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병헌을 믿고, 이병헌 사단을 좋아하고, 이병헌의 각본을 사랑해서 이 닭강정을 봤지만(끝까지 보지 못했다) 보는 내내 빡침과 기가막힘과 분노가 나의 두정엽을 사정없이 강타했다. 이 시리즈를 다 본 사람이 있을까(물론 있겠지). 이병헌 표 대사를 좋아하지만 그 선을 훌쩍 넘겨 버리니 오버에 오버가 판을 친다. 그러다 보니 재미는 찾을 수 없고 입대해서 훈련소에서 첫 응가를 맞이할 때 얼굴 표정이 된다.


얼마 전까지는 아무리 재미가 없어도 일단 시작을 하면 끝까지 봤다. 엄브렐라 아카데미가 그렇고, 뭐 그랬는데 언젠가부터는 재미없으면 보다가 끊어 버리기도 했다. 스위트 홈 2가 그랬다. 스위트 홈 2를 다 본 사람이 있을까(역시 있겠지).


닭강정은 이병헌 감독의 각본에, 이병헌 연출이라 이병헌 사단이 죽 나온다. 멜로가 체질과 극한직업의 멤버들이 나오는데, 멜로가 체질을 닭강정에서 맥락도 없이 써먹는 장면이 길게 지속되니까 정말 분노가 일었다. 그때 누군가 옆애서 안 좋은 소리를 했다면 나는 기관총을 꺼냈을 것이다.


류승룡의 억지스러운 웃음이 한두 번이 아니라 매회 여러 번 나오니까 역시 분노를 유발했다. 극 중에 나오는 인물끼리만, 즈그끼리만 재미있어서 웃고 난리다. 보는 사람도 같이 웃어야 하는데, 이게 무슨 블랙코미디야. 어디 부분이 블랙코미디일까.


애니메이션 중에 5세 사장이 주인공인 [유녀사장]라고 있는데 그걸 못 봤나. 너무 재미있고 웃긴데 사회문제도 빙 둘러 적확하게 꼬집어 내는 그게 블랙코미디다. 도대체 닭강정에서 코미디를 찾을 수가 있나.


편집을 하면서 이병헌이 지 혼자 재미있어서 좋아 죽으려고 하는 모습을 생각하니 더 킹 받는다. 마담 웹을 볼 때에도 분노가 일었는데, 슈퍼 히어로 영화인데 그게 슈퍼 히어로들의 전투, 결투라고 할 수가 있나. 그게 무슨 스파이더맨을 대체하는 영화일까.


마담 웹은 배우들도 욕구가 없어서 다코타 존슨과 주인공 한 명은 snl과 어떤 인터뷰에서 다들 이 영화를 안 봤으리라 생각한다며 손절을 했다. 다코타존슨은 편집된 완성본을 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소니는 더 이상 슈퍼히어로 영화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영화를 이 따위로 만드니까 엉망이었던 이터널스가 상대적으로 괜찮아 보이는 착시가 일어나는 거야.

                       포스터에 스파이더맨은 사용하지 말라고


스파이더맨 4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데 왜 토비 맥과이어가 이야기에 들어가 있지? 만약 이런 조합으로 소니가 또 손을 댄다면 아마 사람들이 바보가 아니니 보이콧할걸. 근데 닭강정이 마담 웹보다 더 분노야.


이병헌 감독은 닭강정에 아낌없이 모든 걸 다 갈아 넣었다고 했는데 그러지 말아야 했다. 닭강정에는 정말 쓸데없고 쓸모없는 장면들이 너무 많고, 무엇보다 코미디인데 전혀 재미있지가 않다. 홍상수 영화가 더 웃기다. 다 갈아 넣지 말고 아껴야 멜로가 체질 같은 명작이 나온다. 아낌없이 다 넣지 말라고, [신계념 코미디]라고 쓴 저 신계념이라는 단어도 분노다.


영화를 볼 때 맛있는 거 먹으며 보는 재미가 있다. 사람들은 극장에서 팝콘과 콜라를 먹으며 본다. 예전에는 극장에서 파는 팝콘과 콜라 이외에는 들고 들어가지 못했는데. 영화를 보는데 궁합은 맥주가 딱이다. 그래서 예전에는 콜라를 담는 컵에 맥주를 담고, 팝콘을 담는 통에는 생라면을 부숴 넣었다. 생라면은 씹는 소리가 크기 때문에 입 안에서 돌돌 돌려가며 녹여 먹는 맛이 있다. 그리고 맥주를 빨대로 홀짝. 그게 극장에서 보는 재미다. 맨 뒤에 앉아서 야간에 하는 영화는 보는 재미가 있었다.


