승헌은 거기서 화나도, 짜증 나도, 맞아도 입 벌리고 어딘가 보는 그 연기가 너무 적나라해서.

만약 송승헌이 그런 어설픈 연기에서 벗어났다면 지금쯤 봉 감독이나 박 감독 등, 천재 감독들에게 불려 다니며 영화 주인공이 되었을 텐데.

그래도 그대 그리고 나를 보면 최진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참 예쁘게 나오고 처음에 부잣집 딸내미에 자존감이 높아서 일 욕심이 강한데, 동규네 가족이 전부 자신의 집에 붙어살면서 전부 휘어 잡아간다. 최진실은 박상원과 하루도 편할 날 없이 가정사에 대해서 부딪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이놈의 가정사는 이리도 두 사람을 가만두지 않는다. 최진실을 보면 연기를 하면서 행복해 한 것 같다. 화면 속 최진실은 울어도 말도 안 되게 예쁘다.

최진실의 죽음에는 졾피뎀이라는 수면제가 깊게 관여했다. 이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면 영혼과 육체를 분리할 정도로 사람을 구렁텅이로 몰아간다. 졸피뎀은 자꾸 자살을 강요하고 그건 아무렇지 않아 라고 타이른다. 졸피뎀은 의사 처방이다.

매니저가 타서 가져다주었다. 그 매니저가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그는 졸피뎀의 무서움을 알고 있었다. 약을 먹으면 바로 잠드는 게 아니라 점점 이상한 망상과 고통으로 시달린다. 그런데 후에 그 인터뷰를 했던 매니저 역시 졸피뎀을 복용하고 극단적 선택을 했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최진영 역시 졸피뎀의 영향이 컸다. 최진영이 죽고 나서 친구가 최진영이 괴로워하며 졸피뎀을 복욕한 것에 대해서 인터뷰를 했다. 최진영이 교통사고를 낸 적이 있는데 기억을 하지 못했다. 후에 이 친구 역시 졸피뎀 복용으로 4중 추돌사고를 일으켰는데 역시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우리의 챈들러, 매튜 패리 역시 의사 처방으로 시작된 진통제 바이코딘이 그의 몸과 정신을 먹어 버렸다. 프렌즈 촬영을 기억하지 못했다. 20년 전 제니퍼 애니스톤이 토크 쇼에 나왔는데 사회자가 매튜는 좀 어때?라고 물었는데 애니스톤이 갑자기 눈물을 흘리며 우리는 매튜가 그렇게 힘겨워하는지 몰랐다고 했다. 그때가 20년 전이었다.

그대 그리고 나에서 최진실이 행복해하면 할수록 안타깝다. 차인표는 재능이 많다. 영화도 제작하고, 그게 방송을 타기도 했고. 또 차인표는 소설가이기도 하다. 나는 그의 소설 두 편을 전부 가지고 있는데 재미있다. 한 소설은 영화로 만들어졌다. 물론 인기는 없었지만.

달짝 지근해는 코믹 로맨스로 재미있는데 차인표가 김희선을 느닷없이 때리는 장면은 또 리얼하게 했는데 그건 좀 별로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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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2-21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은 왔다갔다 하십니다.ㅋ
그러고보니 진짜 그대 그리고 나에서 차인표가 양아치로 나왔었네요. 이 영화에서 잘 나왔더군요.
최진실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비록 이혼은 했지만 전 남편까지. 근데 그 아들과 딸 환희와 완흰가? 언론에서 자꾸 심심하면 한번씩 건드리는 것 같아 좀 거시기 하더군요.
송승헌은 연기를 아주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이 열심히 안해서 그렇지. ㅋ 얼핏 들으니 결혼하고 은퇴할 거라고 하는 것 같던데...