영화를 볼 때는 영화에만 집중해서 봐야 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건 영화 평론가들이나 하면 된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그렇다. 우리 같은 일반인들은 맛있는 걸 먹으며 영화를 보는 걸 좋아한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


좋아하는 사람 – 친구나 애인과 함께 앉아서 맛있는 걸 먹으며 집에서 영화를 보는 재미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학창 시절에 친구 집에 모여서 파자마 입고 영화를 보면서 맛있는 거 먹다가 잠이 드는 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다. 내가 고등학교 때 토요일에 일찍 끝나면 친구들과 집에서 라면을 끓여 먹으며 비디오를 봤다. 그런 재미가 있다.


닭강정도 그런 재미를 느끼고 싶었으나 분노 게이지가 터질 것 같아서 그럴 수 없었다. 닭강정을 먹으며 닭강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을 텐데. 그나저나 생각해 보니 닭강정을 먹어 본 지 꽤 오래되었다. 나의 문화권 내에서는 닭강정을 전통시장에서만 판다. 닭강정 전문점은 나의 문화권, 내가 다니는 행동반경 내에는 없다. 닭강정도 삼계탕과 비슷한 음식이 아닐까 싶다. 여기나 거기나 다 맛이 비슷한, 어딜 가나 닭강정의 그 맛을 다 느낄 수 있는. 요즘은 매운 닭강정도 인기가 있는 모양이지만.

                                   닭강정은 다 엇비슷해


닭강정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양념치킨이 있고, 순살양념도 있고, 닭강정도 있다. 앞의 양념치킨이나 순살치킨에 비해서 가격이 저렴하다. 고기의 양은 적고 양념이 많이 붙어서 가격의 차이가 날 것인데 물엿이 많이 들어가서 닭강정은 내 입맛에는 너무 달다. 닭강정 전문점이 학교 앞에는 있을 법도 한데 내가 다니는 행동반경에는 학교가 6군데나 있는데 닭강정 전문점은 없다. 이렇게 닭강정에 대해서 쓰다 보니 닭강정이 먹고 싶어 지네. 그러나 지금 막 끝낸 넷플릭스 닭강정을 생각하니 분노가 다시 올라오고.


닭강정 원작의 이야기는 참 좋다. 기계로 들어간 민아가 닭강정이 되어 버리고 딸을 되찾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리는 이야기. 그러다 보면 여기저기 기묘한 일들이 일어난다. 소설이라면 상상을 하면서 읽어 내려가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웹툰은 빠르게 장면 전환이 되니까 흡입력이 좋다. 하지만 이번 넷플 닭강정은 이도저도 아무것도 아닌, 실제 닭강정에게도, 원작 닭강정에게도 민폐만 끼쳤다.


검색을 해봐도 내 주위에 닭강정을 파는 곳이 없다. 이 큰 도시에 닭강정 파는 곳이 몇 곳 밖에 없다니. 닭강정을 사 먹으려면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가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쿠팡으로 주문을,,, 분노 유발하는 넷플 닭강정 때문에,,,, 아아 하루빨리 닭강정에서 벗어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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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3-2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전 류승룡이 유퀴즈에 나와서 그런 드라마 있는 줄 첨 알았는데 재미없었군요. 이병헌이라고 해서 배우를 생각했는데 감독이군요. 영화 곧 잘 만들던데 거참.
저도 얼마 전부터 저랑 안 맞는 드라마나 영화는 중간에 끊습니다. 그게 아니어도 볼 드라마와 영화는 넘 많은지라.