교관 2024-02-22 11:18   좋아요 0 | URL
얼핏 들으면 안 됩니다 ㅋㅋㅋ 제대로 들어야 해요 특히 요런 연예인들은 ㅋ
 


사이비 종교에 대한 태국 영화를 한 편 봤다. 집을 세 주면서 세 들어 사는 사람들이 사이비 종교를 믿는 신도들로 공포영화다. 사이비 종교는 시대를 막론하고, 어느 나라든지 사이비 종교는 있고 그것을 다룬 방송이나 영화가 쏟아진다. 우리나라에서 사이비종교의 대표로 JMS의 정명석이 구속 기소되었고, 넷플릭스에서 [나는 신이다]를 제작해서 방송했다. 엄청났다. 그의 추종자들에 의해 방송 관계자들이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도 들은 것 같은데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나도 사이비 종교에 관한 단편 소설을 한 편 썼다. 그 단편을 쓰기 위해 그 안에까지 들어가는 과정을 알아야 해서 직접 그들의 모임에 몇 개월 동안 참석을 한 적이 있었다. 몇 개월 잘 다니다가 그곳을 나올 때 소모임의 리더 같은 사람이 나를 엄청 붙잡았다. 그 속에서 만나고 이야기했던 사람들, 즉 신도들은 너무나 착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누구에게 해코지를 하거나 심지어 나와는 다르게 욕 한 마디 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사이비종교라는 걸 어떻게 명확하게 지정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인터넷에서도 신천지를 검색하면 그들이 하는 봉사활동의 소식이 밑으로 주욱 나온다. 실제로 신천지가 사람들을 향해 공격을 하거나 돌을 던지는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 신도들은 다른 종교처럼 선교활동을 하고 말씀을 전하는 행위를 할 뿐이다. 사이비 종교라는 걸 명확하게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코로나 초기 때 내가 있는 곳에 신천지 신도가 와서 최초 전파자가 되었다. 대대적으로 뉴스가 났고 그들이 들어갔던 가게나 음식점은 확진자가 다녀간 집이라고 펜스를 치고 2주 동안 영업정지였다. 그때 [확진자]라는 사건의 중심보다 [신천지]라는 변두리에 사람들의 관심은 대단했다. 결국 이 근방에 시에서 신천지 전수조사를 나왔다는 소문이 돌았고 아케이드가 쳐 있는 400미터 안에 신천지 건물 5곳이 나왔다. 그 건물들의 이름이 하나씩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사람들은 신천지에 대한 불신과 불안 그리고 공격적인 성향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서 가만히 생각해 보면 신천지라는 건물을 몰랐을 때는 고요하게 지금까지 잘 지냈다. 그 사실(400미터 안에 신천지 건물이 5군데가 있다는)을 알았을 때와 몰랐을 때가 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천지는 사이비종교라서 사람들은 대단히 불안해했다.


사이비종교는 하느님을 믿지 않을 것 같고, 신도들은 영화 속처럼 기괴하거나 괴이한 행동을 하고 언어를 사용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타인에게 방해 주지 않으려 조심하며 밖으로 나오지 않고 지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다면 사이비종교가 아닌 종교, 여러 종교 중에 개신교는 좀 어떨까. 흔히 말하는 교회에 나가고 하느님을 믿고 하느님 말씀을 전하고. 대한예수교, 침례교 등 사이비종교가 아니라고 하는 종교가 있는데, 정통 개신교를 믿는 자들이 신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며 욕설을 하고 일반인들보다 더 욕심에 눈이 멀어 나쁜 짓을 많이 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의 예로, 박수홍 형은 정말 절실한 개신교 신자라고 한다. 법정에서도 검사와 변호사의 주장이 오고 갈 때마다 [하느님아버지]라고 계속 조그맣게 내뱉는다. 사실 이런 소리 정말 듣기 싫다. 이 박수홍 형의 웃긴 점은 그렇게 하느님 말씀을 듣는데 박수홍의 아내를 조사하기 위해 점을 보러 가서 거기서 부적인가, 그런 내용도 법정에 나왔다고 한다.


도대체 사이비종교라는 건 무엇을 근거로 결론을 내야 할까. [사이비종교인]라는 단어가 더 확실한 것 같은데 [아니야, 나 땡땡교회 다녀]라고 하면 사이비종교가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린다. 교회 내의 이득경쟁도 치열하고 서열이나 다툼도 정치인들 못지않다. 나라에서 인정한다고 해서 그 종교를 사이비라 부르지 않는 것일까.


종교와 신도들에게 사이비라는 호칭을 붙이는 건 누가 정하는 것일까. 법으로 나와 있는 것일까.