교관 2024-03-22 11:27   좋아요 0 | URL
똥 하면 웃는 그런 아이들이 보기에는 재미있는 시리즈 같아요 ㅋㅋㅋ 하지만 닭강정은 망했어요. 이병헌 감독 영화들이 대부분 재미있거든요. 하지만 이건 응원할 수 없네요 ㅠ
 

골목에 젤리비가 내린다. 골목에 내리는 젤리비를 맞으면 똥이 젤리가 되어 나온다. 젤리비는 골목에만 내린다. 몸에서 나온 젤리는 꿈틀꿈틀 움직여 서로 붙어서 새로운 골목을 만든다. 젤리비를 맞은 후 48시간 안에 젤리똥을 누면 괜찮은데 48시간이 지나도 젤리똥이 나오지 않으면 몸이 점점 젤리로 변한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몸이 녹아서 없어진다. 정부는 이 세계에서 골목을 전부 없애려 하고 골목은 전부 사라지는 골목길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골목은 하늘에 물질을 쏘아 올려 먹구름에서 비를 뿌릴 때 젤리비를 내리게 했다. 그렇게 세력을 확장하려 했다. 정부는 애써 막으려 했고 골목은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정부에게 위협을 가했다. 어느 비가 오는 날 골목에 내리던 젤리비가 화학반응을 일으켰다 :)



골목이 사라지고 있다. 뭐 당연한 것이겠지만. 어릴 때 골목에서 놀고 시간 가는 줄 몰랐지. 엄마가 몇 번이나 불러야 겨우 집으로 마지못해 들어갔다. 동네 아이들과 골목에서 노는 게, 그게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다. 뭘 하며 놀았냐고 한다면 뛰어다니며 놀았던 것 같다. 보자기 울러 매고 슈퍼맨 놀이를 하기도 했고, 칼 들고 마징가가 되기도 했다. 골목에 있는 집들은 전부 대문을 열어 놨는데, 이 집 저 집 아이들이 나와서 놀다 보니 이 집 저 집으로 마구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가 우르르 몰려다녔다. 대체로 아버지들은 회사에 다 나가고 엄마들이 집에 있었는데 나무라지는 않았다. 간혹 야간하고 들어와서 잠자는 김 씨 아저씨가 이놈들아!라고 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아이들은 옥상과 옥상을 건너뛰어 다녔다. 옥상과 옥상은 거의 붙어 있지만 그래도 공간이 있다. 떨어지는 죽는 거지.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떨어질 것 같은 공포가 있었다. 그러나 어디서 나왔는지 용기가 불쑥 올라올 때가 있는데 동네 형들이 다 옥상에서 옥상으로 건너뛰고 나면 우리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 또 보자기를 등에 착용하면 정말 슈퍼맨이 되어서 날아갈 것만 같은 용기가 생겼다. 하지만 꼭 누구 하나가 넘어지거나 떨어져서 다리가 부러지거나 팔이 부러졌다.


봄이 오면 골목에는 표가 확실하게 났다. 블록 사이에서 잡초가 올라오기 때문이다. 저녁에는 집집마다 고등어를 굽고 된장찌개를 끓이는 냄새가 골목에 가득했다. 아버지가 회사에서 퇴근하고 오시면 놀던 아이들도 뿔뿔이 흩어져 집으로 들어가서 밥상에 빙 둘러앉아서 저녁밥을 먹었다.


한 십 년 동안 내가 살던 동네로 조깅을 하면서 돌아왔다. 사람들이 여전히 동네에 빼곡하게 들어앉아서 생활을 했는데, 재개발 구역에 들어가더니, 사람들이 하나 둘 빠져나가고, 철거가 찍히고, 집들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동네 고양이들도 다 떠나고, 벌판이 되더니 철근이 박히고 아파트 단지가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그래도 갈 때마다 사진을 찍어놔서 점점 변해가는 과정을 기록할 수 있었다.


골목은 감성에 기인한다. 이성적으로 골목의 오래된 집들은 불안해 보인다. 아주 긴 시간 버텨왔기 때문에 담장이 무너질 것 같기도 하고, 장마나 폭설에 위험할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화재에 대해서 취약하다.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 놈의 골목 빨리 떠나야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사진으로는 운치 있어 보이지만 70년대부터 있던 전깃줄이 신경줄처럼 골목에 널어서 있어서 간당간당하다. 몇 번이나 새 전깃줄로 갈았을까. 아마 한 번도 갈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골목은 기묘하지만 동네마다 느낌이 다르다. 골목의 분위기? 골목의 스타일이 동네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그저 뛰어다니며 놀기 좋은 골목이 있는가 하면 연인끼리 몰래 키스하기 좋은 골목도 있다. 저녁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장판 깔고 소담을 나누기 좋은 골목이 있다.


골목은 상당히 없어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골목이 많이 남아 있다. 골목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도 재미있다. 혹시 모르지. 시간이 흘러 신문사에 팔아먹을지도.