많은 나라에서 사이비 종교 때문에 사람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얼마 전에 케냐에서 사이비 종교에 속아서 굶어서 떼죽음 당한 사람들의 뉴스도 있었다. 일부 시신에서는 장기도 적출했다. 불과 일 년도 안 된 사건이다. 미국에서 70년대 짐 존스라는 희대의 사기꾼이 인민사원 교주를 하면서 900명을 집단자살하게 만든 일이 있었다. 이 엄청난 이야기는 영화로도 만들어졌고 디카프리오가 짐 존스로 분해서 다시 영화를 만든다는 이야기가 2021년도부터 나오고 있다.


정신이 나갈 것 같았던 영화, 어두운 밤보다 환한 대낮의 공포가 얼마나 더 무서운지 잘 보여줬던 영화 [미드 소마] 역시 사이비종교에 관한 이야기다. 여기는 배경이 스웨덴이다. 사이비종교는 분명 존재한다. 사이비 종교는 신도들의 약한 마음에 투침하여 조금씩 시간을 들여 마음을 갉아먹는다. 마음을 다 갉아먹은 자리에 악마를 심어 놓는다.


사이비종교라는 건 순진하고 착한 신도들의 뒤에 숨어서, 마음에 숨어서 본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드러나도 결국 사이비종교야 같은 말을 들을 뿐 사이비종교를 결정짓는 어떤 선도 없어서 오늘이 지나면 다시 사이비종교는 활개를 펼칠 동력을 마련한다. 종교에 믿음이 빠지고 우리 아니면 전부 나쁜 거야,라는 분위기가 강하면 그게 사이비종교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집단생활의 여러 특징 중 눈에 띄는 하나는 아이 때부터 집단생활을 하면 성인이 되어서도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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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봄 같은 날 때문에 그런지 친구가 사고로 죽은 후 죽음에 대해서 자주 생각한다. 한 번 죽으면 더 이상 죽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자꾸 맴맴 돌면서 죽고 난 그 후의 아무것도 없음에 대해서 생각을 한다. 생각을 한다고 해서 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생각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머릿속으로 밀려 들어온다. 그 생각이 강하게 들 때는 매일 다니는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힘들고 슬프게 느껴진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데 죽음이 너무 먼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만 친구가 죽고 난 후에 그 부재가 기묘한 형태로 존재를 알리니까 이상하고 또 이상하기만 하다.


감기기운이다. 물약을 찾아 먹었다. 나는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약을 챙겨 먹는다. 남들은 아프면 약을 먹지만 나는 아픈 게 너무 싫어서 아프게 전에, 감기기운이 오면 미리 약을 먹는다. 작년에는 한 번도 아프지 않았다. 나는 아직 코로나도 한 번 걸린 적이 없다. 아프면 그 핑계로 푹 쉬고, 그러면 괜찮지 않으냐고 하는데 나는 괜찮지 않다. 아파서 오는 고통에 몸이 잠식되어 가는 그 느낌이 너무 싫다. 그래서 매일 조깅을 하고, 샤워를 하고, 적당히 먹고, 팬티를 매일 갈아입는다. 그럼에도 감기기운이 왔다는 건 참 짜증 나는 일이다. 미리미리 약을 챙겨 먹자. 손이 닿을 수 있는 곳에 약을 챙겨 두자.


어릴 때는 아버지가 골라준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요즘은 아이스크림 하나 고르는데도 선택이 어렵다. 어릴 때 선택의 폭이 좁았을 때 아버지가 골라준 아이스크림은 뭐가 됐든 만족도가 높았다. 요즘 내가 고르고 골라 먹는 아이스크림은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다. 단지 맛 때문은 아닌 것이다. 그 속에는 방대한 자유가 주어져도 결국 그 속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일이 만만찮다. 만만찮은 게 아니라 어렵다. 고르는 건, 선택을 하는 건 이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너무 어렵다.


그러는 와중에 누가 잘 지내냐고 물었다. 나는 잘 지낸다. 그렇다고 생각했다. 별 탈 없고, 매일 조깅하고, 책 읽고, 글 쓰고. 잠 잘 자고 아침에 무사히 눈 뜨고. 일어나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가서 대소변을 해결하고. 밥 잘 먹고. 잘 지낸다.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잘 지내냐고 물으니 내가 못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잘 지내는 게 맞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은데 잘 지내는 건가, 잘 지내는지 어떤 그것조차 알 수가 없다. 어제 이전 까지는 잘 지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을 했는데 갑자기 잘 지내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 수 없어졌다. 잘 못 지내는 걸 못 알아차리면 잘 지내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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