여기서부터는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동네다. 21년도에 찍은 사진들인데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느껴진다. 21년도 초반에는 골목 집집마다 사람들이 살고 있다가 점점 사람들이 빠져나가더니 철거가 시작되고 벌판으로 바뀌고 지금은 몽땅 아파트 단지가 되어간다.




여기 골목은 스타일이 다르다.




여기서부터는 시에서 밀어주는 골목이다. 오래된 골목이기는 하지만 도심지 중앙에 있는 골목이라 없애지는 못하고 사람들이 더 모이게끔 문화의 거리로 만들었다. 꽤 긴 시간 공을 들여서 이쪽 동네는 모든 것이 바뀌어서 골목 어디에서나 사진 찍기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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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버리고, 아버지, 형 그리고 어머니에게 마저 버림을 받은 더글라스는 지옥 속으로 떨어진다. 불행의 꽃이 활짝 핀 곳이지만 신은 그곳에 개들을 보냈고 더글라스는 개들과 함께 우리 속에서 자라게 된다.

그래서 신은 개들에게 더글라스를 지켜주라고 했지. 그리하여 개들은 인간보다 더 한 모성애로 더글라스를 지켜주었지.

고양이가 물수제비 같은 느긋함과 자유함이 있다면 개는 몰아치는 개울물처럼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한 번 정을 준 주인에게는 죽음이 덮칠 때까지 영원성을 간직한다.

나이 먹지 않은 아기 같은 눈으로 더글라스의 곁에서 더글라스를 보듬어주는 개들은 더글라스에게 더 이상 개가 아니었다. 개들은 더글라스의 발이 되고, 냄새를 대신 맡고, 대신 보고, 대신 듣고 느끼는 존재가 된다.

더글라스에게 인간과의 관계에서는 내내 불행의 연속뿐이다. 아버지의 총에 맞아 다리를 잃고, 좋아하는 여자에게도 마음이 전달되지 않고, 갱단은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온통 불행에 의한 불행이 따라다니지만 개들과의 관계에서는 사랑과 구원이 있다.

개들은 더글라스를 대신하여 사라져야 하는 것들에게 폰을 전달하고, 전기감전의 버튼을 누르고, 함정에 빠트리고, 천장에 매달고, 얼굴을 물어뜯는다. 얘들아 드디어 시간이 되었다. 너희는 움직여라 나는 너희를 위해 노래를 부를게. 더글라스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면 노래는 새가 되어 신이 보내준 개들에게 날아간다.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세상을 향한 분노도 함께 태어나는 사람이 있으니 아마도 더글라스가 아닐까. 영화 속에 개들이 나오면 언젠가부터 조마조마하며 보게 된다. 프랑스 판 조커를 보는 듯한 ‘도그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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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받지 못한 자를 한 네 번 정도 본 것 같은데 볼 때마다 재미있다. 여기서 재미는 경험이 생각나게 하는 재미다. 그 재미 속에는 추억과 기억이 있다.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추억도 있지만 칼로 도려내는 듯한 기억을 떠올리는 재미.

한 여름의 땡볕 아래 땀 흘리며 구보하던 모습, 막내 때 잠들었다가 툭 건드리면 벌떡 일어나서 고참 따라 나가 뽀글이 후후 불어 먹던 모습, 군기가 바짝 들어 구타를 당해도 아프지 않아서 꾹 참고 맞다가 안경이 떨어져 나가는 모습, 쫄다구 때 여자 후배들이 면회를 자주 왔는데 그럴 때마다 군복 다리고 군화 불광 내야 한다고 끌려가서 맞던 모습.

어리바리 두드려 맞던 모습에서 시간을 견디면 주먹을 휘둘러야 하는 모습으로 바뀐다. 도저히 적응하지 못할 것 같고 너무 친한 전우 사이인데 계급으로 나뉘어 따돌리고 눈치 주고 괴롭힌다.

군생활 힘들어?

아닙니다.

할만해?

예.

뭐? 군 생활이 할만해? 이 새끼 힘이 남아도는 모양이지. 그리고 괴롭힌다. 나머지는 방관한다. 방관자 중에는 나도 속해있다.

난 말이야 다른 고참들처럼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고 하는 고참도 결국엔 모두가 다 똑같은 존재다. 내가 완고가 되면 다 바꿀거야, 라고 하지만 완고가 되어갈수록 시스템에 누구나 먹혀 버린다.

고참 따라 외박이나 휴가 나와서 술 마시고 새벽에 거리를 걷는 그 기묘한 기분. 집으로 가고 싶지만 갈 수도 없고 잠도 잘 수 없고. 새벽의 어스름 안개를 마시며 술이 깨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어쩌면 곧 사라질 아침 안개 같은 존재가 아닐까.

이 세상 어디에도 편견과 부당함, 차별이 늘려 있다가 틈만 보이면 득달처럼 달려든다. 군대? 군대라고 그러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군대여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군대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 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더 한 모순이 필요하다. 이 전쟁통 같은 군대에서 빨리 제대하고 싶은 군인들, 그러나 막상 제대를 하고 사회에 나오면 전쟁터보다 더 한 지옥이라는 걸 알게 된다. 더 심한 모순의 바다라는걸.

윤종빈 감독은 자신의 어머니에게 500만원까지 빌려 이천만 원으로 군대에게 홍보 영화를 찍는다며 군대에서 허락을 받아내 군대 비리와 아픈 단면을 영화로 만들어 버려 국방부가 발칵 뒤집어졌었다. 윤종빈 감독을 고소하니 마니, 하는 가운데 영화제 출품이 확정되어서 윤종빈이 사과를 하고 고소를 접고 하며 어수선할 때 이 영화가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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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 시즌 3

시즌 3은 잔인하고 자꾸 잔인하고 잔혹한 어른들의 동화다. 역시 재미있다. 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또 누가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지 계속 궁금하게 만든다. 코엔 형제의 영화를 시작으로 시즌 1, 2 그리고 시즌 3까지 비슷한 플롯으로 끌고 가는데 사건은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고 살벌해진다.

안 좋은 일을 부탁하고, 부탁받은 사람이 엉뚱한 사람을 죽이면서 보안관이 등장하여 마지막까지 기묘하고 얽히고설킨 사건을 풀어간다.

파고 시리즈에는 이런 사람이 등장한다. 뭔가 불만 많고 운전하면서 혼잣말로 계속 지껄이고 담배를 피우는데 담배가 차 바닥에 떨어지고 그걸 주우려고 고개를 숙인 채 운전을 하다가 어딘가에 차가 박혀 사고가 나는 사람. 그 사고가 난 곳에는 또 다른 희생자가 있고 그 희생자는 이미 수배가 내려진 사람인데 그런 사람들이 자꾸 죽어 나간다.

또, 대사가 엄청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말로 사람을 거의 흘리다시피 하는 사람. 논리 같은데 논리에서 벗어나서 이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자꾸 듣다 보면 아, 네 알겠네요.라고 느끼게 하는 사람.

아무튼 파고 시리즈에는 이런 사람들이 등장한다. 파고 시즌 3은 2010년의 미네소타 겨울이 배경인데 마치 1980년대 같은 분위기다. 아이폰 4가 등장하지만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적고,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늘 그렇듯이 꼭 휴대전화를 테이블 위나 차에 두고 내린다.

시즌 3에는 이완 맥그리거가 쌍둥이로 나온다. 형은 유전자를 제대로 물려받았고 동생은 안 제대로 물려받았다. 동생은 형사인데 모든 걸 다 가진 형의 집에서 우표 하나를 훔쳐 오라고 자신이 잡은 범인을 풀어서 심부름을 보낸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인간이 아니라서 이름만 같은 사람의 집에서 우표를 찾다가 그 사람을 죽이고 만다. 그 사람의 딸이 지역 보안관 서장이다. 그런데 심부름을 하던 범인이 동생 이완 맥그리거 집에 와서 니가 시키는 일은 다 했으니 나에게 돈 달라고 협박을 하다가 동생과 동생의 애인에게 머리가 박살 나서 죽고 만다.

동생의 애인으로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가 나오는데 연기가 멋지다. 시즌 3 내내 잘 나오다가 마지막에 머리에 총구멍이 나면서 죽는다.

시즌 3을 보면 끝에 가서 어떻게 될까, 어떤 식으로 응징을 당할까 싶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니 대부분이 그렇다. 대부분 자기 욕심 때문에 기묘한 사건에 휘말리고 그 사건에서 벗어나려고 더 심한 사건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야기도 좋고, 잔인한 장면도 많고, 실망하지 않고 재미있는 파고 시리즈. 시즌 1, 2 보다 재미는 좀 떨어지지만 보는 동안은 시즌 1, 2가 생각나지 않는 파고 시즌 3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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